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이하 코로나-19)와 질환의 원인이 되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 또는 2019-nCoV)에 대한 과학 지식과 최신 연구동향을 담은 <코로나19 과학 리포트>를 발행합니다. IBS 과학자들이 국내외 연구동향과 과학적 이슈, 신종 바이러스 예방·진단·치료에 도움이 될 만한 연구진행 상황과 아이디어 등을 시민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궁극적 방어시스템,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어떻게 작동하나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대한 백신과 치료제 개발 그리고 임상시험 소식들이 들리지만 아직 효과적인 예방과 치료 약제들을 얻기까지는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현재로서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방어와 공격을 위한 최고의 전략이다. 백신도 결국 이 면역체계를 활용한다.
상피세포: 바이러스 침입에 대한 1차 방어벽
그렇다면 인체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를 비롯한 바이러스 침입에 어떻게 대응할까. 우리 몸의 1차 방어벽은 외부환경에 접하고 있는 상피세포다. 피부, 눈의 각막, 비강과 구강, 기관지와 폐포, 위와 장의 상피세포들은 모두 외부와 직접 맞대고 있다. 이들은 필요한 외부물질은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필요하지 않거나 해를 주는 병원체를 차단한다. 튼튼한 성벽 역할을 하는 셈이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껍데기에 있는 빨판을 장착한 징 모양 스파이크로 이 성벽을 공략한다. 스파이크를 기관지나 폐포의 상피세포에 붙이거나 끼워 넣고 자신의 RNA를 세포 안으로 집어넣어 증식을 시도한다. 벽을 허문 뒤 성안에 불을 지르고 약탈 행위를 벌이는 셈이다.
바이러스 침입 알리고 면역세포 결집시키는 사이토카인,
과다 분비되면 ‘사이토카인 폭풍’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인체의 면역 방어시스템이 본격 가동한다. 허물어지고 손상된 성벽부위를 인식한 경계병이자 초동 전투요원들(선천성 면역세포들)인 호중구, 대식세포, 수지상세포가 사이렌을 울리며 바이러스와 전쟁을 시작한다. 이어 방어군 본진인 강력한 T세포 군대가 전투장소로 이동하여 큰 전쟁이 벌어진다. 이때 여러 염증물질들과 발열물질들이 분비되면서 열과 기침이 나고 폐렴과 같은 염증성 호흡기 질환이 발생한다.
면역세포들은 주변에 위험 신호를 알리는 물질인 사이토카인(cytokine)을 분비한다. 사이토카인은 다른 면역세포들을 활성화하여 바이러스와의 싸움으로 이끄는 동시에 더 많은 사이토카인을 생산하도록 유도한다. 하지만 만약 면역체계가 과도하게 반응하여 사이토카인이 급속하게 많은 양이 분비되면 바이러스 뿐 아니라 정상조직까지 공격하게 된다. 이 같은 현상을 ‘사이토카인 폭풍’이라 한다.
최근 코로나-19 중증 환자들에서 사이토카인 폭풍 증상이 거론되고 있다. 사이토카인 폭풍은 치사율이 30%에 이르는 급성패혈증의 중요한 병리기전 하나이기도 하다. 중국 우한에서 발병한 코로나-19 환자 41명에 대한 임상분석 연구(Lancet, 395:497-506, 2020)에 따르면, 중증환자의 혈청에서 GCSF, IP10, MCP1, MIP1A, TNFα, IL2, IL7 등의 염증촉진 사이토카인이 과도하게 분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코로나-19 중증환자에게서 사이토카인 폭풍이 일어난다는 의미다.
우한 지역 환자를 대상으로 한 다른 연구논문 역시 사이토카인 폭풍에 주목했다. 중국 연구진은 지난 3월 3일 국제학술지 마취통증의학(Intensive Care Medicine)에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혈중 내 인터루킨-6 사이토카인의 분비를 증가시킨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은 코로나-19 환자 150명(사망 68명, 완치 82명)을 분석했으며, 사이토카인 폭풍이나 전격성 심근염(심장 근육에 염증이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치사율을 결정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영국 연구진 역시 ‘란셋(Lancet)’에 보고한 논문에서 중증 코로나-19의 원인이 사이토카인 폭풍에 있다고 보고하며, 치사율을 낮추기 위해 과염증에 대한 확인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실제로 의료현장에서는 과도한 염증반응을 완화시키기 위해 항염증제나,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하고 있다.
