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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단일 원자의 스핀 제어로 새로운 양자컴퓨터 플랫폼을 만들어간다
작성자 전체관리자 등록일 2024-01-23 조회 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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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 원자의 스핀 제어로 새로운 양자컴퓨터 플랫폼을 만들어간다

단일 원자의 스핀 제어로 새로운 양자컴퓨터 플랫폼을 만들어간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극미소(極微小)’의 세계에는 우리가 사는 거시 세계와 다른 물리 법칙이 작용한다. 양자 중첩, 양자 얽힘 현상이 대표적이다. 이 현상을 이용한 ‘양자 컴퓨터’가 상용화 되면 현재의 컴퓨터가 처리하지 못하는 방대한 양의 계산을 눈깜짝할 사이에 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상용 컴퓨터의 기본 계산 단위인 비트(Bit)는 0 또는 1의 상태만 표현할 수 있지만 양자 컴퓨터의 기본 단위인 큐비트(Qubit)는 0과 1의 상태가 중첩되어 있기 때문이다.

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은 지난 5월 단일 원자의 전자 스핀을 이용해 큐비트 개발에 성공했다. 한국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새로운 방식의 큐비트로 양자 컴퓨터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이 나온다. 이번 연구를 이끈 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 박수현 연구위원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2006년 서울대 물리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마친 후 서울대학교 산화물전자공학연구단에서 연구원 생활을 했습니다. 당시에는 산화물 표면과 초기 성장에 대해 연구했고요. 2010년부터 5년간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자기나노구조 연구를 했습니다. 이때의 연구 주제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지요.

한국에 돌아온 후 2017년 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 초기 설립 과정에서 여러 가지 역할을 했습니다. 양자나노과학연구단이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하기 전인 2019년부터 2020년까지는 미국 산호세에 위치한 IBM 연구소에서 원자 사슬 구조의 자기적 성질, 고주파 신호를 이용한 단원자 스핀의 양자상태 제어 등을 연구했고요. 당시에 얻었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현재 양자나노과학연구단에서는 주사터널링현미경(STM)과 전자스핀공명(ESR)을 이용해 고체 물질 표면과 나노 구조의 양자역학적 성질을 원자분해능(atomic resolution)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소속 연구단인 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드립니다.

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은 2017년 1월에 설립돼 현재 약 35명의 연구 인력과 10여명의 행정 및 기술 지원 인력이 서로 도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연구단에서는 고체 표면 위에 놓인 단일 원자 및 분자의 양자역학적 성질을 연구합니다. 그리고 알아낸 물리적, 화학적 성질을 원자 및 분자들로 만든 나노구조에 적용해 양자 정보•계산•센서 분야 등에서의 응용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가장 핵심적인 연구 방법은 양자역학적 현상을 이용하는 STM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STM을 이용해 개별 원자나 분자, 또는 이들을 이용해서 만든 인위적인 구조에 대한 전자기적 상태를 제어하고 측정합니다. 저는 현재 양자나노과학연구단에서 ‘원자 스케일 전자스핀큐비트’ 프로젝트를 맡아 연구팀을 이끌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연구자 생활을 하다 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귀국을 결심한 계기가 있었나요?

단순히 이야기하자면 대학원 생활까지 한국에서 했기 때문에 기회가 있다면 고국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늘 있었고요.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 약 5년간 나노 자석의 원자분해능 연구를 했는데, 해당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이 당시만해도 한국에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의 경험을 가지고 한국에 돌아와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양자나노과학연구단의 핵심 연구 성과를 소개해주세요.

지금까지의 핵심 연구성과로는 먼저 STM과 ESR 기술을 결합해 2018년에 고체 표면 위 단일 원자의 핵스핀을 상태를 측정하는데 성공한 건이 있습니다. 2019년에는 마이크로파 펄스를 표면 위 단일 원자(티타늄)에 순간적으로 가해 전자 스핀 상태를 제어하고 측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올해 5월에는 표면 위 단일 원자 스핀의 큐비트 제어에도 성공했습니다. 이어서 여러 큐비트를 동시에 제어할 수 있는 멀티 큐비트 시스템도 구현했습니다. 이 세 연구 결과가 모두 사이언스지에 게재됐습니다.

