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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럿보다 가치 있는 나노 다이아몬드의 세계

지난 해 11월, 희대의 보석 절도 사건이 발생했다. 유럽 최고의 보석 박물관으로 알려진 독일 드레스덴 그뤼네게뵐베 박물관에 도둑이 들어 무려 1조 원어치의 보석을 훔쳐 간 것이다. 독일 경찰이 공개한 도난품은 박물관을 대표하는 값비싼 다이아몬드 장신구들이라 화제가 됐다.

ⓒpixabay
▲ ⓒpixabay

다이아몬드는 희귀함과 특유의 번쩍거리는 광채 덕에 비단 도둑들에게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모든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아 ‘보석의 왕’으로 군림해 왔다. 과거에는 권력이나 막대한 부를 가진 왕족과 귀족들만이 가질 수 있는 보석이었다. 1940년대 들어서 다이아몬드 광산이 차례로 발견되고, 세공 기술이 발달하면서 다이아몬드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맨틀 내부에서 생성되는
천연 다이아몬드부터 합성 다이아몬드까지

다이아몬드는 탄소 원자만으로 이루어진 물질이다. 탄소는 지구에서 흔한 물질인데, 다이아몬드는 왜 희귀한 걸까. 우리가 사는 지표 부근은 다이아몬드가 만들어질 수 없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가 형성되려면 5~6만 기압과 1300~1800℃에 이르는 극한 환경이 필요하다. 이런 환경은 지구 내부의 50~250km 부근(맨틀)에서나 가능하다. 엄청난 압력과 높은 온도에서 오랜 시간이 지나야만 탄소 원자로부터 다이아몬드가 만들어질 수 있다.

세공하기 전 다이아몬드 원석의 모습 ⓒPetra Diamonds
▲ 세공하기 전 다이아몬드 원석의 모습 ⓒPetra Diamonds

이렇게 만들어진 다이아몬드는 암석에 박혀 화산 활동으로 마그마가 급격하게 폭발할 때 함께 땅 위로 올라온다. 대표적인 암석이 ‘킴벌라이트’다. 이 킴벌라이트를 채굴해 다이아몬드를 찾는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보츠와나 등의 아프리카 여러 국가, 러시아, 캐나다 등이 다이아몬드 산지로 유명하다.

하지만 보석으로 쓰일 만큼 질이 좋은 다이아몬드는 드물다. 불순물이 많고 크기가 작은 대부분의 다이아몬드는 공업용으로 사용된다. 매년 채굴되는 다이아몬드의 80%가 보석이 아닌 공업용으로 쓰인다.

다이아몬드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광물 중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이다(경도가 가장 크다). 다이아몬드에 흠집을 낼 수 있는 건 다이아몬드밖에 없다는 말이 유명한 이유다. 바로 이 특성 덕분에 다이아몬드는 단단한 암석이나 콘크리트, 금속 등 거의 모든 물질을 깎고 자르거나 다듬는 연마재로 사용된다. 또 열전도율이 뛰어나 반도체나 광통신 소자에서 열 방출을 돕는 열방산체(thermal spreader)로도 쓰인다.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는 다이아몬드 블레이드. 콘크리트나 대리석은 물론 거의 모든 물질을 자르고 다듬는 데 다이아몬드가 사용된다. ⓒWikimedia Commons
▲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는 다이아몬드 블레이드. 콘크리트나 대리석은 물론 거의 모든 물질을 자르고 다듬는 데 다이아몬드가 사용된다. ⓒWikimedia Commons

공업용 다이아몬드의 수요가 높아지자 1953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화학자인 트레이시 홀은 다이아몬드를 인공적으로 합성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 하다. 지구 내부 맨틀에서 다이아몬드가 만들어지는 조건을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어 주면 된다. 준비물은 흑연이다.

