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광단백질, 블레스 유!형광단백질로 크리스마스 트리 만들 수 있을까? “ 형광단백질로 크리스마스 트리 만들 수 있을까?《맛깔나는 먹방과 진솔한 고민 상담으로 장안의 화제인 언니들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파티를 준비하기로 했다.》 퐈정: 크리스마스에 뭘 할까? 트리 꾸미기. 연말연초에 알록달록한 트리, 반짝반짝한 전구를 보면 마음이 다 설레~. 그치, 영쟈야? 결혼 후 첫 크리스마스를 맞아 트리를 함께 만들기로 한 저희 부부. 사연을 보낸 주인공,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요. 아내는 단지 형광단백질을 잘 아는 분인 것 같아요. 단백질은 음식을 이루는 성분 중 하나로 이야기할 때가 많지만, 생물체가 가진 유전자가 발현된 결과 만들어지는 물질이기도 하거든요. 그 중에서도 특정 색깔로 밝게 빛나기 때문에 눈에 잘 보이는 형광단백질은 생명과학 실험에서 꼭 필요한 요소랍니다. 누가 어떻게 형광단백질을 만들었는지, 이 단백질이 실험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죠!
“ 해파리는 왜 빛날까? 시모무라 오사무예능 좀 챙겨본 당신, 영쟈 언니의 행적을 따랐더니 웬만한 맛집은 줄줄 꿴다. 형광단백질을 대략 알고 싶거든 딱 세 명만 파면 된다. 2008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과학자 세 명의 업적이 형광단백질을 발견하고 발전시킨 데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녹색형광단백질을 최초로 발견한 시모무라 오사무의 이야기부터 살펴보자. 1960년, 시모무라는 물속에서 발광하는 조개류에서 발광물질을 분리하는 데 성공해 일본 나고야대에서 화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프린스턴대 프랭크 존슨 교수의 초청을 받아 미국으로 간 시모무라 박사는 발광 해파리가 녹색 빛을 내는 이유를 밝히고 싶었다. 이를 위해 사모무라 박사는 매년 여름 워싱턴주의 프리데이 하버에서 배를 타고 나가 해파리를 잡았다. 매일 3천 마리를 잡는 일정이었단다. 가족들을 해파리 잡이에 동원하면서 여름 내내 잡은 해파리는 약 5만 마리. 그가 19년 동안 잡은 해파리는 총85만여 마리에 이른다.
수십만 마리의 해파리를 잡은 뒤에도 빛을 내는 이유를 쉽게 찾은 건 아니었다. 그의 동료인 마틴 챌피 미국 콜롬비아대 교수에 따르면, 시모무라 박사는 열흘 동안 해파리를 붙들고 씨름하다가 '배고프고 힘드니 집에 가서 밥이나 먹자'하고 개수대에 실험하던 것들을 다 버린 뒤 실험실 불을 끄고 나가려는 찰나에 개수대가 환하게 빛나는 걸 발견했다. 당시 해파리가 담겨 있던 바닷물에 발광 단백질이 묻어 나왔던 것이다. 그는 발광 해파리인 에쿼리아 빅토리아(Aequorea Victoria)를 쥐어짠 액체에서 파란빛을 내는 발광 단백질인 에쿠오린(Aequorin), 에쿠오린이 내는 파란빛이나 자외선을 흡수해 녹색 형광빛을 내는 녹색형광단백질(Green Fluorescent Protein, GFP)을 분리했다. 세계 최초였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녹색형광단백질이 따로 쓸모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 눈에 안 보이는 세포, GFP로 표시한 마틴 찰피1988년 발광 생물에 관한 한 학회에서 GFP를 처음 들은 마틴 찰피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GFP를 특정 단백질과 융합하면 녹색 형광을 이용해 특정 단백질을 추적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서는 GFP를 만드는 GFP 유전자가 필요했으나 쉽게 얻어지지 않았다. 1992년 미국 우즈홀 해양 연구소의 더글러스 프레이서 박사팀은 수년간 고생한 결과 GFP 클론, 즉 GFP 유전자를 지닌 미생물을 생산해냈다. 