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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와~원자 구경은 처음이지? 미시 세계로의 입장권, 전자현미경

기원전 460년 경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데모크리토스(Democretus)는 만물이 쪼갤 수 없는 작은 입자, 즉 원자로 이루어져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위대한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데모크리토스의 생각을 묵살하고 세상이 ‘물, 공기, 불, 흙’의 네 가지 원소로 이루어져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의 견해는 18세기에 영국의 화학자 존 돌턴(John Dalton)이 다시 원자론을 주장하기까지 2000여 년 동안 세상을 지배했다.1) 하지만 오늘날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가 원자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왜? 여러 가지 과학적 사실이 원자론이 옳다는 것을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우리가 보았기 때문이다. 물질을 확대하고 확대하고 또 확대했더니, 거기에 원자가 있다는 것을.

원자 단위의 물질세계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광학현미경(optical microscope)으로는 관찰하기 어렵다. 원자의 지름은 1~2옹스트롬(A) 쯤 된다. 1옹스트롬은 1나노미터(nm)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길이다. 가시광선의 파장은 수백 나노미터를 훌쩍 넘기 때문에 가시광선을 이용한 기구인 광학현미경으로는 1나노미터도 안 되는 크기인 원자는 볼 수 없다. 한마디로 원자라는 입자를 거르기에 광학현미경이라는 체의 구멍이 너무 큰 것이다. (여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아베의 회절 한계를 설명한 이 블로그의 다른 포스트 "나노 물질도, 피부 속도 꿰뚫어 본다! 광학현미경의 끝없는 도전"를 참고하자.)

광학현미경보다 못했던 최초의 전자현미경 TEM

그런데 ‘좀 더 촘촘한 체’를 만들자고 한 사람들이 있었다. 가시광선보다 더 짧은 파장을 가진 파동을 이용한 현미경을 만들려고 했던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를 위해 전자(electron)를 이용하기로 했다.

1926년 독일의 과학자 한스 부슈(Hans Busch)는 움직이고 있는 전자가 자기장을 지나갈 때 운동 방향이 휘어진다는 점을 밝혔다. 1927년 미국 벨연구소의 클린턴 데이비슨(Clinton Davisson)과 레스터 거머(Lester Germer)는 실험을 통해 전자가 파동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에너지가 높을수록 그 파장이 짧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931년, 독일 베를린공대의 에른스트 루스카(Ernst August Friedrich Ruska)와 그의 스승인 막스 놀(Max Knoll)은 전자를 진공에서 가속시키면 파장이 가시광선의 10만 분의 1일 밖에 안 되는 파동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리고 루스카와 놀은 새롭게 밝혀진 전자의 성질을 이용해 현미경을 만들기로 했다.

그들이 만든 현미경의 구조는 기본적으로 광학현미경과 비슷했다. 다만 광원으로 가시광선 대신 전자빔을 이용하고, 유리 렌즈 대신 코일을 감아 만든 전자렌즈2)를 사용하며, 직접 눈으로 보는 대신 형광판이나 사진필름에 물체의 확대된 상을 맺게 한다는 점이 달랐다. 그리고 현미경 속이 진공 상태라는 점이 큰 차이였다. 이것이 최초의 전자현미경인 투과전자현미경(TEM, 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e)이다. 투과라는 말이 붙은 것은 전자빔이 얇게 자른 시료를 통과하면서 상을 맺어 보여주기 때문이다.


▲ 광학현미경, 투과전자현미경, 주사전자현미경의 기본 원리
(출처.한국기계연구원)

1931년 루스카가 처음 만든 전자현미경은 민망하게도 당시 광학현미경에도 훨씬 못 미치는 배율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꾸준히 노력하여 전자현미경의 품질을 향상시켰고 2년 후에는이미 광학현미경의 분해능을 뛰어넘는 전자 현미경을 만들었다. 배율은 12,000배에 달했다. 루스카는 1939년경에는 최초의 상용화된 전자현미경을 제작하였다. 1980년대에 이르러 전자현미경은 원자 세계를 볼 수 있을 정도로 배율과 분해능이 향상되었다. 평생 전자현미경 성능을 개선하는 데 헌신한 루스카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86년 80세의 나이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 (왼쪽)전자현미경 발명의 공로로 1986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독일의 과학자 에른스트 루스카(오른쪽) 루스카가 최초로 구상한 전자현미경 스케치(1931년 3월 9일)과 전자현미경 설계도면(1933년 12월 12일)
(출처: Nobelprize.org)

찌르는 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주사전자현미경 SEM

또 다른 방식으로 전자현미경을 만든 사람도 있었다. 1937년 벨기에의 맨프레드 폰 아르덴(Manfred von Ardenne)이다. 그는 투과전자현미경으로는 잘 관찰할 수 없는 두꺼운 시료를 자세히 관찰하고 싶었고 마침내 주사전자현미경(SEM, scanning electron microscope)을 개발하였다.3)주사전자현미경은 전자빔으로 시료의 표면을 쏘아 시료에서 튀어 나온 전자를 측정하여 화면에 이미지가 나타나도록 하는 방식4)이다. 시료에서 튀어나온 전자는 전자총으로 광원으로 쏜 전자(1차 전자)와 구분하기 위해 2차 전자라고 한다.5)

