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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실험은 좋아하나' 질문으로 걸어온 생명과학자의 길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등록일 2019-01-21 조회 5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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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은 좋아하나' 질문으로 걸어온 생명과학자의 길

- RNA 연구단 권성철 연구위원 -

"뜨거운 코트를 가르며 너에게 가고 있어~." 농구 하나로 우정, 사랑, 인생을 풀어낸 만화 슬램덩크. '포기하면 편해', '나 정대만, 포기를 모르는 남자지' 등등 무수히 많은 어록을 남긴, 누군가에겐 그저 재미있는 농구만화였을 슬램덩크를 인생만화로 꼽는 연구자가 있다. RNA 연구단(단장 김빛내리) 권성철 연구위원은 '농구는 좋아하나'라는 대사에 자신의 인생을 걸었다. 농구에서 실험으로 대상이 바뀐 '실험은 좋아하나'라는 물음은 권 연구위원의 인생을 관통하는 대사가 되었다. '실험은 좋아하나'라는 물음에 권 연구위원의 답은 무엇이었을까.


[피플 인터뷰 영상보기] rna 연구단 권성철 연구위원RNA 연구단 권성철 연구위원은 '실험은 좋아하나'라는 질문으로 생명과학자의 길을 걸어왔다. 그는 대학원 입학 이후 13년 정도의 연구인생을 '생각하는 사람'이 되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회상했다. 마이크로RNA 절단 기작부터 RNA 풀기효소, 생물학의 묘미까지 권 연구위원과 즐거운 대화를 나눠보았다.
[피플 인터뷰 영상보기] RNA 연구단 권성철 연구위원

'실험은 좋아하나'를 실험대에 붙이고서

권 연구위원은 어린 시절 생명과학보단 화학이 더 친숙했다. 화학공업계에 종사하던 아버지 덕에 지하실에는 신기한 화학물질들이 가득했다. 대학 전공을 결정해야 할 시기, 권 연구위원의 아버지는 화학이 아닌 생명과학을 권했다. 아직도 생명과학엔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많이 남아있다는 이유를 덧붙였다. 사실 권 연구위원이 처음부터 생명과학자의 길을 꿈꾼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슬램덩크의 '노선생님'은 선수들에게 핵심의 질문 '농구는 좋아하나'를 던진다.
▲ 슬램덩크의 '노선생님'은 선수들에게 핵심의 질문 '농구는 좋아하나'를 던진다.

"인생의 의미를 고민하던 시기가 길었어요. 사회적으로 어떤 중요한 역할을 하려면 대학원에 가야하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지원했죠. 대학원에 와서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초과학이 아니라 다른 게 아닐까 생각하면서 적당히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러다 어느 날 선생님(김빛내리 단장)이 부르셔서 근심 어린 표정으로 '생각해봤는데, 성철이는 과학자 말고 다른 일을 하는게 더 행복하지 않겠니'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내가 정말 실험을 좋아하나'하고요. 선생님께 '생각할 시간을 달라' 말씀드리고 '그래 한 번 열심히 해보자'고 결심했어요."

그 날로 권 연구위원의 실험대엔 '실험은 좋아하나'라는 글귀가 붙었다. 결심이 서자 행동은 자연스레 뒤따라왔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실험실에 오고, 11시에 귀가하는 날이 늘어났다. 밥 먹는 시간도 아까울 정도로 노력했다. 꾸준한 노력들은 든든한 동료들을 만나 빛을 발했다. 8개월 간 매주 토요일마다 2시간씩 생물정보학 강의를 해준 선배, 구조생물학의 세계로 인도해준 선배, 프로젝트가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도록 피드백을 아끼지 않던 친구 등등 연구 인생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동료들이 그의 곁을 지켰다. 일정시간이 지나자 답은 뚜렷해졌다. 그는 실험을 그리고 생명과학을 좋아했던 것이다. 차곡차곡 쌓인 시간과 노력은 그를 성장의 단계에 올라서게 만들었다.