▲ 상피세포는 바이러스 침입에 대한 1차 방어벽 역할을 한다. 상피세포 성벽이 부서지면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활성화되며 바이러스와의 ‘전투’를 시작한다. 면역세포들은 주변에 위험 신호를 알리는 물질인 사이토카인을 분비하지만, 사이토카인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사이토카인 폭풍’이 발생하며 정상세포까지 손상된다. [그림: 고규영]
바이러스 대항 초동 전투요원: 호중구, 대식세포, NK세포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자기(self)와 비자기(non-self) 물질을 구분하는 능력이 있다. 자기물질은 보호하고, 침입한 비자기물질은 공격하여 제거한다. 외부에서 침투한 바이러스, 세균 등의 병원체가 대표적인 비자기물질이다.
외부 칩입자를 방어하는 인체의 면역체계는 선천성 면역계(자연 면역)와 후천성 면역계(획득면역 또는 적응면역)로 구분할 수 있다. 병원체 침입 초기에는 선천성 면역계가 병원체를 탐지하는 유형인식수용체(pattern recognition receptor)로 우리 몸을 방어한다. 선천성 면역계는 톨유사수용체-7(Toll-like receptor-7)과 RIG-I 수용체를 유형인식수용체로 이용하여 RNA형 바이러스인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를 탐지하고, 항바이러스 면역 반응을 유도한다.
이 면역계를 구성하는 대표적인 세포들로는 호중구, 대식세포, 자연살해세포(NK세포) 등이 있다. 모두 백혈구 종류들이지만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호중구와 대식세포는 감염된 기관지와 폐세포에 빠르게 도달하여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잡아먹는다(포식작용). 반면 자연살해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구멍 낸 후 효소를 세포 내로 주입하여 감염된 세포가 자살 또는 괴사되도록 유도한다.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수지상세포, 정규군 T세포 지휘·훈련
한편, 수지상세포는 감염된 세포를 포식한 뒤 스파이크나 껍질단백질을 분해하여 항원(Antigen)으로 전환시킨다. 항원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침입자의 단백질을 조각조각 낸 뒤 그 조각으로 적을 식별하는 표지를 만든다는 뜻이다.
바이러스와 전쟁을 나설 정규군인 T세포는 이 표지를 전달받은 뒤에야 전투를 시작한다. 초동 전투요원들인 수지상세포와 대식세포 등이 정보제공자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을 항원제시세포(Antigen-Presenting Cell‧APC)라 부른다. 이들은 면역세포 ‘대군’이 전투에서 피아를 구별하여 싸울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교관역할도 하는 셈이다.
동시에 수지상세포는 림프관을 통해 이동하며 바이러스와 접촉하지 않은 T세포들에게도 표지를 전달한다. 미접촉 T세포는 항원에 노출된 적이 없는(즉, 침입자의 정보를 제공받지 않은) 훈련병이다. 항원 정보를 제공받은 뒤에야 본격적인 전투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한편, 수지상세포의 한 종류인 형질세포형 수지상세포는 바이러스 감염을 탐지하여 항바이러스 면역의 핵심 물질인 ‘1형 인터페론(TypeⅠinterferon)’을 분비하여 T세포나 NK세포의 활성을 강화한다. 이 과정을 통해 세포 제거 능력이 한층 높아진다.
이러한 선천성 면역세포들은 추가로 주변에 위험 신호를 알리는 사이토카인과 방어를 위한 다른 면역세포의 유입을 촉진하기 위한 물질인 ‘케모카인(Chemokine)’을 분비하여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대한 방어시스템을 구축하고, 면역체계를 강화한다. 정리하자면, 선천적 면역기능에 이상이 없는 한 1차 방어 만으로도 바이러스의 침입을 상당히 방어할 수 있다.
