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와 인류, 그 공생의 역사. 쥐는 인간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가?“ 쥐와 인류, 그 공생의 역사. ”
“ 똘기, 떵이, 호치, 새초미 자축↗인↘묘~♪20~30대 사람들 중 십이지를 제대로 외우지 못하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 순서는 물론 해당하는 동물들까지 줄줄 꿴다. 그들이 주입식 교육을 받거나 나이가 들어서는 아니다. 그들에겐 십이지를 외우게 해준 마법의 노래, 그리고 추억의 만화영화가 있었다. 바로 1996년 KBS에서 반영한 ‘꾸러기 수비대’다. 경자(庚子) 년, 흰쥐(白鼠)의 해이다. 꾸러기 수비대의 12동물 중 대장인 똘기의 해가 왔다. 하지만 슬프게도 똘기는 사람들에게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동물이다. 예로부터 사람들이 애써 모아놓은 곡식을 먹기 때문에 간사하고, 약삭빠르고, 도둑질을 하는 동물로 생각됐다. 또 사람들의 음식에 병원균을 전파하는 위험하고 지저분한 동물로 여겨지기도 했다.
요새는 아파트에 생활하면서 거의 볼 수 없지만 아직도 단독주택 주변에는 날쌔게 움직이는 쥐들을 볼 수 있다. 1960년대 말 필자가 국민학교(다시 말하지만 국민학교가 맞다.) 학생이었을 때, 마을에 쥐가 하도 많아서 쥐를 잡아 쥐꼬리를 제출하도록 학교로부터 명을 받아 쥐 소탕 작전을 벌인 기억이 난다. 아마 사람들도 먹을 것도 없던 시절이었기에 쥐들이 곡식을 훔쳐 먹지 못하도록 조치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지금은 형편이 나아져서 현재 살고 있는 강원도 한계리 집주변에, 동물들이 겨울철을 잘 보내도록, 비록 벌레 먹은 쌀이지만 한편에 놓아두면 다람쥐와 쥐 그리고 새까지 와서 끼니를 때우고 가고 있다. 2020년 경자년,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는 쥐를 대변(代辯)하기 위해 이 글을 적어본다. 오해와 달리 쥐는 인류에게 꽤 많은 도움을 준 동물이다. 특히 과학의 발전에 쥐는 일등 공신 역할을 톡톡히 했다. 쥐가 과학과 만났을 때실험용 마우스는 19세기 멘델의 유전법칙이 재조명되면서, 쉽게 사육하고 번식시킬 수 있으며, 작고 값이 저렴한 실험동물의 필요성이 요구되면서 대규모로 번식되기 시작했다. 20세기에 들어 사람과의 비교 유전자 지도를 이용한 마우스의 효용성을 인식하면서 마우스는 지구상의 포유동물 중에서 유전학적으로 가장 잘 밝혀진 동물이 됐다. 또한 줄기세포와 키메라 기법을 이용한 돌연변이 작제 기법으로 수많은 질환 모델 동물을 만들어 오다가 최근에는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편집 방법으로 더욱 정교하고 다양한 돌연변이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 동물실험에 사용된 실험동물 수는 총 372만 7000마리로 그중 마우스와 래드가 전체 실험동물 사용 마리 수 중 84.1%를 차지하고 있다. 유전자 기능연구에 사용하는 돌연변이 계통의 마우스는 종래 사용하던 근교계 마우스보다 유전적인 변화가 발생하였고 그에 따른 표현형이 예상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게 발현되기 때문에, 종래에 사육하던 환경에서는 감염성 병원체 같은 외부 요인들에 대하여 새롭고 예측할 수 없는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러한 예상치 못한 증상, 병변, 역학 등이 연구를 진행하는데 장애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인간의 질환 모델의 대상으로서 연구로서뿐만 아니라 연구의 질을 높이기 위한 쥐 자체의 건강과 질병에 대한 연구도 다른 어느 동물보다도 깊이 진행되고 있다.