권성철 연구위원은 rna 연구단 내에서 기술지원팀 리더 역할도 맡고 있다. 탄탄한 준비는 모든 실험의 필수요건. 좋은 실험 재료를 준비하는 데만 수개월의 노력이 드는 경우도 있다고. 권 연구위원은 다른 연구원들이 아이디어를 내는데 집중할 수 있도록 기술지원팀이 이러한 과정을 전문적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 권성철 연구위원은 RNA 연구단 내에서 기술지원팀 리더 역할도 맡고 있다. 탄탄한 준비는 모든 실험의 필수요건. 좋은 실험 재료를 준비하는 데만 수개월의 노력이 드는 경우도 있다고. 권 연구위원은 "다른 연구원들이 아이디어를 내는데 집중할 수 있도록 기술지원팀이 이러한 과정을 전문적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생화학, 생물정보학, 그리고 구조생물학이 만나

권 연구위원이 몸담고 있는 RNA 연구단은 마이크로RNA를 연구한다. 마이크로RNA는 말 그대로 굉장히 작은 RNA로,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특별한 역할을 갖고 있다. 서로 다른 500개의 마이크로RNA가 각기 다른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권 연구위원은 그 중에서도 마이크로RNA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연구한다. 마이크로RNA는 꽈배기 모양으로 생긴 마이크로RNA 전구체에서 2번의 절단과정을 거쳐 생성된다. 생명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작동된다는 법칙에 마이크로RNA 전구체도 예외는 없다. 잘리는 위치가 조금이라도 빗겨나가면 조절되는 유전자가 바뀐다. 지난 10년간 많은 사람들이 마이크로RNA가 정확하게 잘리는 메커니즘이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명확한 답은 없었다. 그 답을 제시한 것이 바로 RNA 연구단. 그 주역들 중 한 명이 권 연구위원이었다.

"과거에는 마이크로RNA 전구체를 자르는 드로샤 단백질의 구조가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절단 기작은 미지의 영역이었어요. 메커니즘을 상상하기도 어려웠죠. 그러다 2016년 우리 연구단에서 구조생물학 전문가인 우재성 교수님의 주도 아래 저와 동료들이 드로샤 단백질의 구조를 풀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대략적으로 드로샤가 어떻게 마이크로RNA 전구체를 인식하는지 상상할 수 있게 되었죠. 그렇다면 드로샤는 어떻게 절단 위치를 결정할까요? 이 문제를 풀기 위해 40,000여 개의 마이크로RNA 전구체를 만들고 드로샤 단백질로 잘라 여러 방면으로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절단 규칙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10년 넘게 사람들이 궁금해 하던 그 질문을 우리 팀이 푼거죠. 마이크로RNA 연구를 함께 하는 외국의 유명 학자들도 굉장히 좋아했던 기억이 나요."

이러한 연구결과가 가능했던 것은 서로 다른 분야의 적극적인 협력 덕분이었다. 권 연구위원은 바로 이 점이 IBS의 강점이자 장점이라 답했다. 즉, 김빛내리 단장의 생화학 및 생물정보학 분야와 우재성 교수의 구조생물학 분야가 함께 한 문제를 풀지 않았더라면 어려웠을 거라는 설명이다. 실험의 노하우도 마찬가지다. 좋은 동료들과 일하는 것, 서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체득했다. 권 연구위원은 김빛내리 단장 연구실에서 오랜 시간 머물며 동반성장에 대한 철학도 함께 키워나가고 있다.


