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증식 원점’ 타격하는 새로운 치료 전략 제시- IBS 연구진, 바이러스 복제 단백질 간 결합 차단하는 항바이러스제 개발 - - 비강 투여만으로 강력한 항바이러스 효과...차세대 바이러스 치료제 가능성 확인 -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재유행 가능성과 다양한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에 대한 전 세계적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기존 항바이러스제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치료 전략이 제시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최영기 소장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증식에 핵심인 RNA 복제 효소 복합체의 형성을 차단하는 새로운 항바이러스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그 효과를 입증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는 스스로 증식하기 위해 ‘RNA 의존적 RNA 중합효소(RdRp) 복합체’를 이용한다. 이 복제 효소 복합체는 바이러스 유전물질을 복제해 새로운 바이러스가 만들어지도록 돕는데, NSP12, NSP8, NSP7이라는 세 가지 단백질이 꼭 맞물려 작동하는 구조다. 이 중 NSP8은 전체 구조를 안정시키는 결합 고리 같은 역할을 하는 핵심 단백질이다. 현재 널리 쓰이는 렘데시비르(Remdesivir)와 몰누피라비르(Molnupiravir) 같은 항바이러스제는 이 복합체의 활성을 직접 억제하지만,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효과가 제한적이고 내성 위험도 존재한다. 이에 연구진은 기존 항바이러스제와는 다른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다. 바로 복합체의 작동을 막는 것이 아닌, 복합체 자체가 형성되지 못하도록 단백질 간 결합을 차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NSP12-NSP8 사이의 결합 부위에 주목했다. 이 부위는 다양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서도 잘 보존된 영역으로, 변이의 영향을 덜 받는 것이 특징이다. 연구진은 초저온 전자현미경(Cryo-EM)을 통해 이 결합 부위를 정밀하게 분석한 뒤, 구조를 모방한 4종의 펩타이드1)(peptide)를 개발했다. 나아가, 펩타이드가 체내에서 안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구조를 최적화하고, 세포막을 통과할 수 있도록 세포 침투 서열을 함께 도입했다. 이렇게 개발된 펩타이드 기반의 항바이러스제는 NSP12와 선택적으로 결합해 NSP8의 접근을 차단하고, 복합체가 정상적으로 형성되지 못하게 막는다. 그 결과 바이러스 RNA 복제와 증식을 억제하게 된다. 연구진은 세포 실험과 생쥐 감염 모델을 통해 이 펩타이드의 항바이러스 효과를 검증했다. 실험 결과, 펩타이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RNA 복제를 억제하고, 감염된 세포와 조직 내 바이러스 농도를 크게 감소시켰다. 특히 생쥐의 비강을 통해 투여하는 것만으로도 치명적인 감염에 대해 100% 생존율을 보였으며, 체중 감소와 폐 손상도 현저히 줄어드는 등 강력한 예방·치료 효과를 나타냈다. 또한 감염 전·후 어느 시점에 투여하더라도 효과가 나타났다. 최영기 소장은 “이번 연구가 겨냥한 NSP12-NSP8 결합 부위는 다양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서도 고도로 보존되어 있다”라며, “이를 표적으로 하는 접근은 향후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출현에도 대응할 수 있는 범용 항바이러스 전략으로 발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펩타이드 기반 치료제는 안정성과 유연성이 높아 다양한 호흡기 바이러스에 적용 가능한 차세대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라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앞으로 펩타이드의 안정성 향상 및 전달 시스템 최적화 연구를 통해 임상 적용 가능성을 높일 계획이다. 이번 연구 성과는 세포·유전자 치료 분야의 권위지 ‘몰레큘러 테라피’(Molecular Therapy, IF 12.9)에 지난 5월 27일 게재됐다. 그림 설명
1)펩타이드(peptide) : 단백질을 이루는 기본 단위인 아미노산이 짧게 연결된 사슬 형태의 분자로, 생체 내에서 특정 단백질과 결합하거나 작용을 조절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
이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