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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극한의 빛으로 우주의 신비를 밝힌다
작성자 전체관리자 등록일 2026-01-15 조회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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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빛으로 우주의 신비를 밝힌다.
김경택 IBS 상대론적 레이저과학 연구단장 인터뷰

IBS 상대론적 레이저과학 연구단장 김경택 극한의 빛으로 우주의 신비를 밝힌다.

빛고을 광주에 자리한 광주과학기술원(GIST)에는 극한의 레이저 빛으로 우주의 신비를 밝히려고 하는 IBS 연구단이 있다. 바로 상대론적 레이저과학 연구단이다. 이 연구단을 이끌고 있는 김경택 단장(GIST 물리·광과학과 교수)을 만나 야심 찬 도전에 나선 포부를 들어봤다.


극한 레이저가 열어주는 새로운 물리 세계

“IBS 상대론적 레이저과학 연구단은 자연에서 가장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질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밝히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김경택 단장은 지난해 말 출범한 연구단의 목적을 이렇게 설명했다. 여기서 말하는 ‘극한 상황’이란 단순히 찌는 듯한 폭염이나 숨이 턱 막히는 험준한 고산지대가 아니라, 입자가 빛의 속도로 움직이고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작은 세계에 들어섰을 때 벌어지는 이야기다.

우리가 잘 아는 일상의 법칙은 극한 세계에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물체가 빛의 속도에 가까워지면 시간은 느리게 흐르고, 무게는 더 무거워진다. 이것이 바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다. 또한, 물체의 크기가 극도로 작아지면 그 물체는 더 이상 ‘공’처럼 존재하지 않고, 파동처럼 퍼지며 확률적으로 존재하게 된다. 이건 양자역학의 영역이다.

김 단장은 이런 상황이 되면 물리학에서 가장 정밀한 이론 중 하나인 양자전기역학(QED)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 상황이 되면 정말 말 그대로 천지개벽 같은 일이 벌어져요. 예를 들어 빛이 전자로 바뀌고, 아무것도 없는 진공에서 갑자기 입자가 태어나는 일이 벌어집니다.” 이런 극한의 조건은 실제로는 블랙홀 주변처럼 우주에서 극히 드물게 존재한다. 하지만 김 단장의 연구단은 그것을 지상에서, 실험실 안에서, 레이저로 만들어보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강력장 양자전기역학(strong-field QED)’은 레이저처럼 강력한 전자기장에서 QED 효과가 더욱 극적으로 나타나는 영역이다. 이를 실험하고 이론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연구단의 핵심 목표다.

김 단장은 연구단의 목표를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초강력 레이저 개발이다. 세상의 법칙이 바뀌는 순간을 만들기 위해선, 기존과는 차원이 다른 초강력 레이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둘째, 레이저와 물질 간의 반응 연구이다. 레이저가 플라즈마(이온화된 기체)에 닿을 때 발생하는 반응을 관찰한다. 이때 X선, 양성자, 전자빔 같은 다양한 입자와 에너지가 만들어진다. 셋째, 강력장 QED 현상 실험이다. 앞의 두 기술을 결합해, 본격적으로 빛이 물질로, 물질이 다시 빛으로 바뀌는 극한 물리 현상을 탐구한다.

김 단장은 기존에도 GIST에서 IBS 초강력 레이저과학 연구단의 부연구단장으로 활동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레이저를 개발한 경험이 있다. 상대론적 레이저과학 연구단은 그때보다 더 진보된 기술과 개념을 바탕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려는 시도다. “기존 연구에서 이어받은 기술을 바탕으로, 이번엔 진짜 극한의 QED 실험을 해보려는 것입니다. 방향은 비슷하지만 깊이는 훨씬 더 깊죠.”


아토초 펄스로 여는 강력장 QED 실험

김 단장은 KAIST 물리학과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은 뒤 GIST 고등광기술연구소, 캐나다 국립연구회(NRC), 오타와대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고 2014년부터 GIST에서 물리·광과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새로운 극자외선 아토초(100경분의 1초) 펄스 압축 기술로 기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할 방법을 제시해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또 평평한 액체 시트를 이용한 플라즈마 거울의 고차조화파 연구, 극자외선 발생 경로 확장, 터널링 이온화를 이용한 레이저 펄스 측정 기술 개발 등 다양한 성과를 냈다.

2023년 노벨 물리학상이 아토초 세계를 연 연구자들에게 돌아갔는데, 수상자 중 1명이 2001년 아토초 펄스 열을 처음으로 측정했다. 당시 대학원생이었던 김 단장은 아토초 펄스의 분산 문제를 분석해 펄스를 더 짧게 만드는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파장별 흡수율을 알면 분산 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며 “X선 영역에서는 거울 사용이 제한돼 펄스 모양을 조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최근엔 터널링 이온화를 이용해 레이저 펄스를 측정하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는데, 이 방법도 많은 연구 그룹에서 사용하고 있다”며 “학회에서 전혀 알지 못하는 연구 그룹에서 이 방법으로 실험했다는 발표를 들으면 굉장히 기분 좋다”고 덧붙였다.

