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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아씨들 인혜를 자유롭게 해줄 궁극의 기술은?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날 뻔 했습니다. 전형적인 루리지병입니다.
집안에 심장질환으로 돌연사 한 분이 계신가요?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작은아씨들’의 세 자매 중 막내 오인혜는 유전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습니다. 이 질환으로 인해 건강하게 살고 있던 18살 고등학생 인혜는 어느 날 갑자기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빨리 뛰며(심실 빈맥) 쓰러지죠. 병원으로 실려간 인혜에 대해 의사는 “언제고 쓰러져서 죽을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만큼 심실 빈맥은 위험한 증상입니다.

‘소리 없는 살인자’ ‘돌연사의 주범’이라고 불리는 부정맥은 심실 빈맥을 일으키는 주된 질환입니다. 심장의 전기적 신호에 문제가 생기면서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빨리 뛰거나, 반대로 너무 느리게 뛰죠. 증상이 심각한 경우 심장이 갑자기 멈춰버리는, 심장마비가 올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증상이 예고 없이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하죠.

아직 고등학생인 인혜도 평생을 언제 심장이 멈출지 모르는 위험을 안고 살아야 할까요?


<사진 1>  작은아씨들의 한 장면
<사진 1> 작은아씨들의 한 장면


작은아씨들에 등장하는 세 자매의 막내 오인혜가 유전성 심장질환으로 쓰러진 모습이다. 드라마 속 인혜는 손바닥 절반만한 제세동기를 심장에 삽입하는 수술을 진행한다.


국내 연구진, 심장에 ‘착붙’하는 제세동기 개발

다행히도 그건 아닙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심장에 제세동기를 달아주면 됩니다. 작은아씨들에서도 이 제세동기가 등장합니다. 의사는 인혜의 언니 인주에게 제세동기를 보여주며 “이것만 달면 일반인들처럼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인주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술비를 마련하기로 다짐하게 된 계기였죠.

제세동기는 심장이 일시적으로 멈춘 경우, 강한 전기를 흘려 보내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드는 기기입니다. 지하철역이나 큰 건물에는 의무적으로 제세동기를 설치하게 돼 있기 때문에, 아마 한 번쯤 보셨을 겁니다.

선천성 심장질환이 있거나 부정맥이 있는 일부 환자의 경우 크기가 작은 ‘이식형 제세동기’를 심장 근처에 삽입하는 수술을 하게 됩니다. 소형 제세동기를 항상 몸에 지니고 있는 셈이죠.

결국 수술을 받게 된 인혜는 수술장에 들어가기 전 언니에게 “수술 중 죽을 수도 있다”며 무섭다고 고백합니다. 인혜의 말처럼 작다고는 하지만 손바닥 절반 만한 제세동기를 심장 근처에 넣는 것은 간단한 수술이 아닙니다. 가슴 피부를 절개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죠. 또 정맥을 통해 전극을 심장에 넣어야 하기 때문에 수술 중 정맥에 구멍이 나거나 염증이 생기는 등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도 있습니다.

또 심장의 전기 활동을 감지해 이상 반응이 감지되면 전기 충격을 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외부의 전기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일상 생활 시 환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기존의 제세동기 사진 기존의 제세동기의 모양이다. 제세동기는 심장 근처에 두고, 정맥을 통해 심장 내부에 전극을 삽입한다. 심장의 전기적 신호에 문제가 발생하면 제세동기가 전기 충격을 가해 심장을 정상화 시킨다. (출처: 위키피디아)
<사진 2> 기존의 제세동기 사진 기존의 제세동기의 모양이다. 제세동기는 심장 근처에 두고, 정맥을 통해 심장 내부에 전극을 삽입한다. 심장의 전기적 신호에 문제가 발생하면 제세동기가 전기 충격을 가해 심장을 정상화 시킨다. (출처: 위키피디아)


최근 박장웅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의학연구단 연구위원 연구팀은 이런 문제를 해결한 이식형 제세동기를 개발했습니다. 기존의 제세동기처럼 전기적 신호를 감지하는 것이 아니라, 심장의 움직임, 즉 물리적인 운동을 감지하는 방식입니다.

연구진은 개발한 제세동기는 심장의 움직임을 민감하게 감지하기 위해 심장 표면에 ‘착붙’할 수 있는 패치 형태입니다. 반도체 기반의 압력센서 수십 개가 고르게 분포돼 있는 얇은 패치는 실시간으로 심장 표면의 압력 분포를 감지합니다.

