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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을 제대로 모실 줄 아는 분자가 있다?

분자 위의 분자, 초분자 화학의 모든 것



“100년도 더 전에 라이트 형제는 ‘하늘을 나는 기계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보잉 747과 에어버스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나노 기계를 만드는 과학자들의 심정이 처음 하늘을 날았던 라이트 형제와 아주 비슷할 것입니다.”

2016년 노벨 화학상을 공동 수상한 네덜란드 흐로닝언대 베르나르트 페링하(Bernard Feringa) 교수가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그는 2011년 4 개의 분자 모터를 바퀴처럼 굴리며 앞으로 가는 ‘나노 자동차’를 만들었다. 크기는 겨우 머리카락 굵기의 1000분의 1에 불과하여 원자 현미경으로나 보인다. 나노 자동차는 얼마나 굴러갔을까? 라이트형제의 첫 비행 거리는 고작 37m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자동차를 만들어 노벨상을 타다


▲ 분자기계를 만든 공로로 2016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과학자들.
왼쪽부터 베르나르트 페링하, 장 피에르 소바주, 프레이저 스토더트 교수
(출처: 노벨상위원회)

2016년 분자 기계 개발의 공로로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사람은 페링하 교수 말고도 두 명이 더 있다. 프레이저 스토더트(Sir J. Fraser Stoddart)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 장 피에르 소바주(Jean-Pierre Sauvage)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 명예교수 이다.

분자기계에 대해 말하기 전에 일단 분자와 기계가 각각 무엇인지 알고 넘어가자. 분자는 원자가 결합되어 만들어진다고 알고 있지만(예외적으로 원자 하나만으로 이루어진 분자도 존재한다) 두 개 이상의 분자가 결합하여 좀 더 크고 복잡한 분자가 되기도 한다. 다양한 생체 분자, 예를 들면 DNA 와 효소 등은 엄청나게 많은 수의 원자(혹은 분자)들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거대 분자다. 한편, 기계란 에너지를 받으면 그것을 변환하여 일정한 운동을 함으로써 인간에게 유용한 일을 해 주는 물체다. 그러니까 분자 기계란 빛, 전기, 열, 화학 에너지 등의 외부 자극에 의해 기계와 같은 움직임을 (회전운동, 선형왕복운동 등) 보이는 분자집합체를 말한다.

초분자란? 그리고 초분자 화학이란?

분자 기계의 바탕이 되는 학문이 바로 초분자 화학(supramolecular chemistry)이다. 두 개 이상의 분자를 서로 약한 힘으로 결합하여 만든 또 다른 분자(특정한 구조와 성질을 갖는 분자의 집합체)를 초분자라고 한다.

‘약한 힘’이란 것은 통상 원자가 결합하여 분자가 될 때 전자를 공유하며 결합하는 ‘강한 힘’에 대비하여 부르는 말이다. ‘강한 힘’에 의한 결합은 ‘공유결합’이라고 하며 두 사람이 손을 단단히 맞잡는 것으로 비유하곤 한다. 한 손으로 잡을 때도 있고 두 손으로 잡을 때도 있고, 두 손으로 각각 다른 분자의 손을 잡을 때도 있지만(물론 손이 여러 개인 경우도 있다) 그 결합은 매우 강력하고 안정적이다. 즉 쉽게 풀어지지도 않고 구조가 바뀌지도 않는다.

약한 힘에 의한 결합에는 반데르발스결합, 수소결합, 소수성 결합 등이 있다. 모든 이웃하는 원자나 분자 사이에는 기본적으로 인력이 생겨 서로를 끌어당기는데 이를 반데르발스결합(Van der Waals bonds)1)이라 한다. 수소결합(Hydrogen bond)2)은 원자들 중 전자수가 가장 적은 수소가 전자가 많은 원자 쪽으로 끌려가면서 벌어지는 상호작용이다. 분자나 원자단에서 전자가 한쪽으로 쏠려 양극이 뚜렷이 나타나고, 이로 인하여 마치 자석과 같이 양극이 반대극을 서로를 당김으로써 일어나는 결합을 쌍극자결합 (Dipole bond)이 하며, 물 속에서 소수성부분들이 물과 닿는 면적을 최소화하려고 뭉쳐 안정화되는 현상을 소수성결합(hydrophobic bond)이라고 한다.