연구단은 빛의 속도에 가까운 전자(상대론적 전자)에 아토초 펄스를 조사해 강력장 QED 현상을 관측한다. 레이저로 플라즈마를 가속하면 반사 과정에서 펄스 폭이 짧아져 강한 아토초 펄스가 생성되고, 또 다른 레이저로 플라즈마 내부 전자를 가속해 충돌 실험을 수행한다. 김 단장은 “상대론적으로 움직이는 전자에 아토초 펄스를 쏘면 전자 입장에서는 빛의 세기가 훨씬 더 세게 느껴지는 효과가 나타나는데, 이 효과가 강력장 QED 현상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그는 관측 가능한 강력장 QED 현상으로 비선형 콤프턴 산란, 전자·양전자 쌍생성, QED 플라즈마 생성의 세 가지를 들었다. 비선형 콤프턴 산란은 빠른 전자가 강력한 레이저의 광자를 여러 개 흡수하며 감마선을 내는 현상이며, 이미 이전 연구단에서 실험에 성공해 후속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쌍생성은 감마선이 강력한 레이저와 충돌할 때 전자와 양전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감마선 방출과 쌍생성이 반복되면 연쇄 반응이 일어나 전자·양전자·감마선이 계속 생성·소멸하는 QED 플라즈마 상태가 된다.

김 단장은 “QED 플라즈마를 실험적으로 구현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이 목표를 이뤄낸다면 과학사에 남을 성과”라고 말했다. 중성자별·블랙홀 주변에서는 이런 현상이 자연스럽게 발생하지만 관측에 의존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그는 “레이저로 QED 플라즈마를 만들 수 있다면 천체 현상의 일부를 실험실에서 재현할 수 있어 큰 과학적 도약이 된다”며 이를 ‘실험실 천체 물리학’이라 부른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고 연구단을 향한 목표

이처럼 상대론적 레이저과학 연구단은 강력한 아토초 펄스를 이용해 양자역학 현상을 연구하고 빛과 물질의 극한 상호작용을 규명해 천체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등 여러 분야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 김 단장은 연구단의 기여를 장기적·단기적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양자역학과 QED 이론을 발전시켜 기초과학 전반의 지식 확장에 기여하고, 단기적으로는 레이저-플라즈마 상호작용 연구를 통해 X선·극자외선·전자·양성자 등 2차 광원을 만들어 산업과 의학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극자외선은 반도체 산업, X선은 재료·생명과학 이미징, 양성자빔은 양성자 치료에 응용된다.

연구단이 GIST에 위치한 것도 강점이다. 김 단장은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고등광기술연구소와의 협업, GIST의 지원이 결합해 좋은 연구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GIST는 개교 초기부터 광학을 중점 분야로 육성해 왔고, 고등광기술연구소에 많은 광학 전문가가 있어 연구단은 국내 연구자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외 공동연구도 활발하다. 고려대, 울산과학기술원(UNIST), 한국전기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등이 연구단의 레이저 시설을 활용해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해외에서는 프랑스 응용광학연구소(LOA), 유럽연합의 초강력 레이저 연구 인프라 일라이(ELI)와 협업하고 있다. 일라이는 체코·헝가리·루마니아에 구축된 초대형 레이저 연구시설 네트워크로, 유럽 연구 인프라 컨소시엄(ERIC)이 운영한다. 김 단장은 “최근 일라이 측에서 실험 제안이 들어와 함께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김 단장은 KAIST에서 연구를 시작할 때 초강력 레이저과학 연구단을 이끌던 남창희 교수의 연구실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빛의 본질을 알고 싶어 광학 연구실 문을 두드렸다고 말하며, 남 교수의 연구 열정이 큰 영향을 주었다고 회상했다. 연구자로서 도전과 실패는 일상적이지만, 박사 과정 동안 몇 년 준비한 실험을 외국 연구자가 먼저 발표해 마음고생을 했던 경험도 털어놓았다.

그의 목표는 명확하다. 상대론적 레이저과학 연구단을 세계 최고의 연구단으로 만드는 것. 그는 주어진 8~10년 동안 연구단의 위상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성과가 국제적으로 인정받길 바란다.

한편 과학자로서의 개인적 목표는 “복잡한 자연 현상을 단순한 원리로 설명할 수 있을 만큼 과학적 이해가 깊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연구단을 세계 최고 시설로 만드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과학자로서의 목표는 끝없이 추구해야 할 일일지도 모르겠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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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23-11-28 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