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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만 가지 형광물질을 만든 연구자, 과학에 색을 입히다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등록일 2018-03-29 조회 4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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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가지 형광물질을 만든 연구자, 과학에 색을 입히다

- 장영태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 부연구단장 -

형광색은 다른 일반 색보다 훨씬 눈에 잘 띈다. 사람들이 뭔가를 읽다가 중요한 부분에 곧잘 형광펜을 칠하는 이유다. 형광물질은 흡수한 빛 에너지를 단순히 반사만 하지 않고, 그 일부를 다시 빛에너지로 복사해 내뿜기 때문에 주변보다 더 밝은 색으로 눈에 보이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형광은 이미징 분야에 활용돼 관찰하기 어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보여주는 해결사로 사랑받아왔다.

IBS에는 만 가지 형광물질을 만들어 형광 라이브러리를 구축한 ‘형광의 연금술사’가 있다. 바로 장영태 IBS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 부연구단장이다. 그가 구축한 라이브러리 덕분에 보고자 하는 세포나 조직, 단백질에 결합해 훤하게 밝혀줄 수 있는 형광물질을 찾는 일은 더 이상 모래밭에서 바늘을 찾는 일이 아니다. 만 가지나 되는 형광 라이브러리의 형광물질들로 빠르게 검사하면 되니까.

장영태 부연구단장은 형광 프로브(Probe)를 연구한다. 프로브는 바이오마커(Biomakrer)의 파트너이다. 바이오마커가 찾아내려는 목표의 위치를 알려주는 지표라면, 이 지표에 결합해 목표 찾기를 돕는 물질이 프로브이다. 예를 들어 어떤 암세포가 a라는 단백질을 갖고 있다면, a 단백질에 잘 붙는 물질을 이용하면 암세포를 찾아낼 수 있다. 이 때 a 단백질은 바이오마커, a에 붙어 암세포를 찾게 하는 물질이 바로 프로브이다. 이 프로브가 형광을 띠면 형광 프로브라 한다.



▲ 장 부연구단장은 형광 프로브 개발을 연구 중이다.

“세포는 아무 처리 없이는 눈에 잘 안보이기 때문에 형광으로 염색을 하죠. 대학원 시절, 염색된 세포의 이미지들을 보게 됐는데 너무 아름다웠어요. 대표적인 형광 프로브로는 DAPI(4′,6-diamidino-2-phenylindol)가 있습니다. 세포핵이 파랗게 염색되죠. 병원에서 사용하는 혈관 조영제도 역시 형광 프로브의 예입니다. 색을 입혀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죠. 그래서 형광 프로브를 만드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형광 라이브러리”라는 만능 검색 키트

세포나 조직을 염색해서 관찰하는 방법은 오래 전부터 사용돼왔다. 조직을 염색하는 방법으로는 H&E(Hematoxylin and Eosin)염색법이 주로 사용됐다. 세포핵은 헤마톡실린에 의해 남색으로, 세포질은 에오신에 의해 담홍색으로 염색된다. 그러나 단순히 두 가지를 구분해 염색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종류의 세포 분포 속에서 한 가지 종류의 세포만 보고자 한다면 일반 염색법으로는 한계가 있다. 프로브의 개념은 보다 선별적으로 목표 세포만을 골라 염색할 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됐다.

장 부연구단장은 포항공대에서 화학을 전공, 학부부터 박사과정까지 10년을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후 10년 간은 의학 화학분야로 박사후과정을 이어가다 뉴욕대 화학과에서 근무했다. 뉴욕대에서 연구하던 시절, 그는 프로브 개발에 뛰어들었다.


▲ 종양을 염색해 관찰한 사진.
파란색은 세포핵, 연두색은 항체이며, 빨간 색은 장 부연구단장 연구팀이 최근 개발한 TiY라는 형광 프로브이다.

