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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자의 마법' 풀어 고온초전도체 근본 원리 규명
작성자 대외협력실 등록일 2016-09-28 조회 9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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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의 마법' 풀어 고온초전도체 근본 원리 규명

- 김창영 강상관계 물질 연구단 부연구단장(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


▲ IBS 강상관계 물질 연구단에서 '꿈의 물질' 초전도체의 상용화 가능성을 높이는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김창영 부연구단장

인터뷰 미리보기

Q: 강상관계 물질이란 무엇인가요?
A: 물리학의 대상은 기체, 고체, 액체 등으로 모든 상으로 다양하고, 이 중 고체물리학은 고체를 대상으로 연구합니다. 고체는 원자들로 이뤄지고 원자는 다시 원자핵과 전자로 구성되는데, 고체의 성질은 전자의 활동에 따라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반도체는 전자가 많지만 하나가 있는 것처럼 설명이 가능하기도 하고, 전자들이 상호 작용을 해 자성, 초전도 등의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나는 물질도 있습니다. 특히 전자의 상호 작용이 큰 물질을 강상관계 물질이라고 합니다.

Q: 초전도 분야를 꾸준히 연구해 오셨습니다.
A: 특정온도(임계온도) 이하에서 전기저항이 0이 되고 내부 자기장을 밀쳐내는 초전도는 고체물리학에서 흥미로운 현상이지만, 복잡한 작동원리를 갖고 있습니다. 1911년 초전도 현상이 발견됐고 1957년 이를 설명하는 이론(BCS 이론)이 제시됐으나, 1986년 BCS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고온초전도체가 등장했습니다. (고온)초전도체는 강상관계 물질 중의 대표입니다. 이 중에서 구리산화물 고온초전도체와 철 기반 초전도체를 꾸준히 연구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철 기반 초전도체에 속하는 철-닉토겐 화합물 초전도체의 상용화 가능성을 높이는 연구성과를 거두었습니다.

Q: 30년쯤 된 물리학 난제도 푸셨다고 들었습니다.
A: 최근 각광받고 있는 위상 절연체(내부는 절연체이지만 표면에서는 전기가 흐르는 특성을 가진 물질)에서 중요한 라쉬바(Rashba) 현상(전위차에 의해 비자성체의 전자스핀 상태가 변하는 현상)을 이론적으로 규명한 바 있습니다. 라쉬바 현상은 1984년 예측된 이래 실험적으로만 확인했는데, 2011년 근본 원리를 규명해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발표했습니다. 거의 30년 된 난제를 푸는 데 성공했다고 할 수 있지요.

초전도체는 특정온도(임계온도) 이하에서 전기저항이 사라지기 때문에 전선을 만들면 전원공급 없이 전류를 계속 흘릴 수 있고 전기저장장치를 만들면 오랫동안 전기를 고스란히 보존할 수 있다. 최근 IBS 강상관계 물질 연구단에서 '꿈의 물질' 초전도체의 상용화 가능성을 높이는 연구성과를 발표해 화제가 됐다.
이번 연구를 이끈 IBS 강상관계 물질 연구단 김창영 부연구단장을 서울대 물리천문학부에서 만났다. 김 부연구단장은 초전도체를 비롯한 강상관계 물질의 전자 구조를 꾸준히 연구해온 권위자로 지난해 9월 연구단에 합류했다. 그를 만나 그동안의 연구성과와 함께 IBS 강상관계 물질 연구단에서 추진할 연구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철 기반 초전도체의 상용화 가능성 높였나

"철-닉토겐 화합물 초전도체의 임계온도를 획기적으로 올렸다는 의미에서 상용화 가능성을 높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 부연구단장은 지난 8월 16일 '네이처 머티리얼즈' 온라인판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초전도체의 상용화 가능성을 높였다는 말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초전도체 상용화의 관건은 임계온도를 올리는 것인데, 이번 연구에서 철-닉토겐 화합물 초전도체의 임계온도를 17도 정도 끌어올렸으니, 이 성과가 상용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철-닉토겐 화합물 초전도체의 임계온도를 24K(-249℃)에서 41.5K(-231℃)로 끌어올렸다.


