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신경퇴행성 질환 치료 청사진, 밑그림 그리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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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전체관리자 | 등록일 | 2025-07-23 | 조회 | 1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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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퇴행성 질환 치료 청사진, 밑그림 그리다신경퇴행성 질환은 환자 본인, 그 가족과 지인에게까지 큰 고통을 안겨준다. 그럼에도 관련 치료법을 찾는 것은 더디기만 했다. 많은 연구자들이 노력을 거듭했지만,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에도 학계가 혼선을 겪어왔다. 사람을 치료하는 의학은 수많은 시행착오, 연구 끝에 발전을 거듭한다. 그리고 실제 치료법이 나오기까지는 여전히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매우 고된 여정 이다. 이런 가운데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진이 신경퇴행성 질환 치료의 새로운 해법의 디딤돌이 될 수 있는 연구 성과를 내놓았다. 고무적인 일이다. 게다가 이를 활용하는 치료법 청사진은 의외로 간단하다. 침습적인 수술, 약물 사용이 아닌, 그저 물리적인 자극을 가하는 것이다. 실제 치료법 개발로 이어진다면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제시할 수 있다. 의료 현장, 연구 현장을 모두 겪은 진호경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연구단 선임연구원이 그 연구 중심에 있다. 그도 앞으로 누구나 손쉽게 신경퇴행성 질환에 활용 가능한 치료법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그를 만나 관련 연구에 얽힌 이야기, 소속된 곳, 앞으로의 목표와 인사이트를 들어봤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IBS 혈관연구단의 진호경 선임연구원입니다. 원래 저는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전공의로 근무했습니다. 레지던트 시절인 2019년, 고규영 혈관연구단장님이 중추신경계 림프관에 대해 네이처(Nature)에 발표하신 논문을 접했습니다. 전공 분야인만큼 관심이 갔고,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이 길을 걷는 것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 때문에 2021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 박사과정에 진학해 새로운 길을 접하게 됐습니다. KAIST 교수를 겸직하시는 고규영 단장님을 만나 IBS 연구팀에서 연구를 진행하게 됐고, 졸업 논문으로 이번 성과를 내게 됐습니다. Q. 요즘 부각되는 ‘의사과학자’시군요. 연구에 있어 임상의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제 소견으로는 임상 경험이 있는 과학자와 없는 과학자는 각각 잘하는 부분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저처럼 의학을 배운 후 연구를 시작한 사람은 아무래도 기초과학 역량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 임상 현장에서 어떤 요구가 있는지, 어떤연구가 필요한지를 보다 잘 체감하고 있다고 봅니다. 반면에 임상 경험이 없는 기초 과학자들은 가설을 세우고 연구를 수행하는 것에 월등히 뛰어납니다. 기초과학적 역량도 높습니다. 다만, 임상 현장의 니즈는 잘 모를 수 있습니다. 결국 각자의 장단점이 있고, 한 사람이 역할을 다 하긴 어렵습니다. 의사과학자는 기초과학 역량을 갖춘 과학자와 협업하여 각각의 장단점을 상호보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두 그룹이 함께할 때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저 역시 IBS 연구진과 힘을 합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Q. IBS 혈관연구단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연구단 이름 그대로 혈관에 대한 연구가 메인인 곳 입니다. 이번 성과와 관련된 림프관 역시 혈관의 일종입니다. 예전부터 우리가 손쉽게 떠올리는, 피가 흐르는 혈관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기에 존재하는 림프관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 왔습니다. 특히 2019년 이후로는 두경부 및 중추신경계 림프관에 대한 연구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Q. 이비인후과 전문의라고 하셨는데, 이 이력이 연구성과에 어떤 도움이 됐는지요. 치매나 뇌졸중은 신경과에서 많은 관심을 갖는 질환이지만 이비인후과에서도 난청과 관련되어 인지기능 저하 연구들이 있어 왔습니다. 또한 흔히들 연구가 임상 과별로 진행된다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임상 과를 넘나드는 연구가 진행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번 연구 역시 신경과에서 주 관심사인 뇌질환의 치료 타깃이 이비인후과 영역인 목에 있는 림프관이었습니다. 사실 생물은 여러 요소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인간이 나눈 영역에 국한되면 시야가 좁아집니다. 열린 생각으로 대상을 바라봐야 합니다. Q. 