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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자유자재로 조종한 세 명의 과학자들

2018 노벨 물리학상 다시보기
'고출력 레이저 시대의 개막’



올해 노벨물리학상은 고출력 레이저 시대를 연 세 명의 물리학자에게 돌아갔다. 제라르 무루 프랑스 에콜 폴리테크니크 명예교수, 도나 스트리클런드 캐나다 워털루대 교수는 새로운 레이저 기술을 개발한 공로를, 아서 애슈킨 전(前) 미국 벨연구소 연구원은 레이저의 새로운 활용을 개척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특히 올해 노벨물리학상에는 '최고령 수상자', '55년 만의 여성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등 화제성도 함께했다. 이들의 업적을 파헤쳐봤다.

2018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왼쪽부터 아서 애슈킨 전(前) 미국 벨연구소 연구원, 제라르 무루 프랑스 에콜폴리테크니크 교수, 도나 스트리클런드 캐나다 워털루대 교수. (사진 : 노벨상위원회)
▲ 2018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왼쪽부터 아서 애슈킨 전(前) 미국 벨연구소 연구원, 제라르 무루 프랑스 에콜폴리테크니크 교수, 도나 스트리클런드 캐나다 워털루대 교수.
(사진 : 노벨상위원회)

'세기를 증폭시킨 빛' 세상에 등장

1960년 미국에서 처음 개발된 레이저(LASER‧Light Amplification by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는 말 그대로 세기를 증폭시킨 빛이다. 자연 상태에서 빛은 사방으로 퍼진다. 이와 달리 레이저는 빛을 한 방향으로 모아 세기를 극대화시킨 인공 빛이다. 레이저의 탄생 이후 광학을 비롯해 관련 과학기술 분야의 새로운 역사가 써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레이저는 크게 빛을 연속적으로 내보내는 연속파, 일정한 주기로 끊어서 내보내는 '펄스 레이저'로 나눌 수 있다. 펄스 레이저는 짧은 시간에 순간적으로 빛을 내보내기 때문에 높은 에너지를 내기 유리하다. 레이저의 개발 이후 물리학자들은 꾸준히 레이저광의 출력(세기)을 높여왔다. 하지만 출력을 지나치게 높일 경우 레이저 증폭기 자체가 손상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한계에 봉착한 레이저 기술은 약 10여 년간 정체된 상태로 머물렀다.

레이저는 사방으로 퍼지려는 빛을 한 방향으로 모아 세기를 극대화시킨 빛이다. (사진 : Pixabay)
▲ 레이저는 사방으로 퍼지려는 빛을 한 방향으로 모아 세기를 극대화시킨 빛이다.
(사진 : Pixabay)

무루·스트리클런드_고출력 레이저 개발로 펨토 과학 시대 열어

이 난제를 풀어낸 연구자가 바로 무루 교수와 스트클런드 교수다. (당시 스트클런드 교수는 무루 교수 연구실의 박사과정 학생으로 있었다.) 1985년 두 연구자는 '처프 펄스 증폭(CPA‧Chirped Pulse Amplification)'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노벨상위원회는 이 기술을 '레이저 물리 분야에 혁신을 일으킨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고출력 레이저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공간과 비용 문제를 동시에 해결했기 때문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이 기술은 레이저의 에너지를 증폭시키기 전에 펄스폭을 늘리는 방법이다. 펄스폭의 신장→에너지 증폭→펄스폭의 압축 과정을 거치면 그 힘이 훨씬 더 강해진, 즉 고출력의 레이저 광을 얻을 수 있다.


처프 펄스 증폭(CPA) 기술의 원리. 처프 펄스 증폭은 펄스폭을 늘린 뒤 레이저 에너지를 증폭했다가 다시 펄스폭을 줄이는 방법이다. 무루 교수와 스트리클런드 교수는 이 기술을 개발, 극초단 고출력 레이저의 상용화를 견인했다. (사진 : 노벨상위원회)
▲ 처프 펄스 증폭(CPA) 기술의 원리. 처프 펄스 증폭은 펄스폭을 늘린 뒤 레이저 에너지를 증폭했다가 다시 펄스폭을 줄이는 방법이다. 무루 교수와 스트리클런드 교수는 이 기술을 개발, 극초단 고출력 레이저의 상용화를 견인했다.
(사진 : 노벨상위원회)

CPA 기술은 지금까지도 극초단 고출력 레이저를 개발하는 근간 기술로 활용된다. 현재 극초단 고출력 레이저는 펄스폭이 펨토초(fs‧1fs는 1000조 분의 1초)에 불과한 수준까지 도달했다. 펨토초 레이저는 수십 펩토초 수준의 짧은 시간 단위로 켜졌다 꺼지기를 반복하며 아주 가늘게 레이저 빛을 쏠 수 있는 기술이다. 살아 있는 세포에도 정밀하게 미세한 구멍을 뚫을 수 있어 수술뿐만 아니라 정밀기계 가공, 생체분자 시각화 등에 쓰인다.