현미경 이름에 ‘주사’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고 주사전자현미경으로 시료를 찌른다든가 하지는 않는다. 여기서 주사(走査)란 약물을 뾰족한 바늘을 이용해 몸속에 주입하는 기구인 주사(注射)가 아니라 ‘훑는다’는 뜻이다. 영어로는 스캐닝이라 번역된다. 즉, 전자빔으로 시료를 꼼꼼히 훑어가며 측정하여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주사전자현미경이다. 이 때 관찰하고자 하는 시료는 에너지가 높은 전자빔에 상하지 않도록 금과 같은 금속으로 얇게 코팅해주어야 한다. 주사전자현미경은 투과전자현미경보다 해상도는 떨어지지만 재료의 형태와 입체적 구조를 알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 산업용으로 활발히 이용된다.


▲ (왼쪽) 주사전자현미경의 구조와 원리, (오른쪽) 코일을 감아 만든 전자렌즈
(출처. ammrf.org.au)

미세한 손가락으로 원자라는 점자를 읽는 STM

1986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사람은 에른스트 루스카 말고도 두 사람이 더 있었다. 1981년 스위스 취리히의 IBM 연구소에서 일하던 독일 태생의 물리학자 게르트 비니히(Gerd Binnig)와 하인리히 로러(Heinrich Rohrer)다. 두 사람은 주사터널링현미경(STM, scanning tunnerling microscope)이라는 장치를 만들었다.

터널링이란 말 그대로 전자가 원자 표면에 굴을 뚫고 밖으로 빠져나오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6) 원자 속에서 원자핵 주위를 돌고 있는 전자들은 파동운동을 하며 마구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그 위치가 분명하지 않다. 따라서 만일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전자는 원자핵을 둘러싼 구름 같이 모호한 덩어리(전자구름)로 보일지도 모른다. 전자는 마구 움직이다보니 원자의 표면을 아주 살짝 벗어날 수도 있는데 이를 터널링이라 부르는 것이다. 터널링 현상 때문에 전기가 통하는 물체를 아주 가까이 접근시키면 양쪽 물체를 구름(물론 그 구름의 두께란 엄청나게 얇을 것이다)처럼 둘러싸고 있는 전자가 중간에서 만나게 되고 한쪽으로 이동하는(전류가 흐르는) 현상이 일어난다.


▲ 전자의 터널링 현상을 이용한 주사터널링현미경의 원리

주사터널링현미경의 원리는 이러한 터널링 효과를 이용한 것이다. 우선 아주 가늘고 섬세한 탐침(probe)을 만든 다음 관찰하고자 하는 시료에 아주 가까이(보통 원자 2~3개의 지름) 가져다 댄다. 그런 다음 탐침과 시료 사이에 전압을 걸면 전자는 둘 사이의 아주 좁은 틈에 형성된 전자구름을 타고 흐른다. 이를 터널전류라고 한다. 탐침을 시료 위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천천히 이동시키면 탐침과 시료 사이에 흐르는 전류가 변화하는 것을 감지하여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터널전류는 침과 시료표면 사이의 거리에 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가령 원자 1개의 직경만큼 거리가 변하면 터널전류는 약 1천배 이상 변한다. 주사터널링현미경은 탐침이 시료를 기계적으로 접촉하지는 않는다는 사실만 빼면 시각장애인이 손끝으로 점자책을 읽는 것과 원리가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다.

게르트 비니히와 하인리히 로러 이전에도 터널현상을 이용하여 전자현미경을 개발하고자 한 이들은 여럿 있었지만 그들은 몇 가지 기술적인 한계를 넘지 못했다. 진동의 영향을 극복하면서도 탐침이 시료 위로 정밀하게 움직이며 시료와의 거리를 잴 수 있는 기술과 그 끝에 원자가 겨우 몇 개만 존재할 정도로 예리한 탐침을 만들어내는 기술, 측정한 터널 전류를 이미지로 구현하는 기술 등이었다. 게르트 비니히와 하인리히 로러는 이 모든 한계를 극복한 전자현미경을 만들었고 그들의 현미경은 재료 표면의 미세한 원자구조를 조사하고 세포 속 DNA 관찰을 가능케 하는 등 현대과학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

원자현미경의 탄생과 전자현미경의 계속되는 도전

주사터널링현미경의 또 한 가지 대단한 점은 원자처럼 작은 물체를 관찰할 뿐 아니라 움직이거나 깎아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 사실은 실험을 하던 중 매우 우연히 발견되었다. 처음에는 원자 수백 개의 덩어리를 깎아내는 정도로밖에 조작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원자 하나하나를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발전하였다.

기초과학연구원 양자나노과학 연구단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단장(Andreas Heinrich, 이화여대 물리학과 교수)은 2017년 3월 주사터널링현미경을 이용하여 홀뮴(Ho) 원자의 스핀 방향을 조작하는 방법으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메모리소자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 기초과학연구원 양자나노과학 연구단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단장이 주사터널링현미경으로 개별 원자를 움직여 만든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기네스 월드 레코드’에 ‘세계에서 가장 작은 스톱모션애니메이션 영화’로 기록되기도 했다.