또 심장의 움직임에 이상 반응이 감지되면 패치를 구성하는 나노 구조의 전극이 심장에 전기 자극을 가하게 됩니다. 전기 신호를 인지하는 역할이 아니기 때문에 외부의 전기 자극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죠.


웨어러블 전자패치 제세동기 IBS 나노의학연구단 연구진이 개발한 웨어러블 전자패치 제세동기는 심장의 물리적인 움직임을 인식해,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보일 시 나노 전극을 통해 전기충격을 가해준다. 나노 전극은 표면적이 넓어 안정적으로 전기를 전달할 수 있으며, 외부 전기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안전하다. (출처: IBS)
<사진 3> 웨어러블 전자패치 제세동기 IBS 나노의학연구단 연구진이 개발한 웨어러블 전자패치 제세동기는 심장의 물리적인 움직임을 인식해,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보일 시 나노 전극을 통해 전기충격을 가해준다. 나노 전극은 표면적이 넓어 안정적으로 전기를 전달할 수 있으며, 외부 전기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안전하다. (출처: IBS)


연구진은 패치 제세동기가 실제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부정맥을 유발한 토끼 동물모델을 이용해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토끼의 심장 표면에 부착된 패치 제세동기는 심장의 수축과 이완이 불규칙해지는 순간을 포착했습니다. 제세동기는 그 즉시 미세 전기 자극을 가해 심장 박동을 정상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후 10주간 토끼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박 연구위원은 “이번에 개발된 심장 부착형 전자패치 기술은 기존 이식형 제세동기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심장 질환 진단 및 치료 전자 장치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임상 시험을 통해 실제 부정맥 환자들에게 적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토끼 사진 토끼의 좌심실에 부착된 센서는 심장의 움직임을 감지한다. 토끼의 심장에 부착된 웨어러블 전자패치 제세동기는 토끼 심장의 수축과 이완이 불규칙해지자, 즉시 미세 전기 자극을 가했다. 연구진은 장치 삽입 후 10주간 토끼는 정상적인 생활을 지속하는 것을 확인했다.(출처: IBS)
<사진 4> 토끼 사진 토끼의 좌심실에 부착된 센서는 심장의 움직임을 감지한다. 토끼의 심장에 부착된 웨어러블 전자패치 제세동기는 토끼 심장의 수축과 이완이 불규칙해지자, 즉시 미세 전기 자극을 가했다. 연구진은 장치 삽입 후 10주간 토끼는 정상적인 생활을 지속하는 것을 확인했다.(출처: IBS)


“지금 내 스트레스는 어느 정도지?” 스마트렌즈로 확인한다

이번에 개발된 웨어러블 전자패치 제작 기술은 향후 헬스케어 분야에서 활발하게 사용될 전망입니다. 헬스케어의 기본은 측정, 데이터 분석, 솔루션 제시입니다. 이중 측정은 가장 어려운 난제로 꼽히는데요. 대체로 측정 기기는 덩치가 커서 항상 몸에 붙이고 있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측정이 가능해진다면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크게 늘어납니다. 땀이나 눈물을 분석해 각종 질병 위험성, 컨디션 등을 확인할 수 있죠. 대표적인 것이 실시간으로 혈당을 확인하는 연속혈당측정기입니다. 기존의 연속혈당측정기는 팔에 딱 붙이는 패치 형태로, 작은 주사바늘을 계속 꼽고 있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혈액에서 당의 양을 측정해야 하기 때문이죠. 패치 근처에 스마트폰을 가져다 대면 실시간으로 혈당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내 연구진은 2017년 혈액 대신 땀에서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 전자패치를 개발했습니다. 김대형 IBS 나노입자연구단 연구위원 연구팀은 다공성 금으로 당센서를 만들어 당에 대한 민감도를 높이고 크기도 작게 만들었습니다. 다공성 금 구조는 나노 크기의 금 구조체로, 표면적이 높고 제작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바늘이 없는 비침습적인 패치이기 때문에 당뇨 환자들의 불편함을 크게 덜어줄 수 있습니다.

