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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가 네 팔다리를 움직이게 하리라

"이건 나노야"



마블의 슈퍼히어로 아이언맨은 몸에 철갑 슈트 하나만 두르고 제트기보다 빨리 대기권을 벗어난다. 총탄을 막아내는 방탄은 기본이고, 하늘 높이 비행해도 얼어붙지 않는다. 미사일을 발사하고 탱크 정도는 거뜬히 들어올린다. 공학자를 슈퍼히어로로 만든 비결은 뭘까.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토니 스타크는 한 마디로 정리한다. "이건 나노야(It’s Nano)"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처음 선보인 아이언맨의 나노슈트는 토니 스타크의 가슴에 있는 '아크리액터'가 나노입자를 저장하고 있다가 위기의 순간, 그의 몸을 감싸며 슈트를 완성시킨다. 정해진 슈트의 형태가 없고, 타격을 입은 순간 순간적으로 슈트가 복원되기도 한다.
▲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처음 선보인 아이언맨의 나노슈트는 토니 스타크의 가슴에 있는 '아크리액터'가 나노입자를 저장하고 있다가 위기의 순간, 그의 몸을 감싸며 슈트를 완성시킨다. 정해진 슈트의 형태가 없고, 타격을 입은 순간 순간적으로 슈트가 복원되기도 한다.
(출처: 네이버 영화/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 예고편)

뭉치면 강해지는 나노, 총알도 튕겨낸다

나노기술은 크기가 100나노미터(nm) 이하인 원자나 분자를 조작하고, 제어해 물질의 구조나 배열을 바꾸는 기술을 말한다. 1nm는 고작 10억 분의 1m에 불과한 크기다. 이는 머리카락보다 8만 배나 얇아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이 영역에서 물질은 우리가 아는 것과 다른 새로운 특성을 나타낸다.

가령, 금은 누런색을 띠지만, 크기 20nm 이하인 '나노 금'이 되면 빨간색을 띤다. 은 역시 나노 세계에서 노란색이 된다. 색깔과 같은 물리적 성질뿐 아니라 화학적 성질이 달라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금은 매우 안정적이라 화학 반응에 잘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나노 금은 매우 강력한 반응성을 가진 촉매다.

아이언맨의 슈트도 이런 나노 물질의 독특함을 토대로 완성됐다. 영화 속 토니 스타크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나노 입자가 모여들어 완벽한 슈트를 입은 아이언맨으로 변신하고, 적절한 타이밍에 강력함을 뽐내곤 한다. 이 슈트에는 강철보다 훨씬 가벼우면서도 100배나 더 단단한 탄소섬유가 소재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하지만 '나노' 크기로 말이다.


탄소나노튜브는 탄소 벽으로 구성된 길고 속이 빈 튜브 모양을 띤다. 강철보다 가벼우면서도 100배나 더 단단해 방탄복으로 만들 경우 절대로 뚫리지 않는 방탄복을 만들 수 있다.
▲ 탄소나노튜브는 탄소 벽으로 구성된 길고 속이 빈 튜브 모양을 띤다. 강철보다 가벼우면서도 100배나 더 단단해 방탄복으로 만들 경우 절대로 뚫리지 않는 방탄복을 만들 수 있다.
(출처 : Flickr)

실제로 호주 시드니대 연구팀은 2007년 나노 크기의 탄소섬유를 이용하면 '절대 뚫리지 않는 방탄복'을 만들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영국물리학회에서 발간하는 저널 '나노테크놀로지'에 발표한 바 있다. 연구진이 주목한 건 탄소나노튜브(CNT·Carbon Nano Tube)라는 소재로, 육각형 벌집무늬 구조로 배열된 탄소 분자가 둥글게 말려 원통형 튜브 형태를 띠는 구조다.

연구진은 탄소나노튜브 방탄복은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한 총알을 맞더라도 그 총알의 운동에너지를 모두 흡수한 뒤 다시 튕겨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초속 2000m가 넘는 속도로 빠르게 날아오는 실탄에도 탄소나노튜브 방탄복은 끄떡없다는 것(게다가 실제 실탄의 속도는 고작(?) 초속 1000m 미만이다). 열과 마찰에 강하다는 장점은 덤이다.


