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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비밀 풀기위해 한국에 모인 암흑물질 연구자들


▲ 우주에서 우리가 볼 수 있고 확인할 수 있는 물질은 전체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 중 약 4.4%에 불과하다. 27%가 암흑물질이며, 나머지 68.6%는 암흑에너지로 채워져 있다. 사진은 '총알 은하단(1E 0657-558)'으로 이런 은하단은 눈에 보이는 물질 외에 암흑물질을 많이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wikipedia

지난 6월 중순, 여성 이론물리학자로는 처음으로 미국 하버드대 종신 교수직을 받은 리사 랜들 교수가 방한했다. 리사 랜들 교수는 고려대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암흑물질과 공룡 대멸종 간 관계에 대해 흥미로운 가설을 발표했다. 6600만 년 전 공룡의 멸종을 초래한 것으로 추정되는 소행성(또는 혜성)과의 충돌이, 암흑물질의 영향으로 벌어진 사건이라는 것이다.

"태양계가 속해있는 우리 은하 주변에는 별과 가스가 원반 형태로 모여 있습니다. 그 주변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도 원반 형태로 모여 있어요. 지구가 공전하는 것처럼 태양계도 우리 은하 중심의 주변을 도는데, 이 과정에서 3000만~3500만년 주기로 암흑물질 원반과 만나는 사건이 일어나는 걸로 보고 있습니다. 이때 암흑물질의 중력이 태양계 외곽에 있던 소행성이나 혜성을 끌어당깁니다. 이렇게 태양계로 끌려온 천체 하나가 지구와 부딪치면서 6600만 년 전 공룡의 대멸종을 유발했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리사 랜들 교수의 가설대로라면, 암흑물질로 인해 언제 또다시 소행성이나 혜성이 태양계로, 지구로 날아올지 모른다.

물리학자들은 지구를 비롯해 우주에서 우리가 볼 수 있고 확인할 수 있는 물질은 전체 우주의 약 4.4%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27%가 암흑물질이며, 나머지 68.6%는 암흑에너지로 채워져 있다고 설명한다. 암흑물질은 그 이름처럼 빛과 반응하지 않아 암흑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또한 중력을 매개로만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암흑에너지는 우주가 가속 팽창하도록 만드는 미지의 에너지를 말한다. 우리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존재를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 그 존재를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암흑물질을 연구하는 물리학자들은, 암흑물질의 '약하게 상호작용한다(weekly interacting)'는 특성의 머리글자를 따 '윔프(WIMPs)'와 '위스프(WISPs)'라는 이름을 붙여 암흑물질을 분류한다. 윔프는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무거운 입자(Weekly Interacting Massive Particles)', 위스프는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가벼운 입자(Weekly Interacting Sub-eV Particles)'를 의미한다. 최근 암흑물질 연구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액시온(Axion)'은 위스프의 하나로, 한국인 물리학자인 김진의 경희대 석좌교수가 처음 개념과 이론을 제시해 학계에 발표했다.

전 세계 암흑물질 연구자들 한자리에 모여

세계 각국에서 암흑물질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과학자들이 지난 6월 20일 우리나라 제주에 집결했다. 암흑물질 관련 최대 국제학술대회 '파트라스 워크숍(Patras Workshop on Axions, WIMPs and WISPs)'의 12번째 행사가 이곳에서 개최된 것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단장 야니스 세메르치디스)이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21개국 60여 기관의 연구자 120여 명이 대거 참가, 닷새간의 대회기간동안 최신 연구 동향과 실험에 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전 세계에서 모인 연구자들은 암흑물질을 발견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 방법과 실험을 소개했다. IBS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은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액시온을 검출하기 위해 KAIST 문지 캠퍼스에 검출장비를 구축 중이다. 검출장비는 절대온도 0도에 가까운 극저온(-273℃, 0.15K)의 환경을 유지할 냉동기 안에 자기장을 발생시킬 자석과 마이크로파 공진기를 설치해 만들어진다. 현재 이러한 장비 2개를 구축했으며 올해 말까지 4개를 추가로 만든다.

연구단은 암흑물질 후보 중 하나인 액시온이 강한 자기장과 만나면 광자(빛 입자)로 변할 것으로 추정한다. 이 원리를 이용해 액시온을 찾아낸다는 계획이다. 우선 검출장비 내 설치된 자석에서 약 35~40테슬라의 자기장을 발생시킨다. 마이크로파 공진기로 라디오 채널을 조절하듯 공진 진동수를 조절하다가 액시온의 고유 진동수와 맞아떨어지는 순간 액시온의 에너지가 빛으로 변한다. 이 찰나의 신호를 검출해 낸다는 것이다. 야니스 세메르치디스 단장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실험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2018년 이후 액시온 검출이 가능한 정도의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CERN-IBS, 액시온 검출 공동연구 나서