다이아몬드(왼)와 흑연(오)의 결정 구조. 모두 같은 탄소 원자로 이루어졌지만 결합이 달라 서로 다른 구조를 이루고 있다 ⓒWikimedia Commons
▲ 다이아몬드(왼)와 흑연(오)의 결정 구조.
모두 같은 탄소 원자로 이루어졌지만 결합이 달라 서로 다른 구조를 이루고 있다 ⓒWikimedia Commons

흑연과 탄소는 모두 탄소원자로 이루어진 물질이지만 구조가 다른 ‘동소체’다. 흑연은 탄소 원자가 다른 탄소 원자 3개와 결합한 얇은 판 모양의 구조를 하고 있다. 반면 다이아몬드는 하나의 탄소 원자가 다른 4개의 탄소와 결합해 정사면체 구조를 이루고, 이 정사면체들이 3차원으로 견고하게 연결돼 있다.

흑연 덩어리를 기계에 넣고 1~2시간 동안 5만 기압, 1500℃ 이상의 고온 고압을 가하면 다이아몬드가 된다. 물론 천연 다이아몬드처럼 커다란 원석을 얻을 수는 없고, 흑연 덩어리 안에 촘촘하게 박힌 작은 알갱이 형태로 생성된다. 이렇게 얻은 인공 다이아몬드는 천연 다이아몬드와 같은 성질을 지니고, 값도 더 싸다.

최근에는 화학기상증착(Chemical Vapor Deposition)이라는 방법으로 다이아몬드를 합성하기도 한다. 먼저 아주 작은 다이아몬드 결정을 진공 상태의 합성 용기에 넣는다. 이 결정은 큰 다이아몬드를 만들기 위한 ‘씨앗’ 역할을 한다. 여기에 메탄과 수소 기체를 주입한 뒤, 온도를 3000℃까지 올려 플라스마 상태로 만든다. 이때 메탄이 분해되면서 나오는 많은 양의 탄소 원자가 다이아몬드 결정에 결합해 다이아몬드로 자란다. 2018년 5월 영국 카디프대학교의 올리버 윌리엄스 교수는 이 방법을 사용하면 시간당 0.006mm의 속도로 다이아몬드 결정이 생성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일주일 만에 1캐럿짜리 다이아몬드를 만들 수 있는 속도다.

나노 다이아몬드 세계에서는 다이아몬드도 구부러진다

장점이 많은 다이아몬드에게도 약점은 있다. 바로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다이아몬드는 깨지거나 부서질 수는 있지만 구부러지지는 않는다. 0.1~1%만 잡아당겨도 쉽게 깨진다. 그런데 2018년 4월 20일자 <사이언스>지에 이를 완전히 뒤집은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나노 세계에서는 다이아몬드도 탄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펑 딩 기초과학연구원(IBS)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 그룹리더 팀은 홍콩시립대, 난양공대, MIT와 함께 다이아몬드의 탄성을 연구했다. 우선 펑 딩 교수팀은 다이아몬드의 결정구조 분석을 통해 다이아몬드의 탄성력이 부족한 이유가 결정 구조 안의 결함 때문임을 알아냈다. 대부분의 다이아몬드는 결정 구조 안에 결함을 가지는데, 이들 결함에 충격이 모이면 쉽게 금이 가고 깨지게 된다. 연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결함 없이 깨끗한 다이아몬드 결정은 최대 12%까지 늘려도 부러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나노 크기의 다이아몬드에 힘을 줘서 휘어지도록 만들고 촬영(위). 다이아몬드가 이론적으로 얼마까지 늘어날 수 있는지 계산(아래). ⓒScience
▲ 나노 크기의 다이아몬드에 힘을 줘서 휘어지도록 만들고 촬영(위).
다이아몬드가 이론적으로 얼마까지 늘어날 수 있는지 계산(아래). ⓒScience

나노 크기의 다이아몬드에 힘을 줘서 휘어지도록 만들고 이를 촬영했다(위). 펑 딩 교수 연구팀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다이아몬드가 이론적으로 얼마까지 늘어날 수 있는지 계산했다(아래). ⓒScience

