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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과 실험을 잇는 소통의 연구, 계산화학 게시판 상세보기
제목 이론과 실험을 잇는 소통의 연구, 계산화학
작성자 대외협력실 등록일 2016-04-25 조회 1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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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과 실험을 잇는 소통의 연구, 계산화학 - 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백무현 부연구단장 -

KAIST 자연과학동에 위치한 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계산화학을 하는 백무현 부연구단장의 연구실은 여느 화학연구실과 다르다. 보통 컴퓨터 모니터의 3배에 달하는 대화면 모니터가 책상 한 가운데 2대가 솟아 있다. 그 주변으로도 크고 작은 모니터 3대가 놓여 있다. 화면 속에는 복잡한 화학식들이 가득하다. 칠판에도 여러 화학 반응식들이 휘갈기듯 쓰여 있다.

화학자라면 흰 가운을 입고 비커와 스포이트 또는 글로브 박스로 실험을 하는 연구자가 떠오르지만, 계산화학자는 다르다. 물질 간 화학반응의 메커니즘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토대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새로운 촉매물질을 예측하고 발굴한다. 이론으로 밝혀진 후보 물질이 실험으로 증명되기 전에 계산화학이 후보군의 가능성을 검증해 선별한다. 계산화학이 이론 화학과 실험 화학을 잇는 소통의 도구인 셈이다. 백 부단장은 계산화학분야에 전문영역을 구축해왔다. 화학과 컴퓨터의 매력에 빠져 계산화학의 길을 걷고 있는 백 부단장의 연구 이야기를 들어봤다.


▲ 백 부단장은 계산화학이 갖고 있는 강점으로 활발한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연구 간 시너지가 발휘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연구에 매진할 계획이다.

화학도 좋고 컴퓨터도 좋다면, 계산화학을 해봐!

백 부단장은 ‘금속’에 관심이 많았다. 사람뿐만 아니라 자연환경에서도 꼭 필요한 금속의 존재와 반응이 궁금했다. 중요한 금속의 역할, 반응이 복잡할수록 더 흥미를 느꼈다. 예를 들어 우리 혈액의 적혈구가 산소를 운반하기 위해서는 적혈구 속 헤모글로빈이 산소분자를 잘 붙잡고 있어야 하는데, 이는 철(Fe)을 함유하고 있는 헤모글로빈 속 단백질 덕에 가능하다. 금속에 대한 흥미는 자연스럽게 화학으로 이어졌다.

10살 때 부모님을 따라 독일로 건너간 백 부단장은 그 곳에서 대학까지 마쳤다. 뒤셀도르프에 위치한 하인리히 하이네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던 중 우연히 본 포스터를 보고 미국으로 떠난다. 당시 독일 정부인 학술교류처(DAAD)에서 지원하는 박사전(Predoctoral Scholar) 프로그램에 지원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채플힐 캠퍼스에서 박사과정을 밟게 된 것이다.

“채플힐에 도착해서 무턱대고 로버트 파 교수(Robert Parr, 저명한 이론화학자로 밀도범함수 등 계산화학 발전에 기여함)를 찾아갔어요. 제가 재밌게 읽었던 화학책의 저자였거든요. 가서 한참을 얘기하는데 갑자기 로버트 교수가 본인은 물리학자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아차’ 싶었는데, 무기화학을 배우고 싶다면 다른 교수가 좋겠다고 채플힐의 화학과 교수들을 추천했어요. 그러면서 ‘이론화학을 전공한다면 화학반응을 아는 연구자가 되라’고 덧붙이셨어요. 당시에도 이론화학자와 계산화학자 간 소통이 어려웠거든요. 로버트 교수의 조언대로 이론과 실험에 능한 지도교수를 다시 찾아 나섰어요. 지금 돌이켜 보면 로버트 교수와의 만남이 저를 계산화학의 세계로 이끈 계기였던 셈이죠.”

