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주요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IBS Conferences

<아바타> 속 공중 부양하는 돌덩이의 섬, 현실화 가능할까?

강하게 상호작용하는 물질 간 관계를 파헤쳐보자!



이달 말 재개봉을 앞둔 영화 <아바타(AVATAR, 2009>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최고 흥행작으로 꼽힌다. 공상과학(SF) 영화답게 미래, 에너지, 과학기술, 외계 행성 등 다양한 흥미 요소들을 갖춰 국내에서도 천만 관객이 극장을 찾았다. 영화의 큰 흐름은 인류의 지구 보존을 위한 외계행성 침략에 맞서는 토착 세력 간 대결로 그려진다.


▲ 영화 아바타 속 공중에 둥둥 떠 있는 ‘천공의 섬’은 인류와 나비족의 무력 충돌이 일어나게 된 원인이 된다.
인류를 대표하는 인물로 등장하는 제이크(샘 워싱턴)는 나비족으로 잠입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출처: 네이버 영화)

아바타 속 갈등의 원인은 ‘자원’이다. 인류는 지구의 에너지 고갈 문제를 해결하고자 머나먼 행성 판도라로 향한다. 판도라에는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대체 자원이 풍부하지만 토착민 나비(Navi)족과의 전쟁이 불가피한 곳이다. 판도라를 지키려는 나비족과 자원 채굴을 위해 판도라를 침략한 인류. 인류가 손에 넣으려던 자원은 무엇이었을까? 힌트는 바로 위 사진에 있다. 판도라 행성에 존재하는 천공의 섬은 공중에 둥둥 떠 있다. 영화에서는 자기장의 영향을 받아 물질을 붕 떠 있을 수 있게 만드는 금속이 이를 가능케 하는 자원으로 설명된다.

현실 속 상온에 둥둥 떠 있는 섬이 있다. ‘상온초전도’체다. 다만, 상온에서의 상온초전도체는 아직은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꿈같은 얘기다. 초전도체는 영하 240도 이하에서 전기저항이 0이 되는 물질을 말한다. 지난 30년 간 과학자들은 극저온에서나 가능했던 초전도현상이 가능한 한 높은 온도에서도 나타나는 물질을 찾는 연구를 하고 있다.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영하 150도 정도에서 초전도현상이 나타나는 물질을 찾는데 성공했지만 아직 영상 15도 정도의 상온에서 초전도현상을 갖는 물질은 찾지 못했다. 만약 과학자들이 온도를 조금씩 높여 상온 수준에서 임계온도를 갖는 상온초전도체를 찾아낸다면 어떨까? <아바타> 속 공중 부양하는 돌덩이의 섬, 꿈에서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초전도현상을 이해하는 열쇠, 강상관계 물질

상온초전도를 이해하려면 먼저 초전도 현상부터 알아야 한다. 초전도현상은 20세기 초인 1911년 네덜란드 과학자인 카메를링 오너스(Kámerlingh Onnes)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오너스는 헬륨을 액체로 만들려 온도를 영하 270도까지 낮추자 4.3K(절대온도)에서 갑자기 수은의 전기저항이 0이 되는 현상을 발견했다. 학계는 발칵 뒤집혀 졌고, 특정 온도에서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초전도현상의 비밀은 저명 물리학자들의 최대 관심사로 급부상했다. 물리학자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졌으나 비밀은 쉽사리 풀리지 않았다. 그러던 중 1957년 미국 일리노이대학의 교수였던 존 바딘(John Bardeen)과 박사후연구원인 레온 쿠퍼(Leon Cooper)와 대학원생인 존 슈리퍼(John R. Schrieffer)가 이름을 딴 BCS 이론을 발표한다. 이들은 쿠퍼 전자쌍이 형성되면서 초전도현상이 발생한다는 답을 내놓았다. 응집물리학의 대변혁이 시작된 것이다.


▲ 극도로 낮은 온도에서 전기의 저항이 0이 되는 물체, 초전도체는 과학계에서도, 산업계에서도 모두 관심을 갖고 있는 신비의 소재다.
(출처: 위키피디아)

초전도체의 흥미로운 물성은 산업적 응용성도 크다. 전기저항이 0이 되면 마찰로 인한 열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메커니즘이 밝혀지지 않은 초전도체는 응집물리학 분야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소재 중 하나로 꼽힌다. 산업계와 순수과학계 모두에게 초전도체는 말 그대로 ‘핫(Hot)’한 소재인 것이다.

초전도현상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서는 강상관계 물질을 연구해야 한다. 용어에서 유추할 수 있듯 강상관계 물질은 전자들이 매우 ‘강’하게 ‘상’호작용하는 물질을 말한다. 강상관계 물질의 대표적 특징이 바로 고온초전도현상이다. 초전도 연구의 열쇠를 강상관계물질이 쥐고 있는 셈이다.