이번 성과를 자세히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해 네이처에 게재된 논문을 통해 목 안쪽의 림프관이 뇌척수액 배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규명했습니다. 뇌척수액이 뇌 하부 뇌막 림프관과 비인두 림프관망을 통해 목 부위 안쪽 림프절로 배출되며, 노화에 따라 림프관이 퇴화하면 뇌척수액 배출 기능이 저하된다는 내용입니다. 반면에 뇌척수액 배출이 증진되면 뇌 속 노폐물을 내보내 신경퇴행성 질환 연구에 중요한 이정표를 세울 수 있습니다. 다만 당시 연구는 목 안쪽 깊이 있는 림프관이 대상이라 접근이 어려웠습니다. 이번 논문에서는 그 한계를 보완하고자 목 바깥쪽에 위치한 림프관을 연구했고, 수술 없이 피부에 정밀한 물리 자극을 가하는 것으로도 뇌척수액 배출을 빠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이전 연구의 한계를 보완한 것입니다. 또한 피부에 자극을 가하는 것이 방법이기에 접근성이 뛰어나고, 부작용이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향후 임상 효과를 검증하는 작업도 비교적 용이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Q. 이 방법이 실제 치매를 비롯한 신경퇴행성 질환 치료에서 효과를 보일까요. 아직 과학적인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 명확하게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긍정적인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찾아낸 물리적 자극방법이 실제 동물 모델에서 신경퇴행성 질환 치료에 도움이 되는지 보려고 합니다. 먼저 ‘뇌졸중’을 대상으로효과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물론 뇌졸중은 치매, 알츠하이머, 파킨슨병과 같은 전형적인 신경퇴행성 질환은 아니지만, 비교할만한 부분이 많습니다. 뇌졸중은 혈전 등으로 인해 염증 반응이 굉장히 많이 발생합니다. 이때 발생한 노폐물을 신속히 배출해야 후유증이 적다는 연구 결과가 폭넓게 나오고 있어, 신경퇴행성 질환 연구에도 참고할 만한 점이 많습니다. 림프관이 활성화됐을 때 뇌졸중 예후가 좋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시간’에 이유가 있습니다. 신경퇴행성 질환은 오래 시간이 걸리지만, 뇌졸중은 단기적으로도 치료 효과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후에는 실제 신경퇴행성 질환 환자를 대상으로도 효과를 살펴볼 계획입니다. 우리의 방법은 약물을 사용하거나, 수술이 아닌, 비침습적이기에 환자를 대상으로도 효과를 살펴보는 것이 용이합니다. Q. 신경퇴행성 질환 관련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아무래도 고령화가 가속되는 현실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신경퇴행성 질환, 뇌졸중 발생 빈도가 높아집니다. 게다가 이런 질환들은 매우 파괴적입니다. 환자 본인의 존엄성에 상처를 입히고, 환자 가족에게도 큰 고통을 안겨줍니다. 간병이 힘들고 어렵고, 의료비도 막대합니다. 이는 개인, 가정은 물론이고 환자 발생에 따른 사회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고령화는 심화될 것이고, 이런 고통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큽니다. 확실한 관련 치료법을 빨리 발견하고 적용해야 세상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습니다. Q. 정부와 민간의 지원 필요성도 크겠네요. 그동안 전세계 바이오 연구개발(R&D) 투자는 암에 집중돼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뉴로사이언스 (신경과학) 분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이러한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고, 우리나라도 움직임이 보이고 있습니다. 신경과학 분야에 대한 투자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국내에도 많은 연구자들이 우수한 연구 업적을 내고 있습니다. 이에 힘을 더해서 이 분야에서도 우리나라가 우위를 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관련 분야의 구심점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암 분야에는 국립암센터 등 국가 전문병원이 있어, 이곳에서 암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국가 차원의 대응으로 뉴로사이언스 영역에서도 새로운 전문 기관이 생겨 R&D가 보다 활발해지고 세계적인 흐름에 동참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Q. 향후 개인적인 목표에 대해서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장기적으로는 물리적 자극으로도 누구나 손쉽게 뇌졸중과 신경퇴행성 질환을 예방 및 치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금은 기초 수준의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향후, 실제 치료까지 활용되게 하고 싶습니다. 이를 통해 질환으로 심각한 고통을 받는 모든 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Q. 마지막 하고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지요. 고규영 단장님, 윤진희 선임연구원님, 홍선표 연구위원님 등 연구에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아내와 딸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이들에게 보다 건강한 삶을 주기 위한 것이 제 연구와 노력의 이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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