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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지 않은 길, 암흑물질을 찾는 연구자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등록일 2018-07-31 조회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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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않은 길, 암흑물질을 찾는 연구자

- 하창현 IBS 지하실험 연구단 연구위원 -

[피플 인터뷰 영상보기] 하창현 IBS 지하실험 연구단 연구위원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대상의 존재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 그 중 일부는 암흑물질을 연구하는 입자천체물리학자들일 것이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성분 중 보이는 물질은 4% 뿐이다. 나머지 96%는 밝혀지지 않은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로 추정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의 정체를 밝힌다면, 인류는 풀 수 없는 수수께끼처럼 여겨지던 우주의 기원에 다가서게 되는 셈이다. 인류가 밟아보지 않은 길을 가는 연구자, 하창현 IBS 지하실험 연구단 연구위원의 이야기다.


▲ 하 연구위원은 IBS 지하실험 연구단에서 암흑물질 유력 후보인 윔프를 검출하고자 연구중이다.

암흑물질의 정체를 밝히기 위한 도전

하창현 연구위원은 IBS 지하실험 연구단에서 암흑물질을 찾기 위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암흑물질은 우주의 26~27%를 구성한다고 알려져 있다. 천체물리학자들이 우주를 관측하다 보니, 아무것도 없는 공허한 공간을 지나는 광자의 궤도가 휘어지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무언가 광자에 영향을 미치는 물질이 존재한다는 증거다. 이 외에도 은하 중심으로부터 거리가 먼 별들의 회전 속도가 줄지 않는 등 암흑물질이 존재한다는 간접적인 증거들은 많다.

하 연구위원이 찾고 있는 물질은 암흑물질의 유력한 후보로 주목받고 있는 윔프(Weakly Interacting Massive Particles; WIMPs)다. 윔프는 빛을 내지 않으면서 중력 혹은 약한 상호작용을 한다고 알려져 있는 무거운 입자다. 암흑물질로서의 자격을 골고루 갖추고 있어 가장 널리 연구되고 있는 암흑물질 후보다.

"암흑물질이 검출될 것으로 기대되는 영역이 초반에는 너무 넓어서 사막에서 좁쌀을 찾는 격이었어요. 현재 전 세계의 과학자들이 연구를 계속하며 그 영역을 좁히고 있죠. 저는 WIMP라는 물질이 암흑물질의 강력한 후보라고 믿고 있습니다. 적어도 WIMP 연구는 이제 망망대해가 아닌, 저수지 정도에서 암흑물질을 찾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연구자들의 누적된 연구의 힘이죠."

남극 아이스큐브를 활용한 연구부터 정선에 1,100m 우주입자연구시설까지

하 연구위원은 어렸을 때부터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단다. 대학원 재학 시절, 고체 물리학 분야에서 연구를 했지만 무언가 특별한 매력을 느끼지는 못했다고 했다. 그의 관심을 끌었던 건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연구자가 많지 않았던 입자천체물리학 분야였다. 그는 박사과정부터 박사후과정까지 약 8년 간 남극의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천문대의 검출기를 활용한 연구를 수행했다.

이 실험은 투명한 얼음을 검출기로 활용하는 것인데, 1km3부피의 얼음에 구멍을 뚫고 광센서를 심어 얼음을 지나가는 우주입자를 검출하는 원리다. 입자가 얼음을 관통할 때 빛보다 빠른 속도로 지나가면 푸른색을 띠는데 이를 체렌코프의 빛이라고 한다. 이 빛을 광센서가 감지하는 것이다.

"의미 있는 연구였지만, 8년 간 주로 남극으로부터 오는 데이터만을 분석하다보니 하드웨어를 다루는 실험 연구에 목말랐던 것 같아요. 그러던 중, 2013년 IBS 지하실험 연구단이 신설돼 합류하게 됐습니다. 현재는 매우 재미있게 연구하고 있어요. 암흑물질 검출 시설을 직접 한국에 지으면서 보다 역동적으로 실험 연구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IBS 지하실험 연구단은 강원도 양양에 700m 깊이의 암흑물질 검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지난 2017년 8월, 연구단은 강원도 정선군의 탄광 지하 1,100m 깊이에 기존 연구시설보다 암흑 물질 검출 성능이 최고 5배가량에 이르는 시설 구축을 시작했다. 바로 '우주입자연구시설' 이다. 하 연구위원은 이 시설을 활용해 향후 연구에 박차를 가할 생각이다. 더 깊은 땅 속에 검출 시설을 짓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뮤온은 지금도 손톱만한 면적에 초당 1,000개 정도가 비처럼 쏟아져 내려옵니다. 이처럼 대기 중에서 형성된 뮤온은 우리가 얻고자 하는 미세신호에 대한 잡음만 될 뿐이죠. 이를 우주선(Cosmic Ray)이라고 부릅니다. 뮤온은 투과력이 매우 좋기 때문에 이들을 차단하기 위해 땅 속 깊이 굴을 뚫고 검출 시설을 짓는 것이죠. 깊이가 깊어지면 잡음을 더 잘 차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중성미자를 찾는 날까지 실험은 ing

