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코로나19에 맞서는 인류의 신무기마침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 백신이 성공적으로 개발됐다. 선두에 나선 화이자 바이오엔테크(Pfizer-BioNTech, 이하 화이자), 모더나(Moderna)의 mRNA(전령RNA)백신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에 속수무책이던 인류가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었다. 전문가들도 예측하지 못한 빠른 속도로 개발하여 과학기술과 백신의 역사를 새로 썼다. 희망이 보이지만 아직 안도할 때는 아니다. 2021년 1월 18일 기준 전 세계 코로나19 감염자는 9,400만 명을 넘어섰다. 신규 확진자가 매일 70만 명에 이르며, 현재까지 190만 명이 사망했다. 보고되지 않은 확진자까지 고려하면 실제 수치는 더 클 것이다. 게다가 바이러스 변이가 속속 등장하면서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이로써 신종 바이러스와의 싸움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인류는 새롭게 개발한 백신이라는 무기로 전세의 역전을 시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과도한 두려움과 안이한 희망을 모두 경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백신 접종 이후 쏟아져 나올 예방 효과에 대한 분석과 연구결과들을 눈여겨 보아야할 때다. 우리 모두가 마지막까지 코로나19에 슬기롭게 대처한다면, 이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하리라 믿는다. mRNA, 아데노바이러스벡터… 새로운 백신 개발 전략2020년 11월 9일 화이자는 역사적인 임상 3상 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자사가 개발한 합성 mRNA 코로나19 백신(BNT162b2)을 3주 간격으로 2회 근육 주사했을 때 코로나19 감염을 90% 이상 예방한다는 것이다. 일주일 후 모더나와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는 공동 개발한 백신(mRNA-1273)을 한 달 간격으로 2회 근육 주사했을 때 코로나19 감염을 94.5% 예방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다만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검출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변종이 기존 종에 비해 전파속도가 70% 정도 빠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보고된 바로는 상기 mRNA 백신들에 의한 예방 효능은 동일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2020년 12월 8일 다국적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와 영국 옥스퍼드대는 아데노바이러스벡터 기반 코로나19 백신(AZD1222)을 개발했다고 국제학술지 ‘란셋(Lancet)’을 통해 밝혔다. (횟수와 용량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운 점도 있지만) AZD1222는 4주 간격으로 2회 근육 주사했을 때 코로나19 감염을 70% 가량 예방할 수 있다. 미국 존슨앤드존슨(얀센)이 현재 임상 3상 중인 코로나19 백신 역시 아데노바이러스벡터 기반 방식이다.
이번 코로나19 백신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인류 백신 개발 역사의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첫 번째는 코로나19 백신 예방 효능이 전문가들의 예상(55% 전후)을 압도적으로 넘어섰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개발부터 임상3상까지 1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통상 백신 개발에는 5~10년이 소요된다. 역사상 가장 빨리 개발했다고 알려진 유행성 이하선염(볼거리) 백신도 바이러스 샘플 수집부터 허가까지 4년이 걸렸다. 이제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국가들에서는 코로나19 백신의 일반인 접종을 시작했다. 이 소식은 인류에게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자신감과 장기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날 것이라는 희망을 안겨준다. 백신 접종 이후 정확하고 철저한 분석을 통해, 각 백신들의 코로나19 예방 효율성에 대한 종합적 결과가 나오리라 예상된다. 우리 정부는 시급성을 감안하여 신속히 외국 제약회사들이 개발한 아데노바이러스벡터와 합성 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들을 도입하여 국민들에게 접종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원활한 생산 및 공급을 위해 국내 제약사들이 위탁제조하는 방식도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빠르면 2분기부터 접종이 시작된다고 하니, 늦어도 올해 안에 모든 국민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코로나19가 촉발한 백신 개발의 패러다임 전환제약회사들은 기존 백신과는 완전히 다른 전략을 사용했기 때문에 높은 예방 효능의 백신을 빠르게 개발할 수 있었다. 다시 정리하자면 화이자와 모더나는 합성 mRNA를 기반으로, 아스트라제네카는 재조합바이러스벡터를 기반으로 백신을 개발했다. 백신의 기본 원리는 ‘가공 또는 변형된 병원체의 전부 혹은 일부’를 우리 몸에 주입하는 것이다. 바이러스를 ‘간접 경험’한 우리 몸은 면역을 형성하고, 실제 병원체가 우리 몸에 침입하면 그 경험을 발판 삼아 바이러스를 퇴치한다. 