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암흑물질밤하늘을 바라보면 우리는 밝게 빛나는 많은 별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우주에는 수많은 별들을 비롯한 천체들이 자리잡아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이들을 관측∙연구하는 천문학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학문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약 100여년 전부터 천문학자들은 눈에 보이는 천체들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현상들을 발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현상들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천체들보다 훨씬 많은 질량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도입된 가설은 우리가 모르는 보이지 않는 물질을 포함했는데 이것이 바로 ‘암흑물질(dark matter)’ 입니다. 암흑물질은 여러 천문학적 관측을 증거로 그 존재가 예측되어 왔지만 여전히 직접 검출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암흑물질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정을 포함한 다양한 모델이 존재합니다. 특히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주요 후보 중 하나인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무거운 입자 ‘윔프(WIMP)’는 수십 년간 여러 실험을 통해 직접 검출이 시도되어 왔습니다. 실험실은 점점 깊은 지하로 내려가고 검출기의 규모는 더 커지고 있습니다. 그 결과 배경 잡음은 최소화되어 매우 희귀한 신호를 포착할 수 있고 암흑물질의 매우 작은 상호작용도 탐색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그 존재는 비밀에 가려져 있습니다. 최근에는 매우 작은 신호를 포착하여 더 가벼운 암흑물질을 탐색하는 방향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검출기술과 분석기술의 발전으로 열린 새로운 탐색 방향입니다. 하지만 우주에 존재하는 암흑물질의 비상대론적 운동은, 그 자체의 한계로 탐색 가능한 암흑물질의 질량 하한선을 결정합니다. 네온? 암흑물질을 왜 원자력 발전소에서?네온(NEON) 실험은 전라남도 영광에 소재한 한빛 원자력 발전소 6호기 텐던 갤러리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그림1). 중성미자 관측을 통한 성질 규명과 암흑물질의 탐색을 목적으로 하는 네온 실험은 2022년 4월부터 얻은 데이터를 통해 가벼운 암흑물질의 탐색을 시도하여 지난 1월 그 결과를 저명한 국제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발표했습니다. 배경 잡음을 최소화하여 매우 희귀한 신호를 포착하고자 하는 암흑물질 탐색은 대부분 깊은 지하에서 실험하게 됩니다. 네온 검출기는 원자력 발전소에 있기 때문에 깊은 지하에서 실험이 어려워 불리하다고 생각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자로 자체가암흑물질의 생성원이 될 수 있다면 오히려 매우 좋은 환경이 될 수 있습니다.
원자로에서는 엄청 많은 핵분열이 일어나며, 이는 수많은 감마선을 만들어냅니다. 생성된 감마선은 암흑 광자를 매개로 하여 암흑물질로 변신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핵분열을 통해 생성된 감마선들은 수 메가전자볼트(MeV) 수준의 에너지를 갖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로부터 수 메가전자볼트의 질량을 가진 암흑물질이 생성될 수도 있지만, 그보다 작은 질량을 가진 암흑물질이 생성되어 수 메가전자볼트의 에너지를 지니게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원자로에서 생성된 암흑물질은 비상대론적 운동으로부터의 한계 없이 매우 낮은 질량의 암흑물질을 탐색할 수 있게 됩니다. 우주에 분포하는 암흑물질을 탐색하는 실험에서는 기가전자볼트(GeV)보다 작은 질량의 암흑물질을 탐색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해야 하지만, 원자로를 활용하면 킬로전자볼트부터 메가전자볼트의 질량을 가진 암흑물질을 탐색할 수 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민감도 달성네온은 이 같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원자로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민감도를 달성했습니다. [그림2]에서 볼 수 있듯이 매우 좋은 민감도뿐만 아니라 킬로전자볼트 수준의 매우 낮은 질량까지 탐색 범위를 확장했습니다. 비교를 위해 포함된 텍소노(TEXONO)는 대만에서 수행된 원자로 실험이며, 다믹(DAMIC)과 센세이(SENSEI)는 프랑스와 캐나다의 지하실험실에서 수행 중인 암흑물질 탐색 실험입니다.
네온 실험의 연구진은 독자적인 아이오딘화 나트륨(NaI) 검출기 기술 개발을통해 검출기를 제작했으며, 차폐체로서의 역할도 하는 액체 섬광물질을 외부 방사능을 태깅하는 검출기로 활용하여 배경 잡음을 비약적으로 감소시켰습니다. 특히, 암흑물질 신호를 포함하는 섬광 신호와 배경 잡음을 구별하는 독창적 알고리즘을 데이터 분석에 도입해 신호 해석 능력을 크게 향상했습니다. 이를 통해 100 킬로전자볼트의 암흑물질에 대해 기존 원자로 실험인 텍소노보다 약 1,000배 높은 민감도를 달성하는 등 기존 실험으로 탐색하지 못한 영역까지 확장하며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했습니다. 한편, 연구진은 현재 확보하는 데이터량을 2배 이상 늘리고 보다 정밀한 분석 기술을 적용할 예정입니다. 나아가 전자와의 상호작용도 고려한 가벼운 암흑물질의 검출 채널도 포함하고 결과를 더욱 개선해 탐색을 지속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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