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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3세 이하때 치료만 받으면 완치할 가능성 발견

IBS 연구진, 유년기 약물 치료를 통한 완치 가능성 동물실험으로 확인

상대의 눈을 딱 보는 게 자폐인한테는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야.


최근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갖고 있는 주인공이 변호사로 활약하는 모습을 그렸다. 그는 우리가 흔히 아는 자폐증 환자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법전은 물론, 한 번 본 문서는 내용과 위치까지 틀림없이 기억하는 천재적인 지능을 가졌다. 완벽하진 않지만 대형로펌이란 조직에서 동료 변호사들과 제법 어울리는 사회적인 모습도 보였다.


그럼에도 그는 왕왕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인한 한계에 부딪히곤 했다. 동료 변호사들과 사건에 대해 논의하다가 갑작스레 자신이 좋아하는 고래를 떠올리며 고래 이야기를 쏟아내기도 하고, 큰 소리가 나면 불안정해지며 소리를 질렀다. 자폐증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의 시선을 고스란히 받아내며 그 고통을 감내하는 현실을 마주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시청자들은 그의 부모처럼 ‘자폐증이 아니었다면’ 하는 아쉬움을 들게 했다.


사진 1.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한 장면.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 우영우는 소음에 민감해 헤드폰을 쓰고 출근한다. (출처: ENA)
사진 1.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한 장면.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 우영우는 소음에 민감해 헤드폰을 쓰고 출근한다. (출처: ENA)


그런데 최근 자폐증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면 완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연구 결과가 발표돼 주목받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 김은준 단장 연구팀은 자폐증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면 완치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논문 2편을 연달아 발표했다.


자폐증 발생 기작, 유년기와 성체기 서로 달라

우영우 변호사가 반복적으로 언급했듯, 자폐증은 공식적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다. 같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진단을 받더라도, 개인마다 발현되는 증상과 심각도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을 경우 언어적인 결함이 나타나는데, 누군가는 말을 전혀 못하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상대방의 말을 그대로 따라하는 반향 증상이 나타난다. 사람들과 대화를 이어나가다가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빠져 주제와 벗어난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드라마에서 우영우 변호사가 어떤 대화를 하더라도 고래 생각에 빠져드는 것처럼 말이다.

증상이 다양한 만큼 자폐의 원인과 발생 메커니즘도 매우 다양하다. 현재까지 알려진 자폐발생 메커니즘은 10여 가지로 알려져 있다. ‘옥시토신 가설’, ‘NMDA 수용체 기능 가설’ ‘m-TOR 가설’ 등이 있다.

김은준 단장 연구팀은 시냅스 단백질에 주목했다. 시냅스는 뇌의 기능을 수행하는 가장 기본이 되는 단위로, 뇌세포들 사이에서 신경 전달이 일어나는 곳이다. 만약 뇌기능 조절에 필요한 특정 시냅스 단백질이 지나치게 부족하거나 없을 경우 시냅스 형성이 정상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신경회로에 변화가 생기면, 뇌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며 자폐와 같은 정신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시냅스 단백질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자폐증은 전체 원인의 3분의1에서 4분의1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유년기에 생기는 뇌의 변화가 성인 시기까지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험을 계획했다. 우선 자폐 유발 유전자 중 하나인 ‘MYT1L 유전자’를 제거한 실험쥐를 만들었다. 이 실험쥐는 처음 보는 쥐들과 같은 공간에 있을 때, 다른 쥐들을 피하거나 혼자 뜀박질을 하는 행동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낯선 쥐를 만났을 때 코를 갖다대며 서로의 냄새를 킁킁 맡는 일반쥐와 달리 사회성이 결여된 자폐 증상을 보인 것이다. 이후 MYT1L 유전자 제거 실험쥐가 성체로 자랄 때까지 시기별로 뇌의 모습을 촬영해 그 모습을 비교해 보았다.



사진 2. 성장 과정에 따른 MYT1L 돌연변이 실험쥐의 자폐 증상
MYT1L 단백질 결핍은 유년기 생쥐의 흥분성 시냅스 수를 감소시킨다. 자폐 증상은 청소년기에 일시적으로 정상화되지만, 성체 시기에 다시 억제성 시냅스의 수가 증가하며 나타난다. 즉, MYT1L의 결손으로 인한 뇌 변화가 오랜 기간 동안 축적되어 성체 시기에 사회성 저하 및 반복행동을 유발한다. 자폐증의 조기 진단 및 치료가 중요하다. (출처 : IBS)


그 결과, 유년기와 청소년기, 성체기의 시냅스의 활동이 완전히 달랐다. 뇌의 변화는 유년기에 나타났다. 유년기에 살펴본 MYT1L 유전자 제거 실험쥐의 뇌 전전두엽에서 흥분성 시냅스의 수와 신호 전달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시냅스는 흥분성 시냅스와 억제성 시냅스로 구분되는데, 두 시냅스의 균형이 깨지면 뇌 정신질환이 유발된다.