“의학 화학에서는 어떤 기능이 있는 화합물을 합성할 때, 몇 가지 물질을 합성 후 서로 관련된 이들 물질들끼리 조합해 많은 종류의 화합물 리스트를 확보하는 ‘라이브러리’ 개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 가지 종류의 화합물이 있다고 할 때, 이들이 2개씩 연결된 화합물은 400가지가 됩니다. 이렇게 되면 합성된 많은 화합물 중에서 우리가 찾는 기능을 갖고 있을 물질이 존재할 확률이 높아지겠죠? 이러한 조합 화학(Combinational Chemistry)의 개념이 형광 물질에는 없어 처음으로 도입했답니다."

장 부연구단장이 구축한 형광 물질의 라이브러리는 총 1만 여종의 형광물질로 구성된다. 뉴욕대 시절 200~300개의 형광물질을 합성했고, 이후 싱가포르 국립대학교에서 형광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기 위한 기반을 닦는 데 3년, 만 개까지 합성하는 데 약 7년 정도가 걸렸다.

특정 암 세포의 바이오마커에 붙어 형광을 띠어 해당 암세포만을 표시해 줄 프로브를 찾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우선 바이오마커의 구조를 분석하고, 여기에는 붙지만 해당 바이오마커 외 다른 단백질에는 붙지 않는 형광 물질을 디자인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원하는 대로 이러한 특징만을 갖는 물질을 디자인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고 한다. 장 부연구단장이 개발한 형광 라이브러리를 세포에 도포하는 방식을 활용하면, 적어도 1차적으로 특정 세포에만 결합해 형광을 낼 물질을 빠르게 찾을 수 있어 많은 실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형광 분자는 어디에든 잘 들러붙는 특성 탓에 다루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분자를 하나하나 합성해 인공적으로 만 여개를 만드는 일은 더욱 쉽지 않았죠. 만 가지나 되기 때문에 연구자가 보려는 세포의 바이오마커에만 부착하는 물질은 하나라도 발견이 될 확률이 매우 높답니다. 마치 그물을 던져 내가 원하는 물고기를 잡아내는 원리와 비슷하죠. 이렇게 그물을 이용해 스크리닝한 후 가장 최적의 물질을 찾는 방식은 온갖 종류의 병원균에 대항하기 위해 다양한 항체를 보유하는 인간의 면역 시스템과도 비슷하답니다.”

형광 프로브의 무한한 활용, 항암 치료까지

장 부연구단장은 10년간의 싱가포르 생활을 마치고, 17년 9월 IBS에 합류했다. 30여 명으로 구성된 그의 연구팀은 매우 컸지만, 큰 규모 탓에 연구보다는 연구팀을 관리하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능력 있는 한국 학생들과 함께 모교에서 연구하고 싶은 그의 갈망은 커졌고, 고민 중이던 때에 은사였던 김기문 IBS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장의 합류 제안을 받아 들였다.

그에게는 천군만마나 다름없을 형광 라이브러리는 실제로 IBS에서 그의 연구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연구팀은 암의 전이와 재발에 관여하는 종양줄기세포만을 탐지하기 위해 여기에만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형광물질을 찾고자 했다. 이에 따라 형광 라이브러리의 수많은 물질들을 폐암줄기세포에 처리하는 스크리닝 과정을 거쳤고, 일반 암세포가 아닌 종양줄기세포에만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형광물질 TiY(Tumor initiating cell probe Yellow)을 발견한 것이다.

연구팀이 찾은 TiY는 범용성도 탁월함이 입증됐다. 폐암뿐만 아니라 신장암, 뇌종양, 피부암, 전립선암, 유방암, 난소암, 결장암 등 총 28 종류의 암 조직에서 분리한 TiY 염색 세포를 체외 배양하자 모두 공 모양의 종양구를 형성했는데, 이러한 종양구 형성 능력은 종양줄기세포만 갖고있다. 즉 TiY가 암 종류에 상관없이 암줄기세포만을 정확하게 찾아 분리하는 탐지기로 활용될 수 있음이 증명된 셈이다. 이 성과는 지난 2월 독일응용화학회지에 게재됐다.

