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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과학자들, 보이지 않는 침입자와 싸운다
작성자 전체관리자 등록일 2022-04-27 조회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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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에 대항하는 과학자들, 보이지 않는 침입자와 싸운다

‘바이러스’.

2019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가 최초로 보고된 뒤, 온갖 매체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단어가 됐다.

바이러스 감염병이 전 세계 인류의 운명을 좌우하는 현재, IBS는 바이러스 기초 원천 역량을 확보하고 국가 감염병 안보에 공헌하기 위해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를 출범시켰다.


왼쪽부터 최영기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장(신변종 바이러스 연구센터장 겸임), 신의철 바이러스 면역 연구센터장
왼쪽부터 최영기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장(신변종 바이러스 연구센터장 겸임), 신의철 바이러스 면역 연구센터장


DNA나 RNA처럼 유전체를 가지고는 있지만 혼자서는 살지 못하는 생명체, 혹은 어쨌든 기분 나쁜 무언가.

이 ‘무언가’는 오직 자신의 종족을 멀리 퍼뜨리는 것을 목표로 다른 생물(숙주)의 세포를 이용한다. 유전물질을 운반하고 진화한다는 점에서 생물의 특징을 갖지만, 또 스스로 이 과정을 진행할 만한 ‘기관’이 없다는 점에서 생물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렇게 기원조차 따지기 어려운 생물 비슷한 무엇인가가 인류의 존망을 위협하는 지금, 대전 IBS 본원에서 최영기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장(신변종 바이러스 연구센터장 겸임)과 신의철 바이러스 면역 연구센터장을 만났다.

바이러스, 모두가 알지만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그 무언가

전 국민이 아는 단어가 됐지만 정작 ‘그래서 바이러스가 뭔데?’라고 물어보면 섣불리 답하기 어렵다. 교과서에 나온 정의는 다음과 같다.

‘동물·식물·세균 등 살아있는 세포에 기생하고, 세포 안에서만 증식할 수 있는 미생물. 크기는 20~400nm이고, 병원체(病原體)가 되는 것도 있음. 보통 RNA, DNA 등 핵단백질을 주요 성분으로 하며, 생물의 체세포에 대한 친화성이 매우 강함.’

바이러스를 조금 더 친절하게 설명할 순 없을까. 바이러스는 19세기 후반 담배 모자이크병을 계기로 그 존재가 알려져 과학자들의 탐구대상이 됐다. 그 뒤로 수백만 개에 달하는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인류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는 약 50만 종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이를 대비할 방법은 아직 막막하다.

“인류가 완전히 박멸한 바이러스는 폴리오(소아마비 병원체)나 천연두 등 5개도 채 안 됩니다.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바이러스도 아주 일부뿐이지요. 뎅기열이나 지카 바이러스처럼 백신을 개발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바이러스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감염되면 높은 치사율을 기록하는 바이러스인데 감염 환자 수가 적어서 연구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경우도 있거든요.”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의 첫 번째 수장을 맡은 최영기소장은 일찌감치 바이러스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바이러스 전문가다. 연구소장으로 선임되기 전까지 충북대 의과대학 및 인수공통전염병센터의 생물안전 3등급(BSL3, BioSafety Level) 연구 시설에서 고병원성 바이러스 기초연구를 해왔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연구에 적합한 동물모델을 확립하고, 코로나19 감염과 전파 과정을 세계 최초로 동물 실험으로 입증한 연구(Cell Host & Microbe, 2020)와 국내에서 개발된 코로나19 항체 치료제의 바이러스 제거 효과를 입증한 연구(Nature Communications, 2021)를 발표하기도 했다.

“신변종 바이러스 연구센터에서는 아직은 모습을 드러내진 않았지만, 앞으로 언젠가 나타나 인간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바이러스를 연구할 계획입니다. 궁극적으로는 바이러스와 인류가 서로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주지 않고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목표가 되겠지요.”

기초과학 단계에서의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연구기관이지만 결국 인류를 바이러스 감염병 위험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이 목표를 위해 실용화 과정을 거칠 수 밖에 없다.