한 마디로 초분자는 분자를 레고처럼 끼우고 쌓아 커다란 분자를 만드는 것이고 초분자 화학은 이러한 분자 복합체의 구조와 원리, 물리화학적 성질을 다루는 학문이다.



▲ (왼쪽)소바주 교수가 카테네인 합성 방법을 설명한 그림
(오른쪽) 스토더트 교수가 합성한 로탁세인 분자. 가운데 각진 링이 아령 손잡이 부분을 양쪽으로 왔다갔다 할 수 있다.
(출처: 노벨상 위원회)

앞서 말한 소바주 교수는 1983년 카테네인(Catenane)이라는 초분자 구조를 합성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카테네인은 1960년대에 처음 합성되었다. 두 개의 고리 모양 단위 분자를 꿰어서 사슬 모양의 하나의 분자를 만든 것이다. 두 개의 분자가 공유결합이 아닌 힘(물리적인 힘)에 의해 또 다른 큰 분자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초분자체의 발견이었다. 하지만 그 방법이 너무 어려워 관련 연구가 20여 년 간 제자리걸음이었다. 그런데 소바주 교수 연구팀이 원 모양의 분자 한쪽에 구리이온을 집게처럼 끼워놓고 거기에 반원형 분자를 부착하고 다시 반원에 반원을 붙여 원을 만든 후 집게(구리 이온)을 빼내는 방법으로 좀 더 수월하게 합성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스토더트 교수는 길다란 아령 모양의 분자 가운데에 링 모양의 분자가 끼워져 있는 구조의 분자를 합성했다. 이를 로탁세인(Rotexane)이라고 부른다. 아령의 양 끝의 둥근 부분은 매듭 역할을 해서 가운데 끼워져 있는 고리가 빠져나가지 않는다.

소바주 교수와 스토더트 교수의 성과에 자극을 받은 많은 과학자들이 이후 다양한 형태의 카테네인과 로탁세인 합성에 나섰다. 그 결과 오륜기, 목걸이 등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진 카테네인과 다양한 모양과 숫자의 고리와 중심 막대를 갖는 로탁세인을 합성해 냈다.


▲ 다양한 구조로 개발된 카테네인 분자.
맨 오른쪽 위는 기초과학연구원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 김기문 단장이 개발한 목걸이형 카테네인이다.
(출처: 기초과학연구원)

소바주 교수와 스토더트 교수는 이에 그치지 않고 카테네인과 로탁세인을 이용해 분자 기계를 만드는 연구에도 매진했다. 스토더트 교수는 1991년 사각형 형태의 고리가 아령 손잡이 부분을 왔다 갔다 하는 운동을 하는 로탁세인 ‘분자 셔틀’과 2005년엔 수직으로 세워진 로탁세인의 고리가 위 아래로 움직이게 하여 ‘분자 엘리베이터’를 만들었다. 비슷한 시기 소바주 교수는 로탁세인을 이용하여 외부자극에 의해 늘어났다가 줄어드는 ‘분자 근육’을 만들었다.


