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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0년 전 이집트 미라에서도 발견된 암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암(癌) 잡는 치료 변천사

약 2250년 전 고대 이집트 미라에서 전립선암의 흔적이 발견됐다. 인류의 역사상 전립선암의 두 번째 오래된 사례로 기록됐다. (출처: Flickr)
▲ 약 2250년 전 고대 이집트 미라에서 전립선암의 흔적이 발견됐다. 인류의 역사상 전립선암의 두 번째 오래된 사례로 기록됐다.
(출처: Flickr)

2011년 약 2250년 전 고대 이집트의 미라 M1의 사망원인이 국제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이 남성은 40대의 나이에 전립선암으로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연구진은 지름 1~2mm의 작은 종양을 발견할 수 있는 고해상도 단층촬영(CT)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러시아에서 발견된 2700년 전 왕의 유골에 이어 전립선암의 두 번째 오래된 사례로 기록됐다.

이처럼 암은 고대 이집트의 미라와 콜럼버스 이전 아메리카 대륙의 미라에서도 발견될 만큼 오랜 시간 동안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며 인류의 역사와 함께했다. 의학의 역사가 곧 암과의 전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이유다.

국립암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의 암 유병자는 약 174만 명으로 추산된다.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70.6%로 높아졌지만, 아직까지 암에 대한 확실한 치료가 없다는 점이 암을 두려운 존재로 만든다.

점점 더 정교해지는 암 치료

암은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치료 등으로 치료한다. 수술과 방사선치료는 국소적인 치료방식으로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 나타난 암 부위를 수술로 도려내거나 방사선으로 태운다. 항암치료는 주사나 약의 형태로 흡수된 치료제가 혈액을 따라 전신을 돌면서 몸 어딘가에 자리 잡은 암세포들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수술과 방사선 치료는 국소적으로 암을 치료하고, 항암치료는 혈액을 통해 치료제를 보내 약물이 온몸을 돌며 어딘가에 존재하는 암을 치료하는 방식이다. (출처: Flickr)
▲ 수술과 방사선 치료는 국소적으로 암을 치료하고, 항암치료는 혈액을 통해 치료제를 보내 약물이 온몸을 돌며 어딘가에 존재하는 암을 치료하는 방식이다. (출처: Flickr)

과거와 비교해 오늘날의 수술기술은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 과거에는 접근조차 못하던 부위의 암도 완벽하게 절제할 수 있고, 과거에는 암의 재발을 막을 목적으로 무조건 넓게 잘라냈다면 최근엔 최소 절제만으로도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기술이 발전했다. 방사선치료의 경우 3차원 치료 장비의 도입으로 정상 조직에는 손상을 주지 않고 암만 태우는 기술이 향상됐다. 일부 암은 수술이나 항암치료 없이 방사선치료만으로도 완치가 가능할 정도다.

암 환자의 중요한 선택, 항암치료

수술이나 방사선치료보다 암 환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항암치료일 것이다. 항암제는 완치가 어렵고 부작용도 많기 때문이다. 의학의 발전과 함께 등장한 표적항암제는 기존 항암제의 부작용을 줄였다. 표적항암제는 암을 유발하는 어떤 특별한 유전자를 차단해서 암의 발생이나 진행을 억제하는 약제다. 2000년대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로 등장한 ‘글리벡’, 유방암 항암제 '허셉틴' 폐암의 '이레사'나 '타세바' 등이 사례다. 표적항암제는 특별한 유전자에만 작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덜하고, 일반 항암제보다 효과가 높다는 장점은 있지만, 마찬가지로 암을 완치시키기는 어렵다.