찰피 교수는 프레이서 박사가 실험에 성공하기 전부터 연락을 취해 GFP 클론을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받아냈고, 연구에 착수했다. 찰피는 GFP 유전자를 예쁜꼬마선충의 촉각 수용체 신경세포에서 활성화되는 ‘유전자 스위치’의 뒤에 끼워 넣었다. 그 다음 이 유전자 조합을 예쁜꼬마선충의 정소 세포에 집어넣었다. 자웅동체인 예쁜꼬마선충은 스스로 수정하며, GFP 유전자는 수정란으로 전달된다. 결국 수정란이 발생해 새로운 개체가 되면, 이 개체의 모든 세포에 GFP 유전자가 있게 된다. 그러나 GFP를 만들 수 있는 건 촉각 수용체 신경세포뿐이다. 촉각 수용체 신경세포가 자외선을 받으면 녹색으로 빛났고, 덕분에 이 세포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 크레파스처럼 다양한 형광단백질 만든 로저 첸녹색형광단백질은 유용하다. 그런데 꼭 녹색만 있어야 할까? 만약 형광단백질을 색깔 별로 만들 수 있다면 두 개 이상의 단백질, 세포, 기관을 각각 색이 다른 형광 단백질로 표시해 그들이 어디서 만들어지고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색색깔의 형광단백질을 만드는 데 성공한 이가 바로 로저 첸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샌디에이고) 교수다. 1952년 뉴욕에서 태어난 중국계 미국인 첸 교수는 여덟 살 때부터 집에서 각종 화학실험을 해온 천재 소년이었다. 하버드대에서 화학과 물리학을,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생리학을 연구한 그는 화학 지식을 이용해 생리학 연구의 새로운 방법론을 개발하는 데 두각을 나타냈다. 첸 교수도 마틴 챌피 교수와 마찬가지로 프레이서 박사에게서 GFP 유전자를 지닌 미생물을 받았다. 1994년 형광 메커니즘에 산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1995년에는 해파리의 GFP보다 더욱 강한 형광을 내는 GFP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 뒤로는 수년에 걸쳐 색깔이 다양한 변이 형광단백질을 만들어냈다. 첸과 시모무라, 찰피 세 사람은 녹색형광단백질을 발견하고 발전시킨 공로로 2008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 실험실의 과학자가 예술가가 되는 순간색색깔의 형광단백질은 계속해서 그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키우고 있다. 조슈아 세인스, 제프 리트만 하버드대 세포 및 분자생물학과 교수가 2007년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브레인보우' 기술이 그 예다. 뇌를 뜻하는 '브레인'과 무지개를 뜻하는 '레인보우'의 합성어로 이름지은 이 기술은 신경세포 하나가 이웃한 신경세포와 어떻게 연결돼있는지를 보여준다. 색이 다양한 형광단백질 유전자가 신경세포에 임의로 조합돼있어 세포 하나하나가 다른 색을 띠는 덕분이다.
미적 요소는 집어치우고 딱딱할지언정 진리의 정수만 추구할 것 같은 과학자도 이렇게 심미안을 포기하지 않는다. 나아가 실험 중 찰나의 순간을 포착해 예술 작품으로 탈바꿈시키기도 한다. IBS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의 김경덕 연구원은 지난 2017년, 자폐증을 가진 생쥐의 신경세포를 고성능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있었다. 김 연구원은 형광단백질 때문에 빛나는 신경세포를 관찰하며 '세포와 그 주변 환경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결과'와 '개인과 사회, 국가의 행동 양식이 만들어내는 결과'가 닮아있다는 데 착안해 '부분과 전체' 삼부작을 만들었다.
