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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69주년 특집 대담] 노도영 IBS 원장 "꽃 피기 전 젊은 연구리더에 투자할 것" 게시판 상세보기
제목 [창간 69주년 특집 대담] 노도영 IBS 원장 "꽃 피기 전 젊은 연구리더에 투자할 것"
부서명 커뮤니케이션팀 등록일 2020-09-01 조회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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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69주년 특집 대담] 노도영 IBS 원장 "꽃 피기 전 젊은 연구리더에 투자할 것"

올해 네이처인덱스 한국 특집호에 실린 IBS 기사의 의미
"최근 성과 김빛내리 단장 '코로나19 유전자 지도' 구현'
"기초과학 군대와 비슷, 연구력·인구인력 갖추고 있어야"
연구기관 임기 보장 필요 동의·대덕특구 출연연 시너지 한계

중도일보, 2020년 9월 1일

대한민국의 기초과학 역사가 새로 쓰이고 있다. 국가 경제 성장을 위해 응용과학에 기울어져 있던 우리 과학이 이젠 기초과학에도 시선을 돌려 정성을 쏟고 있다. 그동안 가지 않았던 그 길 위에는 국내 내로라하는 연구진으로 구성된 기초과학연구원(IBS)이 있다. 지금 당장 국민을 먹여 살리는 과학기술은 아닐지언정 그들은 대한민국에 꼭 필요한 역사의 한 장을 기록하는 역할을 자처했다. 대전의 역사를 오롯이 품은 한 가운데 위치한 IBS는 전국 대학 등 30개 연구단 규모로 세계적 수준의 연구를 수행한다. 과학도시 대전에 근거를 두고 세계로 뻗어가고 있는 IBS의 수장 노도영 원장에게 대한민국 기초과학이 걷고 있는 길과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기초과학연구원 노도영 원장

-올해 네이처 인덱스가 한국 특집호를 발간했다. 1993년 엑스포 이후 27년 만인데 IBS 관련 기사가 별도 게재됐다. 네이처 특집호가 한국을 다룬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정부 기초연구 투자 증가가 세계적 수준으로 오르면서 한국의 과학적 성과에 대해 돌아볼 때가 됐다고 여긴 것 같다. 우리의 과학기술 수준을 그만큼 인정해 준다는 것이고 돌봐주고 싶은 나라에서 경쟁의 나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네이처는 그동안 IBS를 비롯해 한국 기초과학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중 IBS는 성장하는 기관으로서 주목하고 있었는데 지난 2018·2019년 어려움이 있었다. 네이처는 그런 우려를 담았다. 당시 국내 연구자들 커뮤니티서 연구비 분배 과정에 불만도 있었고 지난해엔 정부 감사도 있었다. 외신이 볼 땐 굉장히 걱정되는 일이었다.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를 시작할 수 있는 기관 만들고 투자해 주목했는데 이런 이유로 연구비 투자가 줄고 국제적으로 잘 알려진 연구자가 어려워진 데 대해 우려다.

-연구 성과와 관련해선 어떤 내용을 다뤘나.

▲이번 네이처 기사엔 IBS 질적 성장이 세계적 수준이 올라왔다는 통계를 보여줬다. IBS는 네이처 인덱스 국내 3위다. 하이퀄리티 성과만 보면 월등한데 서울대나 KAIST보다도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

IBS 설립 초기 디자인한 50개 연구단이 많은 게 아니다. 전체적인 규모를 더 키워야 한다는 것이 시사점이다.

-기초과학연구원은 연구소 이름처럼 기초과학을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노벨과학상 수상에 가장 유력한 기관이기도 하다. 기관 설립 목적대로 발전하는 데 필요한 정책이나 지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우선 노벨상을 어떤 사람한테 주는지 볼 필요가 있다. 물리·화학·생리학 같은 기초과학을 하는 사람한테 주는 상이 노벨상인데 우리나라가 노벨상을 받기 어려웠던 건 그만큼 과학기술 투자가 늘어났는데도 불구하고 응용과학에 집중됐던 면이 있다. 역사상 국가적으로 투자 방향은 맞았는데 노벨상에 유효한 방향은 아니었다. 기초과학에 투자해야 한다. 지금은 그 방향과 국가 방향이 맞아가는 시기다. 어느 정도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됐고 기술적 앞서고 있다. 기초과학에 투자 강조하고 그 투자의 중심에 IBS가 있다는 건 국가적 전략이 될 수 있다.

