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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로 닥친 기후 재앙··· 북극빙하가 사라진다

2004년 개봉한 SF재난영화 ‘투모로우’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뉴욕시 전체가 얼음으로 뒤덮인 장면이 등장하기도 했다. <IMDb 제공>
▲ 2004년 개봉한 SF재난영화 ‘투모로우’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뉴욕시 전체가 얼음으로 뒤덮인 장면이 등장하기도 했다. (IMDb 제공)

#기후학자 잭 홀 박사는 남극에서 빙하 코어를 탐사하던 조만간 지구 기후에 엄청난 변화가 올 것을 감지하고 국제회의에서 문제를 제기한다. 급격한 지구 온난화로 남극과 북극 빙하가 녹고 바닷물이 차가워지면서 해류의 흐름이 바뀌게 돼 결국 지구 전체가 빙하로 뒤덮이는 빙하기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하지만 황당한 이야기로 치부된다. 그러나 해수 온도가 13도 가까이 떨어지고 전 세계가 순식간에 얼음으로 뒤덮이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지구온난화를 주제로 한 재난영화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 2004)의 내용이다. TV에서 연휴가 되면 단골로 틀어주는 영화라서 안 본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면서 의문을 갖는다.

지구온난화는
지구평균 온도가 올라가는 것인데
왜 갑자기 전 세계가 얼어붙는걸까.
뭔가 잘못된거 아냐?
라는 생각이다.

실제로 '기후변화 의심론자'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겨울만 되면 지구온난화를 조롱하느라 바쁘다. 올해 1월에도 마찬가지였다. 미국 전역에 엄청난 폭설과 기록적 한파가 닥치자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조심하고 집안에 있도록 하라. 미국 많은 지역이 엄청난 폭설과 기록적 한파에 고통받고 있다. 엄청나다. 지금 당장 구닥다리 지구온난화를 조금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라는 트윗을 날렸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올 초 미국 전역에 혹한이 찾아왔을 때 지구온난화를 조롱하는 내용의 트윗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중에서>
▲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올 초 미국 전역에 혹한이 찾아왔을 때 지구온난화를 조롱하는 내용의 트윗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중에서)

평소 '지구온난화는 미국의 발전을 가로막는 음모'라거나 '연구비를 받아내려는 과학자들의 사기'라고 주장해왔던 트럼프 대통령이 지구온난화는 거짓말이라고 비꼰 것이다. 실제로 2017년 6월에는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파리기후변화협정에도 일방적으로 탈퇴했고 2018년 11월에는 13개 연방기관으로 구성된 조사팀이 기후변화로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타격과 인적 피해 등을 경고한 기후변화 보고서까지도 '믿을 수 없는 내용들로 가득차 있다'라며 묵살해 전 세계를 경악케 했다.

재미있는 점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폭염과 홍수, 폭우로 시달리는 여름에는 기후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별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후날씨는 엄연히 다른 개념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겨울이 돼 혹한이 찾아오면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한 생각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는 엄연히 다른 개념인 기후(climate)와 날씨(weather)를 헷갈리기 때문이다. 이는 기후와 날씨(기상)을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날씨는 단기간에 나타나는 공기의 상태를 말한다. 공기는 끊임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날씨는 시시각각 변할 수 밖에 없다. 반면 기후는 일정 지역이나 전지구적으로 나타나는 장기간의 대기현상을 종합한 상태이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청(NOAA) 산하 국립환경정보센터는 기후와 기상의 차이를 좀 더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날씨는 오늘, 내일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를 알려주며 기후는 옷장에 어떤 옷을 넣어놔야 하는지를 말해준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도 과학자들이 올 겨울 날씨만 보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수십년에 걸쳐 나타나는 장기적 차원에서 지구 전체의 기온 변화를 관찰하고 내린 결론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전 세계는 가뭄, 폭염, 혹한, 잦은 산불 등 각종 이상기후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
▲ 지구온난화로 인해 전 세계는 가뭄, 폭염, 혹한, 잦은 산불 등 각종 이상기후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해 11월 말 '2018 지구기후특성에 대한 잠정 보고서'를 내놓고 2015~2018년까지 4년 동안 지구평균기온이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1~10월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시기(1850~1900년)보다 1도 가량 높아 역대 4번째로 더운 한 해로 나타났다.
특히 전 지구 평균기온이 높았던 1위부터 20위까지가 최근 22년 사이에 모두 나타났으며 1~4위까지가 2015, 2016, 2017, 2018년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북극 해빙 면적도 올해 내내 평년보다 적은 상태를 보였으며 지난 1~2월에도 상당히 적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일반적으로 북극 해빙 면적이 가장 클 때는 3월, 가장 적을 때는 9월인데 각각 역대 세 번째, 여섯 번째로 적은 면적을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WMO 페트리 탈라스 사무총장은 "온실가스 농도는 다시 기록적 수준으로 상승했으며 현재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세기말까지 지구 평균 온도는 3~5도까지 상승해 절망적 상황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기후변화 목표를 달성하고 기온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노력을 망설여서는 안될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지구온도 상승 2도 이하로 막아도 북극빙하 사라져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의 생각과는 달리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어 일부에서는 '이미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는 비관론까지 내놓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단장 악셀 팀머만) 주도로 부산대, 연세대 대기과학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UNSW) 수학·통계학부, 미국 신시내티대 수리과학부가 함께한 국제공동연구팀은 전 세계 190여 개 국가가 맺은 '파리기후협약'에 따라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해 2도 미만으로 유지하더라도 북극 빙하가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를 내놨다.
이 같은 결과는 수 십개의 기후 모형을 고려해 좀 더 예측 정확도가 높아진 새로운 통계기법을 개발해 내놓은 것으로 기초과학 및 공학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7월 9일자에 실렸다.
이번에 새로 개발된 모델에 따르면 산업혁명 이전 대비 기온이 2도 상승했을 때 '9월 북극빙하' 면적이 완전히 녹을 가능성은 28%로 예측됐다. 북극 빙하는 9월에 급격히 녹았다가 3월에 가장 커지기 때문에 9월 북극빙하 면적을 기후 변화의 척도로 본다. 현재와 같은 파리기후협약만으로는 북극빙하가 줄어드는 것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온도상승이 특정 값에 도달할 때 ‘9월 북극해빙’이 완전히 유실될 확률을 보여주고 있다. <IBS 기후물리연구단 제공>
▲ 지구온난화로 인한 온도상승이 특정 값에 도달할 때 ‘9월 북극해빙’이 완전히 유실될 확률을 보여주고 있다. (IBS 기후물리연구단 제공)

