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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시세계를 어루만지는 기술을 향해
작성자 전체관리자 등록일 2020-05-29 조회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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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세계를 어루만지는 기술을 향해

필립 윌케 양자나노과학 연구단 연구위원

2019년, 원자 1개를 볼 수 있는 MRI 기술이 세상에 공개됐다. IBS 양자나노과학 연구단은 개별 원자의 양자 상태를 보는 기술을 꾸준히 개척해오고 있는데, 이번 성과로 인류는 엄청나게 작은 원자의 스핀까지 볼 수 있게 됐다. ‘세상에서 가장 세밀한 MRI’ 연구의 주역인 필립 윌케 연구위원을 만났다.

양자나노과학연구단 필립 윌케 연구위원

세상을 이루는 블록을 찾아서

“원자는 1mm를 천만 개로 쪼갠 크기에요. 지구를 오렌지만하게 줄이면 지구에 있던 오렌지가 원자 크기가 될 겁니다. 이런 원자를 보고, 움직이고, 쌓을 수 있는 기술은 말할 수 없이 매혹적이죠. 제가 주사터널링현미경(STM) 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한 이유입니다.”

필립 윌케 연구위원은 원자 연구를 시작한 이유를 묻자 원자를 볼 수 있는 자체가 매혹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처음부터 원자를 보려고 대학원 생활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그가 처음 연구주제로 선택한 것은 그래핀이었다. 그래핀을 다른 분자와 결합시키면 새로운 기능을 갖는데, 이 때 구조와 표면 전하를 STM으로 읽거나 조절할 수 있다.

“STM은 탐침이 물질의 표면을 훑으면서 원자 하나하나를 ‘느끼는’ 기술이에요. 눈을 감고 손가락으로 표면을 훑어 나가면서 점자를 읽는 것과 비슷한데요, 원자는 빛의 파장보다도 1천 배 작기 때문에 원자를 보려면 사실 엄청난 트릭이 필요하죠.”

STM을 확인 중인 필립 윌케 연구위원.
STM을 확인 중인 필립 윌케 연구위원.

윌케 연구위원이 그래핀을 연구하던 때, 양자나노과학 연구단의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단장은 고체 표면 위 단일 원자를 조종하는 연구의 대가 중 하나였다. 그는 IBM 알마덴 연구소에서 20년 가까이 일하면서, 2013년에는 원자핵의 스핀 자성을 이용해 원자를 움직이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영상, ‘A boy and his atom’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당시 제 지도교수님과 하인리히 단장님이 친분이 있었어요. 덕분에 2010년 단장님이 괴팅엔 대학에 방문했을 때 강연을 듣고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죠. 당시 저나 단장님이나 모두 STM을 이용한 연구를 했지만 대상이 달랐습니다. 제가 연구하던 그래핀은 신소재와 연결되는 반면, 원자 하나하나를 보는 연구는 양자적 성질과 더 관련이 있죠.”

단일 원자를 관찰하고 조작하는 연구는 윌케 위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윌케 위원은 괴팅엔에서 박사과정을 마무리하고 IBM 알마덴 연구소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로 건너갔다. 이 곳에서 시작한 단일 원자 스핀 연구는 IBS에서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원자를 관찰하려면 그래핀과 같은 2차원 구조를 관찰할 때보다 더 낮은 온도에서 작동하는 다른 종류의 STM이 필요한데요. 알마덴에 도착했을 즈음에는 전자 스핀 공명을 이용한 STM을 개발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MRI를 STM과 접목하는 기술도 막 개발되었습니다. 모든 전자와 일부 원자는 스핀이라는 자성의 씨앗을 가지고 있는데요, 새 STM 기술을 이용해 단일 원자의 자기적 성질을 연구했어요.”

가장 작은 것에서부터 큰 변화를 꿈꾼다

한국에 온 뒤 그는 세계 정상급 저널인 사이언스 지를 비롯해 굵직한 논문 세 개를 제 1저자로 발표했다. 특히 작년 네이처 피직스 지에 실린 ‘원자를 보는 MRI’ 연구는 뉴욕타임즈와 인터뷰를 했을 만큼 세간의 반응도 뜨거웠다. 원자를 조작하는 기술은 세상을 어떻게 바꿔 놓을까?

“지금 우리는 표면 위에 원자를 올려놓을 수 있고 그 성질을 볼 수도 있어요. 원자 조종은 지금 수 나노미터 수준의 정확도를 갖는데, 앞으로 10~20년 안에 더 높은 경지에 도달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구조를 쌓고 디바이스를 만드는 것은 이미 해 왔지만, 정말 자유자재로 원자를 다룰 수 있게 될 거에요. 여기에 인공지능을 결합해서 STM으로 원자 옮기는 일을 자동화하는 것을 시도해 볼 수도 있습니다. 이미 과학자들이 부분적인 성공을 거뒀고요.”

자유자재로 원자를 다룰 수 있다는 말은 양자적 특성을 다룰 수 있다는 뜻이다. 즉 이는 기본적으로 양자컴퓨터 기술과 맞닿아 있다.

“물론 우리가 원자 한 개로 양자 컴퓨터를 만들겠다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원자 수준의 탐색이 양자컴퓨터의 이전 단계라는 점에서 실용적인 연구죠. 양자컴퓨터에서 단일 원자를 ‘잘’ 조작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기초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원자를 봤다고 해서 모든 성질을 다 이해했다는 뜻은 아니니까요. 원자의 자기적인 성질을 더 깊이 이해하는 것이 연구의 목표입니다.”

다양한 블록으로 놓는 과학자의 길

양자나노과학연구단 필립 윌케 연구위원

윌케 연구위원은 독일 최고 대학으로 꼽히는 괴팅엔 대학에서 학부와 석사, 박사과정을 모두 보냈다. 독일국립연구재단과 콘라트 아데나워 재단의 장학생이었고, 대학교 소재지인 니더작센 주 과학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공부도 잘했지만, 그를 지금의 IBS로 이끈 것은 다른 경험들이었다고 말한다.

“학부 때 학생 대표로 선출돼 물리학과 운영위원회에서 일했습니다. 학과의 의사결정과정에서 1천 명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노력했어요. 성적에 도움이 됐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의외로 지금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신임 교수 채용 위원회에서는 후보들을 초청하고 발표를 듣는데요, 제가 곧 그런 자리에 설 지원자가 될 테니까요. 그 외에도 운영위원회에서 다루는 다양한 의제들을 통해 대학의 의사결정과정에 익숙해질 수 있었죠.”

한국에서 박사 후 연구원 생활을 하기로 결심한 것도 마찬가지다. 유럽에서 중국으로 이동하는 학생은 거의 없었는데도, 경험 차 선택한 중국 교환학생 생활이 크게 영향을 끼쳤다.

“학부 시절 중국 북경대에 6개월 간 교환학생으로 간 적이 있었어요. 이 때 아시아가 과학기술분야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거라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제가 여기에 있는 것도 어떻게 보면 그 증거 중 하나죠. 한국과 중국은 최근 기초과학에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연구자들이 더 크게 생각하고 연구의 지평을 넓힐 수 있게 지원해 주는 환경은, 과학자에게 가장 중요한 요인이죠.”

양자나노과학연구단 필립 윌케 연구위원

그는 원자에 대한 통찰이 양자컴퓨터 이외의 다른 분야에서도 굉장히 전도유망하다며, 앞으로도 같은 분야에 매진하며 자신만의 방향으로 원자 연구를 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미시세계 위에서 자신의 길을 개척하기 위해 세계 곳곳을 누비는 그의 다음 연구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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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21-04-14 16: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