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이하 코로나-19)와 질환의 원인이 되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 또는 2019-nCoV)에 대한 과학 지식과 최신 연구동향을 담은 <코로나19 과학 리포트>를 발행합니다. IBS 과학자들이 국내외 연구동향과 과학적 이슈, 신종 바이러스 예방·진단·치료에 도움이 될 만한 연구진행 상황과 아이디어 등을 시민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팬데믹(Pandemic)과 함께 인포데믹(Infodemic)이 찾아왔다. 인포데믹은 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pidemic)의 합성어로 잘못된 정보가 미디어와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가는 현상을 말한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확산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가짜뉴스가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때로는 동일한 내용이 ‘순회공연’을 하듯 언어를 바꿔가며 나라마다 재생산되기도 한다.
코로나 관련 가짜뉴스의 특징
필자가 이끄는 기초과학연구원(IBS) 데이터사이언스 그룹은 이화여대 간호대학 연구진과 함께 코로나-19 관련 가짜뉴스를 분석했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진원지인 중국에서 생산된 주요 가짜뉴스 200여 건을 수집하고, 이 가운데 한국과 미국에 공통으로 확산된 정보가 있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가짜뉴스의 몇 가지 특징을 도출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만국 공통 가짜뉴스다. 마늘 섭취, 소금물로 입안 헹구기, 참기름을 콧속에 바르기 등의 민간요법과 10초간 숨 참기로 감염 여부를 자가 진단하는 방법 등이다. 코로나-19가 먼저 발발한 중국에서는 오래전 이들 정보가 거짓으로 판명됐다. 하지만 국경을 쉽게 넘어간 가짜뉴스와 달리, ‘팩트체크’된 정보가 국경을 넘는 데는 꽤 시간이 걸리는 모양이다.
중국에서만 퍼진 가짜뉴스도 있다. 불꽃놀이가 바이러스를 소멸시킨다든지, 울금(중국 약재)이나 항고혈압제가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정보가 여기에 속한다. 이러한 거짓 정보는 중국의 독특한 사회문화적 배경에서 비롯한 것으로 다른 나라로 확산되지 않았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 소식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며 근거 없는 희망이 거짓 정보에 담겼을 것이다.
한편, 아시아에서만 전파된 가짜뉴스도 있다. 품질이 낮은 마스크를 여러 겹 겹쳐 쓰면 바이러스 차단 효과가 높아진다는 가짜뉴스, 의료진에 대한 열악한 처우에 대한 뉴스 등이 여기 해당한다. 중국 우한 의료진은 매일 컵라면만 먹고 있다거나, 대구 의료진이 자비로 근무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아시아 지역은 국민 1인당 의료인의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적다. 급격히 늘어난 환자를 감당하기 힘들어진 의료진의 현실이 일부 반영되어 가짜뉴스가 생겨났을 것이다.
가짜 같은 진짜 뉴스도 존재
문자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공유된 일부 정보는 사실로 확인됐다. 신발을 집밖에 두면 바이러스 확산 가능성을 낮출 수 있고, 비말을 통해 튀어나온 바이러스가 특정 환경에서 24시간 이상 생존할 수 있다는 사실 등이다. 바이러스는 에어로졸 상태로 3시간 이상, 종이 표면에서 최대 24시간, 플라스틱이나 스테인리스의 표면에서는 2~3일간 생존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코로나-19가 통제되더라도 지구상에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에도 전문가들이 수긍한다.
반면, 아직 과학적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정보들도 있다. 비타민C 주사나 섭취가 확진자의 증상을 완화한다는 정보가 대표적이다. 동전이나 화폐로 감염된 사례가 있다는 내용도 미확인 정보이다. 다만,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만약을 대비해 화폐를 만진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을 것을 추천하고 있다.
이미 거짓으로 판명된 정보들이 언어를 바꾸며 새로운 나라에서 다시 전파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혼란과 두려움 가운데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할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일 것이다. 거짓 정보는 지역사회와 국가, 국제사회에 혼란을 야기한다. 심각한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가짜뉴스 속 거짓 예방법에 안심한 채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권고하는 ‘신체적 거리두기(physical distancing)’와 손 씻기를 소홀하게 하는 것은 위험하다. 비누로 손을 씻는 것은 코로나-19의 원인인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외부 벽을 해체해 바이러스를 소멸하게 하는 가장 좋은 예방법이기 때문이다.