IBS가 2015년부터 매해 여는 전시회 'Art in Science'에서는 이 외에 다양한 분야의 연구원들이 연구 중 직접 완성한 작품을 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2015년부터 올해까지 전시된 작품 가운데 일부를 소개한다. Art in Science의 작품은 IBS 홈페이지 또는 2018년 12월 28일까지 대전 IBS 과학문화센터에서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우리는 생의 3분의 1을 잠을 자는데 쓴다. 하지만 왜 잠을 자는지, 꿈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등은 아직 알지 못한다. 사진에서 붉은 색으로 보이는 영역인 측면 시각교차구역(LPO)은 잠에 관여한다고 알려졌다. 이곳의 신경세포가 손상되면 수면장애를 겪게 된다. 활성화된 신경세포는 초록색으로, 비활성화된 신경세포는 붉은색으로 표현했다. 중앙의 파란 두 점은 세포핵이다. 수면을 관장하는 뇌의 영역이 마치 그리스신화 속 잠의 신인 모르피우스의 눈(eye)처럼 보인다.
원하는 유전자가 제대로 식물세포에 도입됐는지 확인하려면 형광단백질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식물세포에서 나오는 빛나는 분자 조직인 자가형광단백질 때문에 무엇이 진짜인지 헷갈린다. 사진 속 진한 형광색은 공초점 레이저 현미경(세포, 조직 등에 초점을 맞춰 시료에서 나온 형광, 반사광 등을 화소 단위의 이미지로 만드는 현미경)으로 포착한 형광단백질이다. 단풍이 진 산을 항공으로 촬영한 이미지 위에 선명한 연두색 얼룩이 떨어진 듯 이질적이면서도 묘한 이미지다.
인간을 비롯한 척추동물의 신경계는 수초로 싸여 있어 전기적 신호를 몸의 각 부위로 빠르게 전달할 수 있다. 전기신호가 누출되지 않도록 피복해 보호하는 셈이다. 이 작품은 부화 후 14일 된 제브라피시(Zebrafish)의 수초를 이루는 세포 안에 형광단백질을 발현시키고, 공초점 레이저 현미경으로 찍은 결과다. 중추 신경계의 척수와 말초 신경다발들이 초록색 형광으로 빛난다. 마치 당장이라도 도약하려는 한 마리의 용처럼 보인다.
우리 뇌에서 해양 생물을 닮은 '해마'는 단기 기억 저장을 담당한다. 해마의 단면에 위치한 CA1 구역을 시각화하기 위해 흥분성 시냅스는 녹색으로, 시냅스 접착 단백질은 빨간색으로, 세포핵은 파란색으로 염색했다. 형형색색으로 나타난 해마의 단층은 분리된 신경세포가 각기 다른 방향에서 오는 신호들을 한데 모아 처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뇌는 글을 읽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정보를 처리하고 있다. 기억의 단층을 만들어 내며.
뇌의 가장 바깥쪽의 대뇌피질은 신경세포가 모여 고차원적 기능을 수행한다. 수정 후 15일 쯤 동물모델인 생쥐의 배아에 전극봉을 사용하는 전기충격법으로 초록, 빨강, 원적외선 등 세 가지 색상의 형광 단백질을 주입했다. 세 가지 색상의 형광 단백질로 염색한 신경세포들이 뇌 속 유성우라는 이름의 작품으로 탄생했다. 마치 밤하늘에 별똥별이 쏟아지는 것 마냥 장관을 이룬다.
이미지 4장은 해마로부터 얻은 피라미드 신경세포의 수상돌기다. 배양된 피라미드 신경세포에 형광 단백질을 발현시켜 수상 돌기 소극체 모양과 수를 확인하는 연구를 하던 중 이 이미지를 포착했다. 밤하늘의 번개처럼 보이는 왼쪽 상단의 원본 이미지를 얻은 뒤 이를 가공해 나머지 이미지를 구성했다. 자연현상을 우리 뇌에서도 볼 수 있다는 게 흥미롭다. 본 콘텐츠는 IBS 공식 블로그에 게재되며, https://blog.naver.com/ibs_official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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