탄소나노튜브는 지금까지 발견된 물질 중 가장 인장 강도와 탄성률이 높다고 알려졌다.
▲ 탄소나노튜브는 지금까지 발견된 물질 중 가장 인장 강도와 탄성률이 높다고 알려졌다.
(출처 : Wikipedia)

어쩌면 아이언맨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마을을 지탱하고, 사람들을 위험에서 구출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나노기술 덕분인 것 아닐까. 물론 공상과학(SF) 영화 속 이야기지만 말이다.

병든 조직을 밝게 비추는 '나노 램프'

나노는 혼자 있을 때에는 큰 힘이 없다. 하지만 여러 입자가 모여 '복합체'를 이루면 특수한 능력을 갖게 된다. 나노복합체의 쓰임은 무궁무진하지만, 그중에서도 활약이 가장 기대되는 분야를 꼽으라면 바로 의료기술이다.

생명체의 기본단위인 세포의 지름은 10㎛(마이크로미터·1㎛는 100만 분의 1m)로 그 속에는 수십nm 크기의 수많은 분자들이 작동하고 있다. 즉, 세포 속 생체분자의 구조와 움직임을 정확히 알기 위해 나노기술이 필수라는 의미다.


생명체의 기본단위인 세포 속에서 일어나는 활동의 나노 수준에서 정밀하게 조절되는 현상이다.
▲ 생명체의 기본단위인 세포 속에서 일어나는 활동의 나노 수준에서 정밀하게 조절되는 현상이다.
(출처: Pixino)

나노 기술의 발전으로 최근에는 의료 분야에 혁신을 몰고 올 만한 새로운 기술들이 잇달아 개발되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의학 연구단은 병든 세포를 찾아내면 불을 밝게 내는 '나노 MRI 램프'를 개발해, 2017년 2월 유명 국제학술지 '네이처 머터리얼스(Nature Materials)'에 개재한 바 있다.

연구진이 개발한 나노 MRI 램프는 자성을 가진 나노입자를 이용해 질병 부위를 선택적으로 찾아낼 수 있는 기술이다. 이 램프는 자성나노입자, 생체인자 인식 물질, 상자성 물질(외부 자기장이 있을 때만 자기적 성질을 나타내는 물질)로 구성된다. 자성나노입자와 상자성 물질 간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자기 공명 튜너(MRET·Magnetic Resonance Tuning)' 현상에 의해 MRI 신호를 켜거나(On) 끌 수(Off) 있는 것이 기술의 원리다.

나노 MRI 램프의 구성 요소는 자성나노입자, 생체인자 인식 물질, 상자성 물질이다. 상자성 물질이 자성나노입자로부터 가까이 위치하면 MRI 신호가 꺼지고, 생체인자를 인지해 멀어지면 MRI 신호가 켜진다.
▲ 나노 MRI 램프의 구성 요소는 자성나노입자, 생체인자 인식 물질, 상자성 물질이다. 상자성 물질이 자성나노입자로부터 가까이 위치하면 MRI 신호가 꺼지고, 생체인자를 인지해 멀어지면 MRI 신호가 켜진다.
(출처: 기초과학연구원)

나노 MRI 램프는 병든 조직을 주변 조직에 비해 최대 10배 밝게 보이는 고감도 영상을 구현할 수 있다. 현재 상용화된 MRI 조영제는 MRI 신호가 켜진 상태로 몸 안으로 주입되기 때문에 주변 조직과 병든 조직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웠다. 반면, 나노 MRI 램프는 특정 질병과 연관된 생체인자에만 반응하기 때문에 이상이 발생한 부위만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연구의 교신저자인 천진우 IBS 나노의학 연구단장은 "자성을 가진 나노입자를 이용해 생체 깊은 곳에 있는 질병 인자를 탐색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관찰 도구"라며 "기존 MRI 조영제가 밝은 대낮에 램프를 켜는 것이라면 나노 MRI 램프는 밤에 램프를 하나 켜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노 MRI 램프는 꺼진 상태로 몸속에 주입돼 특정 생체인자를 만나면 켜진다. 이 때문에 상용화된 기존 MRI 조영제와 달리 질병 부위를 확연하게 구분할 수 있다.
▲ 나노 MRI 램프는 꺼진 상태로 몸속에 주입돼 특정 생체인자를 만나면 켜진다. 이 때문에 상용화된 기존 MRI 조영제와 달리 질병 부위를 확연하게 구분할 수 있다.
(출처: 기초과학연구원)

피부에 부착한 나노로 건강 체크!

