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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계가 놀란 젊은 국내파 과학자
작성자 대외협력실 등록일 2017-01-10 조회 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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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놀란 젊은 국내파 과학자

- 이현재 나노입자 연구단 연구위원 -

이현재 나노입자 연구단 연구위원

많은 국내 과학 인재들은 보수나 장비 등 연구 환경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선진국을 찾고 있다. 미국이 제 3세계의 인재를 독식하는 국제 과학계의 블랙홀로 자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심지어 국내에서는 연구자로 밥벌이를 원한다면, 해외연수 경험이 필수 경력처럼 인식되는 분위기다. IBS 나노입자연구단 이현재 연구위원은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를 졸업, 동 대학에서 석·박사 통합과정을 마치고 뛰어난 연구성과로 세계를 주목시킨 국내파 연구자다.

이제 막 박사학위를 받은 스물 아홉의 그는 지난 3월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에 그래핀으로 만든 '혈당관리 패치'를 비롯해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스(Advanced Materials) 등 주요 저널에 제1저자로 논문을 게재하고 국제특허 두 건, 국내특허만 다섯 건을 출원 중인 '기린아'다. 모두 국내 대학에서 석·박사 통합과정을 이수하면서 낸 기록들이다.이현재 박사를 서울대학교 화학공정신기술연구소에서 만나 국내파 연구자로서의 소회를 들어봤다.

눈으로 볼 수 있는 지식을 갈구하다

"사실 제 관심사는 화학이었어요. 물리학은 꽉 짜인 것이 있는 느낌이라 답답했고 생물학은 예외가 너무 많아 혼란스러워 보였거든요. 단지 화학현상에서 엿보이는 조화로운 모습이 흥미로워서 화학생물공학부를 선택했습니다. 당연히 지금처럼 전자회로로 생명현상을 측정할 줄은 몰랐어요."

연구실에서 만난 이현재 박사는 인터뷰 내내 자신의 현재 모습과 위치가 '우연과 기회가 쌓여 만들어진 것'이라 표현했다. 석·박사 과정 중 이뤄낸 성과를 생각하면 이는 지나친 겸손일지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의 연구생활도 우연과 필연이 복잡하게 얽힌 결과였다.

결정적인 우연은 다름 아닌 스승의 조언이었다. "대학원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은 학부 4학년생이 되면 여러 연구실을 저울질하며 어떤 분야를 연구할지 탐색합니다. 저는 소재에 관심이 많아 현택환 단장님(IBS 나노입자 연구단 연구단장, 서울대 화학과 교수)의 연구실을 택했어요. 여기서 지름이 수 나노미터 이하 크기의 반도체 나노 입자인 양자점(퀀텀닷, quantum dot)을 합성하는 연구를 했는데, 대학원 3년 차로 넘어갈 때 김대형 교수님(IBS 나노입자 연구단 연구위원, 서울대 화학과 교수)께서 임용되셨죠. 그때 현 단장님께서 김 교수와 함께 연구해보지 않겠냐고 물어보셨습니다. 그게 지금의 연구를 시작한 결정적 계기였죠."

물리보다 화학을 좋아했던 사람답게, 이 박사는 구체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을 다루는 데 관심이 많았다. 문제를 해결하거나 이론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유독 재미를 느꼈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과정이나 결과물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양자점 합성분야에 큰 흥미를 갖지 못했다. 아마 현 단장도 이 박사의 그러한 성향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현택환 단장님께 많은 것을 배웠어요. 학생들을 지휘하기보다는 격려하는 리더십을 지닌 분이라 저 스스로도 많은 도전을 할 수 있었죠. 특히 양자점이 매우 민감한 나노입자다 보니 나노 수준에서 물질을 합성하고 실험하는 기술을 쌓는 데는 많은 도움이 됐어요. 그렇지만 구체적인 소자를 만들고 실제로 생체정보를 측정하기도 하는 김 교수님의 연구가 양자점 합성보다 매력적으로 보였어요. 의도치 않게 좋은 기회를 얻게 된 셈입니다."

우연이라고 하지만 그가 일관되게 유지해 온 '흥미를 느끼는 유용한 지식'에 대한 관심이 그를 현재의 전공으로 이끌었을 것이다. 우연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연구자 스스로 본인 인생의 방향을 결정한 셈이다.