-기초과학은 상대적으로 연구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동안 정권에 따라 임기 내 성과를 주문하며 투자 대비 성과를 기대한 면이 커 기초과학이 성장하지 못했다는 시각이 있다. 그런 경향 속에서 IBS와 기초연구의 중요성과 꼭 필요한 이유를 묻는다면.

▲IBS 특성은 장기적인·집단적인 연구가 특징이다. 그 중심에 자율성을 둬서 현대 기초과학을 하기 어울리는 구조로 이뤄졌다. 물리가 융성했던 1900년대 초반은 아인슈타인 같은 개인 연구가 주를 이뤘지만 지금은 팀이다. 지식도 개개인이 아니라 결합해서 발전하고 전 세계가 네트워크로 이어져 팀을 이뤄서 하는 게 유효한데 노벨상도 그런 지표가 나오고 있다. 연구 방법도 기초과학에 투자하는 게 유효하다.

국가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연구력과 연구인력을 항상 갖추고 있어야 한다. 기초과학은 넓게 보면 국가의 안보와 직결된다. 그래서 언제 필요할지 모르지만 강한 연구력과 연구인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시설을 국가는 갖추고 있어야 한다. 최근 대표 성과로 김빛내리 단장이 코로나 바이러스 유전자 지도를 정확히 구현한 성과를 꼽는데 그 성과가 이뤄지는 과정을 보면 김빛내리 단장이 이런 연구를 할 수 있는 시설과 팀을 갖췄기에 가능했다. 혼자서는 할 수 없던 문제를 중요한 걸 적시 해결할 수 있는 연구력, 연구인력을 갖고 있다. 이런 것들을 보면 우리가 장기적으로 집단 투자하는 게 외부 연구단을 운영하는 게 가치 있고 유효했단 생각이 드는 대표적인 연구적 사례다.

-국민도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함께 인식해야 할 것 같다.

▲강원도 정선에 김영덕 지하실험연구단장이 구축하는 시설이 하나 있는데 지하 1000m에 우주에서 날아온 입자를 검출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우주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를 알아내기 위한 다크매터(Dark Matter·암흑물질)를 통해 존재를 규명하는 실험이다. 우리나라에서 우주의 기원을 밝힐 수 있는 입자를 발견할 수 있는 연구를 시작하는 것이다. 거기서 날아오는 입자를 발견했다고 해서 국가 경제에 도움이 안 되고 앞으로 수백년 인간의 삶과는 상관없을 텐데 그 연구를 우린 하고 있다. 그걸 하기 위해 몇 년간 굴만 뚫었다. 그걸 국민이 동의해 줘야 한다. IBS가 없으면 그런 건 우리나라에서 불가능했다. 연구에 필요한 건설 현장에서 현장 소장에게 왜 여기 있냐고 물었다. 도시의 아파트 건설 현장이 지내기 더 낫지 않냐는 의미였는데 "아이들에게 아파트 건설보다 우주에서 날아온 입자를 측정하는 시설을 만드는 데 아빠가 있었다고 얘기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취임 후 젊은 과학자 지원을 강조했다.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는가.

▲ 우리나라는 시작이 좀 늦은 편이다. 좀 더 빨리 전문적인 과학기술인이 돼야 하는데 박사학위 받고 하는 프로그램을 IBS나 정부가 많이 만들고 있다. 원장으로서 가장 초점을 둔 부분은 40대가 연구리더로 성장하고 자기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수 있는 곳에 대한 투자다. 처음 연구단장을 고를 땐 우리나라 각 분야서 제일 잘하는 사람들만 골라서 뽑았다. 이제는 꽃이 피기 전쯤에, 어떻게 필지 모르겠지만 여기에 투자해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꽃이 필 수도, 안 필 수도 있는데 거기에 투자하고 싶다.