백 부단장이 2번째로 만난 교수는 신디 샤워 교수였다. 열정과 의욕이 넘치는 젊은 교수로 이론과 실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소수정예로 실험에 투입되었고 소규모 수업이 진행돼 토론이 활발했다.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던 백 부단장은 프로그래밍을 배우기 시작했다. 화학과 컴퓨터에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백 부단장은 신디 교수와 함께 박사과정을 보내며 이론과 실험에 강점을 키울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신디 교수가 재미난 제안을 했다. “무키(백 부단장의 별칭), 화학도 좋아하고 컴퓨터도 좋아한다면 계산화학을 해 보면 어때?” 백 부단장은 실험실에서 직접 실험을 하고 동료들의 실험도 보며 화학반응을 익혔다. 이처럼 화학반응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론화학을 배웠기 때문에 전문성이 남다르다. 이론과 실험의 두 영역을 모두 이해하는 계산화학자는 화학계에서는 소위 ‘‘바이링궐(biligual, 2개 국어 사용자)’이나 다름없다.

“이론화학과 실험화학을 하는 연구자들은 서로 사용하는 언어부터 달라요. 이론화학에서 말하는 반응이 A라면 실험화학에서는 B로 이해하는 경우가 있죠. 이 둘 사이를 이어주는 것이 바로 계산화학이에요. 계산화학은 양쪽을 다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해요. 저는 실험실에서 동료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동시에 이론화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양 연구영역 사이를 이어줄 수 있어요.”

시너지와 융합의 학문, 계산화학

계산화학은 화학계에서도 시너지가 큰 분야이기 때문에 공동연구가 활발하다. 지난 달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된 논문 ‘메탄의 붕소화 촉매반응(Catalytic borylation of methane)’의 경우도 미국 연구진과 함께 연구를 진행했다. 특히, 연구에 참여한 대니얼 민디올라(Daniel J. Mindiola)교수는 백 부단장에게 형제와도 같은 절친한 동료다. 백 부단장은 순수 실험 분야 연구자인 민디올라 교수와 나눈 아이디어를 발전시켰고, 귀국 후 이처럼 성공적인 연구 결과를 낼 수 있었다.

백 부단장의 이번 연구성과는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메탄가스는 우리 주변에 흔한 물질이다. 매년 발생량이 늘어나고 있지만 화학반응을 만들기에 반응성이 낮아 골칫거리다. 탄소와 수소로만 이뤄졌지만 그 결합이 너무 강해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게 화학계의 오랜 난제였다. 백 부단장은 이번 연구에서 이리듐으로 붕소화 촉매반응을 일으킴으로써 메탄가스를 화학적으로 분해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계산화학은 전통적으로 화학반응을 관찰하고 설명하는 데 그쳤지만, 최근 들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새로운 화학반응을 발견하고 예측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민디올라 교수와 저는 메탄가스 분해와 관련해서 서로 다른 각도에서 같은 문제를 보며 해결점을 찾아갔어요. 제가 계산화학모델을 만들면 민디올라 교수가 실험을 하는 방식이었죠. 제가 굉장히 정교한 양자 역학 컴퓨터 모델을 고안해 어떤 촉매가 메탄가스에 효율적인 반응을 일으킬지 예측하고 분석하면, 민디올라 교수가 예측값을 갖고 실험을 진행했어요.”