권 연구위원은 최근 앞선 연구에서 더 나아가 마이크로rna 전구체(주황색과 회색으로 그려진 스프링 모양)를 절단하는 효소인 드로샤가 mghg(보라색)의 도움으로 정확하게 절단 위치를 파악함을 실험으로 증명해 몰레큘러 셀 최신호에 실험결과를 게재했다.
▲ 권 연구위원은 최근 앞선 연구에서 더 나아가 마이크로RNA 전구체(주황색과 회색으로 그려진 스프링 모양)를 절단하는 효소인 드로샤가 mGHG(보라색)의 도움으로 정확하게 절단 위치를 파악함을 실험으로 증명해 몰레큘러 셀 최신호에 실험결과를 게재했다.

60억 명중 1명인 내가 연구로 기여할 수 있는 것

생물학자가 되면서 가장 좋았던 점에 대해 질문하니 권 연구위원은 '생물 진화의 아름다움'이라는 맥락의 답변을 이어갔다. 지금은 인터넷 브라우저에 접속만 하면 사람 DNA 염기서열부터 개나 소, 말과 개구리, 지렁이의 DNA 염기서열도 알 수 있는 시대다. 권 연구위원에게 DNA 염기서열은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생명의 진화의 흔적이자 아름다움을 느끼는 대상이기도 하다. 생물학의 묘미를 발견하기도 한다.

"DNA 염기서열을 유심히 보고 있으면 어떻게 무작위적인 돌연변이가 일어나고, 그 중 기능이 있는 부분은 남게 되고, 기능이 없는 부분은 계속해서 변하는지 이런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거든요. 태초에 공통 조상이 하나 있었고 거기서부터 '무작위적인 돌연변이를 통해 생물들이 쫙 갈라져 나가는구나' 이걸 볼 수가 있어요. '길에 가는 어떤 동물 하고도, 길에 있는 어떤 식물하고도 내가 그다지 다르지 않구나'하는 의미도 알 수 있고요. 아리스토텔레스가 이야기했던 혹은 유명한 사람들이 이야기했던, 그 사람들은 지금 내가 보고 있는 DNA 염기서열과 단백질의 구조를 전혀 모르거든요. 전체적으로는 그 사람들이 똑똑할지 몰라도 '생물의 탄생, 생물이 지금 여기에 있는 것에 대해선 내가 제일 잘 안다' 이런 자신감이 들고, '이런 게 생물학의 묘미 아닐까?'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권 연구위원이 최근 가장 골몰하고 있는 건 자신만의 연구 브랜드다. 마이크로RNA의 절단기작과 메커니즘 규명을 밝히는데 주력했던 경험을 기반으로 독창적인 주제를 찾아 연구를 계획 중이다. 그 중 RNA 풀기효소(helicase)에 관심이 크다. 사람의 단백질은 총 2만개. 그 중 RNA 풀기효소는 약 50여개다. 권 연구위원은 그간의 연구 노하우를 기반삼아 50여 개의 단백질을 한꺼번에 분석하고 해석하는 연구를 하고자 한다. 이 기술이 개발되면 세포 내에서 전체 RNA 풀기효소들이 담당하는 기능을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연구자로서 갖는 꿈에 대한 질문에 권 연구위원은 천진난만한 미소로 답했다.

"사람의 단백질이 20,000종류이고 제가 이 연구를 완성하면 전체 사람의 단백질을 이해하는데 0.25%를 풀게 되는 거든요. 지구 인구를 60억이라 치면, 60억 명 중 한 명인 제가 0.25%로 기여한다는 건 엄청난 일에요. 정말 재밌지 않겠어요?"


권 연구위원은 rna 연구단에서의 경험을 교훈삼아 자신이 도움을 받아 성장했던 것처럼 각기 다른 상황에 있는 여러 후배들에게도 주변의 동료들과 연계해 서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구하는 즐거움으로 실험실에 나오는 게 재미있다는 그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 권 연구위원은 "RNA 연구단에서의 경험을 교훈삼아 자신이 도움을 받아 성장했던 것처럼 각기 다른 상황에 있는 여러 후배들에게도 주변의 동료들과 연계해 서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구하는 즐거움으로 실험실에 나오는 게 재미있다는 그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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