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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도전! 수학시리즈 ②] 유리균질공간

  • ※ 편집자 주: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융합 그리고 수학이라는 6개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초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과학을 흥미롭게 전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도전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다면 바로 수학입니다. 새해를 맞이해 IBS의 수학 분야 연구를 소개하고자 [완독 도전! 수학시리즈] 세 편을 발행합니다. 부디 마지막 마침표까지 이 글을 읽어주시길 바라며…. IBS 드림.

수학시리즈 첫 번째, 오쿤코프 바디에 이은 두 번째 주제는 바로 '유리균질공간(rational homogeneous space)'이다. 왠지 어려울 것만 같은 이 공간은 실제로도 어렵고 추상적이다! 하지만 평생 달의 앞면만 보고 사는 인류가 달의 뒷면을 보기 위해 쏘아올린 위성과 같은 존재다. 다양체의 부분적인 성질로 다양체 전체를 유추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아폴로 16호가 1972년 촬영한 달의 뒷면. (출처: 나사(NASA))
▲ 아폴로 16호가 1972년 촬영한 달의 뒷면. (출처: 나사(NASA))

▣ 도움 : 박경동 IBS 기하학 수리물리 연구단 연구위원
▣ 참고 : What is Algebraic Geometry? 금종해(과학의 지평 2008년 4월)

사영공간 : 무한을 하나의 점으로

사영공간은 지난 시리즈에도 잠깐 나왔듯이 x축, y축, z축이 직각으로 만나는 직교좌표계를 쓰는 유클리드 공간의 한계를 보완한다. 유클리드 공간에 사는 우리 인간이 세상의 끝, 무한을 볼 수 없는 것처럼 유클리드 공간에서는 대수다양체가 무한에서 어떻게 변하는지 알기 어려워서다.

무한한 그 곳들을 다루기 쉽게 하기 위해 수학자들은 무한을 점 하나에 포갰다. 지라르 데자르그(Girard Desargues), 요하네스 케플러(Johannes Kepler) 등은 평행한 두 직선이 무한한 곳에서는 만난다고 보고 두 직선이 만나는 점을 '무한원점'이라고 정했다. 유클리드 공간에 무수히 많은 무한 원점을 더한 것이 바로 사영공간(projective space)이다.

소실점은 평행한 두 직선이 무한히 먼 곳에서 교차하는 지점인 무한원점의 또 다른 표현이다. (출처: wikimedia.org)
▲ 소실점은 평행한 두 직선이 무한히 먼 곳에서 교차하는 지점인 무한원점의 또 다른 표현이다. (출처: wikimedia.org)

무한원점이나 무한원직선도 보통의 점이나 직선과 마찬가지로 취급하기 위해 동차좌표를 도입한다. 사영공간이 쓰는 좌표계는 동차좌표계(homogeneous coordinate) 또는 사영좌표계(projective coordinate)라고 한다. 유클리드 공간의 직선 방정식 Ax+By+C=0을 만족하는 좌표 (x, y)는 사영공간의 동차좌표 (wx, wy, w)로 변환된다. 변환 과정은 생략했지만 원래 좌표에 임의의 0이 아닌 상수 w를 곱하고 끝에 w를 덧붙이면 된다. 이 좌표는 직선 Ax+By+C=0 위의 한 점 (x, y)로 투영되는 무수히 많은 모든 점을 표현한다. 즉, (wx, wy, w)가 만족하는 사영공간의 직선 방정식 Ax+By+Cw=0은 유클리드 공간의 한 점으로 투영되는 모든 점을 나타낸다. 각 항의 모든 문자(x, y, w)의 차수가 같아 동차 다항식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 직선 방정식과 같이 동차 다항식으로 표현된 대수다양체를 사영다양체라고 한다.