면역항암제, 즉 '면역관문억제제'는 4기 암을 완치한 사례도 나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지미 카터 前 미국 대통령이 악성 흑생종의 뇌 전이로 암 말기 상태에 있었는데, '키트루다'라는 면역관문억제제를 투여 받고 암이 완치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면역항암제는 효과가 있는 경우에는 완치가 될 정도로 극적인 효과를 보이지만, 효과가 없는 경우에는 전혀 듣지 않는 '모 아니면 도'식의 경향을 보인다. 어떤 경우에 효과를 있는지를 아직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의 등장은 암의 완치 가능성을 보여줬으나, 아직까지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유효한 약제는 발견되지 않았다. (출처: 위키미디어)
▲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의 등장은 암의 완치 가능성을 보여줬으나, 아직까지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유효한 약제는 발견되지 않았다.
(출처: 위키미디어)

암을 이기는 새로운 시각 1 '혈관의 정상화'

이러한 한계 때문에 과학계에선 새로운 시각으로 암을 바라보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 연구단은 암세포를 제거하는 기존 치료에서 생각을 전환해, 혈관 자체를 정상화하는 방식의 치료법을 개발하고 있다.

암세포는 우리 몸 속 세포나 근육과 마찬가지로 혈관을 통해 영양분을 얻는다. 혈관이 암세포에 제대로 영양분을 공급하지 않는 경우엔, 암세포는 살기 위해 다양한 인자를 분비하며 빠르게 성장한다. 생존을 위해 ‘일탈’을 택하는 셈이다.

혈관 연구단 연구진은 혈관을 정상화시키면 암세포를 건강하게 ‘순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진은 암 혈관 내피세포에 특이적으로 작용하는 TIE2 활성 항체(ABTAA)를 사용해 암 혈관의 구조적‧기능적 이상을 안정적으로 바꾸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제로 암에 걸린 쥐의 암 혈관을 정상화시킨 결과, 종양의 크기가 40% 감소하고, 평균 생존 기간도 42%나 증가함을 확인했다. 암 혈관이 정상화되면서 약물이 암세포에 잘 스며들어 치료 효과가 높아진 것이다. 이와 같은 기술은 현재로썬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는 패혈증과 녹내장에도 적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현재 국내외에서 상용화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뇌종양(중점)과 유방암(중점) 폐암 모델생쥐로 TIE2 활성 항체 실험을 한 결과, 뇌종양의 크기가 작아지고, 폐암의 전이 범위와 유방암으로 인한 괴사 범위가 줄어들었다. (출처 : IBS)
▲ 뇌종양(중점)과 유방암(중점) 폐암 모델생쥐로 TIE2 활성 항체 실험을 한 결과, 뇌종양의 크기가 작아지고, 폐암의 전이 범위와 유방암으로 인한 괴사 범위가 줄어들었다. (출처 : IBS)

암을 이기는 새로운 시각 2 '암세포의 생존전략 일기'

몇 년 전 한 드라마에는 '암세포도 생명이잖아요'라는 대사가 등장했다. 얼토당토않은 소리처럼 들리지만 어쩌면 생명이라 여겨질 수도 있는 암세포는 저마다 살아남기 위해 똑똑한 수를 쓴다. 일례로, IBS 혈관 연구단은 암세포가 림프절에 도달하기 위해 몸 속 지방산을 핵심 연료로 활용한다는 사실을 규명하기도 했다. 이 연구는 지난 2월 8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실렸다.

림프절은 각종 면역세포가 있는 면역기관이다. 암 세포가 더 살아남기 어려운 공간이라는 의미다. 연구진은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과 유방암 모델 생쥐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림프절에 도달한 암세포가 지방산을 에너지로 삼아 주변 환경에 적응하고, 대사를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암의 림프절 전이 정도는 암 환자의 생존율을 예측하고 치료 방향을 설정하는데 매우 중요한 판단기준이 되지만, 암의 림프절 전이 과정과 기전은 지금까지 거의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흑색종과 유방암 모델 생쥐에 지방산 대사를 억제하는 약물을 주입하자 림프절 전이가 억제되는 것을 확인했다. 림프절을 생존전략으로 택한 암세포가 더 이상 연료를 태울 수 없어지게 되자 전이를 진행하지 않게 된 것이다. 연구진은 이 발견이 추후 림프절 전이를 표적으로 삼는 차세대 항암제 개발에 중요한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반 림프절에서 흑색종 암세포가 전이되는 단계별 과정을 촬영한 사진. 지방산화 억제제를 실험군에 투여하자 대조군에 비해 암세포 림프절 전이가 감소함이 확인되었다. (사진 : IBS)
▲ 일반 림프절에서 흑색종 암세포가 전이되는 단계별 과정을 촬영한 사진. 지방산화 억제제를 실험군에 투여하자 대조군에 비해 암세포 림프절 전이가 감소함이 확인되었다. (사진 : IBS)