▲ 김창영 부연구단장이 최근 네이처 머티리얼즈에 게재된 철-닉토겐 초전토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초전도체 분야는 1986년 구리화합물 고온초전도체(임계온도 35K, 즉 –238℃ 이상)가 발견된 이후 구리화합물 초전도체의 임계온도를 133K(-140℃) 이상까지 높이며 상용화에 가까워졌다. 하지만 스칸듐, 이트륨 같은 희토류 원소가 들어가 제작 단가가 높고, 대량 생산 시 균일한 성능을 유지하기 어려워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다. 최근 비용이 저렴하고 다루기 쉬운 철 기반의 초전도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데, 철 기반의 초전도체는 다시 철-닉토겐 화합물과 철-칼코겐 화합물로 나눠진다. 특히 미량의 불순물을 넣어 전자나 정공을 추가하는 도핑(dopping)으로 철 화합물 초전도체의 임계온도(최고 기록 100K, 즉 –173℃)를 올리려고 노력해 왔다.

김 부연구단장 연구팀은 철-닉토겐 초전도체에 알칼리 금속인 칼륨과 나트륨 원자를 표면에 붙여 전자를 도핑하는 방법으로 임계온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그는 또 "이번 연구 성과는 단순히 임계온도를 올렸을 뿐만 아니라 철-칼코겐 초전도체와 철-닉토겐 초전도체의 초전도성을 동일한 원리로 설명 가능한 통합 이론 존재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이 전자 구조를 측정해 그동안 철-닉토겐 초전도체의 초전도성 발현에 중요하게 여겨졌던 '네스팅 조건(nesting condition)*'이 관련 없음을 처음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 네스팅 조건 : 철-닉토겐 화합물에서 관찰되는 서로 다른 두개의 페르미면이 얼마나 유사한 모양을 가지는가를 보고 둘의 모양이 비슷하면 네스팅 조건이 좋다, 많이 다르면 네스팅 조건이 나쁘다고 칭한다. 그동안 네스팅 조건이 좋으면 임계온도가 높고, 나쁘면 임계온도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여겨졌다. 철-칼코겐 초전도체에는 해당 되지 않아, 두 화합물이 초전도성을 나타낼 때 서로 다른 작동원리를 갖는다는 것이 정설로 통했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를 거두기 위해 미국과 일본의 도움을 얻었다. 초전도 현상을 관찰하기 위해 고체 내 전자의 운동량과 에너지를 측정하는 각분해 광전자 분광기(ARPES)라는 장비를 이용하는데, 이 실험에는 고품질의 시료와 가속기가 필요하다. 김 부연구단장은 "철-닉토겐 화합물인 Ba(Fe1.94Co0.06)As2의 고품질 시료는 일본 오사카대 마사미치 나카지마 박사팀에게서 얻었고, 각분해 광전자 분광 실험은 알칼리 금속 표면 증착에 최적화돼 있는 미국 버클리 방사광가속기 ALS(Advanced Light Source)에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ALS에는 정기적으로 실험시간을 얻기 위해 연구제안서를 쓰고 있으며, 나카지마 박사와는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박사과정생 시절부터 친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구리산화물계 초전도체의 통합 이론에도 기여할 것

김 부연구단장이 처음부터 초전도체를 연구한 것은 아니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석·박사 통합과정을 밟을 때는 광전자 분광 현미경을 개발한 뒤, 이를 이용해 반도체 표면의 광전자를 분석하고 반도체 표면을 연구했다. 박사학위를 받은 직후 그는 스탠퍼드대 신임 교수로 온 쉔(Zhi-Xun Shen) 교수의 제안을 받아 스탠퍼드 방사광가속기연구소(SSRL)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5년가량 근무했다. 몇 년간 스탠퍼드 방사광가속기의 빔라인을 맡아 구체적으로 디자인하고 테스트하며 제작했다.

고온초전도체 중에는 구리산화물이 많은데, 김 부연구단장은 1995년부터 구리산화물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사슬 구조를 갖고 있는 구리산화물을 연구해 전자의 '스핀-전하 분리' 현상을 실험으로 증명했다"고 말했다. 전자는 전하(음전하)와 스핀(입자의 자전)이란 특성을 갖고 있는데, 전자가 움직이면 스핀과 전하도 함께 움직이지만, 1차원 고체에서 전자가 여러 개 모여 있을 때는 스핀과 전하가 따로 움직인다는 것이 이론적으로 알려져 있었다. 김 부연구단장은 1996년 가속기에서 각분해 광전자 분광 장비로 실험해 스핀과 전하가 분리된다는 단서를 찾아낸 뒤 '피지컬 리뷰 레터'에 발표했고, 10년 뒤인 2006년에는 전자의 스핀과 전하를 각각의 밴드로 정확히 구별하는 데 성공해 '네이처 피직스'에 게재했다. 스핀-전하 분리 현상을 실험으로 완전히 검증한 것이다.

