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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가 본 노벨상]_vol.1 2020 노벨생리의학상 : C형 간염 바이러스 발견으로 인류 건강에 이바지하다

2020년 노벨생리의학상의 영예는 C형 간염 바이러스(HCV) 발견 및 치료법 개발에 결정적 공헌을 한 세 명의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미국 국립보건원의 하비 알터(85), 영국 태생으로 캐나다 알버타대학교 교수인 마이클 허튼(70), 미국 록펠러대학교 찰스 라이스 교수(68)가 그 주인공이다(그림 1).

그림 1. 2020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좌로부터 하비 알터, 마이클 허튼, 찰스 라이스 박사.
▲ 그림 1. 2020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좌로부터 하비 알터, 마이클 허튼, 찰스 라이스 박사.

하비 알터는 C형 간염 질병의 존재를 발견했고, 마이클 호턴은 HCV 유전체를 동정하였으며, 찰스 라이스는 HCV의 간염 유발을 증명하였다(그림 2). 세계적으로 7천만 명이 HCV에 감염되어 있고 매년 40만 명 넘게 사망한다. 이들 덕분에 HCV에 대한 매우 민감한 혈액 검사와 수혈 후 발생하는 간염의 제거가 가능해졌고, HCV로 인한 질환의 치료제도 개발되었다. 이들의 연구는 지구에서 HCV를 박멸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주었고, 인류 건강에도 이바지하였다.

그림 2. 020년 노벨생리의학상 업적 요약. 하비 알터는 수혈과 연관된 간염을 체계적으로 연구하여 ‘미지의 바이러스’가 만성간염의 원인임을 증명하였다. 마이클 허튼은 검증되지 않았던 기법을 이용하여 새로운 바이러스의 유전체를 동정하고, 이를 C형간염 바이러스라 이름 붙였다. 찰스 라이스는 C형간염 바이러스만으로도 침팬지에서 간염을 유발할 수 있음을 입증하였다. 출처: 노벨 재단
▲ 그림 2. 2020년 노벨생리의학상 업적 요약. 하비 알터는 수혈과 연관된 간염을 체계적으로 연구하여 ‘미지의 바이러스’가 만성간염의 원인임을 증명하였다. 마이클 허튼은 검증되지 않았던 기법을 이용하여 새로운 바이러스의 유전체를 동정하고, 이를 C형간염 바이러스라 이름 붙였다. 찰스 라이스는 C형간염 바이러스만으로도 침팬지에서 간염을 유발할 수 있음을 입증하였다. [출처: 노벨 재단]

간염, 인류 건강에 대한 글로벌 위협

간염은 주로 바이러스 감염 때문에 발생하고 알코올 남용, 환경 독소 및 자가면역 질환도 중요한 원인이다. 1940년대에 두 가지 형태의 감염성 간염이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A형 간염이라고 불린 첫 번째 유형은 오염된 물 혹은 식품에 의해 전염되고 환자에게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두 번째 유형은 혈액과 체액을 통해 전염되며 간 경변 및 간암의 발병과 함께 만성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형태의 간염은 서서히 진행되어 심각한 증상이 일어나기까지 몇 년이 걸릴 수 있다(그림 3). 혈액 매개 간염은 심각한 사망률과 관련이 있으며 HIV 감염 및 결핵에 필적하는 규모로 세계적인 공중 보건 문제가 되고 있다. HCV는 혈액, 체액을 통해 전염되지만, 지금은 HCV에 대한 스크리닝을 전수 시행하므로 수혈을 통한 전염은 거의 없다. HCV 감염의 뚜렷한 특성은 만성감염 전이율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즉 감염 사례의 약 60~80%가 만성으로 진행된다. 만성감염 환자에서는 HCV 증식이 평생 지속하며 상당수가 간 경변 또는 간암으로 간 질환이 악화된다. HCV는 RNA 바이러스 중에 유일하게 종양을 유발하는 종양바이러스이다.

