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IBS) 가족 여러분, 2020년 경자년(庚子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는 십이지(十二支)의 첫째인 쥐의 해입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쥐는 영민함과 민첩함을 상징합니다. 우리 민속사에서 쥐는 뱃길의 안전과 농사의 풍작 여부를 예지하는 영물로서 인식되었다고 합니다. 올해는 여러분 개인과 가족, 그리고 우리 IBS가 모든 역경을 쥐의 지혜로 슬기롭게 해결하고 풍요로운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IBS 가족 여러분, 지난 일년이 IBS에게는 매우 어려운 해였습니다. IBS가 이룬 성과에 대한 칭찬보다는 각종 점검과 감사로 문제점들에 대한 지적이 부각되었고, 이로 인해 구성원의 자존감이 낮아지고 구성원간의 신뢰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원로 과학자는 신문 칼럼에 ‘IBS가 사면초가에 빠졌다’고 쓰기도 하였습니다. 2019년 교수신문에서 뽑은 사자성어 ‘공명지조(共命之鳥)’가 우리가 처한 사항을 대변한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현재 원내외 다양한 경로를 통해 기관 정체성, 거버넌스, 연구단 지원체계, 성과평가, 영년직 등을 망라하는 IBS 혁신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제가 지난 11월 3대 원장으로 부임하여 보니, 전임 김두철 원장님께서 IBS의 위기를 자성하시고, 각고의 노력으로 다양한 문제점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고 혁신방안을 강구하고 계셨습니다. 저는 이어서 과거의 문제를 정리하여 매듭짓고 혁신 방안의 시행을 준비하는 가운데 어느새 해가 바뀌었습니다. IBS의 설립 기획에 참여한 과학자로서 IBS를 지켜보며 느낀 그간의 문제의식과, 지난 두 달 간의 업무파악 결과를 종합하여 다음과 같은 방향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첫째, 수월성 있는 연구자의 자율적 연구를 장기적으로 지원하는 IBS의 철학을 재정립하겠습니다. 수월성·자율성·창의성·개방성은 IBS가 존재하는 한 바뀌지 않을 근본 철학이며, 어떠한 운영의 변화도 이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우수한 연구자가 원하는 연구를 자유롭게 하도록 안정 지원한다는 IBS의 철학은 변화하는 현실에서도 지속적으로 구현되어야 합니다. 이에 대한 원내외 동의를 이루고, 관련 제도‧인프라‧지원체계 등을 재정비하겠습니다.

둘째, IBS를 과학계가 공감하는 국가 기초 과학 연구소로 정립하겠습니다. 본원은 Head Quarter 역할을 하며 기초과학 전략분야의 연구단들을 결집된 몇개의 institute (연구소) 체제로 구성할 계획입니다. 각 캠퍼스는 한 개의 institute 체제를 갖추도록 하여 Branch 연구소로 정립하려합니다. 이러한 IBS institute의 차별적 운영은 NRF의 연구사업과 더불어 국가R&D의 큰 틀 내에서 국가 기초연구를 이끌어 갈 것입니다.

셋째, 젊은 연구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보다 안정적인 연구환경을 마련하겠습니다. 이미 연구연봉(Pay Band)의 하한선을 올리는 방안을 도출했고, 곧 도입될 새로운 연구직급체계와 연동하여 시행할 예정입니다. 새 연구직급체계에서는 우수한 젊은 연구자들이 연구단 운영 기간 동안 연구에 전념할 수 있게 하고, 소규모 PI로서 경험을 쌓는 기회도 확대코자 합니다. 젊은 연구자들이 IBS를 이끌어가는 연구단장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겠습니다. IBS의 연구자의 중장기 career path를 체계화하여 IBS의 지속성(sustainability)을 강화하겠습니다.

넷째, 연구자 중심의 행정지원체계를 수립하겠습니다. 부원장과 연구단 통합행정팀을 신설하여 연구행정 효율화를 추구하지만 그 중심에는 연구자와 연구를 두겠습니다. 그럼으로써 연구의 자율성과 행정의 전문성이 상호보완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IBS 고유의 제도와 문화를 구현하고자 합니다.

다섯째 올해 주어진 임무를 철저히 이행하겠습니다. 올해 해야 할 중요한 일들 중 중이온가속기 구축과 8년차 성과평가가 있습니다. 모습을 갖추어가기 시작한 중이온 가속기는 올해 중요한 골격이 다 갖추어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8년차 평가는 엄정하게 진행하고 그 결과를 효과적으로 feedback하겠습니다.

저는 IBS가 혁신을 이루고 재도약하는 데 무엇보다도 신뢰를 기반으로 한 IBS 가족 여러분의 공동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지지해주시고 힘을 모아주시면, 저는 원장으로서 과감하게 혁신하고 IBS를 대표하여 누구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IBS에 우호적 기회와 환경이 조성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IBS가 처한 역경을 쥐의 지혜로 슬기롭게 해결하고 풍요로운 발전의 한 해를 가져올 것을 약속하면서, 우리 전 구성원과 가족에게도 풍요로운 2020년이 열리기를 축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20년 1월 2일
기초과학연구원장 노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