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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새벽에 가장 먼저 뜨는 별을 쫓는 과학자
작성자 전체관리자 등록일 2022-10-20 조회 4146
첨부 png 파일명 : 행성대기그룹.png 행성대기그룹.png

새벽에 가장 먼저 뜨는 별을 쫓는 과학자

이연주 기후 및 지구과학 연구단 행성대기 연구그룹 CI

2022년 6월, 기초과학연구원(이하 IBS)은 지구과학 분야 신규 연구단인 ‘기후 및 지구과학 연구단’과 그 산하 첫 번째 연구그룹 ‘행성대기 그룹’을 신설했다. 행성대기 그룹을 책임지는 CI는 독일 항공우주센터의 이연주 연구원이 임명됐다.

이연주 기후 및 지구과학 연구단 행성대기 연구그룹 CI

태양이 동쪽 지평선으로 떠오르며 새로운 아침을 알리기 직전, 동쪽 하늘에는 그 어떤 천체보다 밝은 별이 뜬다. 우리 말로는 ‘샛별’,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상징과 같은 이 별은 오랜 시간동안 과학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해왔다. 이연주 기후 및 지구과학 연구단 행성대기 연구그룹 CI도 그 호기심에 흠뻑 빠진, 샛별을 쫓는 과학자다.

더위가 한창 시작될 6월, 대전 IBS 본원에서 이 CI를 만났다. 기후 및 지구과학 연구단은 막 출범한 연구단으로 이 CI가 이끄는 행성대기 그룹은 연구단의 첫 번째 연구 그룹이다. IBS는 행성대기 그룹을 시작으로 연구 그룹을 조금씩 늘려나갈 계획이다.

아름다움의 여신(Venus)에게 흠뻑 빠진 과학자

이 CI가 이끄는 행성대기 그룹의 첫 번째 목표는 금성이다. 금성은 이 CI가 학위를 받을 때부터 관심을 가졌던 주제다. 왜 하필 금성이었을까. 태양계에는 금성말고도 다른 행성이 여럿 있다.

이연주 기후 및 지구과학 연구단 행성대기 연구그룹 CI


“석사까지 전공은 지구 대기였어요. 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 진학할 곳을 찾던 중 금성 탐사와 관련된 과제들을 알게 됐습니다. 지구와 아주 가까운 행성임에도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 아주 흥미로웠거든요.”

관심을 갖기 시작한 뒤 이 CI는 금성을 쫓기 시작했다. 막스플랑크 태양계 연구소에서 유럽우주국(ESA)의 금성 탐사선 ‘비너스 익스프레스(VEX, Venus express, 2005년 발사)’ 팀에 합류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금성 탐사선 ‘아카츠키(혹은 플래닛 C, 2010년 발사)’ 팀에서 금성의 대기와 관련된 연구를 했다. 이 때 발표한 ‘금성 대기의 자외선 반사도와 동서풍속 사이의 연관성 연구1)’는 미국 천문학협회(AAS)에서 우수 연구 성과로 선정됐다.

금성을 관측할 수 있는 기회라면 다른 행성 탐사선 팀에 합류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구 바깥 천체를 탐사하는 탐사선들은 목적지를 향해 가며 다양한 행성을 거쳐 간다. 행성의 중력을 이용해서 더 먼 곳으로 가기 위한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인데 이 기회들은 행성을 가까이에서 관측할 수도 있게 한다. 태양계 바깥으로 나가는 목적을 가졌던 보이저 탐사선 역시 태양계 밖으로 나가는 길에 목성과 토성을 거쳐 지나가며 많은 자료를 전달했다. 이 CI는 ESA-JAXA가 공동으로 추진한 수성 탐사선 ‘베피콜롬보(2015년 발사)’가 금성을 지나갈 때도 놓치지 않았다. 내노라 하는 금성 탐사 프로젝트라면 거진 이 CI의 손길이 닿아있는 셈이다.

태양계 행성을 관측하는 큐브샛을 제작, 궤도에 올리는 것이 목표

이 CI의 이력을 보면 그가 IBS에서 수행할 프로젝트에 대해 궁금한 것이 생겼다. 우리나라는 올해(2022년 8월 4일 발사) 달 궤도 탐사선을 발사했을 뿐 이 CI의 전문 분야인 금성에 탐사선을 보낼 계획은 없다. 그렇다면 이 CI는 대체 어떻게 본인이 연구를 이어가는지 궁금해졌다.

“금성을 연구하기 위해 꼭 탐사선을 보낼 필요는 없습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관측할 수 있거든요.”

금성은 지구에서 관측할 수 있는 천체 중 태양과 달 다음으로 밝다. 가장 밝은 때는 무려 4.5등급으로, 항성 중에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인 큰 곰자리 시리우스보다 약 16배나 밝다. 밤하늘 천체를 잘 찾지 못해도 태양이 진 직후 서쪽 하늘이나, 해가 뜨기 직전 동쪽 하늘에서 밝게 빛나는 천체를 발견했다면 열에서 아홉은 금성일 경우일 정도로 찾기 쉽다. 찾기 쉽지만 단점도 크다. 공전 궤도가 지구보다 안에 있기 때문에 태양과 함께 뜨고 진다. 대부분 낮에 떠 있다는 뜻이다. 낮에는 태양 빛이 워낙에 강하기 때문에 지상에서는 그 어떤 천체도 관측할 수 없다.

“금성을 관측할 수 있는 큐브샛을 개발하고, 지구 궤도에 올릴 겁니다.”