주사터널링현미경은 원자를 관측하고 움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최초의 ‘원자현미경’으로 불리기도 한다. 게르트 비니히는 전기가 통하는 물질(도전체)만을 관측할 수 있는 주사터널링현미경의 한계를 넘어 전기가 통하지 않는 물질을 관측하기 위해 1985년 원자간힘현미경(AFM, Atomic Force Microscpe)을 개발했다. 원자간힘현미경은 캔틸레버라는 탐침과 시료 사이에 작용하는 원자끼리의 인력(끌어당기는 힘)을 이용하여 측정하는 기구다. 이 밖에 시료 표면의 마찰력을 재는 LFM(Lateral Force Microscope), 시료의 경도를 재는 FMM(Force Modulation Microscope), 자기력을 재는 MFM(Magnetic Force Microscope), 시료의 전기적 특성을 재는 EFM(Electrostatic Force Microscope) 등 다양한 원자현미경이 개발되었다. 원자현미경의 탐침을 이용해서도 나노 단위의 무늬를 새기거나 나노 물질을 원자 단위로 보면서 자르고, 옮기고, 붙이는 것이 가능하다.

생체분자를 관찰하기에 부적합하다는 전자현미경의 한계도 차차 극복되었다. 기존 전자현미경은 진공상태에서 관찰해야 하는데 진공상태에서는 생체분자를 둘러싼 물이 증발하고 구조가 붕괴되어 버렸다. 또한 해상도를 높이려고 전자빔의 에너지를 높이면 시료가 타 버리기도 했다. 스위스의 자크 뒤보셰(Jaque Dubochet), 미국의 요아힘 프랑크(Joachim Frank), 영국의 리처드 헨더슨(Richard Henderson)은 극저온전자현미경(Cryo Electron Microscope)을 개발하여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다. 생체분자를 액체질소로 얼려 잠시 멈춘 뒤, 원자 수준의 해상도로 3차원 구조를 관찰하여 3D 영상으로 기록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단백질이나, 지카 바이러스 등의 구조가 모두 극저온전자현미경 기술 덕분에 밝혀졌다. 최근에는 이 현미경으로 촬영한 다양한 단백질 구조의 사진들이 각종 유명 학술지의 표지를 장식하기도 한다. 극저온전자현미경을 개발하여 생화학의 새 장을 연 이 3명의 과학자는 지난해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 (위)극저온전자현미경을 개발하여 2017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자크 뒤보셰(왼쪽),
요아힘 프랑크(가운데), 리처드 헨더슨(오른쪽),
(아래) 최근 몇 년 동안 과학자들이 극저온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한 생체분자(왼쪽),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단백질 복합체(가운데), 귀에서 압력 변화를 읽어 들을 수 있게 만드는 분자(오른쪽).
지카바이러스 (출처 Nobelprize.org)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은 ‘풀꽃’에서 이렇게 읊었다. 2017년 노벨화학상의 주역인 세 명의 연구자들이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오래’ 연구해 ‘자세히’ 관찰하게 된 원자 세계의 모습은 놀랍도록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무시무시한 바이러스의 모습마저도.

앞으로 인류는 얼마나 더 자세히 관찰할 수 있을까? 어떠한 모습을 목격하게 될까? 한계를 모르는 도전은 지금도 지구 어느 곳에선가 계속되고 있다.

본 콘텐츠는 IBS 공식 블로그에 게재되며, blog.naver.com/ibs_official/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1) 돌턴이 주장한 원자론 중 몇 가지는 틀린 것으로 밝혀졌다. 대표적인 것이 원자가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자는 양성자, 전자, 중성자로 나누어진다. 그러나 원자는 원소의 성질을 잃지 않으면서 화학반응에 참여하는 가장 작은 입자이다.

2) 전자렌즈 중 전기장을 이용한 렌즈를 정전(靜電)렌즈, 자기장을 이용한 것을 자기장형 렌즈라고 한다.

3) 투과전자현미경을 만든 막스 놀은 1935년에 전자빔 스캐닝(electron beam scanning)을 개발하였는데, 전자렌즈를 사용하지 않는 것만 빼고 주사전자현미경과 거의 같은 원리라고 한다.

4) 튀어나온 전자를 이미지로 만드는 방식은 브라운관 TV와 비슷한 원리다.

5) 전자빔으로 시료를 스캐닝하면 2차 전자 외에도 시료의 깊이에 따라 후방산란전자(back scattered electron), X-ray 등이 방출된다.

6) 터널현상을 처음으로 입증한 사람은 1960년대 초 기에바(I. Giaever)다. 그는 두 개의 금속 전극을 양쪽 전극에서 스며 나오는 전자구름이 겨우 겹쳐질 간격만큼만 띄운 후, 그 사이에 얇고 단단한 절연막을 두고 양 전극에 전압을 걸었다. 그러자 전자가 겹쳐진 전자구름을 타고 한쪽 전극에서 다른 전극으로 흐르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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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19-12-17 14: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