1펨토초는 식물이 광합성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1초보다 1000조 배나 짧은 순간이다. (사진 : 노벨상위원회)
▲ 1펨토초는 식물이 광합성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1초보다 1000조 배나 짧은 순간이다.
(사진 : 노벨상위원회)

한편, 최고 출력은 페타와트(PW‧1PW는 1000조 W) 수준에 달했다. 지구 전체에 쏟아지는 태양에너지는 대기권 밖에서 약 174PW 정도다. 1PW는 이 태양에너지 세기의 약 160분의 1에 달하는 수치다. 이처럼 높은 출력은 레이저의 에너지가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존재하도록 압축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IBS, 세계 최고급 초강력 레이저로 물리 연구

IBS 초강력 레이저과학 연구단이 보유한 4PW 급 펨토초 레이저의 압축장치. (사진: IBS)
▲ IBS 초강력 레이저과학 연구단이 보유한 4PW 급 펨토초 레이저의 압축장치.
(사진: IBS)

국내에서는 기초과학연구원(IBS) 초강력 레이저과학 연구단이 고출력 레이저의 개발 및 활용 연구에 있어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번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제라르 무루 교수는 IBS 초강력 레이저과학 연구단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연구단은 2017년 4PW급 초강력 레이저 개발을 마쳤다. 출력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연구단은 이 기술을 이용해 극한 상황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물리 현상을 연구하고 있다.

IBS 초강력 레이저과학 연구단이 개발‧운용 중인 4PW급 레이저(사진: IBS)
▲ IBS 초강력 레이저과학 연구단이 개발‧운용 중인 4PW급 레이저
(사진: IBS)

최근에는 이 펨토초 레이저를 이용해 극자외선이 생성되는 새로운 경로를 규명하기도 했다. 극자외선은 파장이 10~120nm(나노미터‧1nm는 10억 분의 1m)에 해당하는 빛으로, 반도체에서 초정밀한 회로를 그려내거나 물질을 관찰하는 이미징 분야에 쓰인다.

김경택 IBS 초강력 레이저과학 연구단 그룹리더 연구팀은 이 극자외선이 생성되는 새로운 경로를 규명, 국제학술지 ‘네이처 포토닉스’ 9월 25일자에 발표했다.

극자외선을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려면 결맞음성(Coherence)이 중요하다. 결맞음성은 빛 파장의 위상과 주파수가 같아 서로 간섭한다는 의미로, 결맞음성이 높을수록 빛이 한층 더 강해진다. 지금까지는 ‘다중광자흡수’라는 물리현상만이 결맞음성을 유도해 극자외선을 생성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펨토초 레이저를 이용해 '좌절된 터널링 이온화'라는 새로운 경로로도 극자외선이 생겨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발견했다. 초고정밀‧초고성능 반도체 개발도 가능하기 때문에 산업계에서도 주목하는 극자외선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넓힌 것이다.

애슈킨_미시 세계 보는 '눈' 개발한 최고령 노벨상 수상자

애슈킨 박사와 그의 아내 (사진: 뉴스핌)
▲ 애슈킨 박사와 그의 아내
(사진: 뉴스핌)

일반적으로 노벨상이 한 가지 연구에서 나온 것과 달리,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두 가지 연구에서 공동 수상이 나왔다. 무루 교수와 스트리클런드 교수가 고출력 레이저 시대를 견인한 공로를 인정받은 반면, 아서 애슈킨 연구원은 초정밀 레이저로 미시 세계를 개척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애슈킨 연구원은 올해로 96세로 노벨상 117년 이래 최고령 수상자다. 과학 분야뿐 아니라 노벨상 전 분야를 통틀어 역대 최고령이다. 30대 말에 연구를 시작해 50대 연구의 정점을 찍고, 60대 인정을 받는 일반적인 노벨상 수상 패턴보다 늦은 늦깎이 수상자인 셈이다.

그는 39년간 벨연구소에서만 연구하며 인생의 황금기를 보냈다. 처음 수상 소식이 알려졌을 때 "내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생각했고 수상은 생각도 못했다"며 "최신 논문을 써야 하므로 인터뷰를 오래하기 어렵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지금도 연구하느라 바쁘다는 이야기다. 역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모양이다.

빛으로 나노입자 집는 '광집게' 개발

애슈킨 연구원은 빛의 힘을 측정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작은 입자를 빛으로 포획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40대 후반인 1970년부터 '광학 집게' 개발에 착수해 관련 논문을 내기 시작했고, 1986년에 이를 완성한 논문을 발표했다.

보통 우리는 작은 물체를 집어 올리거나 분리하거나 다른 곳으로 옮길 때 집게나 핀셋을 사용한다. 하지만 원자, 바이러스처럼 극도로 작은 물질은 집을 수 있는 도구가 없다. 원자나 분자는 너무 작아서 관찰이 어려울 뿐 아니라 조작하기도 쉽지 않다. 이 기술을 처음 제시한 사람이 바로 애슈킨 연구원이다.

