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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과학 리포트]_vol.16 코로나19 치료 현장의 의료진 이야기
  •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이하 코로나19)와 질환의 원인이 되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 또는 2019-nCoV)에 대한 과학 지식과 최신 연구동향을 담은 <코로나19 과학 리포트>를 발행합니다. IBS 과학자들이 국내외 연구동향과 과학적 이슈, 신종 바이러스 예방·진단·치료에 도움이 될 만한 연구진행 상황과 아이디어 등을 시민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Into the Unknown: 신종 바이러스와 싸운 100일

2019년 개봉한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원제: Frozen Ⅱ)에서 주인공 엘사는 의문의 소리를 쫓아 ‘미지의 세계(Into the Unknown)’로 발을 디딘다. 이 때 흘러나오는 주제곡 ‘Into the Unknown’에는 숨겨진 진실을 찾아 떠나는 엘사의 결기가 담겨 있다.

코로나19와 현장에서 싸운 필자들이 이 노래를 언급하며 이번 리포트를 시작하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신종 감염병에 대처해야 하는 의료진에게 (기존 유사 질환에서 약간의 힌트는 얻을 수 있었지만)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었다. 바이러스의 특징, 전파력, 구체적 증상, 증상 발현까지의 시간, 치사율 등에 대한 자료가 전무했다. 치료제 역시 없었다. 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보이지 않는 적과 맞서 싸워야 하는 입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공동 필진인 박재형 충남대병원 내과 교수의 딸인 박성원 양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와 싸우는 아빠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렸다. [그림: 박성원]
▲ 공동 필진인 박재형 충남대병원 내과 교수의 딸인 박성원 양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와 싸우는 아빠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렸다. [그림: 박성원]

메르스 사태의 교훈: 철저한 사전대비

필자들이 근무하는 충남대병원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바이러스와 호되게 싸운 경험이 있다. 당시 186명의 환자,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대전 지역에서만 25명의 확진환자가 발생했다. 짧은 시간 동안 20명이 넘는 메르스 환자가 우리 병원으로 몰려 왔다. 이는 병원에 설치된 음압격리병상의 수용 규모를 초과하는 것이었다. 이동형 음압기를 갖추고, 공조시스템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병실에서 추가 환자를 치료했다.

이 경험을 교훈 삼아 충남대병원은 감염성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격리병동 시설을 개선했다. 메르스 중환자 치료에 애를 먹었기 때문에 개인 병실에서 인공호흡기, 체외막산소순환기(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 및 인공투석기를 사용할 수 있는 설비를 마련했다. 메르스 중환자 치료과정에서 조기에 체외막산소순환기를 사용했을 때 좋은 임상결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체외막산소순환기는 심장이나 폐기능이 악화된 환자들을 도와주는 의료장비이다. 환자에게서 혈액을 빼내 특수하게 고안된 산소공급 막을 통과시켜 산소를 풍부하게 만든 후, 다시 체내로 넣어주는 역할을 한다.

2020년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환자가 발생했다. 우리 의료진 역시 여러 국제학술지에 보고된 내용을 토대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대한 사전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치료 경험은 물론, 중국 의료진의 치료 사례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도 없었다.

국내 확진환자가 증가하면서 충남대병원에서는 감염관리실장인 감염내과 김연숙 교수(필자)를 주축으로 COVID-19(코로나19) 중환자 치료팀을 선제적으로 조직했다. 코로나19라는 질병의 양상을 모르기 때문에 치료 시에 나타날 수 있는 여러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도록 각 분야 전문가들을 모아 팀을 꾸렸다. 치료의 주축이 되는 감염내과를 중심으로, 중환자의학, 호흡기내과, 신장내과, 심장내과, 흉부외과의 전문가들이 포함됐다.

