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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영화 단골소재인 홀로그램 기술, 어디까지 왔나

공상과학영화 단골소재인
홀로그램 기술 변천사

※ 본 칼럼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지난 7월 개봉한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는 마블 역사상 최초로 기술 빌런이 등장한다. ‘미스테리오’는 특수효과를 토대로 스파이더맨에 대적하는 악당으로 등장한다. (출처 : 소니픽처스코리아)
▲ 지난 7월 개봉한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는 마블 역사상 최초로 기술 빌런이 등장한다. ‘미스테리오’는 특수효과를 토대로 스파이더맨에 대적하는 악당으로 등장한다. (출처 : 소니픽처스코리아)

거대한 몸집의 괴물의 손길을 피해 요리조리 날아다니며, 초록색 빛(?)을 뿜어대며 순식간에 공격을 펼친다.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초반 '미스테리오'는 아이언맨에 버금가는 능력을 가진 슈퍼히어로로 그려진다. 하지만 반전이 있다. 그의 휘황찬란한 초능력은 모두 가짜였던 것.

미스테리오는 그저 분장과 스턴트 연기에 능한 인물로 특수효과를 바탕으로 스파이더맨에 대적한다. 특히 홀로그램 투사기를 바탕으로 3차원 영상을 허공에 투사하는 과학 기술을 통해 스파이더맨을 옥죈다. 이처럼 공상과학(SF) 영화 속에서 홀로그램 기술은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영상을 띄우는 모습으로 자주 등장한다.

영화 속 화려한 기술이 실현되기엔 아직 멀었지만, 이미 홀로그램 기술이 일상 속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지폐나 제품의 위변조를 방지하기 위한 홀로그램 스티커부터 좋아하는 가수가 바로 눈앞에서 춤추는 유사 홀로그램 기술까지. 홀로그램 기술은 어디까지 왔을까.

홀로그래피
기술의 시작

2차원 공간에 빛의 세기만 전달하는 TV와 다르게 홀로그래피 기술은 3차원 공간에 빛의 세기와 위상 정보를 동시에 전달한다. (출처: Pixabay)
▲ 2차원 공간에 빛의 세기만 전달하는 TV와 다르게 홀로그래피 기술은 3차원 공간에 빛의 세기와 위상 정보를 동시에 전달한다. (출처: Pixabay)

1947년 헝가리의 과학자 데니스 가보르(Dennis Gabor)는 홀로그래피(Holography)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홀로그래피는 그리스어로 전체를 뜻하는 'Holo'와 기록한다는 의미의 'Graphy'를 합친 단어로 말 그대로 '전체를 기록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조금 더 과학적으로 설명하자면 홀로그래피는 빛이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두 가지 파동의 특성, 즉 세기와 위상 정보를 동시에 기록하는 기술이다. 이 홀로그래피라는 개념에서 파생된 기술이 홀로그램이다. 빛의 세기 정보만 전달하는 텔레비전이나 빔 프로젝터와 따르게 홀로그램은 3차원 공간에서도 영상을 재생할 수 있다.

아날로그 형태의 초기 홀로그램 기술은 빛에 반응하는 광(光)반응 물질이 있는 홀로그램 판에 물체에서 산란된 물체광과 광원에서 나오는 기준광의 간섭 현상을 토대로 빛의 세기와 위상 정보를 저장했다. 이렇게 두 가지 정보가 저장된 홀로그램 판에 기준광을 비추면, 물체의 이미지가 3차원 공간에 형성되는 원리다.

아날로그 홀로그램은 저장된 물체 정보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이미지가 변하는 동영상 형태의 홀로그램 기술을 구현하기는 어려웠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디지털 방식의 홀로그램 기술이다. 디지털 홀로그램은 공간광변조기(SLM)을 이용해 홀로그램 판이 아닌 CCD 카메라를 통해 저장된 물체의 세기 및 위상 정보를 실시간으로 허공에 만들어낼 수 있다.

나노미터 픽셀이 그려내는
'메타 홀로그램'

홀로그램 기술은 가상현실 분야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이를 구현하기 위한 기술로 메타물질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메타물질은 더 정교한 고해상도 영상을 만들기 유리하기 때문이다. (출처: Flickr)
▲ 홀로그램 기술은 가상현실 분야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이를 구현하기 위한 기술로 메타물질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메타물질은 더 정교한 고해상도 영상을 만들기 유리하기 때문이다. (출처: Flickr)

