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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과학 리포트]_Vol.17 ‘K진단’과 과학자들의 연대
  •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이하 코로나19)와 질환의 원인이 되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 또는 2019-nCoV)에 대한 과학 지식과 최신 연구동향을 담은 <코로나19 과학 리포트>를 발행합니다. IBS 과학자들이 국내외 연구동향과 과학적 이슈, 신종 바이러스 예방·진단·치료에 도움이 될 만한 연구진행 상황과 아이디어 등을 시민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팬데믹 선언 후 세 달이 지났지만 코로나19와의 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전 세계 누적 사망자는 19일 기준 45만 여명으로, 역사상 두 번째 팬데믹으로 기록된 신종플루로 인한 사망자 수를 넘어섰다. 공식 집계되지 않은 환자까지 고려하면 피해는 이보다 더 클 것이다. 미국에서는 매일 1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오고 있지만, 미국 언론은 실제로는 이보다 사망자가 더 많을 것이라고 보도한다. 확진환자가 사망한 경우만 통계에 기록되기 때문에, 검사를 받지 못한 채 사망한 사례까지 고려하면 피해가 훨씬 더 클 수 있다.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현 시점에서 코로나19를 정확히 빠르게 진단하고, 격리 치료를 통해 확산을 방지하는 것이 우리가 가진 유일한 방패이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우리나라가 강점을 보인 부분이기도 하다. 한국의 진단 및 방역시스템은 ‘K방역’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전 세계에 K팝만큼이나 영향력을 펼치고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역시 지난달 28일 한국 특집호를 발행하며 “K방역의 성공은 기초연구 투자 덕”이라며 “한국은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신속히 개발‧생산하며 과학 분야 세계적 리더로 발돋움했음을 세계에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저명 학술지가 우리 기초연구 역량을 칭찬한 것은 기분 좋은 일이나, 인류가 직면한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은 여전히 엄중하다.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진단과 방역 관련 지식이 국경을 넘어 과학자 네트워크에서 적극 공유되어야 한다.

코로나19 진단, 바이러스가 남긴 증거물을 찾아낸다

코로나19 진단은 어떻게 진행될까. 숙주세포에 침입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자신의 유전물질을 세포 내에 복제하는데, 진단은 바로 이 유전물질을 검출하는 과정이다. 피고가 무죄인지 유죄인지를 판단하는 일종의 법정으로 생각하면 된다. 확진을 위해서는 피고(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현장에 남긴 증거(유전물질)를 찾아내 범인임을 입증해야 한다.

진단을 위해 검사소에 방문하게 되면 우선 긴 면봉을 이용해 상기도(코에서 후두까지 공기가 유입되는 길)를 긁어 검체를 채취한다. 이곳에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숙주세포와 결합할 때 사용하는 ACE2 수용체가 많이 위치하기 때문이다. 감염 확률이 높은 세포들을 집중적으로 검사하기 위한 전략이다.

면봉으로 세포를 채취한 뒤에는 세포막을 용해시킨 뒤, 특수 제품을 사용해 순수한 RNA를 분리한다. 분리된 RNA에는 숙주세포와 바이러스의 RNA가 모두 포함돼 있는 상태다. RNA는 불안정하여 진단에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RNA를 DNA로 바꿔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역할을 담당하는 역전사효소는 바이러스의 RNA 염기서열을 기초로 상보적 DNA(cDNA‧complementary DNA) 서열을 합성하여 제작한다. cDNA는 불안정한 상태의 피고인 RNA의 의견을 대변해주는 변호사 역할을 하는 셈이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침입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된 폐. (출처: Pixabay)
▲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침입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된 폐. (출처: Pixabay)

검체의 RNA를 토대로 cDNA를 합성한 뒤에는 유전정보 확인 실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실시간 역전사중합효소연쇄반응(Real Time RT-PCR) 기술은 미량의 DNA 시료에 담긴 유전정보를 수 시간 내 수십만 배로 증폭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우리 몸속 DNA가 DNA 중합효소를 이용해 복제되는 과정을 모방해 개발됐다.

