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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진 사회성도 교육으로 회복한다…뇌과학자가 찾은 희망의 메시지 게시판 상세보기
제목 망가진 사회성도 교육으로 회복한다…뇌과학자가 찾은 희망의 메시지
작성자 전체관리자 등록일 2023-11-01 조회 1726
첨부 png 파일명 : 이도윤-연구위원_02.png 이도윤-연구위원_02.png

망가진 사회성도 교육으로 회복한다…뇌과학자가 찾은 희망의 메시지

이도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내 행동은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다른 사람들의 행동은 나에게 영향을 준다. 우리는 사회 속에서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며 살아간다. 그렇다면 인간의 사회성은 어디에서 왔을까. 누군가는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본능이라고 얘기하고, 다른 이는 어린 시절부터 교육을 통해 학습한 능력이라고 표현한다.

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이도윤 연구위원은 “우리의 뇌에는 사회성의 비밀이 숨어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뇌 기능은 사회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뇌 발달이 저해돼 나타나는 질환 중 하나인 자폐스펙트럼장애(ASD)는 사회적 행동을 저해하고 다른 이들과의 상호작용에 문제를 일으킨다.

다양한 종류의 신경 세포가 복잡하게 연결된 뇌는 과학자들에게도 미지의 대상이다. 구조와 기능이 워낙 복잡한 탓에 본격적인 뇌 연구도 실험 기법이 발달한 최근에야 시작됐다. 이 때문에 뇌질환과 사회성의 연관성에도 여전히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가 많이 남아 있다.

많은 과학자들이 찾고 있는 그 실마리는 이 연구위원의 최근 연구에서 밝혀졌다. 그는 뇌에서 상대방을 인식하는 세포를 찾아내고 이 세포가 사회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또 ASD로 인한 사회성 저하가 반복된 교육을 통해 회복될 수 있음을 밝혀냈다. 사회성이 우리가 타고난 뇌에 의해 결정되더라도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이뤄지는 ASD 치료의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는 것은 물론 ASD의 새로운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번 연구가 ASD를 앓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을 만나 이번 연구 결과의 의미에 대해 들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서울대 분자생물학과에서 학사, 석사 학위를 받고 서울대 의대 생리학교실에 진학해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에는 미국 하워드휴즈의학연구소(HHMI) 자넬리아리서치캠퍼스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했습니다. HHMI에서는 해마를 연구했습니다. 해마는 뇌의 일부분으로 장기적인 기억과 공간 인식에 중요한 역할을 해 뇌과학에서 중요한 연구 주제입니다. 2015년부터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에서 일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개체 정보를 인식하는 세포와 사회적 행동과 관련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소속 연구단인 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은 어떤 곳인가요.

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은 뇌과학을 기반으로 인지, 사회성과 뇌 질환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IBS가 설립되면서 가장 처음 만들어진 연구단이죠. 별세포를 연구하는 이창준 단장과 학습 및 기억을 연구하는 강봉균 단장을 필두로 4개 연구그룹이 있습니다. 인지 기능은 다양한 뇌 질환과 사회성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뇌의 기능을 이해하고 뇌 질환을 극복할 수 있는 치료법을 찾는 연구가 우리 연구단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연구위원님은 어떤 연구를 주로 하고 계시는가요.

오랜 시간 동안 해마를 연구했습니다. 해마는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특히 에피소딕 메모리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에피소딕 메모리(episodic memory)는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기억을 말합니다. 가령 내가 일주일 전에 누구를 만나서 무슨 일을 했는지에 관한 기억을 말하죠. 반면 자전거를 타는 방법처럼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무의식적인 기억은 프로시저럴 메모리(procedural memory)라고 부릅니다.

에피소딕 메모리에는 중요한 요소가 있는데, 흔히 육하원칙이라고 부르는 것들입니다. 그 중에서도 장소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쥐는 뇌에서 해마가 차지하는 비율이 큰 편에 속하는데, 쥐는 공간 정보를 처리하는 데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실제로 2017년에 해마에서 위치 정보를 인식하는 장소세포(place cell)를 발견한 과학자들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해마 연구와 사회적 행동에는 어떤 관계가 있나요.

저는 해마가 장소 뿐 아니라 에피소딕 메모리의 모든 요소를 처리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해마에서 여러 종류의 정보를 인식하고 이를 종합해 기억을 만든다는 생각이죠. 에피소딕 메모리는 사회적 행동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그렇다면 해마에는 다른 사람을 인식하는 기능도 있어야 합니다. 실제로 올해 5월에는 쥐의 해마에서 특정한 상대방에 대해서만 활성화되는 신경세포를 찾아내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자폐스펙트럼장애(ASD)와 관련된 뇌 기능 연구 성과를 발표했습니다.

자폐스펙트럼장애(ASD)의 행동치료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싶었습니다. ASD는 사회적 행동에 문제를 겪는 뇌 질환입니다. 실제로 뇌의 또 다른 중요 부위인 전두엽을 살펴보면 ASD 환자는 사회적 신호와 비사회적 신호에 대한 반응이 큰 차이가 없습니다. 문제는 마땅한 ASD 치료제가 없다는 점입니다. 증상을 일부 완화할 수는 있어도 근본적인 치료는 불가능한 질환이죠.