가공된 병원체가 신체 안에서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항원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그동안 백신을 개발하려면 병원체 전체 혹은 일부 조각, 즉 항원이 반드시 필요했다. 그런데 백신의 패러다임을 바꿀 새로운 아이디어가 제시됐다. 항원 대신 항원을 만들 수 있는 설계도를 넣어주면 비슷한 반응을 유도할 수 있으리라는 발상의 전환이다. 앞서 언급한 합성 mRNA와 재조합바이러스벡터가 바로 병원체 항원에 대한 정보가 담긴 유전물질, 즉 설계도다. 이전까지는 이렇게 설계도를 이용해서 백신 개발 및 상용화에 성공한 적이 없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그 동안 연구단계에만 머물러 있던 ‘설계도를 이용한 백신’이 처음으로 인류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화이자는 2020년 12월 10일 BNT162b2 개발 성과를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보고했고, 다음 날인 12월 11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다. 첫 접종은 그로부터 사흘 뒤에 진행됐다. 12월 14일 미국 뉴욕시 롱아일랜드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샌드라 린지에게 첫 도즈(dose)를 접종한 후 미국은 16~18세 이상 코로나19 관련 병원 근로자 및 고위험군에 대한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12월 27일에는 모든 유럽연합 국가에 코로나19 백신이 공급됐다. 미국의 의대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두 번의 접종을 완료했다는 ‘접종카드’를 사진으로 찍어 트위터에 올리는 것을 보고 있다. 정말 빠르다. 화이자의 BNT126b2와 모더나의 mRNA-1294 백신의 mRNA는 서열, 안정화 물질, 전달매체, 보관방법, 임상3상 시험결과 등에서 일부 차이가 있지만, 원리는 동일하다. 이번 성공은 mRNA 백신이 이론을 넘어 실제 인체에서 면역 형성이 가능함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기존 전략으로는 한계가 있었던 다양한 전염병을 대상으로 mRNA 백신 개발에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아스트라제네카의 AZD1222는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로부터 2020년 12월 30일 긴급 사용승인을 받았고, 2021년 1월 4일부터 영국인들에게 투여되기 시작했다. AZD1222는 투여 용량과 기간에 따른 효능 차이가 보고되고 있어, 임상시험 결과에 대한 추가적인 분석과 정보가 필요하다. 이외에도 약 20여종의 다른 코로나19 백신이 현재 임상 3상 시험에 진입했다. 약 65종의 코로나19 백신들도 초기 임상 시험 중이다. 국내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 셀리드-LG화학, 제넥신, 진원생명과학이 개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Coronavirus Vaccine Tracker’에 백신 종류별 임상 개발 단계와 국가별 승인 관련 정보가 잘 정리돼있다. 코로나19 백신의 FDA 긴급 사용승인을 위한 과정은 아래 그림과 같다. 자세한 정보는 FDA의 자료에도 한글로 잘 정리돼 있다.
백신 투여 이후 우리 몸의 면역과정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은 선천면역과 후천면역으로 나뉜다. 선천면역은 병원균이 공통적으로 갖는 분자 패턴을 인식하여 활성화된다. 반면 후천면역은 선천면역보다 늦게 활성화되며, T세포를 통한 세포성 면역과 B세포에서 생산된 항체를 통한 체액성 면역으로 구성된다. T세포와 항체는 다양한 조합을 갖고 있어, 거의 모든 병원체를 특이적으로 인식하고 감염원과 감염된 세포를 우리 몸으로부터 방어하거나 제거한다. 선천면역과 후천면역은 독립적이지 않으며, 상호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별한 항원으로 만들어진 백신이 우리 몸에 투여되면, 항원의 특이패턴을 인식한 대식세포와 수지상세포 등에 의해 섭취되고 분해된다. 분해된 항원의 조각이 대식세포와 수지상세포의 표면에 제시(presentation)된다. 이때 표면에 제시된 조각된 항원과 대응되는 구조의 수용체를 갖고 있는 T세포와 B세포가 이를 인식하고, 특이적으로 성숙과 증식을 한다. 감염된 세포는 세포독성T세포에 의해 제거되고, B세포에서 분화된 형질세포는 항원과 결합하는 항체를 생성해 병원체를 중화하거나 제거한다. 감염원에 대해 특이적인 T세포와 B세포는 감염원의 제거 이후에도 일부 남아 추가적인 감염에 대비한다. 이를 ‘면역학적 기억’이라 한다. 이후 동일한 감염원에 다시 노출되었을 경우 남아있는 T세포와 B세포들이 즉각 활성화되어 감염에 대응하게 된다.
백신은 후천면역의 기억이라는 특징을 이용한다. 즉 특정 병원체의 전부 혹은 일부를 인체에 사전 노출시켜, 감염이나 증상 없이 면역학적 기억이 생기도록 하는 것이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코로나19 과학 리포트 1>의 Vol.8과 Vol.9에 기술되어 있다. 다음 편에서는 백신의 종류와 각 백신별 특징에 대해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다. 글 | 고규영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 연구단 단장‧KAIST 의과학대학원 특훈교수 편집 | IBS 커뮤니케이션팀 발행일 | 2021년 1월 18일 본 글의 저작권은 기초과학연구원에 있습니다. 무단 전재를 금지하며 공유, 인용 및 재사용 시에는 출처를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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