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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약’ 안 통하는 PTSD, 공포 기억 사라지지 않는 이유 찾았다

- 별세포 유래 억제성 신경전달물질 GABA가 공포 기억 소멸 방해 -

- GABA 합성 억제 약물로 뇌 기능 회복 및 공포 반응 완화 확인 -

소방관이나 참전 군인처럼 재난, 폭력 등 극심한 외상에 노출된 사람들은 공포스러운 기억을 잊지 못하고 심각한 불안과 고통을 호소하곤 한다. 일반적으로 공포 기억은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희미해지지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 환자에게는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이창준 단장이화여자대학교 뇌융합과학연구원 류인균 석좌교수 연구팀과 함께 공포 기억이 사라지지 않는 PTSD의 병리기전을 규명하고, 뇌 속 비신경세포인 별세포(Astrocyte)가 만드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 가바(Gamma-Aminobutyric Acid, GABA)를 새로운 치료 표적으로 제시했다.

현재 PTSD 치료제는 대부분 세로토닌 수용체를 조절하는 항우울제가 사용된다. 하지만 효과를 보이는 환자는 20~30%에 그치고, 치료 반응 속도도 매우 느리다. 새로운 PTSD 치료 전략이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다.

연구진은 PTSD 환자, 외상 경험자, 일반인으로 구성된 380여 명의 대규모 뇌영상 데이터를 분석해 PTSD 환자의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1)억제성 신경전달물질 가바의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고, 뇌혈류량이 감소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러한 변화는 PTSD 증상의 정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으며, 증상이 회복된 환자는 가바 농도와 뇌혈류량이 모두 정상화됐다.

이창준 IBS 단장은 앞선 연구에서 뇌 속 별 모양의 비신경세포인 별세포가 마오비(Monoamine Oxidase B, MAOB)2)라는 효소를 통해 가바를 생성한다는 것을 밝혀낸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임상 뇌영상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PTSD에서 나타나는 전전두엽의 기능 저하가 별세포에 의한 가바의 과도한 축적에서 비롯됨을 밝혔다.

연구진이 PTSD 환자의 사후 전전두엽 뇌조직을 분석한 결과, 별세포에서 마오비의 활성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고 뇌조직 내 반응성 별세포(Reactive Astrocyte)3)가 확장됨을 확인했다. 동시에 가바 분해 효소(ABAT)의 발현이 감소하면서 가바가 과잉 생성·축적되는 병리적 변화가 나타났다.

이어 전전두엽의 기능 저하와의 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동물실험에서, 별세포의 마오비 활성을 증가시킨 PTSD 동물모델은 공포 반응이 장기간 지속되고 공포 기억을 감소시키는 뇌의 회복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마오비 활성을 억제해 정상 수준으로 되돌리자, 이러한 반응이 완화됐다. 이 결과는 별세포의 마오비 과활성에 따른 가바 축적이 PTSD에서 공포 기억이 지속되는 원인임을 입증한다.

나아가 연구진은 마오비 효소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신약 후보 물질 ‘KDS2010’을 PTSD 동물모델에 투여해 효과를 확인했다. 그 결과, 별세포의 가바 농도와 뇌혈류량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으며, 공포 반응을 조절하는 뇌 기능이 회복돼 불안 행동 증상이 완화됐다. 이 신약 후보물질은 이창준 IBS 단장의 기초연구로부터 개발된 약물로, 안전성 검증을 마치고 현재는 임상 2상 시험 중에 있다.

이창준 IBS 단장은 “PTSD의 분자·세포 수준의 병리기전을 규명하고, 별세포라는 새로운 치료 표적을 제시해 PTSD의 근본적 치료 가능성을 열었다”라며, “별세포 조절을 통한 새로운 정신질환 치료 전략 개발로 이어지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류인균 이화여자대 석좌교수는 “이번 연구는 임상에서 포착한 단서에서 출발해 동물모델에서 기전을 확인하고, 신약의 효과 검증까지 확장한 역중개연구(Reverse Translational Research)의 대표 사례”라며, “임상과 기초연구를 통합하는 접근으로 정신질환 치료 연구의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 포트폴리오(Nature Portfolio)의 생화학·분자생물학 분야 최고 권위지(319개 저널 중 1위) ‘신호 전달 및 표적 치료(Signal Transduction and Targeted Therapy, IF=52.7, 2024 JCR)’에 7월 28일 온라인 게재됐다.



그림 설명

[그림1] PTSD에서 별세포 GABA 조절 메커니즘 및 신약 KDS2010의 치료 효과 요약
[그림1] PTSD에서 별세포 GABA 조절 메커니즘 및 신약 KDS2010의 치료 효과 요약
<PTSD 발병 기전> 대규모 임상 뇌영상 분석을 통해 PTSD 환자의 전전두엽에서 GABA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고, 동시에 뇌혈류가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러한 변화는 증상의 심각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왼쪽). 동물모델에서 반응성 별세포의 영역 확장과 MAOB 효소 발현 증가, GABA 분해 효소(ABAT) 발현 감소로 인해 과도한 GABA가 생성되며, 이로 인해 신경세포가 억제되고 공포 기억 소거(extinction)가 저해되는 병리 기전이 규명됐다(오른쪽).
<PTSD 치료 기전> 별세포 유래 GABA를 정상화하면 공포 반응이 완화되고 뇌기능이 회복되며, PTSD 증상 호전에 기여함을 확인했다(왼쪽). MAOB 저해제 KDS2010 투여 시, 별세포의 GABA 생성이 억제되고 반응성 별세포 상태가 정상화되면서 공포 기억 소거 기능이 회복되는 치료 효과가 나타났다(오른쪽).