감염내과에서는 환자의 진단 및 치료를 담당하고, 중환자의학과 호흡기내과는 인공호흡기와 기관지내시경 등의 치료를 보조하도록 했다. 심장내과는 치료 중 발생할 수 있는 심장 문제에 대한 협의 진료, 신장내과는 투석이 필요한 경우 바로 시행하도록 준비했다. 흉부외과에서는 필요한 수술 치료를 담당하기로 했다.

체외막산소순환기 조기 적용이 중증환자 치료에 도움

2020년 2월 11일. 충남대병원에 첫 코로나19 환자가 입원했다. 이후 대구 및 청도에서 감염병 대유행이 발생했을 때 이들 중 중환자들을 전원 받아 치료하기 시작했다. 메르스 치료의 경험을 토대로 COVID-19 중환자 치료팀은 중증으로 나빠지는 코로나19 환자들에게 조기에 체외막산소순환기 치료를 진행했다. 3개월이 지난 현 시점에도 중환자 및 일반 환자를 잘 치료하고 있다. (이글의 초고를 적은 뒤 중환자 한 분이 안타깝게도 사망하였다.)

일반적으로 체외막산소순환기를 활용한 시술은 혈관조영술실이나 수술방에서 이뤄진다. 감염 전파 위험이 높아 이동이 제한적인 코로나19 환자들 치료를 위해 우리 병원에서는 흉부외과 전문의들이 격리병실에서 전동식호흡장치(PAPR‧Powered Air-Purifying Respirator)와 전신보호복인 레벨D 개인보호구(착용과 탈의에만 10분 이상 소요된다)를 착용하고 환자를 관리했다. 활력징후가 불안정한 초‧중증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약 10명의 전문의들이 하루에도 수차례씩 보호구 착용의 번거로움을 가리지 않고 환자 진료에 전력을 다했다. 주 1회 모든 의료진들이 모여 환자의 치료에 대해 상의했고, 필요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긴급모임을 통해 치료법을 논의했다.

대책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충남대병원 COVID-19 중환자 치료팀의 모습.
▲ 대책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충남대병원 COVID-19 중환자 치료팀의 모습.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 갈급, 과학자와 의료진 협력연구 절실

신종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코로나19는 아직까지 완벽한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다. 충남대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은 다행히 중증 환자에 비해 경증 환자가 많아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좋아지는 사례가 많았다. 중증 환자들은 인공호흡기나 체외막산소순환기로 환자의 면역체계가 바이러스와 싸워 이길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 유일한 치료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치료 과정의 예측이 어렵다는 점이 의료진을 가장 힘들게 했다. 그럼에도 진료 및 방역 현장에 투입되었던 다수의 의료진들은 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환자 치료에 최선을 다했다. 충남대병원 COVID-19 치료팀은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로 코로나19를 대처했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와의 전쟁이 종결될 때까지 앞으로도 서로 협력하며 치료에 전력을 쏟을 것이다.

국내 의료진은 메르스에 대한 뼈아픈 경험을 토대로 해외 의료진에 비해 신종 감염병에 조금 더 신중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또 타 국가들에 비해 병원의 시설이나 장비도 잘 준비되어 있었다. 급박한 상황 속 해외 연구진의 치료 경험을 자세히 알 수 없었지만, 국내에서는 발생상황이나 치료에 대한 명확한 정보가 공유됐다.

아쉬움이 남는 부분도 있다. 기초과학 연구자들과 초기부터 함께 연구를 진행했다면 미지의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능력이 더 높아졌을 것이다. 코로나19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또 다른 신종 바이러스는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 지금이라도 기초과학자와 의료진이 공동연구를 시행해야 한다. 향후 다른 신종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곧바로 공동연구를 시작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기초과학은 세계적 수준이기 때문에 기초과학자와 임상 의료진의 협동연구를 활성화한다면, 대응에 충분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

| 박재형 충남대병원 내과 교수(심장내과)
      김연숙 충남대병원 내과 교수(감염내과)

편집 | IBS 커뮤니케이션팀

발행일 | 2020년 5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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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20-05-04 1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