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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 위기와 재난때 진가발휘”…논문왕 노도영 ‘연구자의 삶’ 게시판 상세보기
제목 “기초과학, 위기와 재난때 진가발휘”…논문왕 노도영 ‘연구자의 삶’
부서명 커뮤니케이션팀 등록일 2021-02-26 조회 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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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 위기와 재난때 진가발휘”…논문왕 노도영 ‘연구자의 삶’

헤럴드경제, 2021년 02월 26일 24면


노도영 원장

세계최초 바이러스 유전자 지도 완성
8년간 구축한 인력과 과학 인프라 덕
방사광 가속기 대표적 전문가 ‘명성’
국제학술지 게재 논문만 180편 성과
노벨상은 목표 아닌 연구성과 부산물
설립 초 합류 과학자 8명 가시적 성과
바이러스기초연구소 3년뒤 성과 기대
팬데믹 종식 여부 상관없이 연구 지속
한국형 중이온가속기 단계 나눠 돌파구
안정적·장기적 연구환경 조성에 심혈


“기초과학의 힘은 평소에 잘 드러나지 않지만 코로나19처럼 갑작스러운 위기와 재난이 닥칠 때 비로소 진가를 발휘합니다. 지난해 김빛내리 단장이 세계 최초로 완성한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지도도 IBS(기초과학연구원)가 8년간 꾸준히 구축한 인력과 기초과학 인프라가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노도영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은 이번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IBS의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와 접근 방식이 유효했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 국가와 인류의 새로운 위협 요인은 기후변화와 질병 등 인간의 행위에 의한 자연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에 기초과학의 투자를 늘리고 역량을 축적해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미래의 위협에 대응하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노 원장은 서울대와 미국 MIT에서 물리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지난 25년 동안 광주과학기술원에서 교수로 활동했다. 2019년부터 기초과학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다.

특히 방사광 가속기 분야에서 뛰어난 연구역량을 발휘한 대표적 가속기 전문가로도 불린다. 세계 최대 방사광가속기를 보유한 미국 알곤국립연구소와 일본 이화학연구소에서 방문연구원도 역임했다. 방사광 X-선을 이용한 새로운 측정기법과 원자분자 구조 관련 연구에 전력을 기울인 연구성과로 국제학술지에 약 180여편의 논문을 올려 큰 주목을 받았다.

또한 광주과기원에서 국가핵심연구센터와 선도연구센터 사업을 수주해 방사광가속기와 X-선자유전자레이저를 활용한 과학기술 난제 해결에도 앞장서 왔다. 특히 IBS 설립추진위원회 활동을 시작으로 연구원 탄생에 깊숙이 관여해왔기 때문에 IBS에 대한 이해도가 남다르다는 평가다.

노도영 원장

올해 설립 10주년을 맞은 기초과학연구원은 기존 다른 출연연구원들과 달리 장기·집단·대형 기초과학 연구를 표방한다. 다른 과학기술계 출연연구기관의 기관장 임기가 3년인데 반해 기초과학연구원장의 임기는 대통령과 같은 5년이다. 연구단도 최소 8년 동안 연구가 보장되고 평가를 통해 연장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노 원장은 “IBS의 31개 연구단은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처럼 기초과학 각 분야를 대표하는 강소 연구집단의 집합체로 성장하고 있다. 이들이 수행하는 우주·자연·생명에 대한 근원적 탐구는 향후 인류와 사회의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근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노벨과학상에 대해 “노벨과학상은 기초과학 연구의 목적이 될 수 없으며 세계적으로 우수한 연구성과가 축적되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부산물로 인식해야 한다”며 “노벨과학상을 받으려면 자연의 근원에 존재하는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거나 인류 문명을 획기적으로 진보 시키는 성과를 내야 하는데 기초과학에서 이런 연구는 단기간이 아닌 오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즉 IBS의 목표는 노벨상 수상이 아니라 그만큼 우수한 역량을 꾸준히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과 인재를 키우는 것이다.