최 소장이 이끄는 신변종 바이러스 연구센터는 앞으로 신변종 바이러스와 인수공통 바이러스의 병인을 밝히고 고위험 바이러스성 감염 질환에 대한 신규 진단 기법 및 치료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바이러스와의 전쟁, 결국은 면역이다!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에는 신의철 바이러스 면역 연구센터장이 이끄는 또 다른 연구센터가 있다. 이 연구센터의 핵심 키워드는 ‘면역’이다.


신의철 바이러스 면역 연구센터장


이 연구센터에서는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반응이나 바이러스 질환이 사람에게 일으키는 현상, 바이러스 감염에서 나타나는 면역 반응의 특성을 연구하며 미래에 나타날 신종 바이러스에 대비할 수 있는 지식 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다.

신 센터장은 20여 년 동안 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반응 연구를 해온 바이러스 면역 전문가다. 최근에는 중증 코로나19 환자에서 ‘사이토카인 폭풍’ 등 과잉 염증 반응이 발생하는 원인을 규명한 연구(Science Immunology, 2020)와 코로나19 환자의 ‘기억 면역 반응’ 특성을 규명한 연구(Immunity, 2021)를 발표했다.

왜 계속 ‘신종’에 대한 연구일까. 신 센터장은 C형 간염을 예로 들며 설명했다.

“90년대 말~2000년대 초, C형 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가 바이러스학계를 이끌고 있었습니다. 현대 바이러스학의 근간이 되는 이론은 다 이 분야에서 나왔지요. 그런데 C형 간염은 어느새 두 달 정도 약을 먹으면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이 됐습니다. 의학계에서는 어떤 질병이 완치되면 관심이 사라집니다.”

물론 의학적인 면에서 관심이 사라진다고 연구 가치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C형 간염은 이제 모델 질환으로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신 센터장의 주요 연구 분야인 A형 간염은 자연적으로 치유가 잘 되기 때문에 의료적으로 중요하진 않지만, 이 바이러스를 연구해 정상 세포를 무작위로 공격하는 방관자 T세포에 의해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Nature Immunology, 2021)를 발표하기도 했다.

신 센터장은 “신변종 바이러스가 인체 면역 반응에 미치는 기작을 하나씩 규명하는 동시에,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학적 대응의 기초를 다지겠다”고 운영 계획을 밝혔다.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는 이번 출범을 계기로 한국의 바이러스와 면역 연구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한 단계 도약하는 것이 목표다.

연구인력 확보와 구체적인 연구 방향 제시가 큰 과제로 남아

2021년 7월 6일,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개소식이 IBS 대전 본원에서 열렸다.
2021년 7월 6일,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개소식이 IBS 대전 본원에서 열렸다.


센터 두 개로 출발하는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는 앞으로 더 큰 규모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지원 인력까지 포함해 100~120명 규모의 연구소로 만들 예정입니다. 2022년 중반 무렵에 선보일 새로운 센터를 하나 더 준비하고 있습니다. 바이러스의 구조와 수학 모델링 분야를 연구하는 센터입니다. 3개 센터는 연구 주제나 방향이 중복되지 않으면서도 서로 융합하며 연구할 수 있도록 구성할 계획입니다.”

최 소장은 최소 센터 3개와, 각 센터별 연구실 3개씩을 운영할 계획이다.

“초기 2년은 사실상 인력을 구성하는 기간입니다. 연구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닌데다가, 연구소에서 모든 연구를 다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떤 방향으로 특화를 할지 고민 중입니다.”

해외에는 이미 바이러스로 유명한 연구소들이 즐비하다.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영국 국립 바이러스 센터, 호주 도허티 연구소, 중국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가 대표적이다.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는 이들과 경쟁하게 되는 걸까.


최영기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장(신변종 바이러스 연구센터장 겸임)


“해외 바이러스 연구기관들은 아주 큰 기관들입니다. 이미 어마어마한 성과를 내고있고요. 국내에는 아직 기초연구를 전담할 수 있는 곳이 없으므로 새로운 도전이 될 겁니다.”

최 소장은 중기, 장기 계획을 통해 바이러스 분야를 이끄는 그룹이 될 계획을 세우는 중이다. 단기적으로는 인력을 구성하고, 2~3년 차부터는 본격적으로 연구 방향을 잡고 연구인력을 양성하며 동시에 성과를 내는 것이 목표다.