▲ (왼쪽)외부자극에 의해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할 수 있는 분자 근육 로탁세인,
(오른쪽) 분자 부품을 들어올리는 분자 엘리베이터 로탁세인.
(출처: 노벨상 위원회)

하지만 이 같은 것들은 엄밀히 말해 ‘기계’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기계란 앞에서도 말했듯이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연속적으로 유용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페링하교수가 1995년 만든 나노 자동차야 말로 엄밀히 말해 기계라고 할 수 있다. 페링하 교수는 평평한 회전날(분자) 두 개가 한 방향으로만 회전하는 ‘분자 모터’를 만들었다. 그리고 2011년 이 분자 모터 네 개를 바퀴처럼 연결한 뒤 빛을 쪼이면 한쪽 방향으로 나아가는 ‘4륜구동 자동차’를 만들었다

분자인식과 자기조립으로 만드는 분자집합체

초분자 구조를 형성하는 대표적인 원리는 분자인식(molecular recognition)과 자기조립(self-assembly)이다. 분자인식은 항원-항체 반응처럼 분자가 구조적으로 들어맞아 나타나는 결과다. 1902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에밀 피셔(Hermann Emil Fischer)는 이를 두고 "서로 결합하는 두 분자는 열쇠와 자물쇠처럼 그 모양이 꼭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자기조립은 자발적인 상호작용으로 분자들이 조립되는 현상이다. 초분자를 만들 수 있는 분자 단위체(단순한 분자)에 여러 가지 조건을 부여하면 스스로 모여 ‘약한 결합’으로 초분자체를 만드는 현상이다. 생태계의 초분자는 분자인식에 의해 결합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합성을 기반으로 하는 초분자화학은 자기조립으로 조절되는 경우가 더 많다.


▲ 초분자화학의 기초를 놓아 1987 노벨 화학상의 주인공이 된 도널드 크램(맨 왼쪽),장마리 렌(가운데), 찰스 피더슨 교수
(출처: 노벨상 위원회)

‘비공유결합에 의한 분자 집합체’에 초분자라는 이름을 붙이고 이를 연구하는 ‘초분자 화학’을 정립한 것은 1987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프랑스 장마리 렌(Jean-Marie Lehn) 교수다. 또다른 수상자 미국의 찰스 피더슨(Charles J. Pederson) 교수는 개념적으로 존재하던 초분자인 크라운 에터(crown ether)3)를 합성해 냄으로써 초분자 합성의 초석을 놓았다.

함께 노벨상을 수상한 미국의 도널드 크램(Donald James Cram)은 초분자화학의 주요 원리인 ‘주인-손님 이론(hosts-guests theory)’을 발표했다. 초분자는 주인 역할을 하며 자신에게 꼭 맞는 특정한 물질만을 손님으로 받아들이는 현상이 일어나 이름 붙인 이론이다.

주인분자는 이러한 ‘주인-손님’ 상호작용을 한다는 특징 때문에 활용 가능성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대부분의 주인분자는 특정한 다른 분자를 ‘손님’으로 맞아들일 수 있는 방을 가지고 있어 분자를 수송하거나 가려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손님 맞이에는 도가 튼 다양한 주인장 초분자들


▲ 쿠커비투릴 분자를 낚시 도구로 사용해 특정 단백질을 정제해내는 단백질 정제법의 개요도.
먼저 사하 약물을 변형시켜 만든 미끼를 세포에 침투시켜 미끼가 탈아세틸화 효소와 결합하도록 만든다.
이후 결합을 강화시키기 위해 자외선을 쬐고 낚시 도구 역할을 하는 쿠커비투릴 수용체가 이들과 다시 결합하게 한다.
탈아세틸화효소가 농축되면 사하 미끼를 쿠커비투릴과 보다 더 강한 결합을 하는 페로센과 치환하여 탈아세틸화효소를 분리해낸다.

예를 들면 IBS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에서 연구하고 있는 주인분자 쿠커비투릴이 그렇다. 쿠커비투릴(Cucurbituril)은 호박죽을 끓이려고 위‧ 아래를 쳐 내고 속을 파낸 늙은 호박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쿠커비투타세(Cucurbitaceae)’라는 호박의 학명에서 이름을 따온 이유이기도 하다. 쿠커비투릴은 산소, 질소, 탄소, 수소의 네가지 원소로 구성돼 있는 분자들의 복합체이며 분자를 몇 개 결합하여 만드느냐에 따라 크기를 달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크기에 따라 비어있는 안쪽 공간에 특정한 분자를 손님으로 모실 수 있다.