그래서 ASD 환자는 어린 시절부터 행동치료를 받습니다. 그런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행동치료가 효과가 있는지는 아직 논란이 있습니다. 행동치료 과정에서 주어진 상황에서만 효과를 낸다고 보는 사람들과 새로운 상황에서도 사회적 행동을 가능케 한다는 사람들이 모두 있습니다. 실제로 행동치료가 얼마나 효과 있는지 알 수 있는 과학적인 근거는 찾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행동치료의 원리는 사회적인 행동을 했을 때 보상을 주고 이를 실제 생활에서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모든 상황을 교육할 수 없으니 학습하지 않은 새로운 상황에서도 적절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느냐입니다. 즉 사회적 행동을 관장하는 뇌 부위의 기능을 행동치료로 회복할 수 있는지, 회복된 뇌 기능을 다른 상황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실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연구가 ASD 정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요.

쥐는 냄새로 다른 쥐를 파악합니다. 자폐증에 걸린 쥐에게 다른 쥐(사회적 신호)와 쥐가 아닌 다른 냄새를 내는 물질(비사회적 신호)을 제시했을 때 뇌 전두엽의 신호를 분석했습니다. 정상인 쥐는 두 종류의 신호에 다르게 반응했는데, 자폐증에 걸렸을 때는 신호를 전혀 구분하지 못했습니다. 사회적 신호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는 의미죠.

그런데 다른 쥐를 만났을 때 보상으로 물을 주는 훈련을 반복하자 전두엽의 신경세포에서 사회적 신호와 비사회적 신호를 구분하는 능력이 생겼습니다. 행동치료가 ASD 극복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인 연구 결과입니다.

학계에서는 이번 연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꽤 의미 있는 연구 결과라고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 연구에는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어요. 행동치료가 어떤 신경 회로를 통해서 사회적 행동을 회복하는지는 제시하지 못했거든요. 논문을 검토한 다른 전문가도 이런 점을 지적했죠.

그럼에도 학술지 편집장이 이번 논문을 게재한 이유는 행동치료가 ASD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신경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 때문입니다.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자폐증을 극복할 방법에 대한 후속 연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논문이라고 평가받았습니다.

실험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아무래도 쥐와 직접 의사소통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행동을 연구하려면 과제를 복잡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변수를 최대한 통제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행동 과제가 복잡해질수록 쥐가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커집니다. 처음에는 쥐에게 보상으로 준 물을 받아먹게 하는 것도 어려웠어요. 사람이었다면 말로 가르칠 수 있었겠지만, 쥐는 스스로 경험을 통해서 가르쳐야 하죠. 자폐증 쥐를 얻기도 어려운데 실험에서 제시한 행동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쥐는 그중에서도 일부분입니다. 이런 점이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어려움이었습니다.

실험에 쓰는 장비도 직접 만드시나요.

필요한 실험에 맞춰서 행동 과제를 짜야 해 장비 제작은 필수입니다. 그런데 원래 하던 일이 아니다 보니 처음에는 쉽지 않았어요. 초기에는 유튜브를 보고 독학을 했고, 지금은 간단한 소프트웨어는 직접 만들 정도로 능숙해졌지만요. 그런데 실험이 점점 복잡해지다 보니 주변 전문가들의 도움도 필요할 때가 많습니다.

다행히도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전문가들이 많아서 도움받을 분을 쉽게 만날 수 있어요. 최근에는 아이들 친구의 부모에게서 도움을 받았어요. 아이들 행사에서 우연히 만난 분들도 대부분 연구자이다 보니 이런 식으로도 인연을 쌓고 있습니다.

사회적 행동을 연구하시면 평소에도 주변인들의 행동에 관심이 많을 것 같습니다.

직접적으로 연구와 관련된 건 아니지만, 일상생활에서도 재미있는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인간과 같은 사회적 동물들이 타고나는 사회적 행동 중 ‘소셜 오리엔팅’이라 부르는 현상이 있는데요. 가령 고속도로에서 흔히 트럭 뒤에 눈 모양 스티커를 붙인 걸 쉽게 볼 수 있잖아요. 이게 눈에 상당히 잘 띄는 데, 갓난아이들도 똑같이 눈 모양에 집중합니다. 우리 뇌가 본능적으로 하는 행동입니다.

또 ‘카멜레온 효과’라는 행동도 있습니다. 자기가 속한 그룹의 행동 양상을 따라하는 현상입니다. 저희 가족은 경상도 출신인데, 지금은 대전에 살고 있죠. 그러다 보니 경상도 사투리보다 충청도 사투리를 쓰는 일이 많아집니다. 무의식적으로 대전 사람들의 말투를 따라 해 친밀감을 높이는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연구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우리 연구단의 주요 연구 주제가 사회적 신호인 만큼 ASD에 관한 연구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특히 보상과 관련된 연구에 관심이 있습니다. 보상 회로와 사회적 정보의 처리가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는 최근 뇌과학자들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미처 마무리하지 못했던 행동치료가 뇌 기능을 회복하는 과정을 밝히는 연구를 이어 갈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 연구가 뇌 기능의 비밀을 푸는 것뿐 아니라 질병의 정복에도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뇌 질환은 아직 그 원인을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원인을 모른다면 치료법도 찾을 수 없습니다. 사람들의 건강한 삶을 위한 연구를 이어가겠습니다.



DOYUN LEE LAB AT IBS 바로가기


https://www.ibs.re.kr/glia/

<최근 연구성과>


Reward learning improves social signal processing in autism model mice

Cell Reports | VOLUME 42, ISSUE 10, 113228, OCTOBER 31, 2023


https://www.cell.com/cell-reports/fulltext/S2211-1247(23)012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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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23-11-28 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