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를 사람으로 만드는 인자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가? 인간은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23쌍의 염색체로 생명을 시작한다. 여기에 음식의 영양분이 더해져 성장한다. 출산 후 곧 수십억 마리의 미생물들이 신체 내에 군집을 형성하고, 음식으로부터의 영양분 흡수를 강화하고 다양한 신체 부위의 발달을 촉진하여 성장을 돕는다. 이 미생물들의 정체는 체내에 군집하는 수백억 마리의 세균, 고세균, 균류다. 상재미생물총(commensal microbiota)이라 하는 이들은 후생동물이나 선충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몸 속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면역계는 외인성 미생물 및 항원의 침입으로부터 숙주를 보호하도록 진화해왔다. 이러한 관점에서 상재미생물총과 숙주가 섭취하는 대량의 음식물은 만성적으로 면역계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외래 객체이다. 그러나 이러한 만성 면역 반응은 불필요하고 소모적이다. 안타깝게도 이처럼 몸에 오히려 해로운 면역 반응은 식품 알레르기, 셀리악 병, 염증성 대장 질환과 같은 형태로 현대 사회에서 출현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증가 추세는 의학, 약물, 위생, 생활수준이 발전함에도 불구하고 뚜렷하다. 역설적으로 현대화가 진행될수록 이들 면역 질환도 많이 나타난다. 이는 음식 및 상재미생물총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비만, 대사성 질환, 자가 면역 질환, 천식, 암 및 기타 염증성 질환 등의 만성 질환에도 적용된다. 따라서, 의학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는 치사성 바이러스나 세균의 위협이 아니라 만성 염증성 질환이 될 것이다.

숙주 면역계는 관용과 면역의 올바른 균형을 통해 상재미생물총과 음식으로부터의 엄청난 양의 외인성 항원에 대해 항상성을 유지한다. 숙주는 올바른 균형을 토대로 성장과 생존에 필요한 필수 영양소를 흡수한다. 그러나 이러한 균형이 무너지면 자가 면역이나 알레르기와 같은 만성 염증성 질환이 대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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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몸 속에 사는 미생물들은 숙주와 다양한 영향을 주고받는다. 사람의 몸 자체가 별도의 생태계인 셈이다. 사진은 체내 미생물 중 가장 대표적인 대장균(Escherichia coli)의 전자현미경 사진.
©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면역미생물공생연구단은 포유동물 숙주와 음식 및 상재미생물총과의 관계를 두 가지 측면에서 이해하기 위해 창설되었다. 먼저 숙주 면역계의 적절한 발달을 촉진하는 식품과 상재미생물총의 인자를 규명한다. 두 번째로 음식과 상재미생물총에서 유래하는 대량의 외인성 항원과 숙주 면역계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기전을 확인한다.

이들 두 가지 기전은 실제로 인체의 생리현상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기전에 결함이 생기는 것이 면역 결핍, 자가 면역, 알레르기 및 염증성 질환과 같은 수많은 현대의 만성 질환의 근본적 원인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특히, 음식 및 상재미생물총에 대한 기능적 관용을 확립하지 못하는 것이 면역계의 만성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

엄청난 유전체가 포함되어 있는 음식과 상재미생물총에서 유래하는 방대한 항원은 숙주의 면역계가 발현하는 거의 모든 항원 수용체를 잠재적으로 활성화시킬 수 있다. 이는 만성염증과 자가 및 환경 항원에 특이적인 림프구의 활성화를 유도하여, 자가 면역, 알레르기, 그 외 염증성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음식 및 상재미생물총에 대한 관용을 확립 및 유지하는 기전은 매우 복잡하며, 여러 가지 유형의 세포와 조절 계층이 관여한다. 이 조절망에 작은 결함이라도 발생하면 현재로서는 설명할 수 없는 염증성 질환이 하나 이상 유발될 수 있다.

연구단은 한국에서 유일하게 무균 및 무항원 마우스를 생산할 수 있는 특수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나아가 무항원 마우스를 다루는 세계 유일의 시설이기도 하다.

독보적인 연구자산을 바탕으로 연구단은 상재미생물총 및 식이에 대한 면역계 반응을 기능적, 단백체적 및 유전체적 접근법으로 분석하는 한편, 이러한 전사적 분석에서 얻은 자료를 사용하여 표적 돌연변이 마우스를 대상으로 하는 심층 연구의 표적을 선택하고, 면역 세포 기능 분석을 포함한 기존 방법론을 이용하여 이들의 생물학적 역할을 규명할 예정이다.

특히, 다양한 생물학적 기능의 조절에서 특정 종의 세균과 림프구 하위 집합이 가지는 역할에 집중할 계획이다. 나아가, 병원체로부터 숙주를 보호할 때 상재미생물총이 수행하는 역할을 연구하는 데 이를 수 있을 것이다.

• “땅콩을 예로 듭시다. 어떤 사람들은 땅콩을 먹으면 알러지 반응을 일으켜요. 이는 체내에 들어온 땅콩의 어떤 성분이 몸 속 미생물과 결합해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면역체계와 관계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런 원인을 규명하고자 하는 것이죠. 현재 세계에서 우리만이 유일하게 연구하고 있습니다.”

찰스서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