이를 위해서는 대상이 되는 유전자 서열에만 특이적으로 결합해 원하는 유전자만 증폭시키는 ‘프라이머’가 필요하다. 약 3만 개의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RNA 염기 중 18~20개로 구성된 염기서열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상보 서열을 갖고 있어야 특이적 결합이 가능하다. 프라이머 설계가 잘 돼야 피고가 숨겨둔 증거를 증폭시켜 유죄를 입증할 수 있다.

증폭은 cDNA에 열을 가해 DNA의 이중나선을 단일가닥으로 풀어준 뒤, DNA 복제가 진행되는 부분에 프라이머를 결합시켜 진행한다. 열에 강한 고온성 박테리아 유래의 DNA 중합효소가 증폭에 사용되고, 이 과정이 30~40번 가량 반복된다. 유전물질의 양은 각 과정을 반복할 때마다 2배씩 증가한다. 이중나선 가닥 사이에는 형광물질을 삽입하는데, 증폭된 유전자의 형광 값은 바이러스 유전자의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진단용 프로토콜 전 세계 공유…생물학 실험실 활용 가능성

국내 코로나19 누적 검사수는 총 100만 건을 넘어섰다. 그간 의료진은 매일 2만 건에 육박하는 검사를 수행했다. 이중 양성 판정을 받은 비율은 1.2%뿐이다. 검사 후 판정 결과가 나오기까지 수일이 걸리기 때문에 양성 여부와 관계없이 피검사자들은 불안해 떨어야 한다.

코로나19 확산을 지켜보던 필자와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연구진은 이 사태를 과학적 지식을 활용해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실 RT-PCR은 생물학자들에게는 꽤나 익숙한 기술이다. 대다수 연구자들이 유전자 발현 양 확인을 위해 실험실에서 많이 사용해봤을 터이다. 고민 끝에, 생물안전 2등급(BL2) 시설을 갖춘 실험실에서 ‘확실한 음성’을 판단할 수 있는 검출법을 떠올렸고, 두 편의 논문을 통해 세계 과학계에 이 아이디어를 제시했다(Won et al., 2020; Park et al., 2020).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은 코로나19를 검출할 수 있는 새로운 프라이머를 설계하고, 제작된 프라이머를 검증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은 코로나19를 검출할 수 있는 새로운 프라이머를 설계하고, 제작된 프라이머를 검증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우리 연구진은 코로나19 진단용 프라이머를 새로 제작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프라이머는 정확한 진단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지만, 코로나19 출현 초기에 미국과 중국에서 발표한 진단용 프라이머 서열에 신뢰성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체코를 비롯해 중국에서 진단키트를 구매한 나라들은 80% 가량의 진단키트가 잘못된 결과를 나타냈다고 한다. 우스꽝스럽지만 ‘코로나 진단 키트, 물만 넣어도 반응이 나와’라는 제목의 기사까지 언론에서 보도됐다. 위양성(음성을 양성으로 판단하는 오류)이 높은 만큼, 이 프라이머를 그대로 진단에 활용할 수는 없었다.

RNA 연구단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서 추출한 RNA를 분양받아 프라이머 9세트를 제작했다. 이들 프라이머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만 특이적으로 존재하는 DNA 네 부위를 증폭시킨다. 이후 우리가 개발한 프라이머를 사용할 사용자들을 위해 프라이머 검증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했다.