[그림2] PTSD 환자의 전전두엽 GABA 및 뇌혈류 변화와 회복 경향
[그림2] PTSD 환자의 전전두엽 GABA 및 뇌혈류 변화와 회복 경향
상단의 뇌영상은 정상군, PTSD군, 회복군의 전전두엽 및 변연계 뇌혈류량(rCBF)을 색상으로 나타낸 것이다. 빨간색은 혈류량 증가, 파란색은 감소를 뜻하며, PTSD군에서 전전두엽과 해마 등에서 현저한 혈류 감소(파란색 영역 확대)가 관찰된다. 반면, 회복군은 정상군과 유사한 뇌혈류 패턴을 회복한 모습이다.
- 전전두엽 내 GABA 농도: PTSD에서 유의하게 증가
- 전전두엽 뇌혈류량: PTSD에서 감소, 회복군은 정상 수준
- 임상 증상 점수(CAPS 등): PTSD에서 가장 높고, 회복군에서 감소


[그림3] 전전두엽 GABA 농도가 뇌혈류량을 통해 PTSD 증상 심각도에 미치는 영향 분석한 결과
[그림3] 전전두엽 GABA 농도가 뇌혈류량을 통해 PTSD 증상 심각도에 미치는 영향 분석한 결과
PTSD에서 전전두엽 GABA 농도가 뇌혈류량을 통해 PTSD 증상 심각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매개분석(mediation analysis) 결과를 보여준다. 본 분석을 통해 GABA 농도 증가가 PTSD 증상 심각도에 미치는 영향의 일부가 전전두엽 뇌혈류량 감소를 통해 매개되어 나타난다는 것을 입증했다. 즉, GABA 증가 → 뇌혈류 감소 → PTSD 증상 악화의 인과관계 경로가 통계적으로 확인됐다.


[그림4] PTSD 환자 전전두엽에서 관찰되는 비정상적인 별세포 GABA 및 관련 효소 변화
[그림4] PTSD 환자 전전두엽에서 관찰되는 비정상적인 별세포 GABA 및 관련 효소 변화
PTSD 환자의 전전두엽 뇌 조직을 면역조직화학법으로 염삭한 결과, 별세포의 병적 상태인 ‘반응성 별세포(reactive astrocyte)’로 변형되어 있는 것이 확인됐다.
또한,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GABA와 이를 합성하는 효소 MAOB, 분해 효소 ABAT의 발현 변화를 비교한 결과, PTSD 환자의 전전두엽에서는 GABA와 MAOB가 증가하고 ABAT는 감소해, 별세포 내부의 GABA 축적이 확인됐다.


[그림5] PTSD 동물모델에서 전전두엽 별세포 MAOB가 공포기억 소거에 필요충분 조건을 만족
[그림5] PTSD 동물모델에서 전전두엽 별세포 MAOB가 공포기억 소거에 필요충분 조건을 만족
PTSD 동물 모델의 전전두엽 별세포 MAOB를 선택적으로 유전적으로 결손 시켰을 때, 공포기억 소멸이 향상되었음을 확인했다. 반대로 전전두엽의 별세포 MAOB를 과발현 시켰을 때는 공포기억 소거가 저해됐다. 반응성 별세포와 별세포의 GABA는 공포기억 소거와 반비례하였다. 이를 통해 별세포 MAOB의 중요성을 규명했다.


[그림6] 별세포 GABA 합성 저해제 KDS2010 투여 시 PTSD 동물 모델의 증상 개선
[그림6] 별세포 GABA 합성 저해제 KDS2010 투여 시 PTSD 동물 모델의 증상 개선
PTSD 동물모델에 별세포 GABA 합성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약물 KDS2010을 음수로 투여한 결과, 공포 기억 반응이 빠르게 소멸(extinction)되는 효과가 관찰됐다. 또한, PTSD 동물 모델에서 나타나는 반응성 별세포의 병리적 변화(별세포 영역, GABA 및 MAOB 발현 증가)와 전전두엽 신경세포 활성 저하, 뇌혈류 감소 현상이 KDS2010 투여 후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다. KDS2010이 PTSD 치료에 효과적인 신약 후보 물질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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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 대뇌 앞쪽에 위한 영역으로, 감정조절, 사회적 행동 등 고차원적인 인지 기능을 담당한다. PTSD 환자에서는 전전두엽의 기능 저하가 공포 반응 조절 장애와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마오비(Monoamine Oxidase B, MAOB): 별세포에서 주로 발현되며, 별세포 내 GABA 생성에 관여한다. 마오비 활성이 증가하면 GABA가 과도하게 생성되어 신경세포의 활성을 억제하는 작용이 강화된다.

3) 반응성 별세포(Reactive Astrocyte): 별세포는 평소 뇌의 항상성을 유지하지만, 뇌질환이나 외상 등 병리적 자극을 받으면 수와 크기가 증가하고 기능이 변화한다. 이렇게 변화된 별세포의 상태를 ‘반응성 별세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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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23-11-28 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