한편 나노복합체를 이용해 건강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됐다. 김대형 IBS 나노입자연구단 부연구단장 팀은 2014년 나노 물질을 사용해 운동 장애 질환을 진단하고, 결과에 따라 치료까지 가능한 웨어러블 전자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파킨슨병과 같은 운동 장애 질환을 상시 모니터링 하는 것이 가능하다. 측정 결과를 저장하고 저장된 정보의 패턴에 따라 즉시 피부에 약물까지 투여한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에 실렸다.


IBS가 개발한 '피부 부착형 웨어러블 의료용 전자패치'는 높은 전도도와 신축성을 동시에 가지는 전도체를 개발하고, 다양한 바이오메디컬 디바이스로의 활용가능성을 제시했다.
▲ IBS가 개발한 '피부 부착형 웨어러블 의료용 전자패치'는 높은 전도도와 신축성을 동시에 가지는 전도체를 개발하고, 다양한 바이오메디컬 디바이스로의 활용가능성을 제시했다.
(출처: 기초과학연구원)

연구팀은 웨어러블 전자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먼저 나노 크기의 입자를 기존의 반도체 공정에 적용, 전력소모를 크게 낮추고 극도로 얇게 만들었다. 보통 실리콘이나 유리로 만드는 딱딱한 기판 대신 얇은 패치에 나노박막과 나노입자를 사용해 전자회로를 구성한 것. 또 인체의 피부처럼 약 25% 늘어나거나 휠 수 있는 센서, 메모리 소자, 히터 등의 다양한 전자소자도 제작했다. 전자히터는 나노입자에 들어있는 치료용 약물이 피부에 잘 투여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다. 이런 웨어러블 패치는 피부에 부착해 모양이 변해도 성능이 유지된다.

대장금보다 정확한 전자 혀도 나노로 구현


"왜 홍시냐고 물으시면,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고···"

MBC 드라마 ‘대장금’에서 장금이는 어릴 적부터 절대미각으로 유명한 인물로 나온다. 하지만 나노 기술과 함께라면 부러울 필요 없다. '어린 장금이'보다 더 우수한 미각을 인공으로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 MBC 드라마 ‘대장금’에서 장금이는 어릴 적부터 절대미각으로 유명한 인물로 나온다. 하지만 나노 기술과 함께라면 부러울 필요 없다. '어린 장금이'보다 더 우수한 미각을 인공으로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MBC Classic)

10여 년 전.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MBC의 드라마 '대장금' 속 명대사다. 드라마 속에서 장금이는 '절대 미각;을 가진 인물로,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 그 식재료를 알아맞힐 수 있는 능력자로 표현된다. 하지만 나노기술이 계속 발전해 나간다면 대장금이 필요 없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나노 기술로 인간의 혀보다 무려 1억 배나 민감한 '나노 바이오 전자 혀'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노 바이오 전자 혀는 인간의 미각 수용체를 모사한 센서를 나노 튜브나 그래핀과 결합해 만든 인공 감각기관이다.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된 전자 혀는 전자 센서를 통해 물질 분포를 분석하는 장치로 설탕, 사카린, 아스파탐, MSG 등 맛 차이를 인간보다 월등하게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인정받았다. 뿐만 아니라 음식이 부패할 때 나는 냄새를 감지할 수 있는 '바이오 전자 코'도 이미 구현됐다.

이뿐 아니라 나노 기술을 토대로 사람의 피부와 똑같이 반응하는 전자피부, 촉감까지 느낄 수 있는 전자의수 등도 이미 개발됐다. 의료 분야에 접목된 나노 기술은 이처럼 질병 진단은 물론, 장애인을 돕는 유용한 기술로 사용될 전망이다.

나노는 그리스어로 난쟁이를 뜻하는 단어 나노스(Nanos)에서 유래한 단어다. 10억분의 1m의 난쟁이 입자가 만드는 변화가 놀랍지 않은가.

본 콘텐츠는 IBS 공식 블로그에 게재되며, blog.naver.com/ibs_official/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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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팀 : 백서윤   042-878-8238
최종수정일 2019-01-30 1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