과학 기술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건물을 지을 때 기초 토목 공사가 단단해야 튼튼한 빌딩을 세울 수 있듯, 기초연구가 단단하게 쌓여야 다음 단계를 꿈꿀 수 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그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인재를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뛰어난 연구자들과 교류하며, 국제기구에 속할 수 있는 그룹리더를 키워야 합니다.”

최 소장은 뛰어난 연구성과를 내기 위해 초기 단계부터 인재를 모으고 양성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재차했다. 신 센터장 역시 연구인력을 확보하고 양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바이 러스 연구인력 양성을 시작으로, 세계적인 연구기관으로 도약 준비하려는 계획이다.

“어느 나라던지 면역은 공중 보건을 유지 하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분야입니다. 그런 면에서 바이러스 연구는 아주 중요하죠. 20년 전만 해도 바이러스학은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는 분야였기에, 우리나라에도 현재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전문인력이 많지는 않습니다.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출범을 계기로 한국의 바이러스와 면역 연구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인력뿐만 아니라 연구 시설도 본격적으로 설립할 계획이다. 특히 고병원성 바이러스를 연구할 수 있는 BSL3 시설을 본원과 수도권, 강원도 지역에 걸쳐 총 11개를 건립 할 예정이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 아닌,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길

“연구를 빠르게 실용화하는 것은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의 역할이 아닙니다. 새로운 원천 기술을 만들어내는 것까지가 우리의 역할이지요.”

최 소장은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의 역할을 쉽게 설명해달라는 질문에 ‘원천 기술’이라는 답을 하며 RNA 백신을 예로 들었다. 이전까지 백신은 바이러스 자체를 사용하는 사백신이나 생백신을 써왔지만 코로나19 백신은 2000년대에 개발된 신기술로 만들어진 ‘RNA 백신’이다. RNA 백신은 mRNA 의약품 중 하나다.

mRNA는 DNA가 지닌 유전정보를 리보솜까지 가져오는 분자로, 1961년에 처음 발견됐다. 그 뒤로 과학자들은 mRNA를 이용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동원했고, 2000년대에 들어서야 표적 세포에 mRNA를 보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특히 2012년에는 mRNA 독감 백신이 효과가 있 다는 동물 실험 결과가 나왔다. 이렇게 개발 된 기술이 2020년에 비로소 코로나19 백신 으로 비로소 실용화됐다.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 모두 연구자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기초 원천 기술을 구입해 실용화한 결과입니다. 연구자들이 이 기술을 만들었을 때만 해도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사용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겠지요.”

신 센터장도 직접적인 개발 연구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초과학에 뛰어드는 연구자들이 가장 흥미를 갖는 부분은 ‘사람이 왜 아프고, 왜 이런 질병이 생겼는가’다. 이 과정을 탐구하고 설명하는 것이 연구자의 역할이다.

“이렇게 잘 정리해 두면, 나중에 누군가에겐 꼭 필요한 연구 자료가 될지도 모릅니다. 제 연구가 인류에 도움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기쁠 겁니다.” 이미 산업계로 곧장 연결될 일이 많지는 않지만, 사회의 요구에 따라 연구하는 기관 인 만큼 연구자와 산업계 사이의 중간 다리 역할을 많이 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는 이제 막 연구 기관으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두 센터의 수장을 맡은 최 소장과 신 센터장에게는 연구소의 기초를 다지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진 셈이다. 최 소장은 드라마 ‘최고의 사랑’의 대사 중 하나를 인용했다.

“이 드라마에서 차승원 배우가 다음과 같은 대사를 합니다. ‘아무나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요. 저도 여기서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앞으로 이곳에서 함께 일하고 연구할 모든 사람이 말이지요.”

마지막으로 신 센터장은 “바이러스 질병에서 바이러스에 대한 이해를 완전히 바꿔 놓을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싶다”며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에서 바이러스 질환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히며 인터뷰를 마쳤다.


최영기 소장(왼쪽)과 신의철 센터장(오른쪽)은 신변종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이어온 바이러스 연구 분야의 대가들이다.
최영기 소장(왼쪽)과 신의철 센터장(오른쪽)은 신변종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이어온 바이러스 연구 분야의 대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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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22-01-10 1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