강상관계물질의 핵심 4인방: 전하, 스핀, 오비탈, 격자

전자 운동에 대한 이해는 현대 과학과 문명의 발전을 이끌었다. 전자가 움직이는 원리를 이해하지 못했더라면 양자역학의 등장도 어려웠을 터. 1930년대 양자역학이 발전하면서 전자의 상태가 다양한 물질의 특성을 결정한다는 사실이 규명되었다. 1940년대 들어 ‘에너지 띠 이론(energy band theory)’이 대두되었고, 반도체 내 전자들의 운동을 제어하는 기술이 발전했다. 이후, 트랜지스터와 다양한 소자의 개발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현대 전자산업이 탄생되었다.


▲ 현대 강상관계 물질 연구의 초점은 전하(charge)-스핀(spin)-오비탈(orbital)-격자(lattice) 4 요소의 상호작용을 탐구하는 데 집중한다.
(출처: 구글)


에너지 띠 이론이 각종 도체, 반도체 속 전자들의 움직임을 잘 설명하지만 자연계에는 에너지 띠 이론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물질들도 있다. 전자들이 매우 강하게 상호작용하는 물질인 강상관계 물질이다. 강상관계 물질 연구는 전하(charge), 스핀(spin), 오비탈(orbital), 격자(attice)라는 4요소의 상호작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부터 시작한다. 강상관계 물질을 떠받치고 있는 4개의 기둥인 셈이다.

물질 내 전자의 상태는 전하, 스핀, 오비탈, 격자가 없이는 설명할 수 없다. 전하는 전기적 성질을 결정한다. 스핀은 자기적 성질과 관련 있다. 전자의 궤도 운동과 연관된 오비탈은 3 가지 자유도(degree of freedom)를 갖고 있다. 이 3가지 자유도와 원자가 배열된 형태인 격자가 4번째 자유도로 설명된다. 이 모든 조합들을 이용해 물질의 상태를 설명하는 것이다.



강상관계 물질 + 연구단 = 무엇을 연구할까?

기초과학연구원(IBS)에는 강상관계 물질을 연구단명으로 삼은 곳이 있다. 강상관계 물질 연구단은 초저온 주사터널링현미경(LTSTM) 등 첨단 장비를 이용해 전자 간 강한 상호작용이 있는 물질의 다양한 물리현상을 규명하고 있다. 국내외 대형 시설들을 적극 활용함은 물론, 새로운 측정 장비들을 직접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연구단은 2016년 새로운 형태의 주사터널링현미경(STM)을 제작해 고온초전도체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기존 STM으로는 관측할 수 없었던 전하의 밀도파동 함수를 직접 관측하는데 성공했다. 연구 결과는 2016년 4월 <네이처(Nature)>에 실려 큰 주목을 받았다. 고온초전도체의 전자쌍 밀도파 관측으로 연구진은 초전도현상을 이해하고 규명하는 데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갔다.

같은 해 연구단은 철 기반의 고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 철은 제작비용이 저렴하고 물질관리가 쉬운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김창영 부연구단장 연구진은 ‘철-닉토겐’ 초전도체를 이용해 임계온도를 18도 이상 올리는 데 성공했다. 철-닉토겐 초전도체에 불순물을 넣어 전자를 추가하는 도핑기술을 이용해 임계온도를 기존 영하 249도에서 영하 231도까지 높이는 데 성공한 것이다. 화합물 내에 특정 원자를 넣는 기존 연구방법에서 벗어나 전자만 도핑하는 기법을 철-닉토겐 화합물에 처음 적용했다는 의의도 있다. 연구 성과는 2016년 8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머터리얼즈(Nature Materials)>에 실렸다.

강상관계 물질 연구단의 수많은 연구 주제 중 강유전체를 알아보자. 강유전체는 외부에서 전압을 주지 않아도 스스로 분극을 가지는 물질이다. 외부에서 전기장을 가하면 내부 분극이 전환된다. 강유전체는 다양한 메모리 소자에 적용이 가능해 산업적으로 응용성이 크다. 특히, 강유전체 기반 메모리는 실리콘 기반 플래시 메모리보다 전력소모가 적고 읽는 속도가 빠르다. 하지만 두께가 얇아질수록 고유의 강유전성을 잃어 고성능 메모리 제작에 어려움이 있었다. 메모리 시장에 실리콘 메모리가 주를 이루는 이유다.