눈물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박장웅 연구위원 연구팀은 2020년 스트레스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스마트렌즈’를 개발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7월 10일자에 발표했습니다. 최근 스트레스로 인해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직장인이 늘고 있는 만큼, 직장인들의 건강관리에 유용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연구진은 눈물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알려진 ‘코티졸’의 양을 검출해 스트레스 수치를 측정하는 전자패치를 개발했습니다. 스마트렌즈를 끼고 스마트폰을 렌즈 근처로 가져가면 실시간으로 스트레스 수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제 스마트렌즈 착용하는 모습 실제 스마트렌즈를 착용한 모습이다. 앞을 보는 데 문제가 없도록 투명한 소재를 활용해 부품을 제작했다. 렌즈 내에 NFC 칩이 내장돼 있어 스마트폰을 가까이 가져가면 스트레스 지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출처: IBS)
<사진 5> 실제 스마트렌즈 착용하는 모습 실제 스마트렌즈를 착용한 모습이다. 앞을 보는 데 문제가 없도록 투명한 소재를 활용해 부품을 제작했다. 렌즈 내에 NFC 칩이 내장돼 있어 스마트폰을 가까이 가져가면 스트레스 지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출처: IBS)


스마트렌즈의 경우 연속혈당측정기에 비해 제약이 많습니다. 눈에 껴야 하니 일단 두께도 훨씬 얇아야 하고, 잘 구부러져야 하며 투명하기까지 해야 합니다. 또 꼈을 때 이물감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렌즈에 들어갈 부품들도 아주 아주 작아야 하죠.

연구진은 ‘나노 기술’에서 그 해답을 찾았습니다. 스마트렌즈에는 코티졸을 인식하는 센서, 이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보내기 위한 전극, 안테나, NFC 칩 등이 있어야 합니다.

연구진은 우선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을 이용해 센서를 제작했습니다. 그래핀은 탄소 한 층으로 이뤄진 얇은 나노 소재입니다. 연필심의 재료인 흑연을 스카치테이프로 살짝 떼었다 붙이는 과정을 반복하면 그래핀을 얻을 수 있습니다. 흑연과 마찬가지로 탄소 원자들이 벌집 모양을 이루고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전기가 잘 흐른다는 특성을 갖습니다. 센서로 사용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소재인 셈이죠.

코티졸(호르몬)은 일종의 화학 물질이기 때문에 그래핀을 만나면 미세하게 저항을 변화시킵니다. 센서는 이를 감지해 스트레스 수치를 정확히 계산합니다.


실제 스마트렌즈 모양 연구팀이 개발한 스트레스 수치 측정용 스마트 콘택트렌즈 본 연구에서 개발된 스마트 렌즈는 실제 소프트 콘택트렌즈 제작에 사용되는 물질로 제작되어 이물감이 적으며 안전하다.(출처: IBS)
<사진 6> 실제 스마트렌즈 모양 연구팀이 개발한 스트레스 수치 측정용 스마트 콘택트렌즈 본 연구에서 개발된 스마트 렌즈는 실제 소프트 콘택트렌즈 제작에 사용되는 물질로 제작되어 이물감이 적으며 안전하다.(출처: IBS)


연구진은 여기에 더해 은 나노와이어를 그물망 구조로 만들어 유연한 투명 전극과 안테나를 제작했습니다. 은 나노와이어는 나노미터 단위의 크기의 얇은 실(와이어)로, 이를 이용해 구조체를 만들면 투명한 부품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개발된 스마트렌즈는 실제 사람이 착용했을 때 이물감이 없었으며 안전에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연구진은 착용 상태에서도 렌즈가 정상 작동했으며, 렌즈에서 발생하는 열이나 전자기파가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실제 상용화 가능성을 확인한 것입니다.

드라마 속 인혜는 제세동기를 삽입하는 수술을 무사히 마쳤고, 언니들을 떠나 모르는 곳에서 홀로 독립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주기적으로 배터리를 교체하기 위해 국내로 들어와야 하고, 혹시 주변에 제세동기에 오류를 불러올 수 있는 기기들이 있는지 긴장하며 돌아다녀야 합니다. 만약 나노 기술을 활용한 전자패치가 상용화된다면 그때는 인혜가 바라는 완전한 자유를 얻을 수 있겠죠? 아마 아주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본 콘텐츠는 IBS 공식 포스트에 게재되며, https://post.naver.com/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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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23-11-28 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