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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단백질 군집 속도 10배 높여

'뭉쳐야 산다'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생명과학을 연구하는 연구자에게 이 말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협력에만 한정되는 뜻이 아니다. 세포막을 이루는 단백질이나 신호를 전달하는 단백질, 혹은 우리 몸 속 여러 종류의 효소도 같은 종류의 덩어리끼리 서로 뭉칠 때 제 기능이 활성화된다. 예를 들어, 세포막의 이온 채널 단백질은 하나가 아니라 자신들끼리 여럿이 뭉칠 때, 열고 닫는 채널로서의 기능이 발휘된다. 단백질이 이렇게 뭉치는 것을 '군집(cluster)'을 형성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단백질의 기능 활성을 위해 군집을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연구자들은 일찌감치 화학물질로 단백질 모으는 방법을 시도해왔다. 그러나 화학물질로 인한 부작용과 군집 반응이 오래 걸리는 등의 시간적 제약 등 한계에 부딪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광유전학 분야 연구자들은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빛을 이용해 단백질 군집을 형성하는 방법을 찾는다. 바로 식물의 청색광 수용 단백질인 크립토크롬2(이하 CRY2)를 활용하는 것이다.

IBS 연구진은 크립토크롬2의 일부 구조를 변형해 기존 크립토크롬2를 활용한 광유전학 기술보다 단백질 군집을 더 빠르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크립토크롬2의 단백질 사슬 C말단(C-terminal)1)에 특이적인 9개의 아미노산 잔기로 구성된 매우 짧은 펩티드(Peptide)를 부착하자, 일반 크립토크롬2보다 빛에 10배 이상 더 빠르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관찰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기존 기술과 차별화하기 위해 CRY2clust라 이름 붙였다.

연구팀은 과거 자체 개발한 광유전학 기술에 CRY2clust를 접목해 CRY2을 이용한 기존 시스템과의 단백질 활성 효율의 차이를 확인했다. CRY2clust를 사용하면, 빛으로 세포막의 칼슘이온채널을 훨씬 빠르게 끄고 켜거나(광유도 칼슘이온채널 활성 시스템 ; OptoSTIM1), 신경세포의 분화를 더욱 효율적으로 조절(광유도 신경성장인자 수용체 활성 시스템 ; OptoTrkB)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더 나아가 실험실에서 단백질 군집 형성에 주로 활용하는 여러 형광단백질(Fluorescent protein)2)과 크립토크롬2를 짝지어 결합해봄으로써, 빛을 이용해 단백질 군집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조합의 조건을 찾았다. 형광단백질이 하나보다는 여러 개가 결합한 형태일수록(즉 단량체3)보다는 이합체나 사량체일때) 빛을 비추었을 때 광유도 클러스트를 더욱 높은 비율로 형성했다. 또한, 형광단백질을 크립토크롬2의 단백질 사슬 말단 중 N말단이 아닌 C말단에 붙이는 경우 광유도 클러스트 형성 효율이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단백질 군집이 잘 형성되는 조건을 찾았다는 점에서, 연구자의 실험 선택의 폭을 넓혀준 데 의의가 있다.

실험진은 CRY2clust를 개발해 빛을 이용한 단백질의 활성을 훨씬 효율적으로 유도하는데 성공했다. 허원도 그룹리더는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CRY2clust는 향후 광유전학 분야의 실험에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라며, "다양한 형광단백질-CRY2 조합을 통해 찾은 단백질 군집 형성 성공 요인은 광유전학 시스템 개발에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본 연구결과는 네이처(Nature) 출판 그룹이 발간하는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IF=12.124)에 미국시간으로 6월 23일자에 게재됐다.


▲ [그림 1] 기존 크립토크롬2 대비 CRY2clust의 단백질 군집 형성 속도 청색광을 쬐어 주었을 때 새롭게 개발한 CRY2clust는 기존의 크립토크롬2(CRY2)에 비해 초반 매우 빠른 속도로 단백질 군집을 형성한다. 오른쪽 그래프는 CRY2/CRY2clust의 뚜렷한 단백질 군집 형성 비율 차이를 보여준다.


▲ [그림 2] CRY2clust 시스템을 적용한 광유도 단백질 기능 조절 광유도 칼슘 이온 채널 활성 시스템(OptoSTIM1, 왼쪽)과 광유도 신경성장인자 수용체 활성 시스템 (OptoTrkB, 오른쪽)에 CRY2clust 시스템을 적용하면, 기존 크립토크롬2(CRY2)를 이용했을 때보다 더욱 빠르고 효과적으로 단백질이 활성화된 것을 확인했다. CRY2clust를 이용했을 때, CRY2를 적용한 경우보다 칼슘 이온 채널이 더 빠르게 열리고 신경성장인자 수용체의 활성 정도가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대외협력실 김주연

1) C-terminal/N-terminal: 단백질이나 폴레펩티드는 복수의 아미노산이 서로 아미노기와 카복시기로 펩티드 결합하는 것에 의해 생성되어, 그 한쪽 끝에 아미노기(-NH2), 다른 쪽 끝에 카복시기(-COOH)말단을 갖는다. 유리아미노기를 갖는 쪽을 N말단, 유리카복시기를 갖는 쪽을 C말단이라고 부른다.

2) 형광단백질(Fluorescent protein): 1961년 시모무라 오사무 박사가 해파리가 빛을 내는 이유를 관찰하던 중 자외선이나 청색빛이 닿으면 녹색빛을 만들어내는 녹색형광단백질을 발견했다. 이 형광단백질의 유전자를 복제한 뒤 생명체에 넣고 빛을 주면, 유전자가 발현되는 부분이 녹색형광을 띠게 된다. 이후 많은 단백질 공학자들에 의해 녹색형광단백질(GFP)과 산호초에서 분리한 적색형광단백질로부터 다양한 형광단백질들이 만들어졌다. 기존에 많은 형광단백질이 이합체나 사량체로 존재한다는 것이 알려져 있어, 이번 연구에서 크립토크롬2에 형광단백질을 붙여 광유도 클러스트 형성을 관찰했다.

3) 단량체/이합체/사량체(monomer/dimer/tetramer): 단량체는 중합반응에 의해서 중합체를 합성할 때의 출발물질을 가리킨다. 이합체란 단량체 두 개가 수소결합 등의 힘에 의해 마치 한 분자처럼 결합하고 있는 것을 뜻한다. 사량체는 중합하기 쉬운 성질이 있는 저분자량의 화합물이 4분자 결합한 생성물로서, 원래의 4배의 분자량을 갖는 화합물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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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17-09-19 19:20