기초과학연구원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은 지난해 쿠커비투릴의 이러한 성질을 이용하여 ‘단백질 낚시법’을 고안했다. 질병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세포 안에 존재하는 수많은 단백질 중에서 질병 연구에 필요한 단백질만을 걸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기존에는 추출을 위해 넣는 첨가물이 단백질 변성을 일으키거나 다른 단백질까지 걸어내는 등의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쿠커비투릴(Cucurbit[n]urils)’를 이용해 항암제 연구에 꼭 필요한 단백질인 탈아세틸화효소4)를 낚는 법을 개발했다. 일단 탈아세틸화효소와 친한 사하(SAHA, Suberanilo-hydroxamic acid-ammonium-adamatane)라는 약물을 변형시켜 세포 속에 넣으면 두 분자가 결합을 한다. 여기에 쿠커비투릴을 넣으면 결합한 분자가 쿠커비투릴 구멍 속으로 쏙 들어온다. 다음에 쿠커비투릴과 ‘주인-손님’ 상호작용이 매우 강한 페로센5)이라는 물질을 첨가하면 주인인 쿠커비투릴은 손님인 사하-탈아세틸화효소를 내쫓고 페로센을 새로운 손님으로 맞아들이게 된다. 쫓겨난 사하-탈아세틸화효소만 모으면 추출 성공. 이 방법은 기존 추출법에 비해 고순도, 고효율, 저비용 정제법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향후 질병 기작의 파악이나 신약 개발, 약물 부작용 기전 연구 등에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 포르피린 유기분자케이지(PB-1A) 전체적으로 26면체 모양이며 이 중 12면은 창문처럼 뚫려있는 구조다.
맨 왼쪽 그림의 노란 공은 비어있는 공간을 나타낸다.

포르피린(porphyrin)6) 분자는 일반적인 분자이고, 포르피린으로 구성된 케이지는 쿠커비투릴처럼 하나의 주인분자로서 역할을 한다. 포르피린은 생체 내 적혈구의 혈색소(헤모글로빈)속에 포함되어 산화환원 반응에 작용하는 분자로 철(Fe), 마그네슘(Mg), 망간(Mn)과 같은 분자와 복합체를 형성하여 체내에서 중요한 역할들을 담당한다. IBS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은 지난해 6월 포르피린의 자기조립 특성을 활용하여 ‘유기 분자 케이지(PB-1A)’를 만들기도 했다. 세포는 소수성 지질로 만들어진 세포막으로 둘러싸여 이온의 통과가 어렵다. 갑상선 호르몬을 만드는 요오드는 우리 몸속에서 음이온의 형태로 바뀌어 수송체(나트륨/요오드화물 수송체, Sodium Iodide Symporters, NIS)를 통해 갑상선 세포로 들어가는데, 이 수송체가 고장나면 갑상선 항진증이나 저하증 등의 질환이 나타난다. 연구진이 만든 유기 분자 케이지는 고장난 수송체 대신 이온화된 요오드를 갑상선 세포 안쪽으로 들여보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연구진이 포르피린으로 만든 유기 분자 케이지는 26면 다면체 모양인데, 그 중 12면은 창문처럼 뚫려있어 이온화된 요오드가 안에 들어갈 수 있다. 유기 분자 케이지는 요오드 이온을 품은 채 세포막 안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가 ‘이온 통로7)’의 구실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 외에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초분자에는 사이클로덱스트린(cyclodextrin)과 칼릭스아렌(calix-arene), 제올라이트(zeolite) 등이 있다.