▲ 비누로 손 씻기는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 가장 좋은 예방법이다. 비누로 손을 씻는 과정에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외부 벽 일부가 파괴되며 바이러스가 소멸되기 때문이다.
인포데믹으로 인한 크고 작은 피해 사례는 국내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국내 한 종교단체에서 가짜뉴스를 기반으로 소금물 스프레이를 교인들에게 뿌리고 코로나-19에 단체로 감염된 사건이 사회적 손실의 대표적인 사례다. 또 이란에서는 몸속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를 죽인다며 메탄올(공업용 알코올)을 마셔 수십 명이 숨지기도 했다. 가짜뉴스 속 자가진단법으로 검사를 마친 확진자들이 거리로 나선다면 또 다른 집단감염 피해 사례가 나올 수 있다.
가짜뉴스는 얼마나 빨리 확산되나
그렇다면 이러한 가짜뉴스들은 얼마나 빨리 퍼지고 있을까. 이탈리아 국립연구회(CNR) 산하 복잡계연구소(ISC) 연구진은 지난 3월 10일 가짜뉴스의 전염력을 분석한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학술논문 사전공개사이트(arXiv)에 공개했다.
이들은 감염병 확산을 예측하는 수학모델인 기초재생산지수(R0)를 이용해 SNS에서 코로나-19 관련 정보가 전파되는 양상을 분석했다. R0는 특정 감염병에 감염될 수 있는(감수성이 있는) 사람들로만 구성된 집단에서 감염자 1명이 유입됐을 때 몇 명의 2차 감염자를 발생시키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만약 R0가 1이라면 1명의 감염자는 새로운 1명의 2차 감염자를 발생시키고, 동시에 자신은 회복(혹은 사망)한다. 결과적으로 이 집단에는 총 1명의 감염자만 남고, 감염자의 수는 많아지지도 적어지지도 않게 된다.
연구진은 1월 1일부터 2월 14일까지 5개의 SNS 채널(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래딧, 갭)에 게시된 134만 건의 포스트와 746만 건의 답글을 분석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식적으로 질병의 이름을 COVID-19로 명명했던 1월 20일을 기점으로 게시 글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5개 채널에 게시된 코로나-19 관련 정보의 R0는 평균 3.3으로 분석됐다. 감염병에 있어 R0가 1보다 크면 팬데믹 발생 위험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처럼 게시 글의 R0가 3.3이라는 것은 인포데믹이 발생했다는 것을 나타낸다. 또 SNS 상 정보의 R0는 코로나-19의 R0(2.0~2.5 수준)보다 높았으며, 신뢰성 있는 출처의 정보 글(진짜뉴스)과 출처 미상의 정보 글(가짜뉴스)이 동일한 양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 SNS 채널 별 누적 게시 글 수(위)와 기초재생산지수(R0, 아래). 인스타그램의 경우 신규 사용자들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재생산지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R0가 100이 넘는 것은 실제 감염에서는 발생할 수 없는 사건이다. [Cinelli et al., 2020]
인포데믹 대처, 전문가들의 협력이 중요
가짜뉴스는 이제 코로나-19가 퍼지기 시작하는 남미와 동남아 등 세계 각국의 다양한 언어로 전파될 것이다. 과학적 검증이 마쳐진 사실 정보를 가짜뉴스가 생성되기 전에 이들 국가에 전파하는 국제적인 캠페인을 벌인다면, 인포데믹의 부작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필자를 비롯한 과학자들은 대표적인 가짜뉴스를 여러 언어로 번역하여 선제적으로 알리는 ‘루머를 앞선 팩트(Facts Before Rumors)’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국가에서 국가로 퍼지는 인포데믹을 방어하기 위함이다. 혼란이 큰 때다. 어느 때보다 전문가들의 노력과 협업이 필요하다.
글 | 차미영 기초과학연구원(IBS) 수리 및 계산과학 연구단 CI‧KAIST 전산학부 교수(데이터 사이언스)
편집 | IBS 커뮤니케이션팀
발행일 | 2020년 3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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