쥐를 활용해 발견한 주요 연구 업적들은 노벨상 수상자들이 쥐를 사용하여 연구한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쥐를 이용하여 처음으로 논문을 낸 학자는 프랑스의 생물학자인 뤼시앵 큐놋(Lucien Cuénot)으로, 1902년부터 1905년까지 멘델의 유전법칙을 적용하여 쥐의 털색에 관련된 유전자와 치사 유전자인 Ay에 대하여 논문을 발표하였다. 지금은 연구자들은 털색 관련 유전자를 지표로 알비노 마우스들이 유전적으로 오염되었는지 확인하고 있다. 그 후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들이 쥐를 실험동물로 이용한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노벨상 수상연도 기준 바이러스 면역(1951), 주조직적합성복합체(1948), 면역관용(1950), 유전암호 (1961), 역전자효소와 제한효소(1970), 재조합 DNA(1972), 단클론 항체(1975), DNA 염기서열 분석(1977), PCR(1983), HIV(2008), 텔로머라제(2009), 선천면역(2011), autophagy(2016), 그리고 작년의 세포의 산소 이용에 대한 적응 기전(2019) 등 수많은 노벨상이 쥐와 함께 배출됐다. 과학의 발전과 역사에서 쥐를 빼놓을 수 없다는 의미다. 백서를 이용한 실험의 문제점
사람의 의약품 개발은 규정에 따라 안전성과 효능을 동물과 사람에게서 평가한 다음에 신약으로서 탄생하게 된다.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전임상 시험 과정에서는 설치류와 비설치류 각각 1종을 이용하여 안전성을 평가한다. 이러한 동물들의 유전적 요인과 사육환경은 사람의 환경과 너무 다르다. 전임상 시험에 주로 사용되는 랫드는 근교화가 일어나지 않도록 교배를 통하여 유지되고 있지만 어느 정도 유전적 동질성을 가지고 있는 폐쇄 군이라는 집단이다. 이들은 실험 목적상 같은 사료와 물을 마시고 일정한 온도, 습도, 조도, 환기, 습도에서 사육되며 질병상태도 거의 유사하게 조절되어 있다. 이러한 실험용 동물을 이용한 독성 실험 결과를 건강한 사람에게 적용하여 부작용이 없는지 평가하는 임상I상을 통과하는 비율은, 최근 9년간 조사한바, 고작 10% 이하라고 한다. 동물실험에 들어간 막대한 비용과 전문인들의 노력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그리고 수많은 동물들이 얼마나 헛되게 희생되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동물을 이용하는 약효시험도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의 질병과 유사한 각종 질환 모델 마우스를 유전자조작이나 화학물질 등을 처치하여 만든 다음에, 신약후보물질을 그러한 동물에 처치하여 약효시험을 하지만, 이러한 동물에서 나타나는 반응은 다양한 유전적 그리고 물리적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사람과는 너무 큰 차이를 보인다. 이와 같이 마우스를 이용한 동물실험은 세포를 이용한 실험 결과를 진일보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지만 사람에 적용하기에는 너무 격차가 큰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동물실험 결과를 가장 정확하게 해석하기 위해서는 동물실험 기법의 전문화, 사육환경의 고도화, 동물의 전신 장기에 나타나는 병리학적 변화를 해석하는 능력의 전문화 및 동물실험 결과의 의미 있는 통계적 처리가 필요하다. 쥐는 생각보다 자비로운 동물이다데카르트는 동물은 영혼이 없는 기계 같다고 주장하였다. 그런데 랫드가 동정심을 가지고 곤궁에 처한 같은 케이지에 있던 랫드를 구한다는 사실을 과학자들이 입증하였다. 연구자들은 물에 흠뻑 젖어 고통스러워하는 같은 종의 랫드를 같은 케이지에 살던 다른 랫드가 돕는지 알아보았다. 물에 빠져 고통스러워하는 같은 케이지에 살던 랫드를 돕기 위하여 문을 열지, 아니면 사료를 구할 수 있는 방 쪽의 문을 열지, 랫드가 선택하도록 하는 실험을 하였다. 실험결과 랫드는 고통스러워하는 동료 랫드를 도운 다음에 사료를 구하는 행동을 보였다. 다시 말하자면 고통스러워하는 랫드를 돕는 가치가 사료를 보상받는 가치보다 랫드에 있어서는 더 크게 작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사람은 자신에게 불이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에 대하여 도움을 베푼다. 이러한 행위를 친 사회적 행동이라 할 수 있다. 연구자는 그의 연구 결과로부터 랫드가 친사회적으로 행동하며 도움을 주는 랫드는 동종의 같은 케이지에 살던 랫드에 대하여 동정심 같은 감정으로 곤란에 빠진 랫드를 돕는다고 주장하였다. 실험용 마우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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