이후 청소년기에는 자폐 증상이 나타나지 않다가 성체시기에 다시 강하게 나타났다. 성체가 된 MYT1L 유전자 제거 실험쥐의 뇌에서는 억제성 시냅스와 신호전달이 증가했다. 즉, 유전자 이상이 유년기에 뇌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하고, 오랜 기간 축적돼 있다가 성체기에 다른 메커니즘으로 자폐 증상을 유발한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이 연구 결과는 자폐 증상이 성장 과정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발생하는지 그 기작을 분석한 것”이라며, “치료를 위해서 유년기의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년기 약물 치료, 효과 있다!

김은준 단장은 ‘치료 시기’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대개 3세 이전에 다른 또래들과의 발달상의 차이점으로 발견된다. 우영우 변호사처럼 지능이 특별히 뛰어나거나 증상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일부 아이들의 경우 7~8세가 되어서야 진단을 받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3세 이전에 진단 받아 치료하면 자폐 증상을 완화는 물론 완치도 가능하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치료 시기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후속 연구를 진행했다. 이번에는 또 다른 자폐 유발 유전자 중 하나인 ‘ARID1B’를 제거한 실험쥐를 이용했다. ARID1B 제거 실험쥐는 MYT1L 제거 실험쥐와 마찬가지로, 사회성 저하 및 반복 행동을 보였다. ARID1B 돌연변이 실험쥐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유년기 시절 ARID1B 유전자가 제거되면서 뇌 전전두엽의 흥분성 시냅스 수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청소년기와 성체 시기 쥐의 흥분성 시냅스 기능 감소로 이어졌다.



사진3. 유년기 치료 여부에 따른 성체기의 자폐 증상 발현
흥분성 시냅스의 수와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자폐 증상이 유발된다. 연구진은 유년기에 집중적인 약물치료를 진행하면 사회성 저하와 반복행동 등 자폐의 대표적인 증상이 성체기까지도 완화됨을 동물실험을 통해 확인했다.(출처:IBS)


이어 ARID1B 제거 실험쥐가 생후 3주가 될 때까지 흥분성 시냅스를 항진시키는 약물 ‘플루옥세틴(Fluoxetine)’을 투여하기로 했다. 자폐를 일으키는 뇌의 변화가 유년기에 시작된다는 이전 연구 결과에 착안한 것이다. 생후 3주령은 사람으로 치면 3세 이하의 나이에 해당한다. 연구진은 어미 쥐에게 풀루옥세틴을 희석한 약물을 주입하고, 모유 수유를 통해 새끼 쥐에게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3주 동안 약물 치료를 한 결과, ARID1B 제거 실험쥐는 정상 쥐와 유사한 수준의 사회성과 반복 행동을 보였다. 전기생리학 실험을 통해 전전두엽에서의 흥분성 시냅스의 신호 전달을 측정하였을 때, 시냅스의 신호 전달과 수가 정상 쥐 수준이 되었음을 확인하였다. 또한, 시냅스의 숫자를 전자 현미경을 이용해 측정해 봤는데, 신호 전달이 정상 쥐 수준으로 나타난 것은 시냅스 숫자의 회복으로 인한 것임을 확인하였다. 이후 치료를 중단해도 그 효과가 성체기까지 이어졌다.



사진 4. ARID1B 결손 자폐 생쥐의 유년기 약물 치료 효과
흥분성 시냅스를 항진시키는 약물인 ‘플루옥세틴(Fluoxetine)’을 유년기에 투여하면, 시냅스 억제 유전자가 정상화되며 전전두엽의 흥분성 시냅스의 수와 기능이 정상 생쥐 수준으로 회복된다. 이 효과는 약물 투여가 중단된 후에도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 IBS)



사진 5. ARID1B 결손 생쥐의 시냅스 수 변화
정상 생쥐(왼쪽 위)의 시냅스에 비해, ARID1B 결손 생쥐의 흥분성 시냅스 수 (오른쪽 아래)는 현저히 감소된 상태다. 플루옥세틴을 이용한 유년기 치료는 정상 생쥐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으나(오른쪽 위), ARID1B 결손 생쥐에게는(오른쪽 아래) 정상 생쥐 수준으로 흥분성 시냅스 숫자를 회복시켰다.(출처:IBS)


연구를 이끈 김은준 단장은 “두 건의 연구를 통해 성장 과정에 따른 자폐 발생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유년기의 집중 치료 후 추가로 약물을 투여하지 않아도 평생 자폐 증상이 완화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다른 유전자에 의해 유발되는 자폐 증상 역시 유년기 진단 및 약물 치료로 완화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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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23-11-28 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