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범용 항바이러스제의 길, 구조생물학으로 설계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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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전체관리자 | 등록일 | 2025-08-27 | 조회 | 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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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용 항바이러스제의 길, 구조생물학으로 설계하다"최근 코로나19의 재유행 가능성과 다양한 변이 출현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면서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뛰어넘을 새로운 항바이러스 전략의 필요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초과학연구원(IBS)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신변종 바이러스 연구센터가 코로나19의 ‘증식 원점’을 직접 겨냥하는 새로운 치료제 후보를 제시해 눈길을 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안재우 선임연구원은 바이러스가 스스로 복제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단백질 간 결합을 차단해, 복제 효소 복합체가 아예 형성되지 못하도록 하는 펩타이드 기반 항바이러스제를 개발했다. 특히 이 후보물질은 감염된 동물모델에서 비강 투여만으로도 치명적 감염에서 100% 생존율을 기록하며 강력한 예방·치료 효과를 보여줬다. 감염 전후 어느 시점에 투여해도 효과를 보였다는 점 역시 기존 항바이러스제와 차별화되는 성과다. 또한 이번에 겨냥한 단백질 결합 부위는 사스(SARS), 메르스(MERS) 등 여러 코로나바이러스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영역으로 변이에 강하고 범용성이 크다는 장점을 지닌다. 안 연구원은 “이번 성과는 코로나19뿐 아니라 다른 신종 호흡기 바이러스에도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 전략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향후 임상 적용을 위한 펩타이드 구조 고도화 연구를 이어가, 실제 현장에서 쓰일 수 있는 차세대 항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안재우 선임연구원과의 일문일답.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기초과학연구원(IBS)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신변종 바이러스 연구센터에서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안재우입니다. 구조생물학을 전공해 바이러스 단백질의 입체 구조를 규명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항바이러스 대응 원천기술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분자 수준에서의 상호작용을 정밀하게 이해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치료법 연구에 필요한 기반 지식을 축적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Q. 현재 연구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구조생물학은 원자 수준에서 분자의 특이성과 작동 원리를 규명하는 학문으로 저는 생명현상의 본질이 이러한 분자적 특이성에 있다고 믿습니다. 최근 David Baker 교수팀이 AI를 활용해 단백질 구조 예측 및 설계 가능성을 입증하며 구조 기반 접근이 치료법 연구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저는 특히 바이러스 특이적 단백질이나 펩타이드를 설계해 핵심 결합 부위를 정밀하게 차단하는 전략이 차세대 항바이러스 대응책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매료되어 이 분야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Q. IBS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신변종 바이러스 연구센터, 어떤 연구를 주로 하나요? 신변종바이러스연구센터는 2021년 7월 IBS 산하에 설립돼 팬데믹 이후 시대에 새롭게 출현하거나 재출현하는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한 기초연구를 수행합니다. BSL-3 수준의 고위험 병원체 연구 인프라를 갖추고, 인플루엔자, SARS-CoV-2, SFTSV 등 호흡기 및 인수공통 바이러스의 기전 규명과 대응 전략을 모색합니다. 바이러스 복제, 병원성, 면역 회피 기전 연구뿐 아니라 구조·기능 분석과 대응 원천기술 발굴까지 포괄적으로 진행하며 향후 팬데믹 대비 기반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Q. 기존 항바이러스제와 달리 복합체 형성 자체를 차단하는 전략을 생각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요? 본 연구소의 이전 연구에서 SARS-CoV-2 RdRp 복합체의 인터페이스 부위 유전자 변이가 바이러스 활성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연구소장님께서 복합체 형성 자체를 차단하는 전략을 제안하셨고, 저는 관련 문헌과 해외 연구 사례를 검토하게 됐습니다. 