그림 3. 두 가지 유형의 간염. 첫째 유형은 A형간염 바이러스에 발생하는 급성질환이며 오염된 물이나 음식물에 의해 전염된다. 혈액 매개 간염인 두 번째 유형은 B형과 C형 간염바이러스에 의해 일어나는 만성 질환으로써 간 병증과 간암으로 진행된다. 출처: 노벨재단
▲ 그림 3. 두 가지 유형의 간염. 첫째 유형은 A형간염 바이러스에 발생하는 급성질환이며 오염된 물이나 음식물에 의해 전염된다. 혈액 매개 간염인 두 번째 유형은 B형과 C형 간염바이러스에 의해 일어나는 만성 질환으로써 간 병증과 간암으로 진행된다. [출처: 노벨재단]

미지의 감염원을 찾는 고난의 여정

전염병 유발의 위험성과 기술적 어려움 때문에 새로운 바이러스를 발견하는 속도는 더디다. 따라서 중요한 인체 질환의 감염원은 오랫동안 발견되지 않고, 이따금 행운이 따라줄 때만 성공적으로 동정되었다. 감염성 질환에 대한 성공적인 방역의 핵심은 원인 인자를 동정하는 것이다. 1960년대에 버룩 블럼버그 박사는 혈액 매개 간염의 한 형태가 바이러스에 의해 일어남을 발견하고, 이 바이러스를 B형 간염 바이러스(HBV)로 명명했다. 이 발견은 진단 테스트와 효과적인 백신의 개발로 이어졌으며, 블럼버그는 1976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1970년대 미국 국립보건원의 알터 박사는 수혈을 받은 환자의 간염 발생을 연구하고 있었다. 새로 발견된 HBV에 대한 혈액 검사 덕택에 수혈 관련 간염 사례는 확연하게 줄었지만, 알터와 동료들은 상당수의 간염 사례 원인을 여전히 설명할 수 없었다. A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검사도 이 시기에 개발되어 A형 간염도 이러한 설명되지 않은 사례의 원인이 아니라는 것이 분명했다. 수혈을 받은 상당수의 사람이 알려지지 않은 감염원으로 인해 만성 간염에 걸리는 것은 심각한 문제였다. 알터 박사는 이 간염 환자들의 혈액이 침팬지에게도 질병을 전파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후속 연구를 통해 미지의 감염원이 바이러스의 특성이 있음을 보였다. 아직 감염원의 정체가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아서 이 질병은 "non-A, non-B 간염“으로 불렸다.

알터 박사의 연구로 새로운 종의 간염바이러스 존재 가능성이 분명해졌다. 이제 non-A, non-B 바이러스의 정체 규명이 문제였다. 바이러스 동정을 위한 모든 전통적인 기법이 사용되었지만, 실패를 거듭했다. 당시 바이러스 발견의 일반적 방법은 배양세포에서 바이러스를 증식한 후 분리하는 것이었다. 캘리포니아 소재 제약 회사인 카이론에서 일하던 허튼과 동료들은 전통적인 방법 대신 당시 최첨단 분자생물학 기법을 이용해서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찾고자 했다. 감염된 침팬지에서 극소량만 존재하는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탐색하는 것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만큼이나 고된 작업이다. 결국 6년간의 끈질긴 연구 끝에 1988년 non-A, non-B 바이러스 발견에 성공했다. 후속 연구를 통해 이 미지의 바이러스가 플라비바이러스 계열에 속하는 새로운 RNA 바이러스임을 알아냈고, HCV로 명명하였다.

HCV의 발견은 고무적이었지만 이 바이러스만으로도 간염이 유발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았다.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워싱턴 대학의 라이스 박사는 HCV의 유전체인 RNA를 분자생물학적 기법으로 합성하여 침팬지의 간에 주입했을 때 혈액에서 HCV가 검출됨을 발견하였다. 또한 만성간염 질환자에게서 볼 수 있는 것과 유사한 병리학적 변화가 침팬지에서도 관찰됨을 알아냈다. 이로써 그동안 설명할 수 없었던 수혈 매개 간염의 원인이 HCV이었다는 것이 명료하게 증명되었다.

