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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 [나의 삶, 나의 수학] 수학자는 수학세계를 탐험하는 모험가

  •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세계 수준의 기초과학 연구를 위해 2011년 대한민국이 설립한 연구기관입니다. 수학 분야에서는 5명의 연구책임자가 이끄는 3개의 연구단이 활발한 연구를 펼치고 있습니다. IBS는 설립 10주년을 맞아 <수학동아>와 함께 IBS 수학자들의 연구와 삶을 소개하는 시리즈 <나의 삶, 나의 수학>을 연재합니다.

2006년, 스페인에서 열린 세계수학자대회에서 초청 강연 연단에 최초로 한국인이 올랐습니다. 한국인이 세계수학자대회와 관련한 행사에 초청된 것은 처음이라 당시 많은 화제를 모았는데요. 그 후 2014년 국내 수학자 최초로 서울 세계수학자대회에서 기조 강연을 하는 등 다양한 활동과 연구로 세상을 놀라게 하는 황준묵 기초과학연구원(IBS) 복소기하학 연구단 단장을 만났습니다.


황준묵 기초과학연구원 복소기하학 연구단 단장 사진

Q. 대학 다닐 때는 물리학을 전공했다고요?

중학교 3학년 때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우주가 휘어져 있다는 것을 이용해 중력을 설명했다는 것을 알고 큰 흥미를 느꼈습니다. 이때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아인슈타인이 만든 상대성이론처럼 물리이론을 일반인도 알 수 있게 설명한 책들을 보며 이론물리학에 매력을 느꼈고, 결국 대학교는 물리학과로 진학했죠. 그런데 성인이 된 뒤 생각해보니 물리이론보다는 기하학이론에 끌렸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에는 물리이론이 기하학을 바탕으로 하는지 몰랐습니다. 대학에서 공부하다 보니 제가 진짜로 관심 있는 분야는 물리학이 아니라 수학이라는 것을 알게 된 거죠.

Q. 물리학에서 수학으로 전공을 바꾸는 게 힘들지 않았나요?

대학교 1, 2학년 때는 물리학 중에서도 역학과 전자기학에 매료돼 열심히 공부했어요. 시간이 지나 대학교 3학년 1학기 때 양자역학을 배우면서 물리학에 흥미를 잃기 시작했죠. 대신 복소해석학이나 미분 기하학 같은 수학 과목을 수강하면서 점차 수학의 세계로 다가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그해 여름방학 때 전공을 수학으로 바꾸기로 결정했고, 2학기 때부터 본격적으로 수학 과목을 수강했습니다. 3년 간 수강해야하는 수학 과목들을 1년 반 만에 수강하다보니 순서도 없이 마구잡이로 수업을 들었지만요. 이와 동시에 원래 전공이었던 물리학과 수업도 들어야 해서 정신이 없었습니다. 대학원을 수학과로 진학해 더는 물리학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됐을 때 홀가분한 기분을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대학원 초기에는 수학 기초가 부족하다고 많이 느꼈는데, 나중에는 학부 때 배웠던 물리학이 수학 연구에 도움이 되기도 했습니다.

Q.약 30년의 연구 활동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

1995년 여름부터 2003년까지 목 나이밍 홍콩대학교 교수와 진행했던 공동 연구가 떠오릅니다. 1995년 미국 버클리 수리과학연구소에서 진행된 복소기하학 분야 ‘special year’에 참여했는데, 1년 동안 같은 분야의 연구자들과 한자리에 모여 연구할 기회였습니다. 목 교수와의 공동연구도 그 때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죠. 제 연구의 80% 이상이 그와 함께한 연구에서 나온 아이디어와 연결될 정도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연구 목표는 당시 오래된 추측이었던 균질다양체의 변형강직성을 증명하는 것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연구 목표보다 더 중요한 기하학적 개념들을 발견했습니다. 최근 연구로 2019년 증명한 히르쇼비츠 추측이 있습니다. 복소기하학 분야의 문제를 해석적 편미분방정식 분야의 아이디어를 가져와 해결했습니다.

박형주 아주대 총장이 본 황준묵 단장. 왼쪽부터 김범식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 박형주 아주대 총장, 황준묵 IBS 복소기하학 연구단장으로 1995년 미국 버클리에서 찍은 사진 ▲박형주 아주대 총장이 본 황준묵 단장. 왼쪽부터 김범식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 박형주 아주대 총장, 황준묵 IBS 복소기하학 연구단장으로 1995년 미국 버클리에서 찍은 사진이다.

Q. 연구자로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가장 힘들었던 때는 대학원 3~4학년 때입니다. 지도교수님이 박사학위를 위한 논문 주제를 제시했는데, 해결의 실마리를 못 찾고 있었죠. 2년 동안 어떤 연구 결과도 얻지 못해서 너무나 답답했어요. 당시에는 무척 힘들다고 느꼈지만, 지나고 보니 그 과정을 통해 연구 중 어떤 실수가 발생할 수 있는지,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힘든 기간을 어떻게 버텨야 하는지 등을 배울 수 있었어요. 말로는 다 전달하기 어려운 중요한 삶의 교훈들을 경험하게 된 시간이었어요.


황준묵단장 사진

Q. 현재는 어떤 연구를 진행 중인가요?

주로 복소해석적 편미분방정식 시스템이론이 복소대수기하학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에 관심이 있습니다. 특히 구멍이 없는 복소곡면인 ‘유리곡선’이 복소공간 안에서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지 변형이론을 통해 연구하는 게 주된 주제입니다. 이 움직임을 연구할 때 미분방정식과 대수방정식이 신비롭게 연결됩니다.

Q. IBS에 합류한 뒤 달라진 점이 있나요?

수학 연구를 할 때는 몇 개월 또는 몇 년 간 잘 진전되던 연구가 어느 한 단계에서 풀리지 않게 돼 전체 연구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또 연구자는 중요한 성과를 얻었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이유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상황도 생기죠. 이런 불확실성을 감수하기 힘들어서 원하는 연구에 도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IBS에서는 각 연구단에 최소 10년 이상 연구 지원을 보장합니다. 단기적인 연구 성과 창출에 대한 부담이 줄고, 원하는 연구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저로서는 큰 행운을 얻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황 단장님에게 수학이란 무엇인가요?

많은 사람이 수학을 두고 ‘인간이 만들어낸 상상의 학문’ 또는 ‘다른 분야를 탐구하기 위한 도구나 논리’로 여깁니다. 하지만 수학의 많은 결과들은 인위적으로 생각해낸 것으로 보기엔 범위가 너무 방대하며 상상 이상으로 놀랍습니다. 또한 다른 분야의 도구로써 개발된 다양한 이론들은 수학의 일부일 뿐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수학은 인간의 머릿속에서 꾸며낸 것이 아닌, 실체가 있는 것입니다. 2020년 노벨 물리학상수상자인 로저 펜로즈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플라톤적 수학세계’가 존재하는 것을 믿는 것이죠. 저는 이 수학세계를 탐험하면서 발견한 것을 사람들에게 연구 논문으로 보고하는 것이고요.

황준묵 기초과학연구원 복소기하학 연구단 단장 사진


| 아름 수학동아 기자

도움| 황준묵 기초과학연구원(IBS) 복소기하학 연구단 단장

사진| AZA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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