▲ 단위체(글루코스)갯수에 따라 크기가 달라지는 사이클로덱스트린
(출처: 오사카대학교홈페이지)

사이클로덱스트린은 1891년에 처음 발견되었다. 위에서 보면 가운데가 뻥 뚫린 원뿔 형태로, 이 빈 공간에 손님 물질을 받아들여 주인-손님 복합체를 형성한다. 사이클로덱스트린은 독성이 없고, 쉽게 구할 수 있어 지금까지 의약품, 탈취제, 잉크, 유해물질 제거제 등을 만드는 데 다양하게 연구되고 활용되어 왔다. 사이클로 덱스트린은 글루코스(glucose, 포도당) 분자가 여러개 결합하여 만들어지며 글루코스 분자의 개수에 따라서 α-사이클로덱스트린(α-CD, 글루코스 6개), β-사이클로덱스트린(β-CD, 글루코스 7개), γ-사이클로덱스트린(γ-CD, 글루코스 8개) 등으로 분류된다.


▲ 맨 왼쪽이 그리스의 컵, 칼릭스 가운데는 탁구공 등으로 만든 칼릭스아렌 모형
(출처: Calixarenes and Beyond(Placido Neri, Jonathan L. Sessler, Mei-Xiang Wang 지음, Springer출판사 펴냄)),
맨 오른쪽은 칼릭스아렌 모형 그림. 컵이 엎어져 있는 형태의 그림이다.

칼릭스아렌 또한 1872년에 합성된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손잡이가 달린 잔 모양을 하고 있어 칼릭스(Calix, 라틴어로 성배, 컵을 의미)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소수성을 띈 컵 안쪽에 손님 분자를 담을 수 있다. 1756년 우연히 발견된 천연 제올라이트를 인공적으로 합성해 낸 것은 1990년대 중반이다.


▲ 제올라이트의 구조를 모사한 모형
(출처: 위키미디어닷컴)

제올라이트는 ‘끓는 돌’이라는 뜻으로, 알루미늄(Al)과 실리콘(Si)으로 구성된 다공성 결정을 갖는 물질로 아주 미세한 구멍을 수없이 가지고 있어 그 안으로 금속 분자 등 작은 분자를 받아들여 복합체를 형성한다. 이를 이용하여 촉매, 흡착제, 바이러스 검출기로서의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초분자화학 어디에 쓸까?

페링하 교수는 초분자로 만든 ‘나노 기계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아직 모르겠다’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과학자들은 나노 기계와 초분자 화학이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 예견한다.

우선 초분자는 앞에서 든 여러 예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손님 분자를 받아들일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를 이용하여 특정물질을 운반, 전달하는 기능과 결합체 특성을 이용한 감지능력 등을 센서 개발 등에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초분자는 그 구성 분자의 입체적인 배열에 따라 분자 단독으로는 가질 수 없는 독특한 성질을 갖는다. 자연계에서 발견되는 초분자 구조와 기능의 상관관계를 탐구하고 이를 모방해 나노-바이오 재료를 개발하고자 하는 연구가 세계적으로 널리 확산되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한편, 효소, 바이러스, 엽록체 등의 기능성 생체분자는 초분자이며 비공유결합은 생명체에 존재하는 무수한 대사과정에 관여하고 있다. 분자 간 비공유결합에 관한 연구는 생물학적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에도 중요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나노 기계가 된 초분자는 몸속에 넣어 암 세포를 치료하거나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등 의료용으로 사용될 수 있다. 에릭 드렉슬러8)가 예견한 ‘세포 수리 공정’이 실현될 날이 올 지도 모른다. 분자수준에서 회전 운동이나 왕복운동 같은 기계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인공분자 스위치가 분자 메모리로도 사용될 수 있다. 소형화‧집적화에 한계를 맞은 반도체 분야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보통 분자의 능력을 넘어선 초능력을 가진 분자, 초분자. 앞으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미래 과학의 주인공이다.

본 콘텐츠는 IBS 공식 블로그에 게재되며, blog.naver.com/ibs_official/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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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23-11-28 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