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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탄화수소를 유용물질로 바꿀 촉매를 찾아서
작성자 전체관리자 등록일 2020-04-23 조회 3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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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화수소를 유용물질로 바꿀 촉매를 찾아서

장석복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단장

장석복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단장

‘2019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과학 분야)’은 장석복 기초과학연구원(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단장이 수상했다. 장 단장은 국제 학술정보분석기업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가 발표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HCR)’에 화학 분야에서 최근 5년 연속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내외적으로 좋은 평가가 이어지고 있는 장 단장을 만났다.

가장 도전적인 분야, ‘탄소-수소 간 결합 활성화’

“열심히 해온 것에 대해 인정을 받았다는 면에서 감사합니다. 한편으로는 IBS의 지원을 받아 좋은 여건에서 연구해 올 수 있었던 덕분이라 다른 연구자분들한테 송구스러운 마음도 큽니다.”

장 단장은 수상 소감에 대해 겸손하게 밝혔지만, 그동안 ‘탄소-수소 간 결합 활성화’라는 도전적이고 어려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성과를 내왔다. 특히 전이금속 같은 촉매로 자연에 풍부한 탄화수소를 활성화해 유용한 자원으로 만드는 연구를 오랫동안 해왔다.

최고과학기술인 수상까지, 그를 이토록 몰입하게 한 화학의 매력은 뭐였을까. 장 단장은 이 질문에 화학이 20세기 인류의 역사에 공헌한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바로 암모니아와 페니실린의 합성이다.

1990년대 초, 독일의 화학자들은 대기 중의 질소와 수소로부터 비료의 주성분인 암모니아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두 과학자는 식량난 해결에 공헌한 업적을 토대로 각각 노벨화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편, 영국의 화학자들은 푸른곰팡이에서 추출된 인류 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의 구조를 규명하고, 대량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처럼 식량부족과 의료문제를 해결해 인구수를 대폭 증가시킨 두 가지 사건의 중심에는 화학이 있었다.

장 단장은 21세기 인류 역사에선 탄화수소가 기폭제가 될 것이라 예측했다. 그는 “메탄, 에탄, 프로탄, 부탄 등 자연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탄화수소를 다른 유용한 화합물로 바꿀 수 있다면 암모니아, 페니실린을 이어 인류에 큰 기여를 한 ‘제3의 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간단한 촉매반응을 통해 탄화수소를 메탄올, 알코올류, 가솔린 등으로 만들 수 있다면 석유가 고갈되더라도 에너지원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IBS 성과평가에서 최고 등급 받은 비결

장석복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단장

장석복 단장이 이끄는 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은 2018년 5년차 연구단 성과평가에서 최고 등급(outstanding)을 획득했다. 탄소-수소 간 결합 활성화 연구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성과를 창출하고 있으며 유기화학 분야를 전 세계적으로 이끄는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은 덕분이다.

“IBS의 지원을 받기 전에는 ‘바닥’에 있었거든요. 일명 ‘흙수저’였죠(웃음). 연구능력의 정점이 아니라 연구능력이 올라가는 단계에서 IBS 지원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전보다 잘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실제로 장 단장은 IBS 단장으로 선임된 2012년 이후 발표 논문의 양과 질이 높아졌다. 연평균 발표 논문 수는 단장 선임 이전(1987~2012년) 4.2편에서 이후 11.7편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체 논문 중 세계 상위 1% 논문 비율도 5.8%에서 19.5%로 3배 이상 늘었다. 논문 당 인용 수 역시 증가했다.

장 단장은 “남들을 따라가는 연구가 아닌 남이 못했던 것을 시도해 성공하거나, 알지 못했던 것을 규명하는 연구를 지향한 결과 이 같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8년 ‘사이언스’에 발표한 연구다. 장 단장과 백무현 부연구단장 등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연구진은 효율이 높은 새로운 이리듐 촉매를 개발, 상온에서 감마-락탐을 합성하는데 성공했다. 감마-락탐은 뇌전증 치료제, 혈관형성 억제제처럼 복잡한 유기분자의 핵심 구성성분이다. 의약품, 합성화학, 소재 등으로 폭넓게 활용된다.

어려움 극복하고 국제적으로 주목받기까지

2019년 3월 기준으로 장 단장은 200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했다. 다른 과학자가 그의 논문을 인용한 횟수가 2만2145회나 된다. 그동안의 연구성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장 단장은 “힘든 과정에서 논문을 투고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며 이화여대에서 조교수로 있었을 때를 떠올렸다. 장 단장은 석사과정생과 학부생만으로 이뤄진 연구실 식구들과 어려운 여건에서 고군분투한 결과 촉매반응 개발 연구성과를 2000년 ‘미국화학회지(JACS)’에 발표했다.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은 신약 원료물질인 감마-락탐에 대한 논문을 2018년 <사이언스>에 이어 2019년 <네이처 카탈리시스>에 발표했다. 그림은 이리듐 촉매로 부작용 없는 약물 성분 ‘카이랄성 감마-락탐’만 골라서 합성하는 상상도.
▲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은 신약 원료물질인 감마-락탐에 대한 논문을 2018년 <사이언스>에 이어 2019년 <네이처 카탈리시스>에 발표했다. 그림은 이리듐 촉매로 부작용 없는 약물 성분 ‘카이랄성 감마-락탐’만 골라서 합성하는 상상도.