미래 기후변화를 예측할 때는 과거 대기, 해양, 빙하 등 주요요소들이 변화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방대한 양의 수식을 바탕으로 한 물리적 이해를 토대로 한다.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40여 개 이상의 기후 모형들이 활용되는데 이들은 서로 다르게 미래 기후를 예측하고 있다.
수학자, 통계학자, 기후학자들이 모인 연구팀은 '마르코프 연쇄 몬테카를로'(MCMC) 기법을 이용해 기존 31개 기후 모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통계기법을 만들어 냈다. 기존 통계 예측법은 다른 통계기법의 일부 수식을 공유하거나 같은 계산기법을 사용해 상호의존성을 보이지만 이번에 개발된 예측 통계기법은 기존 모형들과 전혀 의존성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통계기법에 따라 분석한 결과 산업혁명 전 대비 전지구 기온상승이 1.5도가 될 경우 북극해빙이 완전히 사라질 확률은 최소 6%, 2도 상승에 이르면 확률이 28%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북극 지역의 온도 상승이 가장 가파르다고?

급격한 산업화가 이뤄진 지난 1세게 동안 지구의 평균 온도는 꾸준히 상승해 왔다. 그런데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에 한대지역으로 알려진 시베리아, 알래스카, 캐나다 등 북극해를 둘러싼 지역이 다른 지역보다 더 뜨거워진 것이다. 북극 지역 온난화가 급속하게 증가한 현상을 '북극 증폭'(Arctic amplification)'이라고 한다.
북극 증폭이란 개념은 오래 전에 나왔지만 원인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던 상태였다. 북극 증폭 개념이 제시된 초창기인 1970년대에는 북극 지역 내부에서 발생하는 지역적 메커니즘 때문이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지난 67년간 연평균 지표온도 상승 추세. 시베리아, 캐나다, 알래스카 등 북극해 주변 지역의 온난화가 유독 강하게 나타난 것을 알 수 있다. (IBS 기후물리 연구단 제공)
▲ 지난 67년간 연평균 지표온도 상승 추세. 시베리아, 캐나다, 알래스카 등 북극해 주변 지역의 온난화가 유독 강하게 나타난 것을 알 수 있다. (IBS 기후물리 연구단 제공)

이산화탄소, 메탄가스 같은 온실가스가 대기 중 열을 가둬 지표면의 온도 상승을 유발시키는데 이것은 북극지역에서 더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눈과 빙하는 햇빛을 반사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온도 상승으로 사라질 경우 햇빛이 그대로 토양과 해수표면에 도달해 온난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극지방은 지표면 대기와 상층부 대기 사이에 열에너지 교환이 적어 냉각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북극증폭을 유발시킨다는 것인데 특히 표면반사율 하락이 그 핵심이다.