이후 이 프라이머를 음성 판별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검사 프로토콜을 고안했다. 우선, 피검사자들이 직접 면봉으로 자신의 편도를 긁어 검체를 채취하도록 설계했다. 2차 감염 확산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후 면봉은 트라이졸(Trizol) 시약에 담겨 불활성화된 상태로 연구자들에게 전달된다. 트라이졸 시약은 의료기관에서 RNA 추출에 사용하는 시약보다 저렴한 동시에 바이러스를 불활성화시키기 때문에 안정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그 다음 단계는 PCR이다. 우리 연구진은 개발한 프라이머를 한 데 모아서 한 번의 검사로 4개 표적부위를 동시에 검사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정확성을 높였다. 만약 네 부분에서 모두 음성반응이 나오면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음을 확실하게 검증할 수 있다. 한 부분이라도 양성반응이 나온다면 감염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비싼 장비를 필요로 하는 기존 역전사 PCR 방식을, 간단한 PCR 기계만 있어도 검증할 수 있도록 했다. 진단소가 모자라는 국가나 비상시에 1차적으로 코로나19를 감별할 수 있는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

여러 회사들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공개한 프라이머 서열이나 자체 설계한 프라이머를 사용해 진단키트를 개발한다. 국내 회사들에서 개발된 진단키트 프라이머 서열 정보들은 지적재산보호 차원에서 철저히 비공개 되어왔다. 그들이 개발한 검출 프라이머 서열을 알 수 없기에 위양성 가능성을 확인해 볼 수 없었다. 따라서 우리 연구진은 개발한 프라이머 제작 및 검증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진단기술 개발을 위해 프로토콜이 필요한 전 세계 연구자들이 정확한 프라이머를 활용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코로나19라는 공공의 적에 대항하는 전 세계 과학자들의 연대

코로나19 사태는 과학자들의 연구에도 영향을 미쳤다. 논문이 게재된 후 미국 버지니아대와 에모리대와 로스앤젤레스캘리포니아대(UCLA) 연구진은 실험용 면봉이 부족해 실험을 검증해볼 수가 없다며, 면봉을 보내줄 수 있냐는 부탁을 해오기도 했다. 스리랑카 페라데니아대 연구진은 코로나19로 인해 스리랑카의 프라이머 제작 회사가 가동되지 못한다며, 프라이머를 요청해오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스리랑카까지 직접 배송이 불가능하여 싱가포르를 거쳐 배송했다.)

우리 논문은 3월 오픈액세스로 공개된 후 2개월 만에 2만1천46번 뷰를 기록했다. 9200번 다운로드되고, 20번이나 인용됐다. 최근까지도 유럽, 미국, 아시아를 포함한 세계 각지의 연구진은 우리 연구진이 개발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진단 프로토콜을 활용해보고자 많은 질문들을 보내오고, 이에 답장을 보내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라는 미증유의 재앙 속에서도 우리가 얻는 교훈은 있다. 과학자 연대의 중요성이다. 지금 세계의 과학자들은 코로나19를 이겨내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히 지식을 공유하고 또 협력하고 있다. 인류 공동의 재난에 맞선 과학자들의 연대 속에서 피어난 아이디어가 코로나19는 물론 향후 발생할 감염병 사태 해결에 기여하리라 믿는다. 필자도 지난 몇 달 간 과학자의 한 명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우리 연구진이 발견한 지식이 세계 어딘가에서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연구실 안정성을 고려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검출 프로토콜. IBS 연구진은 생물학 실험실에서 진행할 수 있는 민감성 높은 검출법을 제안했다.
▲ 연구실 안정성을 고려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검출 프로토콜. IBS 연구진은 생물학 실험실에서 진행할 수 있는 민감성 높은 검출법을 제안했다.

▣ 참고문헌

Won, J., et al. Development of a Laboratory-safe and Low-cost Detection Protocol for SARS-CoV-2 of the Coronavirus Disease 2019 (COVID-19). Exp Neurobiol (2020)

Park, M., et al. Optimization of Primer Sets and Detection Protocols for SARS-CoV-2 of Coronavirus Disease 2019 (COVID-19) using PCR and Real-Time PCR. Exp Mol Med (2020)

| 이창준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인지 교세포과학 그룹 단장(뇌과학, 별세포의 뇌기능 및 뇌질환 연구)

편집 | IBS 커뮤니케이션팀

발행일 | 2020년 6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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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20-10-08 1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