그는 2002년 KAIST로 옮긴 직후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을 느꼈을 때를 회고하며 “논문을 완성하지 못한 채로 ‘대한화학회지’에 투고한 적이 있는데, 논문 심사위원으로부터 굉장히 안 좋은 평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그때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 들어 논문을 수정하지 않고 철회했다”며 “절대 이런 논문을 내지 않겠다고 마음먹으며 수준 있는 연구를 하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 일이 그가 논문 발표 편수에 얽매이면 안 되겠다고 각성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2008년 장 단장은 ‘미국화학회지’에 한 논문을 발표하며 국제적으로 크게 주목을 받는다. ‘팔라듐 촉매를 이용한 피리딘 유도체의 탄소-수소 활성화 반응’이란 제목의 논문이다. 이 논문은 탄화수소 활성화 분야에서는 새로운 방법을 도입했다는 평과 함께 현재까지도 많이 인용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장 단장의 연구는 한 단계 올라섰다. 올해 2월에는 ‘카이랄성 감마-락탐’만 골라서 제조할 수 있는 촉매를 개발해 ‘네이처 카탈리시스’에 게재했다. 이 연구에서 연구진은 99% 정확도로 거울상을 선택할 수 있는 이리듐 촉매를 발견했다. 개발된 촉매는 필요에 따라 의약품에 유용한 거울상 이성질체(카이랄성 감마-락탐)만 골라서 합성하는 데 적용될 수 있다.

어떤 분야든 선도하는 새 장을 연다

“IBS의 가장 큰 장점은 단기성과를 요구하며 거기에 맞추라는 압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논문 100편을 쓰는 것보다 1편이라도 좋은 논문을 쓰도록 말입니다. 평가시스템도 그렇게 작동하고 있고요. 긴 호흡을 갖고 연구해서 어떤 분야를 선도하는 새 장(chapter)을 열면 되는 거죠.”

장 단장은 연구에 있어서 남의 방법을 따르지 않고 자기만의 접근법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즉 연구의 독창성(originality)을 강조한다. “기존 연구를 확장하는 것은 맨 처음에 연구한 사람만 좋은 일을 시키는 것이죠. 그 사람 논문의 인용만 올려주는 거니까요. 우리는 독창성이 있는 것을 연구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야 10년, 20년 뒤 그것의 유용성까지 증명되고 더 크게 될 수 있으니까요.”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에서도 자신들의 연구가 얼마나 새로운 것인가를 살피는 동시에, 기존 연구를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접근법이든 해석이든 새로운 것을 끌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는 논문 투고를 준비 중인 연구성과를 사례로 소개했다. 장 단장은 이 연구에 거의 1년 이상 공을 들였다.

“석유의 정제과정에서 나오는 탄화수소인 벤젠(C6H6)과 메탄(CH4)을 각각 활성화시키고, 이를 결합(coupling)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안정적인 두 물질을 토대로 커플링 산물을 만드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현재 연구를 99% 마치고, 마무리 단계에 있습니다.”

앞으로 연구단의 목표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의 연구목표는 화학계의 풀리지 않은 난제를 풀어나가는데 있다. 사진은 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의 실험실.
▲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의 연구목표는 화학계의 풀리지 않은 난제를 풀어나가는데 있다. 사진은 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의 실험실.

앞으로의 연구목표를 묻자 장 단장은 “화학계의 풀리지 않은 난제를 풀어나가려 한다”며 “아민화 반응(질소화 반응)의 중간체인 ‘메탈 이미도(metal imido)’의 구조를 규명하는 것이 그중 하나”라고 말했다.

질소는 의약품의 90%에 포함될 정도로 생리활성에 가장 중요한 분자다. 제약뿐만 아니라 소재, 재료 분야에서도 질소화합물은 중요한 골격이 된다. 질소를 도입하는 아민화 반응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촉매를 개발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아민화 반응 도중에 생성되는 중간체인 메탈 이미도는 반응성이 매우 높아 계산화학적으로 파악할 뿐, 아직까지 직접 관찰된 적은 없다. 장 단장은 “메탈 이미도를 잡아서 결정구조를 파악하고, 이를 안정화시킬 조건을 찾는다면 여러 산업에 유용하게 쓰일 새로운 촉매를 설계하는데 큰 기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배들은 저를 넘어서야죠”

장 단장은 좋은 연구자가 되려면 자신의 통찰력이나 상상력을 넘어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사진은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의 연구자들과 함께.
▲ 장 단장은 좋은 연구자가 되려면 자신의 통찰력이나 상상력을 넘어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사진은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의 연구자들과 함께.

“똑똑한 학생들에게 저를 만나러 오지 말라고 말합니다. 새로운 것을 찾으려면 제 통찰력이나 상상력을 넘어서야 하니까요. 좋은 스승은 좋은 학생을 신뢰하고, 마음껏 연구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죠.”

장 단장에게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이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비결에 대해 묻자 그는 “연구그룹 자체의 수준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며 “학생들이 자유롭게 연구하도록 두되, 우리 연구주제에 가장 필요한 핵심적 요소를 뽑아 잘 익히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연구단의 경우 이론화학과 계산화학적 연구방법을 충실히 익히는 것을 그 요소로 삼았다.

그의 연구철학은 ‘서두르지 않고 기본을 중시하자’이다. 장 단장은 “천천히 가자는 것은 충분히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그 바탕으로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며 “그러다 보면 새로운 면의 의미도 정확히 밝혀낼 수 있다”고 말했다.

장 단장은 향후 IBS 단장에서 물러나면 KAIST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문학적 소양을 키워줄 강의를 하고 싶다는 작은 소망도 내비쳤다. 평소 글쓰기에 관심이 많아 작년에 한국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하기도 했다. 자신의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한 뒤 또 다른 길을 꿈꾸는 그의 모습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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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23-11-28 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