실제로 NSP12와 NSP8 결합 부위의 변이가 복제 효율과 병원성을 크게 변화시킨다는 보고가 있었으며 이는 복합체 형성이 바이러스 복제에 필수적임을 뒷받침했습니다.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기존 소분자 저해제와 차별화된 단백질-단백질 결합 차단 펩타이드 접근이 유효할 것이라 판단해 연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Q. Cryo-EM 구조 분석을 바탕으로 펩타이드 후보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도 있나요? 펩타이드는 완전한 3차 구조를 갖추지 못해 불안정하고, 체내에서 분해가 빠른 한계가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표적 부위의 결합 형태를 충실히 모사하면서 안정성을 높이는 고리형(cyclization) 설계를 적용했습니다. 또한 세포막 투과성을 확보하기 위해 HIV TAT 펩타이드 서열을 접합해 표적 단백질 접근성을 높였습니다. Cryo-EM 분석으로 확인한 결합 핫스팟의 핵심 잔기를 포함하도록 서열을 설계한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Q. 실험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이나 이를 해결했던 에피소드도 있을 것 같은데요. TAT 펩타이드는 세포 투과성을 높였지만, 동시에 표적 단백질과의 결합력을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또한 펩타이드의 불안정성과 분해 문제도 해결해야 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순한 계면활성제를 사용해 결합 특성을 유지하고, 펩타이드를 고정화하는 방식 등 다양한 실험 조건을 조합해 MST, SPR 등에서 재현성을 확보했습니다. Q.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펩타이드가 기존 치료제와 비교해 가지는 가장 큰 차별점은요?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펩타이드는 비강 투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사제 중심의 기존 항바이러스제와 차별화됩니다. 펩타이드 기반이므로 타깃 특이성이 높고, 부작용 가능성이 낮습니다. 또한 합성이 비교적 간단해 생산 비용이 낮고, 대량 생산이 용이합니다. 기존 소분자 약물이 주로 효소의 촉매 부위를 겨냥하는 반면, 본 펩타이드는 단백질-단백질 결합 인터페이스를 직접 차단하는 독창적 작용 기전을 가집니다. Q. 감염 전·후 모두에서 효과가 나타났다는 점이 실제 치료제 개발에 어떤 의미를 주나요? 본 펩타이드는 감염 전 예방적 투여뿐 아니라 감염 후 투여에서도 뚜렷한 치료 효과를 보였습니다. 이는 비상 상황에서 노출 직후 또는 증상 초기 단계에서 신속히 투여해도 충분한 항바이러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특히 비강 투여 방식은 투여 편의성과 신속성을 제공해 코로나19와 같은 호흡기 바이러스 팬데믹 시 현장 대응력을 높이는 중요한 장점이 됩니다. 예방과 치료를 아우르는 이중 효능은 활용 범위를 크게 확장시킵니다. Q. 이번 연구 성과가 코로나19 외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 치료에도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SARS-CoV-2를 포함한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은 보존성이 높은 RdRp 복합체 구조를 공유합니다. 본 연구에서 겨냥한 NSP12-NSP8 결합 부위는 MERS-CoV, SARS-CoV 등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에서도 유사하게 존재하므로 동일한 설계 원리를 적용해 범(汎)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 개발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이는 향후 신규 변이 및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출현 시 신속한 대응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 기술이 될 수 있습니다. Q. 이번 연구의 다음 단계에 대한 계획 설명 부탁드립니다. 현재는 결합 부위를 보다 안정적으로 인식하면서 구조적 안정성을 강화할 수 있는 소형 단백질 서열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크기와 형태를 조정해 결합력과 체내 지속성을 높이고, 다양한 바이러스 표적에 대응할 수 있는 범용적 설계 원리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아울러, 약물 전달 방식과 대사 안정성 개선을 위한 구조 최적화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Q. 장기적으로 연구자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연구는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규모나 시장성이 크지 않더라도 인체 건강에 위협이 되는 바이러스성 질환에 대응할 수 있는 과학적 해법을 마련하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구조적 이해를 기반으로, 필요 시 신속히 적용할 수 있는 대응 전략의 토대를 쌓고 이를 통해 향후 감염병 위기 대응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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