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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통 풀어주는 초음파가 우울증도 잡는다

들을 수 없는 그 소리, 초음파의 활용

박쥐는 초음파를 활용해 어둠 속에서 장애물에 부딪히지 않고 잘 날 수 있다. (출처: F. C. Robiller)
▲ 박쥐는 초음파를 활용해 어둠 속에서 장애물에 부딪히지 않고 잘 날 수 있다. (출처: F. C. Robiller)

잔잔한 호수에 돌을 하나 던지면 동심원 모양의 물결이 퍼져 나간다. 이런 파동현상은 물리학에서 숱하게 접할 수 있는데, 인류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준 문명의 이기로도 응용된다. 방송 및 통신에 널리 활용되는 전자기파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전자기파 못지않게 중요하게 응용되는 파동이 또 있다. 바로 초음파다.

소리의 파동을 뜻하는 음파는 공기를 통해 전달돼 사람의 고막을 진동시켜 우리가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인간이 모든 음파를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진동수, 즉 주파수 영역은 대략 20~2만Hz(헤르츠)다. 이보다 높은 진동수를 지닌 음파가 초음파다.

박쥐의 '눈'이 인류의 이기가 되기까지

사람과 달리 일부 동물은 초음파를 감지해 활용한다. 박쥐, 돌고래, 나방 등이 대표적이다. 가령, 야간에 주로 활동하거나 캄캄한 동굴에 서식하는 박쥐는 시력이 퇴화하여 거의 보지 못하지만 3만~6만Hz의 초음파를 이용해 지형지물을 식별하고, 먹이를 찾아낸다. 초음파가 물체에 반사되어 되돌아오는 시간을 토대로 물체와의 거리를 감지하는 것이다. 사실 이런 생존 전략은 인간이 각종 장비와 기술에 초음파를 활용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인류가 초음파를 활용한지는 약 100년이 흘렀다. 프랑스의 물리학자 랑주뱅이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초음파를 이용한 수중 탐지기를 개발한 것이 그 시초다. '소나(Sound Navigation and Ranging·SONAR)'라는 약칭으로 불리는 이 탐지장치는 오늘날 군사적 목적뿐 아니라 물속 어류탐지, 해저 지형지물 파악 등으로 널리 이용하고 있다.

해저 지형 지물 파악에 활용되는 수중 음파 탐지 장치도 초음파를 활용하는 대표적인 기술이다. (출처: Wikimedia)
▲ 해저 지형 지물 파악에 활용되는 수중 음파 탐지 장치도 초음파를 활용하는 대표적인 기술이다. (출처: Wikimedia)

공중에서 통신 등에 널리 사용되는 전자기파 대신에 수중에서는 초음파가 사용되는 이유는 서로 다른 파동의 속성 때문이다. 전자기파는 매질을 통하지 않고 직접 전파되므로 진공이나 대기 중에서 멀리 나아갈 수 있지만 수중에서 전파되면 물에 흡수되어 급격히 감쇄되어 버린다. 반면에 매질의 미세한 진동에 의해 전파되는 음파는 수중에서 전파속도가 더 빠르고 멀리 나아갈 수 있어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가령, 음파는 대기 중에서 초당 약 340m의 속도로 전달되고, 바닷물에서는 초속 약 1530m로 움직인다.

초음파는 액체뿐 아니라 고체에서도 잘 전파된다. 이 때문에 각종 비파괴검사에 활용하기도 한다. 초음파를 제품의 한 쪽에서 넣고 다른 면에서 반사되어 오는 초음파를 수신하는 과정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내부의 기공, 균열, 결함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초음파를 발생시키는 방법

초음파 비파괴 검사로 항공기 엔진을 점거하는 모습. (출처: Wikimedia)
▲ 초음파 비파괴 검사로 항공기 엔진을 점거하는 모습. (출처: Wikimedia)

초음파를 발생시키는 여러 방법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압전효과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압전효과는 물체에 기계적인 압력을 가하면 전압이 발생하고, 역으로 전압을 가하면 기계적인 변형이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초음파 진동자에 전압을 가하면 압전효과에 의해 전기적 파동이 물리적 파동으로 변환되며 초음파를 발생시킨다. 반대로 물리적 진동 신호를 전기적 신호를 바꾸는 과정을 통해 초음파를 수신한다.

매질을 진동시키는 초음파의 특성을 이용한 생활용품도 여러 가지가 있다. 겨울철에 실내 습도 조절을 위해 쓰이는 초음파 가습기는 전기신호를 통해 물속에 놓인 진동자로 초음파를 발생시키고, 물에 일어나는 진동으로 미세한 물방울을 뿜어낸다. 안경이나 귀금속 판매점에서 볼 수 있는 초음파 세척기는 초음파로 안경 등을 빠르게 진동시켜서 표면에 붙어있는 때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또한 초음파를 강하게 진동시켰을 때 발생하는 마찰열 또는 국지적으로 집중된 초음파 에너지를 이용하면 세포나 병원균 또는 물체를 파괴할 수도 있다. 초음파를 사용해 공작물을 연마하고 절삭, 천공 작업 등을 하는 초음파 가공법과 초음파의 마찰열에 의해 금속을 접착시키는 초음파 용접 등이 산업현장에서 자주 사용된다. 또한 병원에서는 방광이나 신장결석, 담석 등을 제거할 때 초음파로 결석을 잘게 잘라 체외로 배출시키는 초음파 파쇄법이 치료수단으로 사용된다.