하 연구위원은 크게 두 가지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데, 코사인실험(COSINE)과 중성미자 미방출 이중베타붕괴 실험이 그것이다. COSINE 검출기는 빛을 내는 크리스탈을 이용한다. 크리스탈 내에서 암흑물질 입자가 검출기에 부딪힐 때 축적되는 에너지를 읽는 원리다. 크리스탈은 투명한 렌즈처럼 빛이 잘 빠져나올 수 있어 검출기의 감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코사인 실험이 암흑물질이 검출기와 충돌 시 방출되는 신호를 측정해 암흑물질을 포착하려는 실험이라면, 중성미자 미방출 이중베타붕괴 실험은 우주 생성 원리를 알아내기 위한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베타붕괴 현상은 불안정한 원자핵에서 중성자가 양성자와 전자 그리고 전자 중성미자로 변하는 것인데, 몰리브덴 100과 같이 특정 동위원소들은 베타붕괴 시 전자가 쌍둥이처럼 2개가 나오면서 전자 중성미자도 2개가 나오는 현상을 말한다. 그렇다면, 중성미자 미방출 이중베타붕괴현상은 무엇일까.

이론적으로 2개의 전자 중성미자가 방출될 때 하나가 일반 중성미자이고 다른 하나가 반중성미자라면, 2개의 전자 중성미자가 상쇄돼 없어질 수 있다. 때문에 말 그대로 이중베타붕괴가 이루어지며 중성미자를 방출하지 않는 현상인 것이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가능한 이 현상은 아직 어느 원소에서도 관측된 적이 없다.

"중성미자 미방출 이중베타붕괴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면 우리는 세상을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물질과 반물질, 전자와 양전자처럼 세상의 모든 물질의 극과 극이 50대 50으로 구성됐다면 모든 값이 상쇄돼 우리도 존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우리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은 물질과 반물질의 균형이 우주 생성 초창기에 맞지 않아서 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중성미자 미방출 이중베타붕괴 현상은 초창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비밀을 우리에게 말해줄 거예요."


▲ 동료들과 깊은 토의 중인 하 연구위원. 거대 실험을 수행하는 입자천체물리 분야에서
'사람'은 연구의 중요한 원동력이다.

우리나라에서 피어나는 거대과학의 시작

하 연구위원의 연구실 앞에는 그가 직접 매직펜으로 적은 "암흑물질 삼거리" 라는 이정표가 붙어 있다. '암흑물질' 만 보면 뭔가 어둡고 심오한 느낌이 들지만, '삼거리'라는 단어를 붙임으로써 뭔가 친근한 느낌이 난다. 실제로 그의 연구실 앞에서 복도는 삼거리 형태를 띤다. 어딘가 모르게 귀여운 이 이정표는 어느새 지하실험 연구단의 나름 '포토존'이 되었다고. 이정표 주인의 꿈은 무엇일까.

"입자천체물리 분야에서 보고되는 실험들은 대부분이 외국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독자적으로 암흑물질 검출 실험이 이루어져 나가기를 바랍니다. 한국형 입자물리 실험이 많이 이루어지면 정말 좋겠죠? 우리나라에서도 입자물리 실험 분야가 거대과학이 되어 오히려 외국에서 우리나라에 해피콜을 하는 때가 오기를 소망해봅니다."


▲ 하 연구위원은 자신의 연구실 창문에 '암흑물질 삼거리' 라는 이정표를 직접 써서 붙여놓았다.
실제로 그의 연구실 앞 복도는 삼거리 형태다.

하 연구위원은 연구를 계속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으로 '사람'을 꼽았다. 많은 사람들의 협력이 필요한 거대실험을 수행하다보면, 전 세계 사람들과 만나고 이들과 토의를 거듭해야 한다. 사람들과의 교류가 꼭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결국 그의 연구도 사람 덕분에 앞으로 나아간다. 그래서인지 하 연구위원의 개인적 포부 역시 사람과 지역사회를 향하고 있다.

"강원도 정선에 건설 중인 IBS 우주입자연구시설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정선은 과학이 발달된 지역은 아닙니다. 과학 교육과 행사 프로그램 등 과학의 대중화 차원에서 꽤 소외된 지역이지요. 정선에 우주입자연구시설이 구축되는 만큼, 그곳에서 연구하며 암흑물질 연구를 소개하고 재미있고 유익한 과학 이벤트들을 작게나마 만들어 학생들을 비롯한 지역사회에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암흑물질을 기록으로만 남아있는 대왕문어 크라켄에 비유한 하창현 연구위원. 그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심해에서 크라켄을 보려면 뛰어난 기술이 필요한 것처럼, 아무도 보지 못한 암흑물질도 뛰어난 검출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전과 열정 하나로 가지 않은 길을 묵묵히 걷고 있는 하 연구위원. 그가 언젠가 크라켄과 같은 암흑물질을 보게 될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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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19-01-30 1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