노벨생리의학상 뒷이야기

이번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허튼 박사는 그동안 수상자 수를 제한하는 과학상을 목소리 높여 비판해왔다. 단일 노벨상에 대한 수상자 수는 최대 3명이다. 2013년에 허튼은 카이론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 2명이 수상자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캐나다에서 수여하는 명성 있는 과학상 수상을 거부한 바 있다. 이번 노벨상 수상 수락에 대해서는 “노벨상을 거부하는 것은 너무 건방진 일이며, 노벨상 선정 과정과 규정이 노벨의 유지에 따른 것이므로 최대 수상자 수 철폐를 요구하기는 어렵다”라고 태도를 바꾸었다. 공동 수상자인 알터 박사는 노벨상 수상 직후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해낸 긴 시간 고통을 인내해야 하는 연구가 오늘날에도 가능할지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그는 “요즈음은 단기간 내에 성과를 내지 못하는 연구는 연구비 지원을 받기가 매우 어렵다. 연구 풍토가 개선되어야 한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바이러스 학계에서는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의 랠프 바르텐슐라거가 노벨상 수상에서 제외된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바르텐슐라거는 HCV를 실험실에서 배양하고 증식하는 방법을 개발하였다. 바이러스를 세포에서 배양하지 못한다면 기초연구와 약물개발 연구가 매우 어렵다. 바르텐슐라거는 2016년에 이 공로로 라이스 박사와 함께 노벨상의 전초전으로 여겨지는 래스커상을 받은 바 있다.

효과적인 치료법이 존재한다고 해서 HCV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다. 치료제 약품 단가가 비싸서 개발도상국 국민은 치료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C형 간염 치료제 개발 이후 세계적으로 HCV 분야 연구비가 감소하고 있고, 저널들도 이 주제에 관심이 적어졌다. 몇 십 년 전에는 간염 바이러스 분야에서 HBV 학회 규모가 가장 컸으나 HCV 발견 이래로 무게 중심이 온통 HCV 학회로 기울어졌다. C형 간염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HCV 연구자들이 감소하고, HBV 학회 규모가 다시 커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2030년경 HCV를 완전히 박멸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달성 가능한 목표로 보이나, 완전 박멸은 치료제 외에 백신 개발이 필수적이다. HCV 발견 이후 3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투자가 저조하고 RNA 바이러스의 성격상 백신 개발 속도도 매우 느린 편이다. HBV는 DNA 바이러스로서 백신이 이미 개발되었다.

10월 초가 되면 어김없이 한국에서는 언제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나올지에 대한 기사가 반복된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볼 수 있듯이 바이러스 전염병은 인류사의 ‘게임체인저’였다. 전염병의 규모와 그 피해는 추산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하다. 그러므로 전염병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의 발견은 세계적인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도 신종 바이러스를 발견한 예가 있다. 1976년 이호왕 박사가 한탄바이러스를 처음 발견했다. 신증후군 출혈열의 주원인이 한탄바이러스에 의해 유발되는데, 발견 장소인 한탄강을 따서 바이러스의 이름을 붙였다. 한탄바이러스가 HBV, HCV, HIV처럼 세계 공중보건에 큰 위협이 되었다면, 이호왕 박사가 노벨상을 받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노벨상 욕심 때문에 한탄바이러스가 세계적으로 더 위험한 바이러스였다면 어땠을까 공상을 해보는 것이 씁쓸하긴 하다.

글: 안광석 IBS RNA 연구단 연구위원(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 안광석 IBS RNA 연구단 연구위원(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 안광석 IBS RNA 연구단 연구위원(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편집 | IBS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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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20-10-08 14: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