병원의 필수 진단기기, 초음파 스캐너

초음파 영상진단장치(출처: Mj-bird)
▲ 초음파 영상진단장치(출처: Mj-bird)

초음파가 의학적으로 활용되는 또 다른 분야로는 초음파 진단이 있다. 이 역시 상당히 오랜 역사를 가졌다. 1938년 오스트리아의 신경학자 두시크가 뇌의 안쪽을 진단하는 초음파 진단법을 최초로 개발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1950년대에는 초음파 스캐너가 개발되어 인체의 장기 검사나 진단에 활용됐지만, 처음에는 환자나 환부를 물속에 담그고 초음파 진단기가 물통을 따라 움직이는 번거로운 방식이었다.

1957년에 접촉식 초음파 스캐너가 등장하며 더 이상 환자가 물속에 들어갈 필요가 없어졌고, 1980년대에는 실시간으로 초음파 진단 영상을 볼 수 있는 수준까지 기술이 성장했다. 이제는 필수 진단 검사기기가 된 초음파 진단장치는 3차원 영상 구현 등 화질을 더욱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주파수에 따른 초음파의 구분

초음파가 산란 및 흡수되는 과정에서 초음파의 파동 역시 감쇠된다. 이런 감쇠 현상은 주파수가 높을수록 심해져서 초음파가 깊은 곳까지 도달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진단하고자 하는 장기의 위치와 속성 등에 따라 사용되는 초음파의 주파수 대역이 달라진다.

초음파는 2만Hz 이상의 음파로, 사람은 들을 수 없다. 진단하고자 하는 장기에 따라 다른 주파수 영역대의 초음파가 필요하다.
▲ 초음파는 2만Hz 이상의 음파로, 사람은 들을 수 없다. 진단하고자 하는 장기에 따라 다른 주파수 영역대의 초음파가 필요하다.

갑상선이나 유방 등의 피부 가까이에 위치한 장기의 진단에는 7.5~10MHz, 안과용으로는 7.5 ~12MHz의 높은 주파수의 초음파가 사용된다. 반면 심장 진단에는 2~3MHz, 복부 초음파검사에는 3~5MHz의 낮은 주파수의 초음파가 사용된다. 그리고 진단 목적이 아닌 치료용 초음파 기기, 즉 결석 치료를 위한 초음파 파쇄장치나 세척용 초음파 기기는 수십kHz 수준으로 훨씬 더 낮은 주파수 대역이다. 온열치료용 초음파 기기는 수백kHz 정도 주파수 대역의 초음파가 이용된다.

초음파로 우울증까지 치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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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BS 연구진이 규명한 별세포를 통한 저강도 초음파의 신경조절 메커니즘

최근에는 영상 진단이나 결석 치료를 넘어 뇌질환 치료로도 초음파를 활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인지 교세포과학 그룹 연구팀은 최근 저강도 초음파로 신경세포를 조절하는데 성공하고, 그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했다.

파킨슨병 등 뇌질환 치료를 위해 기존에는 금속 전극을 뇌 깊숙이 삽입하는 어려운 수술을 진행해야 했다. 연구진은 수술이 필요 없고 안전한 초음파 뇌자극술을 개발하기 위해 저강도 초음파에 의한 신경세포 조절 메커니즘을 분석했다.

이 연구에는 500~1000kHz 영역대의 저강도 초음파가 사용됐다. 연구진이 파킨슨병으로 인해 운동능력이 떨어진 쥐의 뇌에 초음파를 가하자, 쥐의 꼬리 움직임이 회복됐다. 연구진은 뇌의 비신경세포인 별세포에 존재하는 기계수용칼슘채널(TRPA1)이 저강도 초음파 센서 역할을 한다는 메커니즘도 규명했다. 이 연구를 발전시키면 초음파를 활용하여 치매, 파킨슨병, 우울증, 뇌전증 등 각종 난치성 뇌질환을 더욱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초음파는 우리의 일상생활은 물론 건강을 위해서도 현재도 '열일'중이다. 그리고 이제는 초음파의 센서 역할을 하는 유전자를 이용해 각종 뇌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초음파유전학' 시대의 개막도 앞두고 있다. 100여 년 전 시작된 초음파 활용기술은 이처럼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며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었다. 기초과학자들이 만들어낼 100년 뒤 미래의 놀라운 변화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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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19-12-17 14: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