연구단과 부경대 장서형 교수 공동 연구팀은 강유전체물질인 티탄산바륨(BaTiO3)을 이용해 1.4nm(나노미터=10억 분의 1미터) 수준으로 매우 얇으면서도 터널링 효과도 내는 초박막 강유전체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티탄산바륨 두께가 얇아지면 원자가 불균일해지면서 물질의 안정이 깨져 강유전성을 잃는다는 원리를 알아내고, 펄스 레이저 증착법(펄스 형태의 레이저를 쏴 박막을 형성)으로 계면이 균일한 초박막 소자를 제작했다. 소자는 티탄사바륨이 부도체로 변했음에도 전자 투과 현상이 일어나는 터널링 효과를 낸다는 점도 관측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 에 2017년 3월 발표됐다.



▲ 탐침의 압력이 가해지면 유전체 내 분극의 방향이 변화한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후행 변전장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실험과 이론으로 모두 입증해냈다.
(출처: IBS)

최근 연구단은 물질이 휘어졌을 때 전기장이 발생하는 변전효과를 이용해 강유전체의 수평 방향 분극을 제어하는데 성공해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에 발표했다. 외부의 전기장을 가해주지 않아도 변전효과를 통해 전기분극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발견한 것이다. 2011년 노태원 단장 연구진은 물질이 나노미터 크기로 작아질 경우, 매우 큰 변전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 세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이후, 7년 만에 변전효과 연구에 있어 큰 진전을 이뤄낸 것이다. 연구진과 숙명여대 양상모 교수는 강유전체인 비스무스산화철(BiFeO3)을 실험에 적용해 이번 연구에서 후행 변전장이라는 새로운 물리적 개념을 제안했다. 물질이 휠 때, 내부에 전기장이 발생하는 변전효과를 강유전체에 적용할 경우, 전압이 가해지는 방향 뒤편으로 강유전체 내 분극의 방향 전환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이 외에도 연구단은 전자-스핀-오비탈-격자를 중심으로 네 요소의 상호작용을 탐구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전자-스핀의 배열은 물질의 자성을 결정하기 때문에 스핀의 배열형태가 일어나는 조건을 탐색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스핀배열의 원리 탐구 외에도 갑자기 물질의 상태가 변하는 상전이도 연구하고 있다.

자기부상열차, 조만간 우리 현실로?

초전도체의 활용성은 정말로 무궁무진하다. 자기부상열차, 초전도 송전 케이블, 양자컴퓨터, 풍력발전기까지.

1993년 국제박람회인 ‘대전엑스포’에 자기부상열차가 등장해 화제몰이를 한 이후 자기부상열차는 미래 과학기술의 아이콘이 되었다. 합리적 비용으로 자기부상열차를 상용화하려면 전기 에너지 손실 없이 수백 톤에 달하는 열차를 공중에 띄울 만 한 전자석과 자기장이 필요하다. 강한 자기장을 만들려면 엄청난 양의 전기를 흘려보내야하는데 이때 에너지 손실과 소음이 발생한다. 이를 최소화로 구현하는데 상온초전도체가 핵심이다. 독일이나 일본에서도 자기부상열차를 개발해 운행하고 있지만 아직은 비용적인 측면에서 해결할 문제점이 많다. 자기부상열차에 사용된 자석이 상온 초전도체가 아니다보니 초전도체의 온도를 임계점까지 낮춰야 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초전도체를 송전 케이블에 적용할 경우, 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전기를 사용자가 있는 곳까지 손실 없이 그대로 보낼 수 있다. 양자컴퓨터에도 초전도체가 활용되면 전기에너지 손실 없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다.


▲ 일본 야마나시 트랙에서 시험 중인 JR 센트럴 L0 시리즈 초전도 자기부상열차.
2015년 4월 21일 시험 주행에서 세계 최고속도인 시속 603km를 기록했다.
출처: 위키피디아)

세렌디피티(serendipity)는 우연한 발견을 말한다. 과학 연구에서도 획기적 발견이 우연을 동반해 갑자기 나타나곤 한다. 상온 초전도체의 개발은 아직 SF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꿈같은 얘기일지 모른다. 그러나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언젠가는 상온 초전도체를 구현해내는 날이 올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수많은 과학 연구가 그러했듯 노력이 쌓여 어느 시점에 우연처럼 발견이 가능해질지도 모를 일이다. 상온초전도체는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바꿔놓을까? 이제까지 과학이 세상을 변화시킨 것만큼 더 큰 변화를 가져올 거라는 점만은 확실해 보인다. 혹시 모른다. 나비족과의 전쟁 없이도 인류는 지구 위에서 공중에 아파트를 띄우며 살지!

본 콘텐츠는 IBS 공식 블로그에 게재되며, blog.naver.com/ibs_official/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만족도조사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대하여 만족하십니까?

콘텐츠담당자
홍보팀 : 임지엽   042-878-8173
최종수정일 2023-11-28 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