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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와 똑 닮은 초분자 개발

- 호박 모양 분자 ‘쿠커비투릴’ 기반 … 인공세포 구현 초석 마련 -

밥을 먹고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또 배고픔을 느낀다. 일을 하고, 움직이고, 숨을 쉬는 일에 세포가 흡수한 영양소를 써버리기 때문이다. 이처럼 생명체는 생명현상을 일정하게 진행하기 위해 세포 단위에서 에너지를 소모하고, 그 만큼의 에너지를 받아들이며 항상성을 유지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 김기문 단장 연구팀은 호박 모양의 분자인 쿠커비투릴을 이용해 생명체처럼 끊임없이 에너지를 받고 쓰며 항상성을 유지하는 생체모사 시스템을 개발했다.

세포는 대사를 통해 에너지를 소모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부산물을 세포 내 기관을 이용해 밖으로 배출하며 항상성을 유지한다. 초분자화학 분야에서는 이런 생명체만의 특별한 활동을 근원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세포와 같은 항상성 유지 시스템을 화학적으로 구현하려는 생체모사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개발된 모사체는 세포와는 달리 생성된 부산물이 내부에 축적돼 항상성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쿠커비투릴 분자가 트립토판 유도체와 결합해 이룬 결정의 구조.
▲ 쿠커비투릴 분자가 트립토판 유도체와 결합해 이룬 결정의 구조.

연구진은 대사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이 자발적으로 제거되는 시스템을 개발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개발된 시스템에는 연구단의 전문 분야인 쿠커비투릴이 사용됐다. 쿠커비투릴은 아미노산 유도체의 하나인 트립토판 유도체를 ‘손님’으로 인식하고 내부의 빈 공간으로 불러와 결합하는 특성이 있다. 이를 주인-손님 복합체라고 한다.

트리클로로아세트산을 에너지원으로 공급할 때 이 복합체는 결정을 형성하고, 트리클로로아세트산은 복합체 외부로 자연스럽게 배출된다. 공동교신저자인 백강균 연구위원은 “주인-손님 복합체 결정을 살아있는 세포, 트리클로로아세트산을 에너지원, 탈탄산 반응을 대사과정으로 생각할 수 있다”며 “부산물을 제거하는 장치가 필요했던 기존 모사 시스템과 달리 별도의 장치 없이도 살아있는 생명체가 가진 고유한 특징을 모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공급한 에너지원이 소모되면 복합체가 더 이상 결정 구조를 유지하지 못하고 분해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수많은 구성성분들이 모여서 끊임없이 에너지를 소모하며 형태를 유지하던 세포가 에너지 공급이 끊어지면 세포막이 터지고, 구성성분들이 흩어지는 것과 유사하다.

복합체의 결정 변화를 관찰한 주사전자현미경(SEM)이미지. 복합체는 에너지원이 공급될 때 결정을 이루지만 에너지원이 소모되면 구조를 유지하지 못하고 분해된다.
▲ 복합체의 결정 변화를 관찰한 주사전자현미경(SEM)이미지. 복합체는 에너지원이 공급될 때 결정을 이루지만 에너지원이 소모되면 구조를 유지하지 못하고 분해된다.

김기문 단장은 “‘생명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 것일까?’라는 질문에 화학적인 대답을 찾고자 이 연구가 시작됐다”며 “향후 연료를 공급하는 동안에만 기능성을 나타내는 기능성 재료뿐만 아니라 인공세포를 구현하는 데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화학분야 권위지인 ‘독일응용화학회지(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 IF 12.257)’ 10월 25일자에 실렸다.

IBS 커뮤니케이션팀
권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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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수정일 2019-12-17 14: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