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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야 익히는 운동 기술…도파민 신호 읽는 별아교세포의 선택적 시냅스 정리

- 운동 학습에서 별아교세포에 의한 시냅스 리모델링 기전 규명 -

- 도파민 관련 질환 치료 연구에 새로운 방향 제시 -

처음 수영을 배울 때를 떠올려보면, 팔동작과 발차기, 호흡이 전부 따로 놀아 숨쉬기조차 벅찬 시행착오를 겪는다. 하지만 연습을 반복할수록 여러 동작이 하나의 매끄러운 패턴으로 묶이고, 어느 순간 의식하지 않아도 몸이 저절로 움직이는 상태에 들어선다. 이는 우리 뇌의 신경회로가 복잡한 동작들 사이에서 불필요한 연결은 지우고 필요한 회로만 남겨 효율적인 패턴을 구축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다.

이처럼 새로운 운동 기술을 익힐 때 뇌 신경 회로가 재구성되는‘리모델링’은 학습의 필수 과정이다. 그간 이러한 변화는 주로 신경세포가 주도한다고 여겨졌으나, 최근 별아교세포(Astrocytes)1)가 회로 재편을 이끄는 핵심 조력자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직무대행 김영덕) 혈관 연구단 정원석 부연구단장(KAIST 생명과학과 부교수)과 김재익 부교수(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과) 공동 연구팀은 운동 학습 시 별아교세포가 신경 활동 변화와 도파민 신호에 반응해 시냅스2)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며, 이 과정이 실제 운동 학습 능력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시냅스의 생성과 소멸은 오랫동안 신경세포를 중심으로 연구되어 왔다. 최근 별아교세포와 미세아교세포(Microglia)3)가 시냅스의 형성과 제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주목받았으나, 실제 운동 학습에서 갖는 구체적인 의미와 작동 원리에 대해서는 그동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생쥐의 반복적인 운동 학습 과정을 추적하며 뇌 속 시냅스의 변화를 정밀하게 관찰했다. 가장 큰 난관은 복잡하게 얽힌 뇌 회로 속에서 별아교세포가 특정 시냅스를 ‘청소’하는 찰나를 포착하는 것이었다. 연구진은 고해상도 이미징 기술을 동원해 미세한 변화를 끈질기게 추적한 끝에, 학습이 진행될수록 별아교세포가 시냅스를 먹어 치우는 포식작용(Phagocytosis)이 뚜렷하게 증가함을 확인했다. 특히 이 과정은 별아교세포에 있는 포식 수용체인 MEGF10에 의해 주도됐다. 반면, 포식 능력을 가진 다른 교세포들은 운동 학습 과정에서 시냅스 제거에 거의 관여하지 않아, 운동 학습 중의 시냅스 정리가 별아교세포만의 고유한 역할임이 드러났다.

그렇다면 별아교세포는 어떤 기준으로 제거할 시냅스를 선택할까? 연구팀은 두 가지 핵심 신호에 초점을 맞췄다. 먼저 대뇌 운동 피질의 신경 활동을 인위적으로 증가시키자 별아교세포의 시냅스 포식작용도 함께 증가했다. 즉, 신경 회로가 많이 활성화될수록 시냅스의 재정비 과정 역시 더욱 활발해진다는 것이다.

이어 연구팀은 운동 학습과 보상에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신호를 분석했다. 도파민 분비를 증가시키자 별아교세포의 시냅스 제거 양상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놀라운 점은, 도파민이 뇌 선조체(Striatum)4)에 있는 두 종류의 신경세포(MSNs5))에서 서로 정반대의 반응을 유도했다는 사실이다. D1 수용체 세포에서는 별아교세포의 시냅스 제거가 줄어들어 신경 연결이 강화된 반면, D2 수용체 세포에서는 제거가 늘어나면서 회로가 정리됐다. 이는 별아교세포가 도파민 신호에 따라 MEGF10 수용체를 이용해 특정 회로는 남기고 불필요한 회로는 솎아내는 ‘선택적 리모델링’에 관여함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단순 보조자로 여겨졌던 별아교세포가 신경 활동과 도파민 신호를 읽어 시냅스를 직접 정리하는 능동적 조절자임을 밝혀낸 것이다. 이는 파킨슨병, 중독 질환 등 도파민 관련 질환의 원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나아가 별아교세포의 시냅스 포식 기능을 조절하는 전략이 운동 기능 회복 및 신경정신 질환을 치료하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시한다.

정원석 부연구단장은 “학습은 단순히 새로운 시냅스를 만드는 과정뿐 아니라, 필요 없는 연결을 제거하며 회로를 정교하게 재배선 하는 과정까지 포함한다”며, “이번 연구는 그 중심에 별아교세포와 MEGF10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체계적으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쳐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IF 15.7)에 2월 23일 온라인 게재됐다.


그림 설명

[그림1] 운동 학습 전후의 별아교세포에 의한 시냅스 제거
[그림1] 운동 학습 전후의 별아교세포에 의한 시냅스 제거
운동 학습 후 별아교세포에 의한 시냅스 제거가 유의미하게 증가했으며, Megf10 제거 마우스에서 이러한 증가가 나타나지 않았음. 또한 Megf10 제거 마우스의 운동 학습 능력이 유의미하게 저하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음.

[사진1]  이번 연구에 참여한 연구진들
[사진1] 이번 연구에 참여한 연구진들
(왼쪽부터) 정원석 부연구단장(IBS 혈관 연구단·KAIST 생명과학과/공동 교신저자), 최영진 학생(IBS 혈관 연구단 박사과정/공동 제1저자), 김재익 울산과학기술원 부교수(공동 교신저자), 이영은 학생(울산과학기술원 박사과정/공동 제1저자)

1) 별아교세포(Astrocyte): 뇌에서 가장 많이 존재하는 별 모양의 교세포로, 신경세포의 활동을 돕고 시냅스를 조절하는 핵심 조력자 역할을 한다.

2) 시냅스(Synapse): 신경세포(뉴런) 간에 신호가 전달되는 연결 부위로, 정보가 뇌 전체로 흐르는 통로 역할을 한다.

3) 미세아교세포(Microglia): 뇌 속에 존재하는 일종의 면역 세포로서 불필요한 시냅스나 노폐물을 잡아먹어 뇌 환경을 깨끗하게 유지한다.

4) 선조체(Striatum): 뇌의 기저핵에 위치하며 운동 제어와 학습, 보상 시스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부위이다.

5) 중간가시신경세포(MSNs, Medium Spiny Neurons): 선조체를 구성하는 주요 신경세포로, 세포 표면에 안테나처럼 붙어 있는 ‘도파민 수용체 단백질’의 종류에 따라 D1형과 D2형으로 나뉘어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한다.
D1형 (성공 회로 강화): 특정 동작을 시작하도록 돕는 수용체 단백질을 가졌다. 도파민 신호를 받으면 별아교세포가 시냅스 제거를 멈추고 연결을 단단하게 고정한다. 수영에서 성공적인 호흡이나 팔동작을 ‘뇌에 깊이 각인’하는 역할을 한다.
D2형 (군더더기 삭제): 불필요한 동작을 억제하고 조절하는 수용체 단백질을 가졌다. 도파민 신호가 오면 별아교세포가 시냅스를 적극적으로 제거하여 회로를 다듬는다. 수영할 때 방해되는 불필요한 힘을 빼고 동작을 정교하게 ‘솎아내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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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23-11-28 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