거대강입자가속기(LHC)로 힉스 입자 입증에 성공한 유럽입자연구소(CERN)은 이번 학술대회에서 IBS와 액시온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 야니스 세메르치디스 단장은 "IBS-CERN의 공동연구가 연구자들의 학술적 교류는 물론 물리학의 발전으로 이어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CERN은 IBS와는 다른 방식으로 액시온 검출을 시도 중이다. 2000년부터 진행해온 'CAST(CERN Axion Solar Telescope)' 프로젝트를 통해 태양에서 방출되는 액시온을 탐색하고 있다. CERN의 CAST 프로젝트는 태양에서 방출되는 액시온이 자기장과 상호작용하며 변할 때 나오는 신호를 탐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IBS 연구진은 CAST프로젝트에 마이크로파 공진기와 신호 처리 기술을 제공한다. 자석은 LHC의 프로토타입(실제 강입자충돌 실험에서 쓰이는 시제작품) 사용한다. CERN과 IBS 공동 연구진은 6월 초부터 CAST 프로젝트용 실험 장치 제작에 돌입했으며, 이르면 8월부터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독일전자가속기연구소(DESY)의 악셀 린드너 대표 단장은 액시온 탐색을 위한 'ALPS(Any Light Particles Search)'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ALPS는 2단계 프로젝트를 통해, 중력파 검출에 성공한 라이고(LIGO) 관련 연구자들이 지닌 광학 지식을 DESY의 입자 가속기에 적용, 고감도의 초전도 광자 측정기를 개발하고 있다. 이를 활용해 마이크로파 공진기로 액시온을 변환한 빛을 정확히 검출해 낸다는 계획이다.

미국 워싱턴대학교 실험물리학 및 천체물리학 연구단에서 진행 중인 'ADMX(Axion Dark Matter eXperiment)'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그레이 립카 교수도 ADMX 실험의 민감도를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ADMX는 오랜 기간 액시온을 추적해온 프로젝트로, 공진기를 이용한 실험에서 독보적인 고전적 실험 방식을 유지하며 성능과 효율을 높이고자한다. 립카 교수는 IBS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에 공동연구를 제안하며 액시온 탐색에 적극 나설 계획을 알렸다.


▲ 이번 PATRAS 워크숍에 참가한 연구진들은 19일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액시온을 비롯해 암흑물질을 검출하고자 쏟고 있는 노력에 대해 설명했다. 왼쪽부터 김진의 경희대 석좌교수, 그레이 립카 교수, 악셀 린드너 단장, 콘스탄틴 지우타스 교수, 야니스 세메르치디스 단장

IBS, 윔프 검출하기 위한 지하실험도 지속

한편, IBS는 또 다른 암흑물질 후보인 윔프를 검출하기 위한 실험도 계속하고 있다. 윔프는 빛이나 전파와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검출을 위해 특수한 장비가 필요하다. 또한 다양한 배경 잡음으로부터 벗어나 순수한 윔프를 관측하기 위해 지하 깊숙한 곳에 검출기를 설치해야 한다. 세계 각국이 폐광이나 동굴을 찾아 깊은 지하로 내려가는 이유도 윔프의 특성 때문이다. 실제 중국은 지하 2.4km, 이탈리아와 미국은 지하 1.4km, 일본도 지하 1km에 윔프 검출기를 설치했다.

IBS 지하실험 연구단(단장 김영덕)은 강원도 양양 점봉산 지하 700m 동굴에 위치해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양수발전소의 일부 공간을 빌려 검출기를 설치했다. 연구팀은 뮤온(muon, 우주선에 포함된 소립자의 일종)의 방해를 최대한 피해 순도 100%의 윔프 신호만을 잡아내고자 검출기를 구리, 플라스틱, 벽돌, 납 등 다양한 차폐물질로 감쌌다.


▲ 강원도 양수 발전소에 위치한 지하실험 연구단의 KIMS 검출기는 윔프를 포착한다. 실험실은 지하 700m에 위치해 있어 터널을 통해 접근할 수 있다.

지하실험 연구단이 보유하고 있는 윔프 검출장비는 킴스 2호기(KIMS-NaI)로, 1호기(KIMS-CsI)보다 큰, 한 변이 3m인 커다란 정육면체 모양이다. 요오드화나트륨(NaI) 검출기는 NaI 결정체의 원자핵이 윔프와 충돌할 때 반응하는 광자를 잡아낸다. 반응한 광자는 금속판으로 만들어진 광증배관(PMT, Photo-Multiplier Tube)을 지나 전류로 변환돼, 점차 전압이 세지며 읽을 수 있는 신호로 바뀐다. 모듈에 맞는 조건으로 계산된 정보는 분석을 위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다.

암흑물질의 발견은 물리학계에 신기원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에 밝혀내지 못했던 입자들 간 상호작용과 관계를 밝히는 단서를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주를 빠른 속도로 팽창시키는 암흑에너지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열릴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거대한 우주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은하단이 왜 생겨났는지 등 비밀을 풀 수 있다. 우주의 비밀이 담겨 있는 커다란 퍼즐 조각, 암흑물질의 유력한 후보인 액시온와 윔프를 찾아내기 위한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싸움은 지금도 전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대외협력실 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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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23-11-28 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