원래 좌표 (xs, ys, zs)로 투영되는 무수히 많은 점이 만족하는  사영공간의 직선 방정식이 존재한다. (출처: topsimages.com)
▲ 원래 좌표 (xs, ys, zs)로 투영되는 무수히 많은 점이 만족하는 사영공간의 직선 방정식이 존재한다. (출처: topsimages.com)

유리균질공간과 사영공간의 상관관계

대체 사영공간이 이번 주제인 유리균질공간과 무슨 상관이 있길래 이렇게 길게 소개한 걸까? 그 이유는 사영다양체 중에서 (뒤이어 설명할)균질한 공간이 바로 유리균질공간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유리균질공간은 지난 시리즈에 나왔던 깃발(flag)과도 관련이 있다. 벡터공간의 깃발들의 집합인 깃발 다양체(flag variety)는 유리균질공간의 한 예이며, 부분 깃발들의 집합인 부분깃발다양체(partial flag variety) 중 가장 단순한 것이 1차원 부분공간들의 집합인 사영공간이다. 1차원 부분공간은 실수체 위의 벡터공간에서 정의된 경우 원점을 지나는 직선을 뜻한다.

균질한 공간의 힘

균질한 공간, 즉 '균질성(homogeneity)'​을 가진 다양체란, 임의의 점을 원하는 점으로 옮기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자기동형사상을 충분히 많이 갖고 있다는 뜻이다.

사상은 쉽게 말해 함수다. 자기동형사상은 위의 함수와 달리 정의역(X)과 공역(Y)이 같은 함수의 한 종류로 볼 수 있다. (출처: euston96.com)
▲ 사상은 쉽게 말해 함수다. 자기동형사상은 위의 함수와 달리 정의역(X)과 공역(Y)이 같은 함수의 한 종류로 볼 수 있다. (출처: euston96.com)

예를 들어 2차원 사영공간 P2를 생각하면, 사영공간의 점 (x:y:z)를 임의의 다른 점 (x':y':z')으로 보내는 선형변환인 자기동형사상이 항상 존재한다는 얘기다. 즉, 역행렬을 가지는 적당한 3차 정사각행렬을 이용한 변환을 통해 모든 점들이 균등하게 되는 성질을 갖는다.

자기동형사상이 존재하면 거리, 각도, 곡률 등 한 점 주변에서의 기하학적 정보들을 자기동형사상을 통해 모두 얻을 수 있다. 그래서 균질공간에서는 국소적인 성질로부터 공간의 다른 부분에 대한 성질도 모두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유리균질공간의 대표적인 예는 삼차원 공간의 이차원 구(sphere) S2다. 구를 2차원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임의의 차원에 속한 구를 표현하는 방식 때문이다. 수학에서 0차원 구 S0은 선분의 양 끝인 두 점을, 1차원 구 S1은 원을 나타낸다.


삼차원 공간의 이차원 구. (출처: Geek3)
▲ 삼차원 공간의 이차원 구. (출처: Geek3)

삼차원 공간에서의 회전변환은 구 위의 한 점을 다른 점으로 보내는 사상이다. x축, y축, z축을 회전축으로 해서 구 위의 모든 점을 특정 각도만큼 회전시켜 보내면 그 결과는 원래와 모양이 똑같은 구가 된다. 즉, 회전변환이 구 S2의 자기동형사상이다.

IBS의 수학자들, 국소에서 대역을 연구하다

IBS 기하학 수리물리 연구단의 박경동 박사는 유리균질공간에 대해 '우리가 지구 혹은 우주의 일부분을 바라볼 수밖에 없지만, 지구 전체의 모습과 우주 전체의 모습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과 같다'며, '그러므로 먼저 기하학적 국소 성질이 대역적인 모습을 결정하는 공간인 균질공간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걸쳐 소푸스 리(Sophus Lie), 엘리 카르탕(Élie Cartan) 등 저명한 수학자들이 리군(Lie group) 이론을 포함한 핵심 이론을 정립한 이후로 일반적인 균질공간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노르웨이의 수학자 소푸스 리의 이름을 따 만든 리군(Lie group)은 일종의 다양체로 대수적 연산과 미분가능성과 관련이 있다. (출처: L. Szaciński)
▲ 노르웨이의 수학자 소푸스 리의 이름을 따 만든 리군(Lie group)은 일종의 다양체로 대수적 연산과 미분가능성과 관련이 있다. (출처: L. Szaciński)

