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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유전자 돌연변이, 자폐증의 '성별 방패'를 뚫다

- 생존 가능한 중증 CHD8 자폐 생쥐 모델 세계 최초 개발 -

- 유전자 변이가 강해지면 자폐증의 남녀 증상 차이 사라져 -

자폐증은 여성이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치 일정 수준의 충격을 흡수하는 보호막이 있는 것처럼, 같은 유전자 변이에도 여성에게서는 증상이 가볍거나 잘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견고한 방패도 강한 포격 앞에서는 무력화되듯, 여성을 자폐증으로부터 지켜주던 이 ‘성별 보호막’도 강력한 유전자 변이 앞에서는 효력을 잃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직무대행 김영덕)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 김은준 연구단장(KAIST 생명과학과 석좌교수)과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이은이 조교수 공동연구팀은 자폐증의 핵심 원인 유전자 중 하나인 ‘CHD8’의 생존 가능한 중증 변이 생쥐 모델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연구팀은 이 모델을 통해 유전자 변이가 강해지면 자폐증의 남녀 간 증상 차이가 줄어든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사회적 상호작용의 어려움과 반복 행동을 주요 증상으로 하는 신경 발달 장애로, 전 세계 인구의 약 3.2%(31명 중 1명)가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남성 환자가 여성보다 약 4배 많은 뚜렷한 성별 차이를 보이지만, 그 원인은 아직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다.

CHD8 유전자는 DNA 구조를 조절해 여러 유전자의 발현을 이끄는 일종의 ‘유전자 지휘자’ 역할을 하며,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비롯한 신경 발달 장애의 주요 원인 유전자로 꼽힌다. 기존 연구들은 부모에게서 하나씩 물려받은 한 쌍의 CHD8 중 한쪽에만 변이가 있는 ‘이형접합1)’생쥐 모델을 주로 활용해왔다. 그러나 이 모델은 자폐 관련 증상이 매우 약하게 나타나 발병 원리를 자세히 밝히는 데 한계가 있었다. 반면 두 유전자 모두에 변이가 있는 ‘동형접합2)’ 생쥐는 배아 단계에서 사망해 종전 방식으로는 연구 자체가 불가능했다.

연구팀은 유전적 배경이 다른 생쥐를 교배하는 방식으로, 그동안 생존이 어려웠던 동형접합 CHD8 변이 생쥐 모델(Chd8N2373K/N2373K)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이 모델을 이형접합 변이 생쥐와 비교하며, 뇌 발달 단계와 부위에 따른 뇌 부피, 뇌혈류량, 신경세포 활동, 신경세포 간 신호 전달, 유전자 발현 양상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아울러 전사체 분석3)을 통해 시냅스 기능4), RNA 스플라이싱5), 미토콘드리아 활성6) 관련 유전자들이 남녀 간 자폐 취약성과 보호 효과 차이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형접합 변이 생쥐 모델에서는 자폐 관련 행동 이상이 주로 수컷에서만 나타났지만, 새롭게 개발한 동형접합 변이 생쥐에서는 암수 모두에서 뚜렷한 증상이 확인됐다. 즉, CHD8 유전자 변이가 강할수록 암컷에서 상대적으로 나타나던 보호 효과가 무력화되어, 남녀 간 증상 차이가 사라진 것이다. 이는 자폐증의 성별 차이가 유전자 변이의 강도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처음으로 입증한 것으로, 향후 자폐증 연구에서 중증도와 성별을 함께 고려하는 새로운 연구 틀을 제시했다.

김은준 단장은 “이번 연구는 생존 가능한 동형접합 CHD8 변이 생쥐 모델을 통해 중증 자폐의 발병 원리를 뇌 회로 및 유전자 수준에서 입체적으로 규명한 것”이라며, “자폐증의 성별 차이가 유전자 변이 강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최초로 증명함으로써, 향후 성별 및 중증도를 고려한 맞춤형 자폐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분자정신의학(Molecular Psychiatry)’에 5월 9일 온라인 게재됐다.


1) 이형접합(Heterozygous) : 부모에게서 하나씩 물려받은 한 쌍의 유전자 중 한쪽에만 변이가 있는 상태

2) 동형접합(Homozygous) : 부모에게서 하나씩 물려받은 한 쌍의 유전자 양쪽 모두에 변이가 있는 상태

3) 전사체 분석 : 세포나 조직에서 발현되는 전체 유전자(RNA) 양상을 분석해 어떤 유전자가 얼마나 활성화되어 있는지 살펴보는 방법

4) 시냅스 기능 : 신경세포들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 연결 부위인 시냅스가 정보를 전달하고 처리하는 기능

5) RNA 스플라이싱 : 유전 정보가 담긴 RNA를 세포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잘라내고 이어 붙이는 과정

6) 미토콘드리아 활성 : 세포 내 에너지 생산 기관인 미토콘드리아가 에너지를 만들고 공급하는 활동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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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23-11-28 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