김 부연구단장은 이후 이리듐계 산화물을 대상으로 새로운 분야를 여는 연구에 참여했으며, 30년가량 된 난제인 '라쉬바 현상'을 완전히 규명하기도 했다. 그는 "구리산화물 중에서 전자 도핑계 고온초전도체를 꾸준히 연구해 왔는데, 최근 구리산화물계 초전도체도 통합적인 이론으로 설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결과를 얻어 논문으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구리산화물 초전도체는 전자 도핑계와 홀 도핑계로 나눌 수 있다.

초전도 분야, 특히 전자 도핑계 구리산화물 초전도체, 철 기반 초전도체를 연구해 온 그는 한때 초전도 관련 해외 저널(Progress in Superconductivity)의 편집위원을 역임했고, 2011년부터는 한국 초전도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그는 초전도 분야의 이슈에 대해 "임계온도가 300K 정도인 상온초전도체를 발견하고 고온초전도체를 확실히 설명할 수 있는 근본 이론을 찾아내는 것"이라 답했다. 그는 또 초전도체 상용화의 걸림돌에 대해 "고온초전도체를 제작하는 공정을 줄일 수 있으면 비용도 절약하고 수율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전력 케이블의 일부 구간을 초전도 선재로 교체하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 (좌)김 부연구단장이 지난해부터 1년 넘게 구축 중인 장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늦어도 내년 초까지 완성할 예정인 본 장비는 기존 각분해 광전자 분석 장치에 새로운 장치 1대와 합쳐 새로운 시스템(integration system) 구현이 가능하다

"앞으로는 전자 궤도 연구에 집중할 계획"

그는 15년간 연세대에 자리 잡고 있다가 어떻게 IBS 강상관계 물질 연구단에 참여하게 됐을까. "연구비 지원뿐 아니라 같은 분야의 많은 연구자들이 모여서 연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연구를 잘하기 위해서는 적정 인원(critical mass)이 필요한데, IBS 강상관계 물질 연구단의 참여가 이를 이룰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IBS 강상관계 물질 연구단에서는 연구 분야가 나눠져 있다. 즉 노태원 단장 그룹이 적외선 분광학과 박막 특성을 연구하고, 박제근 부연구단장 그룹이 단결정 시료 성장과 자성 특성을 연구하는 한편, 김 부연구단장 그룹은 광전자 분광법을 이용해 물질의 전자구조를 연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강상관계 물질을 연구할 때 전자구조, 스핀을 보는데, 앞으로 그는 궤도에 중점을 두고 연구할 계획이다. 그는 스핀-궤도 결합 물질(보통 전자의 스핀과 궤도는 따로 있는데, 원자번호가 큰 물질은 둘이 결합하고, 스핀-궤도 결합의 영향으로 라쉬바 효과, 위상 절연체, 스핀 홀 효과 등이 나타난다)에서 스핀보다 궤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혀서 라쉬바 현상의 근본 원리도 규명한 바 있다. 그는 "앞으로 초전도체에서 전자 궤도의 역할, 자유도처럼 궤도와 관련된 것을 연구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 부연구단장은 지난해부터 1년 넘게 장비를 디자인하며 구축하고 있는데,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완성할 계획이다. 각분해 광전자 분석 장치의 경우 기존의 1대를 새로운 장치 1대와 합쳐서 통합 시스템(integration system)을 만들고 있다. 그는 "각각 따로 있는 것보다 더 큰 성능을 발휘할 것"이라며 "예를 들어 시료를 성장시킨 뒤 밖으로 꺼내지 않고 진공 장비 내에서 실험이 가능하도록 꾸미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강상관계 물질 연구 커뮤니티에 대한 책임감도 잊지 않고 있다. "IBS 강상관계 물질 연구단이 관련 연구의 중심축이 돼서 연구장비가 부족한 사람에게 개방하고 연구력이 발전할 수 있도록 사람을 모아줄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미래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끌고 살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싶다"며 "아무도 못했던 것, 새로운 것을 연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IBS는 정부에서 여유를 갖고 지켜봐 줄 수 있으면 좋을 것"이라며 "연구비 지원을 늘리기보다 꾸준히 연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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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23-11-28 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