▲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한 '다기능 내시경 시스템'(좌)과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발표한 그래핀으로 만든 '혈당관리 당뇨패치'

새로운 길에서 깨달은 '함께하는 즐거움'

호기롭게 선택한 새로운 전공이었지만 시작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용어의 정의나 용법이 제가 알던 것과는 너무 달랐어요. 처음에는 김대형 교수님의 설명을 이해하기도 버거울 정도였죠. 학부 때 배터리에 관심이 있어서 공부했던 전기화학이 그나마 약간의 도움이 됐습니다. 대학교 새내기 시절처럼 꾸준히 공부하면서 외국어를 습득하듯 하나하나 터득해 나갔죠."

사실 그의 어려움은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김대형 교수의 연구분야는 나노소자를 이용해 생체 신호를 포착하고 기록하는 응용분야라 같은 연구실에 모인 사람들의 배경도 이현재 박사와 같은 화학생물공학부과 출신부터 전기공학, 기계공학, 재료공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당연히 알아야 할 것도, 배워야 할 것도 많았다. 무엇보다 어려운 점은 이현재 박사가 신생 연구실의 초창기 구성원이었다는 것이다.


▲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실린 이 연구위원의 인터뷰. 이 인터뷰에서 이 연구위원은 동료의 힘을 강조했다.Ⓒ Nature Nanotechnology

"선배가 없었어요. 직장에서도 그렇겠지만, 연구실에서의 연구 활동도 같은 분야의 선후배 관계에서 실무를 배워나가는 과정이거든요. 그런데 저는 새로운 분야인 데다 제게 조언이나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해줄 선배가 없었어요. 처음부터 모두 다 직접 찾아서 해야 했죠. 물론 핵심적인 부분은 교수님께서 알려주시긴 했지만, 교수님께 서 대학원생이 할 일 하나하나를 일일이 지정하고 가르쳐 주실 수는 없으니까요."

어려움은 강의나 세미나 시간에만 그치지 않았다. 연구실을 새로 꾸리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이 박사의 표현을 빌자면 '비커 하나조차도 없는 빈방'이 연구실을 옮기던 당시의 모습이었다고. 기자재 구매은 물론이고 가스 배관의 경로를 정하는 것부터 연구실로 들이는 전기를 2상으로 할지 3상으로 할지, 승압은 필요한지 아닌지를 모두 일일이 발품을 팔아서 해결해야 했다. 실험기법이나 프로세스도 다시 설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막막했죠. 특히 어려웠던 점은 저 자신이 선배로서 연구팀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저도 아는 것이 없는데 말이죠. 다시 하라면 못할것 같아요." 그러나 따라야 할 길이 없다는 말은 어떤 길도개척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 박사는 이러한 어려움 덕분에 연구 커뮤니티에서 의견을 조율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었다고 한다.

"우리 연구실에서 낸 논문을 보면 유독 저자가 많아요. 그만큼 많은 사람이 연구에 참여하기 때문인데, 다양한 이견을 조율하고 통합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아이디어는 풍부해지는 면이 있어요. 물론 그 과정에서 의견충돌이 생기곤 합니다만, 이를 조율하는 것도 연구팀장으로서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니까요. 수많은 팀원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 많은 논문을 다 발표할 수 없었을 겁니다." 실제로 그는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와의 인터뷰에서 동료들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작은 아이디어를 완전한 연구시스템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말미에는 동료들이 아니었다면 연구결과를 내는 데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 인터뷰의 제목도 'The joy of working together.'"취미로 플루트를 연주하고 있어요. 중학교 때 처음 배웠는데, 그때는 내 소리가 드러나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누구보다 큰 소리를 내려고 노력했어요. 대학생이 돼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활동을 시작하면서 제가 잘못 생각했다는 점을 깨달았죠. 다른 사람의 악기 소리와 조화를 이루는 게 더 중요하다는 점을 안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연구는 합주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합주 중에서도 지휘자가 따로 있는 오케스트라보다는 악기 주자들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는 현악 4중주죠."