광학 집게의 원리. 레이저의 압력으로 인해 입자는 레이저의 중심 쪽으로 끌린다. 렌즈를 사용해 레이저 빔을 강하게 집속하면 초점으로 입자가 포획된다. (사진: 노벨상위원회)
▲ 광학 집게의 원리. 레이저의 압력으로 인해 입자는 레이저의 중심 쪽으로 끌린다. 렌즈를 사용해 레이저 빔을 강하게 집속하면 초점으로 입자가 포획된다.
(사진: 노벨상위원회)

애슈킨 연구원은 광학 집게를 생물학 분야에도 활용했다. 광학 집게를 이용해 바이러스, 박테리아, 살아있는 세포까지 집거나 고정시키는 데 성공하고, 각 연구결과는 1986년과 1987년, '네이처'와 '사이언스' 등 정상급 국제학술지에 연이어 실렸다.

스웨덴왕립과학원 노벨상위원회는 "애슈킨 연구원이 발견한 도구는 빛의 복사압을 이용해 물질을 이동시키는 공상과학 소설 속의 오래된 꿈을 현실로 만들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IBS, 비디오게임처럼 광학집게로 콜로이드 조립

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이 홀로그래픽 광학집게를 이용해 만든 ‘ibs.CSLM'문구. 문구에 나타난 점들은 2마이크로미터 크기의 폴리스티렌 입자다. (사진 : IBS 유튜브 캡처)
▲ 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이 홀로그래픽 광학집게를 이용해 만든 ‘ibs.CSLM'문구. 문구에 나타난 점들은 2마이크로미터 크기의 폴리스티렌 입자다.
(사진 : IBS 유튜브 캡처)

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은 광학집게를 이용해 콜로이드 입자를 효율적으로 조립하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콜로이드 입자는 1nm보다 크고, 1㎛보다 작은 입자로 아무리 작고 예리한 핀셋으로도 잡을 수 없다. 광학집게가 콜로이드를 옮길 수 있는 유일한 도구다.

이전까지는 콜로이드를 옮기려면 입자 수만큼의 광학 집게를 써서 조립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하지만 스티브 그래닉 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장 팀은 기존보다 5배 적은 광학집게를 이용해 효율적으로 콜로이드를 조립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연구결과는 지난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6월 8일자에 실렸다.

연구진은 비디오 게임의 그래픽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슈퍼마리오 같은 고전 게임과 주인공 머리카락의 흔들림까지 보이는 현대식 게임은 그래픽에 큰 차이가 있다. 고전 게임은 이미지가 깨져 보이는 비트맵 형식인 반면, 현대식 벡터형 이미지는 아무리 확대해도 매끄러운 이미지를 제공한다.

이에 착안, 연구진은 매끈한 평면에 콜로이드를 얇게 입혀 단일층을 만들고, 그 위에 콜로이드를 올리는 방식을 고안했다. 콜로이드로 육각형, 삼각형 등 2차원 구조를 구현한 뒤, 각 도형의 꼭짓점만 잡아도 콜로이드 도형 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

그래닉 단장은 "콜로이드 조립에 필요한 시간과 노동력을 대폭 단축했다”며 “이번 연구는 가사 노동에서 처음으로 세탁기가 등장한 것과 비견할 정도로 콜로이드를 조종하는 강력한 도구를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트맵(왼쪽)과 벡터 이미지 개념(오른쪽)을 이용한 콜로이드 조립법. 기존 콜로이드 조립은 광학집게(노란색)를 콜로이드 입자 수(파란색)만큼 사용해 구조를 만들었다. 연구진이 고안한 기술로는 콜로이드 조립에 필요한 광학 집게 수를 대폭 줄일 수 있다. (사진: IBS)
▲ 비트맵(왼쪽)과 벡터 이미지 개념(오른쪽)을 이용한 콜로이드 조립법. 기존 콜로이드 조립은 광학집게(노란색)를 콜로이드 입자 수(파란색)만큼 사용해 구조를 만들었다. 연구진이 고안한 기술로는 콜로이드 조립에 필요한 광학 집게 수를 대폭 줄일 수 있다.
(사진: IBS)

노벨상 배출 분야이자 황금알 낳는 거위

광학 연구는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기로 유명한 분야다. 광섬유에서 빛이 전송되는 과정을 규명한 2009년 물리학상, 청색 발광다이오드(LED) 기술 실용화를 이끈 2014년 물리학상, 레이저 간섭계를 이용해 중력파를 검출한 성과는 2017년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2000년 이후에만 4개의 노벨 물리학상이 광학 분야에서 나왔다는 의미다.

노벨상 배출에서 그치지 않는다. 광학분야 연구는 기초연구가 '돈'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분야이기도 하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레이저 증폭 기술’ 또한 산업과 연계돼 경제에 기여한 바가 엄청나다. 전문가들이 추산하는 '레이저 가공 시장' 규모만 100억 달러(약 11조 2000억 원). 만약 의료, 통신 등 모든 분야에 쓰이는 레이저 장치를 더한다면 그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빛 그 이상을 보여주는 레이저. 찰나에 강하게 작용하는 레이저가 최첨단 기술로 발전해 경제효과까지 그려내고 있다. 왜 레이저를 '신의 빛줄기'라고 부르는지 알 것만 같다.

본 콘텐츠는 IBS 공식 블로그에 게재되며, https://blog.naver.com/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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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19-01-30 1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