-과학기술계는 그런 지원을 수용할 수 있는 분위기라고 보는가.

▲IBS 통계는 분명 나빠질 거다. 투자 대비 연구 아웃풋이 나빠질 건데 그걸 이겨낼 수 있냐는 거다. 야구선수로 보면 타율이 낮아도 젊은 사람 쓸 거다. 제일 잘하는 사람들 영입해서 거기에 미래를 걸지 말고 잘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투자해 보자는 방향이다. 언론이나 정부나 국민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건 그렇게 해서 많은 경우 실패도 있을 거다. 그걸 용해 주면 우리가 배팅을 해보겠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그 부분을 책임지고 갈 수 있는 연구기관 수장의 임기가 보장돼야 할 것 같다.

▲출연연 3년은 너무 짧고 IBS도 능력 있는 기관장이 있다면 계속하는 것도 괜찮다. 그렇지 않으면 빨리 바꾸는 게 나을 테지만. 임기를 떠나 기관장을 한번 뽑았으면 맡기고 해보라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 캘리포니아 공대 '칼텍'이 성장할 때 한 기관장의 공헌이 매우 컸다. 유적실험으로 유명한 밀리컨은 20~30년간 전문대 수준 학교를 세계 최고의 기초과학대학으로 만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경우도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떤 기관장이든 기관을 맡아서 운영해 보고 하는 동안에는 '알아서 해 보십시오' 믿고 맡겼으면 좋겠다. 그런 게 아쉬운 부분이다.

-IBS 위치한 이곳은 1993년 대전엑스포가 열린 곳으로 대전 시민 입장에선 정서적으로 커다란 자산과 자부심이다. 테마파크나 아파트를 반대하다 IBS가 들어온다고 했을 때 과학도시와 정체성이 맞아 활용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모르는 시민이 많다. 지역사회 연계 방법이 있을까.

▲쉽지 않은 문제지만 과학문화센터가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 대중과 같이하는 큰 공간이 될 거다. 연구재단이나 학교는 과학문화센터 활용하고 싶어하고 학교서도 활용하기 좋다. 과학문화센터 통해 대전과 가까워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대전시민 과학도시에 사는 시민으로서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대전은 과학의 도시라는 자부심이 있다. 대전은 연구하기에 좋은 도시인가. 개선할 점이 있다면.

▲대전의 강점은 광주 대비 서울과 가깝다는 것이다. 연구자가 많이 있어서 연구자가 같이 모여 회의를 하기 좋고 전국적으로도 모이기 좋은 위치다. 정부 부처도 세종으로 이전해 입지가 좋다. 삶의 질도 높은 도시다.

다만 대덕특구에 연구소 많이 모여있음에도 시너지는 높지 않은 것 같다. 지금까지는 출연연이 인위적으로 융합연구 프로젝트를 하다 보니 연구비 목적으로 모이는 한계가 있다. 연구자가 연구 테마 중심으로 모이는 게 일어나야 하고 그런 것들을 기관장이 장려해 주면 자발적으로 배려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창간 69주년을 맞은 중도일보와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

▲중도일보가 60갑자를 넘도록 지속할 수 있었던 건 독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감사하다. 중도일보가 점점 강화되는 지방분권 시대 지방을 대표하면서도 의미 있는 신문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대전이 과학 중심 도시인 만큼 과학에 있어선 전국지 역할도 해 줬으면 좋겠다. 지역을 대표하고 지역주민이 읽으면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콘텐츠들이 많이 들어갔으면 한다. 학생 때 보스턴에서 지내면서 지역 소식을 알 수 있는 '보스턴 글로브'를 보던 기억이 있다. 중도일보가 대전의 보스턴 글로브가 됐으면 좋겠다.

[대담=오희룡 교육과학부장, 정리=임효인 기자, 사진=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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