노 원장은 “설립 초기 뽑았던 8명의 젊은 연구자가 최근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이들이 기회를 충분히 보장 받는다면 10~20년 뒤 세상을 바꿀만한 큰 파급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IBS의 올해 가장 큰 목표 중 하나는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 대응 기초연구를 수행할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를 설립하는 것이다. 노 원장은 국내 바이러스 기초연구 역량이 부족한 현실을 고려하면 임상·응용 분야 국립감염병연구소와 바이러스 기초연구소로 이원화하는 것이 현재로서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바이러스기초연구소는 올해 약 5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30여명의 연구인력을 확보, IBS 본원 연구단 소속으로 본격적인 연구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다. 노 원장은 “국내에서 바이러스 연구분야는 전문인력도 적고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연구단장은 최고의 석학을 영입하려고 하고 있다. 코로나19 로 연구단장을 찾는 일이 만만치 않지만 1~2명 유력 후보에 대한 윤곽은 나온 상태”라고 밝혔다.

다만 한정된 예산과 연구시설과 같은 인프라 부족은 현실적 어려움으로 꼽힌다.

이에 노 원장은 연구인프라 구축전 IBS 내 RNA연구단 등 생명과학 연구단들의 적극적 지원과 한국파스퇴르연구소의 시설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예산 규모 상 올해 1개 연구단만 출범하지만 향후 2~3년 내 연구단을 늘리고 IBS 본원에 필수 인프라를 구축해 장기연구가 가능한 연구소로 키워나가겠다는 복안이다.

그는 “이전부터 면역·감염병 분야 연구확대에 대해 고민해 왔다. 바이러스 기초연구소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종식과 상관없이 다른 신종감염병이 창궐해도 대응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며 “3년 정도 지나면 가시적인 성과를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 원장에게는 올해 바이러스 기초연구소 설립과 함께 중이온가속기 구축이라는 당면 과제도 있다. 단군 이래 최대 기초과학 프로젝트로 불리는 중이온가속기의 연내 마무리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그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중이온가속기는 양성자에서 우라늄까지 다양한 중이온을 가속해 희귀 동위원소를 생성, 핵물리학 생명과학 등 기초과학 연구개발에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한 기초연구시설이다. 당초 한국형 중이온가속기는 지난 2011년부터 10년간 1조5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올해 구축을 완료하고 내년부터 본격 가동에 착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고에너지가속구간의 핵심장치인 초전도가속관 개발 중 성능 시험이 지연되면서 일정 변경이 불가피 해진 것이다. 비용 측면에서도 장치구축 사업비가 더 투자돼야 하고 빔 인출 문제점 파악 후 부품 교체, 성능 업그레이드 개선작업을 할 경우 최종 목표 성능 확보까지 최소 3년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노 원장은 한국형 중이온 가속기는 세계 최초로 가벼운 이온을 가속해 무거운 표적에 충돌시키는 ISOL과 온라인 동위원소 분리시스템 IF를 동시에 사용을 목표로 R&D와 장치구축을 병행하는 도전적 과제이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올해 저에너지 가속구간 관련 모든 시설과 장치를 설치하고 시운전에 돌입할 계획이다. 고에너지 가속구간은 연구개발을 병행한 2단계 사업으로 진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구축시간과 비용이 더 들더라도 기존 설정한 목표를 바꾸지 않고 제대로 장치를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노 원장은 기초과학 발전을 위해서는 연구자들이 마음 놓고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수라고 역설했다. 설립 초기 IBS는 연구단별로 연간 100억원의 연구비를 장기 지원하고 안정적 연구환경과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계획으로 세계 과학계의 큰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현재 연구단별 평균 연구비는 50억원 수준으로 최초 계획의 절반에 그치고 이마저도 감소하는 추세다. 연구비 감소로 인해 연구단들이 연구계획을 축소하고 있어 우수 인력 유치에도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노 원장은 “기초과학 정책만큼은 국가 백년대계로 인식해 정권이 바뀌어도 큰 틀에서 지속성이 유지되어야 한다. 충분하고 안정적인 연구비는 연구자들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가장 기본적 요소이므로 당초 계획을 지켜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본혁 기자·사진=박해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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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21-04-14 1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