▲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대한 면역 기작. 폐를 통해 침투하는 바이러스는 증식을 통해 감염된 세포 밖으로 분출되며, 이 바이러스를 제거하기 위해 몸 안의 면역체계가 활성화된다. 선천성 면역계(위)는 병원체 침입초기에 활성화되며 우리 몸을 방어한다. 후천성 면역계(아래)는 선천성 면역계에 연이어 활성화되며, 바이러스에 특이적인 시스템을 갖추어 공격한다. [그림: 김영찬]
바이러스 저격수: T세포와 B세포
우리 몸의 후천성 면역계는 특정 목표물을 타깃하는 ‘저격수’로 구성돼 있다. 저격수 역할을 하는 T세포는 폐를 비롯한 전신에 초병처럼 퍼져 있고 림프절에는 집단으로 모여 있다. 항체라는 특수무기를 다루는 저격수인 B세포 역시 림프절에 모여 있다.
T세포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감염된 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세포독성 T세포, 사이토카인을 분비하여 다른 면역세포들의 활성을 조절하는 제1형 도움 T세포, B세포의 항체 형성을 유도하는 제2형 도움 T세포, 항원을 기억해 뒀다가 다시 침입하면 공격하는 기억 T세포, 자연 살상 T세포 등이다. 이들은 바이러스 감염병에 대응하는 최고의 공격전투 요원들이다. 한편, B세포는 형질세포(plasma cell)로 분화되며 체내 바이러스 전파를 억제하는 바이러스 특이 항체를 생산하고 분비한다.
인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공격을 처음 당한 만큼 그에 대응하는 후천성 면역능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계속 공격을 받으면 해당 T세포와 B세포가 훈련을 거쳐 충분한 대응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에 따라 재발률은 급격히 감소하고, 집단면역이 증가한다. 그러나 집단면역에만 의존한 코로나-19의 퇴치에는 많은 희생이 따르기 때문에 심사숙고할 사항들이 많다.
코로나-19 예방 백심 및 치료제는 우리 몸의 이 후천성 면역계를 이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 과학자들은 환자의 B세포에서 만들어진 항체를 분석하고 재조합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한편, 특수 T세포를 증가하는 치료방법도 대두되고 있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특이적으로 작동하는 기억 T세포의 초기 생성을 촉진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서는 바이러스 제거에 효과적인 세포독성 T세포를 생성할 수 있는 면역원성 항원결정부위를 파악하고, 실제 코로나-19 환자 혈청에서 해당 T세포 및 생성된 항체들이 바이러스 수치 및 예후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바이러스 정복: 결국은 면역력이다
▲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이러스에 대한 개개인의 면역력을 높이는 일이다. 백신 투여는 인체의 면역체계를 이용하여 바이러스를 불활성화 시키는 항체를 만들게 하는 것이다. 또한 전반적으로 튼튼한 면역력을 가지고 있으면 예방백신이나 치료약의 도움 없이도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를 물리칠 수 있다. [그림: 고규영]
최근 각종 정보매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워 이기려면 면역력을 잘 유지하거나 높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젊고 면역력이 정상인 코로나-19 환자들은 대부분 가벼운 감기증상을 보였으며 대증적인 감기치료제로도 원만하게 치료됐다. 반면 면역력이 약한 노인이나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적극적 치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폐렴이 악화되어 사망에 이르는 사례가 많았다.
우리 생활에서 흡연, 과음, 중증 스트레스, 과로, 극한환경작업 등은 면역력을 감소시키는 주요인이다. 이들을 피하고 충분한 안정과 영양섭취, 그리고 실외 가벼운 운동으로 면역력을 유지하는 것이 일상생활에서 코로나-19를 이기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이렇게 하다 보면 개발되는 예방백신과 치료약 그리고 집단면역력과 더불어 코로나-19를 물리칠 수 있을 것이다.
글 |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 연구단 고규영(분자의과학), 김영찬(내과학)
KAIST 의과학대학원 이흥규(면역학)
편집 | IBS 커뮤니케이션팀
발행일 | 2020년 3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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