올해 사이언스지에 게재된 전자스핀 큐비트 논문 내용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이번 연구에서는 산화마그네슘으로 만든 얇은 절연체 표면 위에 놓인 여러 개의 티타늄 원자들로 구조를 만들고 이를 복수 큐비트 플랫폼으로 구현했습니다. 양자 컴퓨터를 이루는 큐비트를 새로운 방식으로 만들어낸 것으로 향후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연구는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졌나요.

연구팀은 먼저 STM의 탐침을 이용해 각 원자의 위치를 정확하게 조작해 여러 원자 스핀들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복수 티타늄 원자 구조를 만드는데 성공했습니다. 이후에는 센서 역할을 할 티타늄 원자에 탐침을 두고 원격제어 방식을 적용해 센서 및 원거리에 놓인 여러 티타늄 원자들을 하나의 탐침으로 동시에 제어‧측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각 티타늄 원자가 개별 큐비트의 역할을 하고 양자역학 법칙에 의해 서로 상호 작용하게 되는데, 이를 이용해 양자정보처리에 핵심적인 기본 연산인 'CNOT'와 'Toffoli' 게이트를 구현했습니다.

원자 스케일 스핀 큐비트는 상용화된 큐비트들과 다른 형태인데, 완전히 새로운 큐비트 개발에 도전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상용화 측면에서 현재 ‘초전도접합큐비트’와 ‘이온트랩큐비트’가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양자 컴퓨터 분야의 발전 정도가 실용화 단계까지 갔을 때 누가 승자가 될지 아직 알 수 없는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직 연구실 연구 단계이기 때문에 전 세계의 연구 그룹들이 각자 최고의 전문성을 가진 연구 방법을 기반으로 큐비트 플랫폼을 개발하고 발전시키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 연구단은 STM을 이용한 개별 원자, 분자의 조작과 측정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전문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개별 원자, 분자의 스핀을 이용한 큐비트 플랫폼을 구현하게 된 것입니다.

원자 스케일 스핀 큐비트가 다른 큐비트와 비교했을 때 가지는 장점은 무엇인가요.

원자 스케일 스핀 큐비트는 원자 하나 하나의 스핀을 이용하고, 개별 원자의 위치를 조작해서 여러 원자 스핀을 원하는 모양으로 배치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큐비트 간 정보 교환을 원자 단위에서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 있지요.

또 큐비트 한 개가 차지하는 공간이 1나노제곱미터에 불과해 다른 종류의 큐비트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작습니다. 앞으로 기술이 더 발전하면 큐비트의 집적도를 높이는데 있어 독보적입니다.

연구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는지요.

STM을 이용한 실험 방법의 구조적 한계에서 오는 어려움이 가장 컸습니다. STM은 끝이 원자 하나로 된 탐침을 이용해 표면 위 원자의 위치를 조작하고, 원자분해능으로 신호를 측정하는 기구입니다. 지금까지는 탐침과 매우 가까운 원자스핀만 직접 제어 및 측정이 가능했지요. 하지만 큐비트를 만들려면 여러 원자들을 개별적으로 제어하고 측정해야 합니다. 이번 연구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중요한 진보는 탐침으로부터 거리가 먼 큐비트를 제어하고 측정하는 방법을 고안하고, 이를 여러 큐비트 구조에 적용한 것입니다. 일명 ‘원격 큐비트’ 개발에 성공한 것이죠.

논문이 게재된 후 학계에서는 어떤 반향이 있었나요.

이번 연구는 양자 컴퓨터 분야와 STM 으로 원자, 분자를 연구하는 분야 양쪽의 연구자들이 모두 관심을 가질만한 내용이었습니다. STM을 이용한 연구를 하는 분들은 원자 스케일에서 새로운 양자 정보 플랫폼을 만들었다는 것을 높이 평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STM 기술을 보다 고도화한 예이고, 적용 분야를 넓히는 셈이거든요.