이를 실제로 확인해보기 위해 홍콩시립대 연구팀은 화학기상증착법으로 300nm 길이의 바늘 모양 나노 다이아몬드를 합성했다. 수 mm 크기의 일반 다이아몬드에 비해 1만 배 정도 작은 크기다. 이 나노 다이아몬드는 결함이 없는 순수한 다이아몬드 결정이었다. 연구팀은 나노 다이아몬드를 누르면서 이 과정을 주사전자현미경(SEM)으로 관찰했다. 그 결과, 나노 다이아몬드는 약 30도까지 휘면서 최대 9%까지 늘어났다가 되돌아왔다. 이론적으로 계산한 다이아몬드의 탄성력에 근접한 결과다. 펑 딩 교수는 “100% 이상 늘어나는 고분자나 고무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재료보다 탄성력이 크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견고하면서도 유연한 초미세 다이아몬드 바늘은 유전자나 약물을 세포로 옮기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탄성을 가진 다이아몬드 재료는 유연한 미래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데 활용​될 수 있다. 펑 딩 교수는 “다이아몬드가 탄성까지 가지면 세상을 바꾸는 재료가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0.5nm 두께의 세상에서 가장 얇은 다이아몬드 합성

나노 다이아몬드의 신비함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2019년 12월에는 IBS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의 로드니 루오프 단장 연구팀이 그래핀을 이용해 세상에서 가장 얇은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래핀은 흑연처럼 탄소 원자가 주변 탄소원자 3개와 결합해 육각형 벌집 모양을 이룬 평면 소재다. 강도가 높고, 열과 전기를 잘 전달하며 2차원 평면 구조이기 때문에 자유자재로 휘어진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그래핀의 구조에 변화를 주어 얇은 초박막 다이아몬드(다이아메인)를 합성하려고 노력해왔다. 하지만 높은 압력을 가해야만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고, 변화시키더라도 압력이 낮아지면 다시 그래핀으로 돌아가서 안정성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이 개발한 초박형 다이아몬드의 구조. 불소화 과정을 통해 합성했다는 의미에서 연구팀은 이 다이아몬드를 'F-다이아메인'으로 이름 붙였다 ⓒIBS
▲ 연구팀이 개발한 초박형 다이아몬드의 구조.
불소화 과정을 통해 합성했다는 의미에서 연구팀은 이 다이아몬드를 'F-다이아메인'으로 이름 붙였다 ⓒIBS

연구팀은 상온·대기압 조건에서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다이아메인을 합성했다. 구리니켈(CuNi) 합금 기판 위에 2개의 그래핀이 쌓인 이중층 그래핀을 만든 뒤, 화학기상증착법을 이용해 불소 기체를 주입했다. 주입된 불소는 그래핀과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3개의 다른 탄소 원자와 결합하고 있던 탄소를 4개의 원자와 결합하도록 만들었다. 2차원 필름 형태의 다이아몬드를 얻은 것이다. 연구팀이 만든 다이아몬드의 두께는 0.5nm에 불과했다.

구리니켈 기판 위 이중층 그래핀(왼)과 F-다이아메인의 투과전자현미경(TEM) 이미지. ⓒIBS
▲ 구리니켈 기판 위 이중층 그래핀(왼)과 F-다이아메인의 투과전자현미경(TEM) 이미지. ⓒIBS

2차원 평면 형태의 다이아몬드는 반도체 소자, 전기, 기계, 화학 등에서 폭넓게 이용될 수 있다. 로드니 루오프 단장은 “다이아몬드의 우수한 성질을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라며 “향후 전기적·기계적 특성까지 조절 가능한 다이아몬드 필름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 12월 10일자에 게재됐다.

다이아몬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나노 세계에서도 찬란한 잠재력을 빛내고 있다. 최고의 보석을 넘어 최강의 재료가 될 다이아몬드의 무궁무진한 변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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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19-12-17 14: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