암을 이기는 새로운 시각 3 '뿌리부터 암 잡기'

우리의 신체는 줄기세포를 통해 성장과 재생을 반복하는데, 암 조직에도 줄기세포가 있다. 종양근원세포로도 불리는 암 줄기세포는 종양을 생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세포다. 수술이나 항암치료로 암 조직을 제거하더라도, 암 줄기세포가 살아남으면 재발 확률이 높아진다. 암을 근본적으로 치료하고, 재발을 막으려면 암 줄기세포를 제거해 암을 뿌리부터 잡아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 IBS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 연구진은 암의 근본적인 치료를 위한 한 걸음을 내딛었다. 암 줄기세포만 콕 집어 빛을 밝히는 형광물질을 개발한 것이다 연구진이 타이니어(TiNIR)라고 명명한 이 형광물질은 암 줄기세포에서 특이적으로 높게 발현되는 HMOX2 라는 단백질을 표적해 생체 환경에서도 탐지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심지어 연구진은 이 형광물질이 항암 효능도 있음을 확인했다. 고농도의 타이니어를 폐암 모델 생쥐에게 이틀 간격으로 반복 주사한 결과, 종양의 생장이 억제됨을 확인한 것이다. 약물을 투여 받지 않은 생쥐의 종양 무게는 1.14g인 반면, 타이니어를 주사한 쥐의 종양 무게는 0.16g에 불과했다.

종양이 유도된 생쥐의 폐에서 타이니어가 종양근원세포를 붉은색으로 물들였다 (사진 : IBS)
▲ 종양이 유도된 생쥐의 폐에서 타이니어가 종양근원세포를 붉은색으로 물들였다 (사진 : IBS)



또 타이니어는 종양 모델 생쥐의 생존율도 크게 높였다. 암 발생 85일 이후 폐암 쥐가 생존할 확률은 거의 없지만, 고농도 타이니어를 주사한 경우 생존율이 70%까지 대폭 증가했다.

타이니어 개발은 암을 뿌리부터 치료할 수 있는 근간 기술로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암 줄기세포가 다른 기관으로도 암을 전이시키는데도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IBS는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암의 전이 능력까지 억제할 수 있는 프로브를 찾아 나설 계획이라 밝혔다.




웰컴! 암 완치시대

암은 외부에서 어떤 물질이 유입되는 것이 아니라 건강상의 문제로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화하며 시작된다. 생활습관의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다. (출처: Pixabay)
▲ 암은 외부에서 어떤 물질이 유입되는 것이 아니라 건강상의 문제로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화하며 시작된다. 생활습관의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다. (출처: Pixabay)

최근 흥미로운 이름의 암 치료가 등장했다. 바로 '오케스트라 면역치료'다. 여러 악기가 함께 혹은 단독으로 연주하며 아름다운 선율을 이루는 오케스트라처럼 표준치료(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일반 항암제, 표적 항암제, 면역관문억제제 등 모든 치료를 적절한 시기에 단독 혹은 병행 치료하며 암 치료 성적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방식이다. 암 전문가들은 이 오케스트라 면역치료가 암 완치시대의 개막을 앞당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학계의 연구현장과 의료 현장에서 암을 정복하기 위한 노력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암이라는 병은 외부에서 침입해 들어온 것이 아니라, 건강상의 문제로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화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암 완치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건강상태를 바로잡는 식사, 운동, 마음, 수면 등 생활습관의 관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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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19-12-17 14: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