2000년 들어서면서 온실가스가 열대와 중위도 지역 온도를 상승시키고 멕시코 만류와 북대서양 해류가 따뜻한 바닷물을 북극해까지 운반해 북극 근처 해빙을 녹인다는 '원거리 메커니즘'이 제시됐다.
지난해 11월 말 IBS 기후물리 연구단은 울산과학기술원(UNIST), 미국, 호주, 중국 등 국제 공동연구진과 함께 북극 증폭 현상의 원인을 명쾌하게 설명해줄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해 북극 증폭 현상이 북극의 지역적 특성 때문이라는 것을 밝혀내고 기후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발표해 주목받았다.

IBS 기후물리연구단은 지역적 요인이 북극 증폭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을 증명해냈다. 그림은 북극 증폭의 지역적 메커니즘을 보여주는 개념도 (IBS 기후물리연구단 제공)
▲ IBS 기후물리연구단은 지역적 요인이 북극 증폭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을 증명해냈다. 그림은 북극 증폭의 지역적 메커니즘을 보여주는 개념도 (IBS 기후물리연구단 제공)

연구팀은 표면 반사율 감소, 대기 순환, 열대 및 중위도 지역의 온난화, 해류 변화 등 북극권 온난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요인을 변수로 해 1951~2017년에 걸친 장기간의 기후 변화를 모의실험했다.
분석 결과 북극 지역 내부 요인만 적용한 경우에도 북극해 지역의 온난화가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실제 기후상황과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원거리 메커니즘은 북극 증폭에 있어서 제한적 역할만을 할 뿐이라는 것이다.

북극 증폭은 북극 주변 뿐만 아니라 지구 전체의 기후와 온난화에 끼치는 영향력이 크다. 실제로 북극 지역 바깥쪽의 지구 온난화 현상은 해양의 온도를 증가시켜 따뜻해진 열을 지구 곳곳으로 보내고 이로 인한 북극 지역 빙하의 감소는 지구 전체 해수면 상승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다. 이 때문에 기후학자들은 이 연구가 극지방 빙하와 생태계가 지구 온난화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이해하는데 중요한 지표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엄연한 과학적 사실

북극빙하가 녹아 내려 더 이상 살 곳이 없어진 북극곰의 모습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픽사베이 제공)
▲ 북극빙하가 녹아 내려 더 이상 살 곳이 없어진 북극곰의 모습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픽사베이 제공)

지구온난화는 이처럼 많은 연구자들에 의해 밝혀지고 있는 과학적 사실이다.
지난해 10월 인천 송도에서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제48차 총회를 열고 210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지 않을 경우 바닷속 산호의 99%가 사라지고 상당수의 생물들이 절반 이상 사라질 수 있다는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를 발표했다.

4개장 33쪽으로 구성된 이번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2도 온난화가 현실화될 경우 전 세계 산호의 99%가 소멸할 뿐만 아니라 10만 5000종의 생물의 상당수가 멸종될 가능성이 커진다. 생물종의 절반 이상 사라지는 절반 멸종률의 경우 2도 상승의 경우 곤충의 18%, 식물 16%, 척추동물 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1.5도 상승의 경우는 이보다 절반이나 3분의 1 수준인 곤충 6%, 식물 8%, 척추동물 4%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바닷속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에 따른 해양 산성화로 인해 어업 및 양식업의 생산량 감소를 가져올 것이라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지구온난화 2도는 1.5도와 비교해 도시 열섬을 비롯해 여름철 폭염 가능성을 높이고 말라리아, 뎅기열 등 감염성 질병의 확산지역이 넓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군다나 북극과 남극의 빙상은 물론 고산지대의 영구동토층도 녹아내려 지구온난화의 속도는 더욱 가속화돼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1.5도 지구온난화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과 비교해 최소 45% 줄여야 하며 2050년까지는 '순 제로' 배출을 달성해야 한다. 순 제로 배출이란 이산화탄소의 배출량과 흡수량이 균형을 이루는 상태이다.

영화 ‘인터스텔라’에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구 전체가 건조해지면서 수시로 모래폭풍이 불어 사람들이 이 때문에 고통받는 모습이 등장한다. (IMDb 제공)
▲ 영화 ‘인터스텔라’에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구 전체가 건조해지면서 수시로 모래폭풍이 불어 사람들이 이 때문에 고통받는 모습이 등장한다. (IMDb 제공)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우리에게 가져올 미래는 예측불가하다. 영화 '투모로우'에서처럼 전 세계가 얼음으로 뒤덮이게 될지, 아니면 '인터스텔라'에서 나온 것처럼 전 세계가 사막화돼 모래바람에 시달리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렇지만 명확한 것은 인간이 가속화시키고 있는 지구온난화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계속 진행될 경우 인류는 물론 생물의 대멸종을 불러일으키고 태양계의 다른 행성들처럼 불모의 땅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더 이상 기후변화 문제를 정부나 과학자에게 맡겨두거나 다른 나라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 없다. 각자 개개인들이 나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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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19-01-30 1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