“살아있는 종양줄기세포 내부에서 발현되는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았는데, 여기에만 달라붙는 형광물질 개발은 최초랍니다. 더 놀라운 것은 형광 프로브 TiY는 일정 농도 이상 종양줄기세포에 처리하면, 종양 형성을 억제합니다. 단순히 암 줄기세포를 찾아내는 데서 나아가 항암 치료 약물의 개발로도 이어질 수 있는 것이죠. 형광 프로브를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연구는 우리를 보다 유용한 세계로 안내할 것입니다.”


▲ 광현미경 관찰을 통해 검증된 TiY의 종양줄기세포에 대한 선별성.
TiY는 노란색을 띠나 실험의 편의를 위해 추가 처리를 하여 빨간색으로 보인다. 파란색은 세포핵을 염색한 것. 일반암세포주에서는 TiY가 형광을 나타내지 않지만, 종양근원(줄기)세포주에서는 TiY가 형광을 띠며 세포를 선별해낸다.

꿈꾸는 연구자, 즐거운 연구자

장 부연구단장이 구축한 형광 라이브러리는 형광 물질이 필요한 모든 연구에 유용한 선물상자와도 같다. 때문에 세계 다른 연구팀에서도 종종 라이브러리 사용을 의뢰한다. 장 부연구단장의 싱가포르 연구팀이 형광 라이브러리 사용을 요청한 연구팀의 세포를 받아 스크리닝을 해주는 방식으로 연구를 돕곤 했다. 현재 IBS에서는 김기문 단장의 연구 그룹과의 교류도 활발하다.

“김기문 교수님의 연구팀이 복잡한 자기조립 체계를 만들어가는 화학 모델을 생물체에 적용한다면, 저희 팀은 세포를 구분하고 바이오마커를 찾습니다. 생체에 적용하기 쉬운 소포 형태, 즉 인공 세포를 만들어 항암제를 암세포 내부에 넣는 등의 시도를 할 때, 저희 팀이 찾은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암세포만을 골라 김 단장님의 화학 모델을 적용해볼 수 있겠죠. 연구의 시너지 효과가 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장 부연구단장의 IBS 연구팀 구성원은 5-6명 정도이다. 새로운 팀, 새로운 캠퍼스에서 그는 더 큰 꿈을 품고 있다고 했다. 만 개 정도의 형광 라이브러리로는 부족한 것일까. 형광 분자 하나하나를 세포에 도포해야하는 패러다임을 바꾸고 싶다며 웃어 보였다.

“여러 종류의 세포 중에서 보고 싶은 한 종류의 세포를 이젠 볼 수 있게 됐죠. 그런데 앞으로는 같은 종류의 세포라도 병에 걸린 세포, 병에 걸릴 세포, 병이 진행 중인 세포 등 세포의 병리적 단계까지 구분하고 싶어요. 그러려면 만 개보다도 더 많은 형광물질이 필요할 것입니다. 여전히 숫자에 목이 마릅니다. 할 수 있다면 100만 개까지 만들고 싶은데, 하나하나 세포에 형광 물질을 도포해 찾는 방식이 아닌, 형광 물질 100만 개가 한 데 섞여 있는 물질로 단번에 프로브를 찾아내는 방법을 고안해내는 게 꿈입니다.”


▲ 나비를 주제로 찍은 어느 날의 연구팀 사진.
장 부연구단장 연구팀은 매일 아침마다 다양한 콘셉트로 함께 사진을 찍는다.

앞으로의 포부를 말하는 장 부연구단장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백만 개의 형광 물질을 만드는 일. 다소 긴 시간이 걸리더라도 장 부연구단장이라면 즐겁게 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는 연구와 배움에는 즐거움이 따라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팀 내 연구자들과도 배움의 즐거움을 공유한다고. 매일 아침 음악과 함께 시작되는 연구실에서 그날그날의 새로운 콘셉트로 단체 사진을 찍는다. 지치지 않게 연구하자는 마음, 다 같이 하루의 연구를 시작한다는 마음을 소중하게 간직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재미있고 기발한 주제로 매일 찍히는 사진처럼, 장 부연구단장 연구팀의 연구도 꿈을 이루는 즐거운 여정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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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팀 : 백서윤   042-878-8238
최종수정일 2019-01-30 1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