IBS 기하학 수리물리 연구단도 유리균질다양체 자체에 대한 연구와 더불어 다양체에 포함된 부분다양체를 연구한다. 박 박사를 포함한 연구진은 특정한 유리균질공간의 부분다양체 중 슈베르트 부분다양체(Schubert varieties)​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다. 슈베르트 부분다양체는 유리균질공간의 기하학적 성질을 상당 부분 결정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부분다양체다. 연구진은 매끈한 슈베르트 다양체로부터 본래 유리균질공간으로 가는 사상이 '극소유리접다양체(variety of minimal rational tangents)'를 보존하는 경우에는 표준 매장으로 확장됨을 보였다. (수학적인 부가 설명을 원하는 독자는 글의 맨 끝으로 GO!)

또한, 다양체 위의 벡터다발(vector bundle)이나 주다발(principal bundle)도 기하학 수리물리 연구단의 연구대상이다. 땅(유리균질다양체)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토양의 성분과 땅에서 자라는 식생(벡터다발과 주다발)을 연구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쉽다.


벡터다발의 한 예로, 단순한 표면 위의 각 점에 수직인 벡터(normal)들을 나타낸다. (출처: ‘Vector bundle’ from wikipedia)
▲ 벡터다발의 한 예로, 단순한 표면 위의 각 점에 수직인 벡터(normal)들을 나타낸다. (출처: 'Vector bundle' from wikipedia)

박 박사가 참여한 논문 'Equivariant Ulrich bundles on exceptional homogeneous varieties(예외적인 균질 다양체의 등변 울리히 다발)'에서는 유리균질공간에서 성질이 매우 특수한 벡터 다발인 울리히 다발(Ulrich bundle)을 구체적으로 발견하고 분류했다. 울리히 다발은 최근 여러 응용이 발견돼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아직 발견된 구체적인 예가 적은 상황이었다. 특정한 유리균질공간 가운데 자기동형사상의 결과인 자기동형군 G가 예외적인 리군인 경우, 리군 G의 작용이 확장되는 울리히 다발을 발견했다는 점이 의미있다.

유리균질공간은 대수기하학, 미분기하학, 리군론, 표현론, 이산수학 등 여러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으며, 양자장론과 초끈이론을 포함한 물리학의 수학적 토대를 제공하는 기하학적 모델이기도 하다. 끊임없는 관찰과 연구를 통해 심오한 우주를 알아가는 인류와 무척 어울리는 개념 같다.

#수학자의_언어로_보는_극소유리접다양체와_표준매장

극소유리접다양체는 황준묵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가 1990년대에 창안한 개념이다. 1차원 복소사영공간에서 주어진 복소다양체로 가는 정칙사상(holomorphic map)의 상(image)을 유리곡선(rational curve)이라고 한다. 이 유리곡선 가운데 차수가 가장 작은 곡선을 극소유리곡선(minimal rational curve)이라고 하며, 주어진 다양체의 고정된 점을 지나는 극소유리곡선들의 접선 방향을 모은 다양체가 바로 극소유리접다양체다.

슈베르트 다양체는 유리균질다양체 G/P에 대해 리군 G의 Borel 부분군의 궤적(orbit)의 닫힘(closure)으로 정의된다. 이 다양체에는 Borel 부분군이 자기동형군 G의 부분군이기 때문에 생기는 자연스러운 매장(embedding)이 존재한다. 슈베르트 다양체의 표준매장은 이 자연스러운 매장과 전체 유리균질다양체의 자기동형사상의 합성으로 주어지는 매장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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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23-11-28 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