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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현장의 숨은 주역, 촉매

바쁜 출근길, 운전에 나선 A씨, 마가린을 바른 토스트를 한 입 베어 먹는다. 이미 A씨의 입 안에서는 침 속 소화효소들이 김밥을 분해하며 소화를 돕고 있다. A씨가 운전하고 있는 자동차 배기구 안에는 백금이 배기가스를 정화하고 있다. 외근하는 날이라 밖에 오래 서있어야 하지만 손에 쥔 따뜻한 핫팩이 있어 마음이 든든하다. A씨가 핫팩을 흔들자 백금 촉매가 벤젠과 작용해 일분도 지나지 않아 뜨거워졌다.

여기서 돌발퀴즈. A씨의 일상 곳곳에 등장한 촉매는 총 몇 개일까? 마가린, 소화효소, 배기가스 정화기, 핫팩에는 공통적으로 촉매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우리가 무심코 반복하는 일상 속 행동 속에 촉매기술이 녹아 있다.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촉매,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화학반응의 매듭을 풀다

촉매라는 단어 catalyst는 ‘(매듭 등을) 풀다’를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비롯됐다고 알려져 있다. 어원의 뜻 그대로 촉매는 화학반응의 ‘매듭’을 잘 풀어내는 숨은 ‘공신’이다.


▲ 낮은 온도의 산화 촉매를 이용한 공기여과기. 실온에서 일산화탄소를 독성이 덜한 이산화탄소로 변환하기 위해 사용된다. 대기의 폼알데하이드를 제거할 수도 있다. 출처, NASA Langley Research Center

촉매는 자신은 변하지 않으면서 화학반응 속도를 더 빠르거나 느리게 조절하는 방식으로 화학반응을 돕는다. 촉매의 역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화학반응과 활성화에너지의 관계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최소한의 조건이 활성화 에너지다. 반응이 일어나려면 활성화에너지 이상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활성화에너지가 높은 반응은 쉽게 일어나지 않고, 활성화에너지가 낮은 반응은 쉽게 일어날 수 있다. 여기서 촉매는 반응에 필요한 활성화에너지를 변화시킨다. 촉매는 활성화에너지를 낮춰 반응이 빨리 일어나도록 돕거나 높여 반응이 잘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 활성화에너지는 반응에 필요한 에너지를 말한다. 활성화에너지가 작은 반응은 반응속도가 빠르게 일어나는데,
촉매는 활성화에너지를 변화시켜 화학반응을 유도한다.(출처: 두산백과)

수도 많고 종류도 다양한 촉매는 구성 물질이나 반응 원리에 따라 금속촉매, 광촉매, 분자촉매, 생체촉매 등으로 나뉜다. 촉매는 역할도 다양하다. 위에서 A씨의 출근길 상황에서 엿볼 수 있듯 일상생활 곳곳에서 촉매가 작용하고 있다.

먼저 음식을 먹고 소화하는 과정에서는 생체 촉매인 효소가 필수다. 침 속의 아밀라이제는 물론 위액 등에도 음식물을 소화시키는 촉매인 소화효소가 들어있다. 식빵 위에 얇게 바르면 바삭바삭한 토스트가 되는 마가린에도 촉매가 들어있다. 식물성 기름을 굳혀 만드는 과정에 금속촉매인 니켈을 사용한다. 니켈은 불포화상태인 분자를 포화상태로 변화시키는데, 이 과정을 알아낸 프랑스의 과학자 폴 사바티에는 1912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흔들면 따뜻해지는 주머니 난로는 백금이 촉매로 작용한다. 벤젠이 든 천이 공기 중에서 산화되는 과정에서 열이 발생하는 원리다.

자동차에는 배기가스를 정화하는데 촉매가 사용된다. 백금, 팔라듐, 로듐 등의 촉매가 부착된 삼원촉매장치에서 정화 과정이 일어난다. 이들 촉매는 일산화탄소, 탄화수소, 산화질소 등을 분해하는데 이 과정에서 자동차가 배출하는 공해 물질의 98% 이상이 제거된다. 만약 자동차에 이같은 촉매가 없었다고 상상하면 지구의 환경은 무참히 파괴되었을지 모를 일이다.