▲ 탄소와 수소로만 이뤄진 메탄가스는 발생량이 매우 많지만 활용할 수 없어 큰 골칫거리다. 백 부단장의 연구는 메탄가스를 활용한 화학적 합성의 길을 열어, 원유를 대체할 정도로 다양한 활용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백 부단장과 민디올라 교수는 10년 이상 함께 연구하며 지낸 각별한 사이다. 서로 짝꿍처럼 붙어 다니며 화학에 대한 아이디어를 토론했다. 화학에 대한 갈증을 풀고 연구 아이디어를 나누기 위해 매년 휴가도 함께 보낸다. 하루에 한 번 이상 이메일을 주고받는다는 백 부 단장과 민디올라 교수. 요즘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

“메탄가스를 분해할 수 있는 박테리아에 주목하고 있어요. 산소와 철만 이용해 메탄가스를 분해하는데, 이를 이해하면 바이오매스(Biomass)가 어떤 방식으로 발생하고 화학적 메커니즘이 생기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이언스 성과에서처럼 계산화학이 시너지를 내어 좋은 연구성과가 도출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백 부단장은 유기금속촉매의 합성과 반응 외에도 인공광합성 연구로 세계 화학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는 이산화탄소의 산화와 환원을 중심으로 인공광합성을 가능케 하는 촉매 메커니즘을 밝혀낸 성과를 인정받아 슬로언 리서치 펠로우, 카블리 펠로우 등에 선정되기도 했다.

연구 열정이 가득한 IBS, 화학의 미래가 기대돼

계산화학이 시너지와 융합의 학문인만큼 백 부단장은 팀워크를 강조한다. 한국이 미국 등 화학강국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팀워크야말로 연구자들이 갖춰야 할 필수덕목이라고 말한다. 하루가 다르게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 속에서, 혼자 하는 연구로는 더 이상 화학계에 큰 발견을 이뤄낼 수 없다는 설명이다.

“화학연구에서 팀워크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을 가능하게 하는 에너지입니다. IBS는 그런 의미에서 여러 연구자들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환경을 구축해 두었어요.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중대한 과제(Big Problem)를 해결해나간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입니다. IBS에 소속돼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강한 동기부여가 됩니다.”

백 부단장은 아이디어만 갖고 있던 상태에서 IBS에 합류한 후 연구에 집중해 성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 동료 연구자들의 지원과 연구 환경이 백 부단장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배경으로 작용한 것이다. 그는 연구 열정이 가득한 IBS에서 후학들을 양성하며 한국 화학계의 미래를 탄탄하게 하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그는 대학원생들에게 ‘왜’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통해 독립적인 사고력을 키울 수 있도록 조언한다.

“미국이 화학에 강한 이유는 토론 문화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 지식에 대한 기본기는 다 갖춰졌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문제 해결력은 활발한 토론에서 나옵니다. 답이 없는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에 접근하려면 ‘왜’라는 질문이 필요합니다. 자유로운 생각을 펼치며 순수한 호기심이 갖는 힘이 발휘되도록 후배 화학자들과 함께 연구하고 싶습니다.”

백 부단장은 “눈코 뜰 새 없이 연구생활로 바쁘지만 하루하루가 즐겁다”고 말했다. 계산화학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공동연구 요청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는 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의 다양한 연구주제에 흥미를 느끼고 적극적으로 연구에 임하고 있다. 백 부단장이 IBS에 합류하며 연구단에는 더 많은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연구도 활발해진 것이다. 그는 “연구단 내에서 계산화학자와 일반 화학자 간 ‘케미(Chemi)’가 불꽃이 일만큼 좋다”고 말했다. 백 부단장은 앞으로도 계산화학을 통한 화학계의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화학이 대단히 발전한 것 같습니다. 미국과 비교했을 때 뒤지지 않아요. 업무 환경도 잘 되어 있고 무엇보다 IBS를 비롯한 한국의 대학들, 연구기관들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어요. 계산화학이 새로운 화학의 시대를 이끈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촉매물질을 개발하는데 신속하고 합리적인 반응 과정을 밝혀 화학계의 시너지가 나도록 역할을 다하고 싶습니다.”


▲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백무현 부연구단장은 이론화학과 실험화학을 모두 이해하는 탄탄한 배경을 지닌 계산화학자다. 그는 계산화학을 이론과 실험을 잇는 소통의 연구라고 설명한다.

대외협력실 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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