큐브샛은 크기가 수십 cm 단위인 작은 위성을 말한다. 가로, 세로, 높이가 10cm인 정육면체(1U)가 크기를 판별하는 단위다. 1999년에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대학원생의 수업용으로 고안된 뒤 2003년 처음으로 발사됐다. 큐브샛이 활용되는 범위는 다양하다. 지상을 관측하며 불법 벌목 현장을 감시하거나, 야생동물을 추적하기도 한다. 우주 탐사에서는 탐사선들의 실황을 중계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2018년에는 NASA가 화성에 보낸 탐사선 ‘인사이트’의 화성 착륙 과정을 큐브샛이 중계했다. 올해 9월에는 소행성에 위성을 충돌시킬 예정인데, 이 과정을 큐브샛이 중계할 예정이다.

이 CI는 큐브샛의 시선을 금성을 향해 고정한 뒤 관측할 계획이다.

“탐사선은 금성 가까이에 접근하는 만큼 좁은 범위를 높은 해상도로 관측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금성에 대해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금성 전체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큐브샛은 이런 이 CI의 계획을 실현시킬 수단이다. 지구 대기 바깥으로 나가는 만큼, 지상에서처럼 낮과 밤을 나눌 필요가 없다. 게다가 북극과 남극을 오가는 극궤도에 올릴 경우 매 90분마다 한 번씩 관측이 가능하다.

금성을 관측하는 시간이 꾸준해 지면 사진보다는 동영상에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처럼 변화를 더 세세하게 파악할 수 있다. 큐브샛을 통해 금성에서 당장 발생하는 변화를 파악하는 중요한 자료가 새롭게 생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주과학자들이 주목하는 금성

금성은 지구와 쌍둥이 행성이라 할 정도로 크기가 비슷하다. (왼쪽부터)수성, 금성, 지구, 화성의 크기 비율.
금성은 지구와 쌍둥이 행성이라 할 정도로 크기가 비슷하다. (왼쪽부터)수성, 금성, 지구, 화성의 크기 비율.


한국에서 금성은 대중적인 주목도가 떨어지는 행성이었다. 사람을 보내는데 성공한 달이나, 유인 탐사의 가능성이 보이는 화성과 달리 유인 탐사가 어렵기 때문이다. 1960년대 보낸 미국과 러시아의 금성 탐사선들이 보내온 자료 덕분에 금성 표면 온도가 400℃가 넘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금성의 이산화탄소 대기가 만드는 어마어마한 온실 효과 때문이다. 70-80년대에 러시아의 베네라 탐사선이 금성의 지표에 착륙했다. 특히 베네라 13호는 2시간 가량 지표에서 미션을 수행했다. 이러한 탐사 활동을 통해 우리는 금성 지표가 메말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나 최근 금성의 새로운 모습들이 포착되면서 새롭게 관심을 받고 있다. 금성 구름의 주 성분은 황산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구름 상층에 정체를 알 수 없는 흡수 물질(미확인 흡수체)이 있다. 이 미확인 물질은 근자외선부터 가시광의 일부(파란색)까지 흡수한다. 첫 관측은 이미 한 세기 전에 이뤄졌고, 현재까지 여러가지 추정물질들이 후보로 제안되었다.

“태양 에너지(자외선)를 흡수하는 양이 달라지면, 금성 대기 순환이 변할 수밖에 없습니다. 태양 에너지와 대기 순환은 기후와 관련이 크므로, 이는 금성에도 기후 변화가 있다는 가능성을 말합니다.”

지구의 기후 변화는 태양 에너지에 의해 일어난다. 태양 에너지를 많이 받는 곳에서는 상승 기류가, 적게 받는 곳에서는 하강 기류가 만들어지면서 전 지구를 순환하는 대기 대순환이 만들어진다. 이 때 태양 에너지가 얼마나 흡수되고, 반사되는지는 지구의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구름층이 두껍다면 태양 에너지를 많이 반사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항상 두터운 구름으로 덮여있는 금성은 어떨까. 과학자들은 금성 상층에 있는 미확인 흡수체를 주목하고 있다.

“미확인 흡수체의 양에 따라 태양 복사 에너지 반사율이 조금씩 변합니다. 금성을 관측할 때 어두운 부분은 미확인 흡수체가 자외선을 많이 흡수하는 부분이고, 밝은 부분은 반사를 많이 하는 부분이지요. 미확인 흡수체의 정체가 무엇인지,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풀어나가는 것이 숙제입니다.”

 2005년 발사해 2014년 
            임무를 종료한 ESA의 금성  탐사선 ‘비너스 익스프레스
2005년 발사해 2014년 임무를 종료한 ESA의 금성 탐사선 '비너스 익스프레스'


아직 알아낼 것이 많은 만큼 세계 각국에서도 금성에 탐사선을 보내는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지난 해 ESA와 NASA는 금성에 탐사선을 보낼 것을 확정했다. ESA는 ‘인비전’을, NASA는 ‘다빈치+’와 ‘베리타스’를 보낸다. 러시아는 1984년 종료된 베네라 계획을 잇는 베네라-D 계획을 발표했다. 인도는 슈크라얀 1호라 이름붙인 금성 탐사선을 발사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이 CI는 이들과 함께 IBS에서 큐브샛을 이용해 금성 전체를 꾸준히 관측하는 일을 준비한다.

“탐사선이 금성 가까이에서 관측할 때 동시에 지구에서 금성 전체를 관측해 금성의 변화를 좀더 밀도 있게 관측할 계획입니다.” 이제 막 연구단이 꾸려진 만큼 앞으로 할 일은 많다. 우선은 손발을 맞출 팀원을 꾸려야 한다. “한국에서도 우주 과학을 함께 연구할 의욕있는 팀원을 찾고 있어요. 큐브샛을 함께 개발한 스타트업도 찾고 있고요. 할 일이 정말 많네요.” 이 CI는 좋은 팀원을 찾기 위해서 국내외 연구소 뿐만 아니라 대학이라도 직접 찾아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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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23-11-28 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