작물 재배에 혁신을 가져온 비료 개발도 촉매 기술의 성과물이다. 독일의 화학자 프리츠 하버와 카를 보슈가는 1909년 공기 중의 질소와 수소를 이용해 질소비료의 주원료인 암모니아를 대량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질소는 공기 중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그 양이 많지만 반응성이 적어 질소를 암모니아로 만들어내는 것이 어려웠다. 하버는 다양한 촉매를 이용해 고온, 고압 조건에서 암모니아 생성 실험을 한 끝에 철, 산화알루미늄, 산화칼륨으로 구성된 촉매를 활용하면 질소를 암모니아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550도, 175기압에서 촉매를 활용하면 암모니아의 수득율을 8%로 높일 수 있었는데, 당시 하버가 실험기구에서 암모니아가 한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하자 “떨어진다. 떨어진다!”고 환성을 질렀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하버는 하버-보슈법으로 불리는 이 기술을 개발한 공로로 1918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 비료 개발의 주역 프리츠 하버

산업현장 제품 90% 이상이 촉매로 만들어

촉매의 역할이 가장 빛나는 분야는 산업 현장이다. 산업적으로 생산되는 모든 화학제품의 90% 이상이 제조 과정에 촉매가 필요하다고 추정될 정도니 촉매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산업 현장에서 촉매는 필수다.

대표적인 분야가 석유화학제품 가공이다. 한국은 석유가 한 방울도 나지 않지만 석유화학 가공제품 수출량이 세계 1위로 꼽힌다. 원유 생산국으로부터 석유를 수입해 가솔린, 경유, 등유 등으로 분리해낸 뒤, 그 부산물을 다양한 석유제품으로 가공하는 것이다. 석유제품은 탄소로 이뤄진 화합물이다. 탄소화합물은 안정적인 구조를 가져 쉽게 반응이 일어나지 않아 화학반응을 일으키기 어렵다. 때문에 산업 현장에서는 고온 또는 고압 환경을 만들어 화학반응을 유도하고자 했지만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었다.

■ 다양한 산업 공정에서 사용되는 촉매의 종류

다양한 산업 공정에서 사용되는 촉매의 종류
공정 촉매
암모니아 합성
황산 제조산화질소(Ⅱ), 백금
석유 분해 및 증류실리카-알루미나
불포화탄화수소의 수소화반응니켈, 백금, 팔라듐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산화구리, 백금, 팔라듐

과학자들은 비용을 들여 고온·고압의 환경을 만들지 않더라도 탄소화합물의 반응을 쉽게 일으키는 방법을 강구해왔다. 답은 촉매에서 나왔다. 연구자가 원하는 화학반응을 위해 필요한 활성화에너지를 낮추는 촉매를 개발하는 것이다. 우수한 촉매를 찾아내면 반응성이 낮은 탄소화합물을 보다 낮은 온도와 압력 조건에서도 반응시킬 수 있게 돼 탄소화합물을 이용한 생산성을 크게 높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은 금속촉매인 이리듐을 이용해 탄화수소 화합물을 분해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인류에게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메탄가스(CH4)를 분해하는 기술을 최근 개발했다. 매년 5억톤 이상 발생하고 발생량이 점차 늘고 있는 메탄가스를 분해할 수 있다면 기후변화도 막고 환경도 보호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 될 수 있다.

메탄가스는 탄소와 수소로 이뤄진 유기화합물로 구조가 안정적이라 결합을 깨기 어렵다. 에너지를 많이 쓰지 않고도 탄소-수소 결합을 깨서 탄소-질소 결합으로 바꾸면 메탄을 분해하는 것은 물론 의료용 소재로도 사용가능하다. 연구진은 이리듐을 촉매로 활용해 비활성 탄소-수소 결합을 활성화한 뒤 탄소-질소 결합을 직접 만들어냈다.

이리듐 촉매는 기존 촉매보다 반응성이 높아 상온에서도 탄소-수소 결합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높은 온도에서 반응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높은 온도에서 불안정한 유기 아지드 등 다양한 질소 원료까지 이용할 수 있는 장점도 갖췄다.


▲ 메탄가스의 탄소-수소 결합 활성 붕소화 촉매반응 기작(출처: IBS)

연구단은 새로운 촉매반응을 개발하고 메커니즘을 밝혀내기 위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계산화학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탄소-수소 결합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다양한 물질을 합성하는데도 이용하고 있다.

우리 일상은 물론 산업 현장의 숨은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촉매, 최근에는 현대판 연금술사로 불리며 유기화학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어 넣고 있다. 자연계에 풍부한 탄화수소에서 플라스틱 고분자 화합물이 뚝딱하고 나오고, 메탄가스에 물과 촉매를 넣어 메탄올을 만드는 날이 멀지 않았다. 촉매를 향한 과학자들의 연구의 끝이 우리 일상을 또 어떻게 바꿀지, 산업계를 어떻게 흔들지 기대된다.

본 콘텐츠는 IBS 공식 블로그에 게재되며, blog.naver.com/ibs_official/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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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19-12-17 14: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