최근에는 '메타물질(Metamaterials)'이라는 새로운 광학 소자를 이용하는 기술도 구현됐다. 메타물질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고 사람에 의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물질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형태로 나노 구조의 크기와 형태를 바꾸면서 빛의 세기와 위상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기술은 ‘메타홀로그램’이라고 한다. 픽셀 사이즈가 수십~수백nm에 불과한 메타 홀로그램은 매우 높은 화질의 홀로그램 영상을 재생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필자를 포함한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연구진 역시 홀로그램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재생할 수 있는 메타표면을 만드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가시적인 성과도 얻었다. 이미지 생성에 많은 부품이 필요한 기존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를 두께가 300nm에 불과한 초경량 디스플레이로 대체하는데 성공했다. 또 레이저 등의 결맞음이 있는 빛이 아닌, 태양광과 같은 자연광 아래에서도 선명한 홀로그램 이미지를 띄울 수 있는 기술도 개발했다. 영화 속 홀로그램 기술이 한층 더 실제로 다가온 것이다.

노준석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교수팀이 개발한 실리콘 기반 메타홀로그램의 모식도. 레이저뿐만 아니라 할로겐 전등, 휴대폰 플래쉬, 자연광에서도 선명한 영상을 구현한다. (출처: ACS Nano)
▲ 노준석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교수팀이 개발한 실리콘 기반 메타홀로그램의 모식도. 레이저뿐만 아니라 할로겐 전등, 휴대폰 플래쉬, 자연광에서도 선명한 영상을 구현한다. (출처: ACS Nano)

홀로그램 기술을 통한
초고속/고해상도 현미경 기술

홀로그램 기술은 앞서 언급한 디스플레이 기술뿐만 아니라 현미경에도 접목되고 있다. 최근 기초과학연구원(IBS)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 최원식 부연구단장 연구팀은 살아있는 물고기의 신경망까지도 고해상도로 관찰할 수 있는 현미경을 개발했는데, 여기에 홀로그램 기술이 사용됐다.

모든 생명체는 자라면서 뼈와 조직이 견고해지고, 복잡해진다. 이 때문에 현미경을 이용하더라도 내부를 관찰하기 어렵다. 고심도의 생체 이미지를 얻기 위해 홀로그램 현미경이 등장했지만, 기존 현미경은 빛의 파면이 샘플을 투과하면서 발생하는 파면왜곡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며 제어하는 일을 반복적으로 수행해야 했기 때문에 영상 획득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었다. 즉, 살아있는 상태로 신체 내부를 관찰하긴 어려웠다는 것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이 개발한 초고속 홀로그램 현미경의 모습. (출처: IBS)
▲ 기초과학연구원(IBS)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이 개발한 초고속 홀로그램 현미경의 모습. (출처: IBS)

앞서 언급했듯이 홀로그래피 기술은 빛의 세기와 위상을 모두 기록한다. 사물의 깊이 정보 또한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이다. IBS 연구진은 이점에 착안해 새로 개발한 초고속 홀로그램 현미경으로 생체 내부 깊숙한 곳의 이미지 정보를 정교하게 포착했다.

빛의 세기만 관찰하는 일반 현미경이 초당 10장 정도의 이미지를 획득하던 반면, 초고속 홀로그램 현미경의 경우에는 초당 500장 정도의 데이터를 획득할 수 있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연구진은 형광표지 인자를 사용하지 않고 살아있는 제브라피쉬의 후뇌부에서 고해상도 뇌신경망 영상을 얻는 데 성공했다.

초고속/고해상도 홀로그램 현미경으로 제브라피시의 신경망을 관찰하는 모습(a). 연구진이 개발한 새로운 홀로그램 현미경은 복잡한 구조로 인해 일어나는 파면왜곡을 보정(b)하기 때문에 얽혀있는 미세한 신경계의 섬유구조까지 실시간으로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다. (출처: IBS)
▲ 초고속/고해상도 홀로그램 현미경으로 제브라피시의 신경망을 관찰하는 모습(a). 연구진이 개발한 새로운 홀로그램 현미경은 복잡한 구조로 인해 일어나는 파면왜곡을 보정(b)하기 때문에 얽혀있는 미세한 신경계의 섬유구조까지 실시간으로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다. (출처: IBS)

IBS 연구팀이 개발한 홀로그래피 기술을 이용한 초고속/고해상도 현미경 기술은 형광 기반의 이미징 기술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기술로 살아있는 생체를 실시간으로 높은 해상도로 관찰할 수 있는 기술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Seeing is believing' 또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동서양의 유명한 어구들은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어야 비로소 사물의 이치를 바로 깨달을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IBS 연구팀이 개발한 초고속 홀로그램 현미경 기술은 살아있는 생명체 속에 있는 수많은 정보들을 밝히 드러내 줄 수 있는 기술로서, 생명체의 숨겨진 신비를 한 층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통로가 될 것으로 기대해본다.

본 콘텐츠는 IBS 공식 블로그에 게재되며, https://blog.naver.com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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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19-12-17 14: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