양자 컴퓨터 분야를 먼저 연구하고 있던 분들에게는 아직은 ‘새로운 시도’ 정도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습니다. 다른 큐비트 플랫폼들이 이미 앞서 달려가고 있기 때문에 원자 스케일 스핀 큐비트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겠죠.

원자 스케일 스핀 큐비트의 상용화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보이시는지요?

상용화까지 이어지려면 소자의 신뢰도와 집적도에 대한 축적된 연구가 필요한데 이제 막 시작한 단계인 우리 양자플랫폼의 미래를 예측하기는 조심스럽습니다. 컴퓨터를 만들 수 있을 정도가 되려면 당연히 큐비트가 엄청나게 많아야 하는데 현재 우리 연구단이 구현에 성공한 큐비트의 개수는 3개에 그칩니다. 또 큐비트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정보처리와 저장에 있어서의 신뢰도 입니다. 예를 들어 내가 어떤 정보를 저장한 후 나중에 확인한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럼 이 정보가 처음 저장한 상태와 동일한 것인지, 여전히 믿을 수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겠지요. 정보를 얼마나 정확히 처리하고, 오래 저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후속 연구도 필요합니다.

다만 상대적으로 오래 연구된 기존 양자플랫폼들에서 확립된 집적도와 신뢰도를 주로 결정하는 물리적,화학적 특성들을 고려해 우리 플랫폼의 연구 방향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후속 연구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앞서 언급했듯 큐비트의 수를 늘리는 것, 그리고 여러 양자연산 게이트를 연속 수행하는데 필요한 충분히 긴 연산 시간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이번 연구에서 소개한 복수 큐비트 구조와 제어 방식으로는 최대 5~6 큐비트를 연결하고 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현재 가장 앞서나가는 초전도물질 큐비트나 이온트랩 큐비트가 100 큐비트 이상 집적된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해 보이지만, 연구 시간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단순히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다양한 물질계에서 양자플랫폼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초전도물질과 이온트랩을 제외하면 동시에 제어•측정이 가능한 큐비트의 수가 수 개를 넘지 못하고 있어서 전체 양자플랫폼 연구와 대비해 생각해보면 우리 연구가 그리 뒤쳐져있는 것도 아닙니다.

향후 연구 계획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앞으로는 5~6 큐비트 시스템을 만들어 먼저 이론적으로 제안된 여러 기초적인 양자연산 알고리즘을 적용해 볼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원자 스케일 스핀 큐비트의 실용성과 미래를 예측하고 발전 방향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향후에는 큐비트들 간의 연결 방식과 측정 방식을 더욱 개량하고 보완해서 10 큐비트 이상을 동시에 제어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키는 연구가 필요하겠지요.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도 이어져야 하고요.

향후 연구에 필요한 지원이 있다면 어떤 것일지요?

어떤 새로운 개념이나 발상이 연구의 대상이 된 후 상용화 되기까지는 대략 다음의 세 단계를 거칩니다. 1)실험실 연구 2)기초과학•기술응용 분야 전문가들 협동을 통한 실용성 연구 3) 기업체에서의 상용화 연구 라고 할 수 있지요.

우리 연구단과 같은 연구 기관이 맡고 있는 실험실 연구 단계는 아직 잘 모르는 대상의 성질을 알아내고 이전에 없던 방법을 정립하는 과정입니다. 당연히 수많은 새로운 시도가 실패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얻은 지식이 계속 더해져서 점점 더 좋은 아이디어에 대한 시험을 하다가 매우 쓸모 있는 대상과 방법을 찾게 되는 것이거든요. 때문에 장기간의 지속적인 관심과 따뜻한 시선이 필요합니다. 현재 양자정보과학 선진국들에서 초전도물질 및 이온트랩 기반 양자플랫폼에 대해 지난 30여 년간 꾸준히 지원했던 것처럼, 성과가 있을 때 뿐 아니라 새로운 시도와 실패가 반복되는 때에도 지속적인 관심이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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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23-11-28 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