창의적인 연구의 비밀, 협업과 몰입

'함께하는 연구'는 이 박사가 굳이 해외 유학을 고집하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협업과 자연스러운 분업이 어우러진 연구를 선호하는 그에게 동료와의 소통이 당장 자유롭지 못한 해외 생활은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많은 사람이 해외에서 연구할 생각이 없는지 물어보곤 해요. 사실 외국에서 공부해 본 적이 없어서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저는 국내에서의 연구가 해외에서보다 특별히 한계가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 이 연구위원은 IBS의 가장 큰 장점으로 잘 갖춰진 연구장비와 인력풀을 꼽았다. 아이디어만 있다면 연구에 몰두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이 박사는 자신의 경우는 한정된 사례라는 단서를 두고 국내 연구 환경에 대한 생각을 조심스럽게 밝혔다. 어쩌면 현택환 단장과 김대형 교수라는, 두 저명한 과학자의 연구실에서 함께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는 연구자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체계적인 분업이 가능하다는 점을 국내연구의 최대 장점으로 꼽았다. 이번에 발표된 혈당 센서 패치 연구에도 현택환 단장과 김대형 교수, 의과대학연구진이 함께 참여해 소자 합성부터 응용, 동물실험에 이르는 과정을 서로 분담했다고 한다. 마치 한 연구실 내에서 연구자들이 서로 역할을 나누어 맡았던 것처럼 사람들의 관계를 통해 각자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IBS 내에서 이러한 역할분담이 더 활발하게 이루어졌다며, IBS 연구단에 소속된 것이 무엇보다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가장 큰 변화는 연구에 전념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IBS 연구단 소속 이전과 이후가 아주 달라요. 연구단 소속 이전에는 외부 프로젝트가 많아서 자신만의 연구에 집중하기도 쉽지 않고 행정적인 일도 많은 편이었어요. 하지만 IBS 연구단에 소속되고 나서는 교수님도 실패할 걱정 하지 말고 아이디어가 있으면 연구로 추진해보라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무엇보다 연구 장비가 잘 갖춰져 있는 게 장점입니다. 고가의 연구 장비는 공동으로 사용해야 하는데, 예전에는 여러 연구실에서 함께 쓰다 보니 스케줄이 빡빡해 제때 실험하기 어려웠거든요. 그래서 실험결과 하나 확인에도 3~4일은 걸렸어요. 그런데 지금은 소자 합성과 구현에 필요한 장비를 모두 한 공간에 집중시킨 데다 연구단 내에서만 사용하고 있어서, 마음만 먹는다면 하루 이내에도 결과를 낼 수 있지요. 해외의 어지간한 연구기관에서 지금 수준의 장비를 갖출 수 있는지 생각해보면 국내 IBS 연구단에 소속된 지금이 연구하기에는 더 좋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아이디어가 부족해서 연구를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 여력이 안 되거나 시설이 부족해서 연구를 못 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요."

연구여건이 충분히 만족스럽다고는 하지만, 그역시 언젠가는 해외 경험이 필요할 수 있겠다고 인정한다. 외국의 연구기관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이 있어서라기보다 다양한 경험과 넓은 인맥이 긴 연구생활에 있어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내와는 또 다른 환경이 그의 연구생활에 있어 새로운 자극제가 될 수도 있다. "지금으로서는 연구문화를 체험하는 수준의 단기체류 이상은 생각하고 있지 않아요. 그다지 절박하지 않은 거죠. 아직은 해외 경험에 도전하기 두려운 것일 수도 있고요. 주변에서 유학을 준비하시는 분들 보면, 굉장히 준비할 게 많아 보이고 본인들이 하고 싶은 것이 분명하거든요. 그런데 저는 국내에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이 다 있으니 해외 경험의 필요성을 그리 크게 느끼지 않는 것이겠죠. 그래도 언젠가는 새로운 문화권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연구를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새로운 도전이 고생스럽긴 하겠지만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니까요."

새로움이 편안한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독주보다는 협연의 소중함을 아는 그이기에 새로운 곳에서의 적응이 걱정되기보다 어떤 사람들과 기분 좋은 '사고'를 칠지 사뭇 기대된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머지않아 해외에서 그의 새로운 도전에 대한 소식을 들을 수도 있지 않을까.


"지금으로서는 연구문화를 체험하는 수준의 단기 체류 이상은 생각하고 있지않아요. 그다지 절박하지 않은 거죠. 아직은 해외 경험에 도전하기 두려운 것일 수도 있고요. 주변에서 유학을 준비하시는 분들 보면, 굉장히 준비할게 많아 보이고 본인들이 하고 싶은 것이 분명하거든요. 그런데 저는 국내에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이 다 있으니 해외 경험의 필요성을 그리 크게 느끼지 않는 것이겠죠. 그래도 언젠가는 새로운 문화권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연구를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새로운 도전이 고생스럽긴 하겠지만 새로운 사람들과 함게하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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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17-11-15 0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